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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체 기사 254
  • [꼬다리] ‘나중’ 유감
    ‘나중’ 유감

    ‘나중’의 사전적 의미는 크게 3가지다. ①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②다른 일을 먼저 한 뒤의 차례, ③순서상이나 시간상의 맨 끝. 그런데 어떤 나중은 기약 없음의 다른 말로 쓰이기도 한다. 나 역시 “나중에”란 말을 핑계로 원치 않는 약속이나 다짐을 회피한 적이 있다.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다”, “나중에 보자”는 말만 남기고 거절을 완곡히 표현했다고 스스로 위안 삼는 식이다. 반대로 “나중에”라는 상대의 완곡한 거절을 이해하지 못하고 꽤 오랜 시간 뒷말을 기다린 경험도 있다. 혹자는 회피를 목적으로 한 ‘나중에’를 치사한 언어라 표현했다. 두고 보자는 의미를 내포해 상대의 행동이나 상황을 지켜본 뒤 확답을 내리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중’과 관련한 두 개의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우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이다. 혹시 있을 미래의 5000만원 이상 주식 수익에 세금이 붙을까 두려운 이들이 금투세 폐지...

    1599호2024.10.11 16:00

  • [꼬다리] 일상의 영웅 165명
    일상의 영웅 165명

    “MZ세대의 공공의식과 공익을 위한 헌신을 상기시키는 영화다. 공익을 추구하고 헌신하는 모습을 그린 이런 영화를 젊은 세대가 많이 봤으면 좋겠다.”윤석열 대통령이 이렇게 강력히 추천한 영화는 <무도실무관>이다. 배우 김우빈이 법무부 무도실무관을 연기했다. 무도실무관은 보호관찰관과 함께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감독장치)를 부착한 대상자를 24시간 감시하며 범죄를 예방하는 직업이다. 대상자들은 재범 가능성이 큰 강간범, 살인범, 강도범 등이다. 무도실무관은 태권도·유도·검도·합기도 중 단일 종목에서 3단 이상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나는 영화 담당 기자로 지난달 김우빈과 인터뷰했다. 김우빈은 무도실무관을 ‘일상의 영웅’이라고 불렀다. “부끄럽지만 시나리오를 받고서야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을 알았습니다. 일상의 영웅 덕분에 제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으려 노력하며 촬영에 임했습니다.”나는 이전에 법무부 출입기자로 3년을 ...

    1598호2024.10.04 16:00

  • [꼬다리]딥페이크 관련주가 들썩인대
    딥페이크 관련주가 들썩인대

    ‘딥페이크 성착취물 사건’은 오래된 물웅덩이를 휘젓듯이 사회를 헤집었다. 사회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더럽고 나쁜 온갖 것이 수면에 떠 올라 소용돌이쳤다. 뉴스도 세상을 따라 회오리쳤다. 기사가 어지럽게 쏟아졌다. 그래도 세상을 아름답게 보자고 다짐할 때마다 왜 한 번씩 이런 일이 일어날까. 경악하며 뉴스를 읽어가다가 어떤 기사 위에서 시선이 오래 흔들렸다.‘딥페이크 관련주’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솔직히 나는 이 뉴스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다.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정부가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엄벌하겠다고 하자 보안 관련주 주가가 올랐다는 내용이다. 건조한 팩트일 뿐이다. 하지만 어떤 기사들에서는 활자들이 신난 듯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눈길’, ‘반짝’, ‘날개’, ‘고공행진’ 같은 제목을 단 기사들 말이다. ‘딥페이크’라는 단어 옆에 저 말들이 있었다.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게 이상한 일이냐고 누군가는 되물을지도 모른다. 나만 께름칙...

    1597호2024.09.27 16:00

  • [꼬다리] ‘피사체 너머’를 보는 마음, 낯설게 보기
    ‘피사체 너머’를 보는 마음, 낯설게 보기

    습관처럼 하는 일과가 있다. 일명 ‘카메라 되어 보기’다. 눈앞에 보이는 컵, 가방과 같은 사물을 포함해 사람 얼굴 등을 하나씩 선택해 무늬 개수, 주름 하나하나까지 세어가며 글로 적곤 한다. 대상을 명확히 보고자 하는 나만의 버릇이기도 하다.기자로 일하면서도 가치판단이 개입돼 혼란스러울 때 “카메라가 되어 보자”고 버릇처럼 주문을 건다. 그러면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무엇보다 내 감정과 거리 두기를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 사안들은 있게 마련이다. 그럴 때면 혼자서 “카메라 되기에 명확히 실패했군” 하면서 취재내용들을 다시 돌아보곤 한다.취재에서만 사용하는 건 아니다. 직장 혹은 일상생활에서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내 생각만큼 되지 않을 때면 역시 주문을 외운다. 일기장을 펼쳐놓고 한땀 한땀 복기하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곤 한다. 그러나 인간관계야말로 일방향일 수 없기에 ‘카메라 되어 보기’에도 내 감정이 무너질 때가 더 많다....

    1596호2024.09.13 16:00

  • [꼬다리] 염치가 없는 건
    염치가 없는 건

    담배, 위스키, 애인. 영화 <소공녀>에서 미소는 이 셋만 있으면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가사노동자(도우미) 일로 생활비를 간간이 충당하는 미소가 포기한 것은 ‘집’이다. 그는 세 들어 살던 단칸방을 빼고 집을 구해보지만 높은 집값을 감당할 수 없다. 결국 대학 시절 밴드를 함께했던 동기들의 집을 전전한다. 미소는 이들 집에서 임시로 지내며 요리, 청소를 하고 상심에 빠진 친구를 위로해준다. 호화주택에서 사는 동기 정미는 자기 집에 머물며 가사를 돕는 미소가 어느 순간 심기를 거슬리게 하자, 자신이었으면 술과 담배부터 끊었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일갈한다. “나는 네가 염치가 없다고 생각해.”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운 마음. 염치의 사전적 정의다. ‘○○인데 염치가 없어’에서 ○○의 자리는 공교롭게도 취약한 지위에 놓인 이들이 주로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쪽방촌에 사는 사람들의 고충을 담은 기사에 달린 댓글들에선 사진 속...

    1595호2024.09.06 16:00

  • [꼬다리] ‘딥페이크 피해 학교 지도’가 보여주는 것
    ‘딥페이크 피해 학교 지도’가 보여주는 것

    ‘내 주변에서도 범죄가 발생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처음 든 것은 스무 살 때였다. 재수 학원에 다닐 때였는데, 옆 반 담임 강사가 학생들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경찰에 잡혀갔다. 사건은 ‘강남 유명 학원 강사 여학생 몰카’라는 기사로 짧게 보도됐다. 그전까지 나에게 범죄는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심각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나 보던 예외적이고 흉악하고 비일상적인 무언가였는데, 기사에서 다뤄지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매일매일 가는 학원에서 벌어진 것은 충격이었다.사건은 또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몇 년 지난 때였다. 갑자기 만들어진 고등학교 여자 동창 단톡방에서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 우리가 학교에 다녔던 그 기간에 학교 기숙사를 불법 촬영한 사람이 있었고, 그 영상이 지금 온라인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화가 났고 무서웠다. 무엇보다 3년 동안 먹고 자며 집처럼 지낸 기숙사에서 불법 촬영 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기함했다.내가 10대와 20대를 특별...

    1594호2024.08.30 16:00

  • [꼬다리] 나이 든 자영업자는 어떻게 살아남을까
    나이 든 자영업자는 어떻게 살아남을까

    내가 고등학생일 때 어머니는 홍삼 가게를 운영했다. 친척의 권유와 설득을 이기지 못해 적잖은 돈을 투자한 곳이었다. 어머니는 절박해 보였지만 장사는 잘되지 않았다. 홍보라고 해봐야 ‘진짜 홍삼을 끓여 판다’는 게 전부, 지인들이 몇 번 사주고 끝이었다. 가게는 늘 쓰고 달큼한 냄새가 났고 대개 찾는 사람 없이 고요했다. ‘야자’ 대신 그곳에서 공부하는 날이면 어머니는 ‘좋은 제품이니 언젠가 잘 팔릴 거’라는 말로 조용한 공간을 채웠다. 가게는 얼마 못 가 문을 닫았다.지난 5월 국제부에 발령 난 다음부터 거리의 가게들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른바 내근직이라 집과 회사를 오가며 업무의 시작과 끝을 맺는데,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정류장 또는 역까지 꽤 오래 걸어야 한다.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부터 자칫 쓰러질 듯 낡은 백반집, 위생이 의심스러운 고깃집까지 출퇴근길에 늘어선 가게만 수십에서 수백이다. 고작 석 달인데 그새 어떤 가게는 자리를 비웠다. 최근 없어...

    1593호2024.08.23 16:00

  • [꼬다리] 아듀, 파리올림픽
    아듀, 파리올림픽

    “나는 월드컵, 올림픽 때만 되면 애국자가 돼.”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지인과 이런 대화를 했다. 올림픽이 시작되자 역시나 ‘과몰입’했다. 양궁을 시작으로 메달 행진이 이어지면서 밤늦은 시간까지 TV 앞에서 떠나지 못했다. 특히 ‘총·칼·활’ 종목에서 맹활약하는 한국 선수단의 모습에 평소라면 손사래 쳤을 ‘하느님이 bow하사(下賜) 우리나라만 쎄(세다)’라는 유행어도 사뭇 마음에 들었다.올림픽을 즐기는 이들의 태도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순위나 메달의 색보다 선수 개개인의 서사와 경기 과정의 긴장감을 즐기는 분위기다. 비인기 종목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전보다는 높아졌다. 선수 개개인의 마음가짐이 조명받은 것도 달라진 세태를 반영했다. 올림픽 기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초긍정적 사고방식을 가진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의 이름에서 따온 ‘원영적 사고’에 선수 이름을 빗댄 ‘○○적 사고’가 번졌다. ‘나도 부족하...

    1592호2024.08.16 16:00

  • [꼬다리] 인터섹스의 올림픽
    인터섹스의 올림픽

    2024 파리올림픽은 ‘성평등 올림픽’이라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206개국 1만500명의 선수가 출전했는데, 남성·여성 선수가 5250명으로 성비가 똑같았다. 성소수자 선수 191명도 포함됐다. 하지만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벌어지는 뜨거운 논란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바로 인터섹스(신체 성징이 전형적인 남녀의 신체 정의에 규정되지 않는 사람) 선수의 출전을 둘러싼 논란이다.스포츠에선 오랫동안 성별 이분법이 굳건했다. 스포츠는 ‘공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신체가 다른 남녀가 동위에서 경쟁한다면 ‘불공정’하다는 합의가 있기에 따로 경기를 치렀다. 같은 성별끼리의 신체적 차이는 어떨까. 복싱, 레슬링, 유도 등은 체급을 나누고 수영, 육상, 축구 등은 체급을 나누지 않는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시스젠더(자신의 성별과 생물학적 성별이 같다고 여기는 사람) 여성과 인터섹스 여성의 신체적 차이는 ‘불공정’할 정도일까.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차이를 좁혀야 ‘공정’할까....

    1591호2024.08.09 16:00

  • [꼬다리] 이진숙이라는 징후
    이진숙이라는 징후

    10년 전인 2014년, 나는 기자로 일할 거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방송 뉴스나 신문은 거의 보지 않았다. 당연히 미디어를 어떻게 읽어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해 4월 16일, 가라앉는 배에 탄 승객이 모두 구조됐다는 속보를 덜컥 믿어버린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그 많은 방송사가 한꺼번에 실수할 수도 있다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다.승객이 모두 안전하다는 이야기에 마음을 놓고 친구를 만나 놀았다. 그날따라 술집에 사람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날 뉴스를 보고서야 온몸이 아찔해졌다. 오래 남을 죄책감을 얻은 채 손에 잡히는 대로 기사를 읽었다. 필사적으로 사실을 파헤치는 보도들 틈에 사망자들의 ‘사망보험금’을 계산한 기사가 껴 있었다. 이진숙 보도본부장의 MBC였다. 그때의 MBC는 그 외에도 모두의 상처를 헤집는 보도를 여럿 내보냈다.10년이 더 지난 2024년 7월 이진숙은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돌아왔다. 그가 ‘MBC 세월호 보도 참사’의 주요 책임자...

    1590호2024.08.02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