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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다리] 마라·탕후루와 혐중
    마라·탕후루와 혐중

    세상이 나를 상대로 거대한 사기극을 벌이는 것 같은 때가 있다. 탕후루 가게가 우후죽순 생겼을 때도 그랬다. 그러잖아도 단것에 더 단것을 입혀 먹는다는 발상이 혼란스러웠다.얼마 되지 않아 더 이해할 수 없는 유행이 덮쳤다. 짙은 ‘중국혐오(혐중)’다. 심지어 마라탕과 탕후루의 열기가 여전히 뜨거운데도 광범위하고 과격한 혐중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뒤덮었다.내 고향은 서울 자양동이다. 사람들에겐 ‘건대 앞’이라고 소개한다. 사는 곳을 말하면 10여 년 전엔 “아, 그 헌팅의 메카?”라는 말이 돌아왔다. 몇 년 뒤로는 “아, 그 양꼬치 유명한 곳?”이라는 반응이 많아졌다. 값싸고 맛있는 양꼬치를 먹을 수 있는 식당들이 건대입구역 앞에 들어선 이후다. 그게 좋았다. 헌팅은 안 해봤지만 양꼬치는 먹어봤으니까.음식은 당연히 사람과 같이 왔다. 양꼬치 거리에선 중국어가 자주 들려온다. 중국어로만 된 간판도, 중국인을 위한 상점도 많다. 대표적 차이나타운인 대림...

    1617호2025.02.24 06:00

  • [꼬다리]이처럼 사소한 것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성소수자가 연단에서 발언하는 것은 “더 큰 것”을 이야기해야 하는 지금, 맞지 않는다고 더불어민주당의 한 국회의원은 말했다. 그는 이대남(20대 남성) 지지자들이 불쾌감을 드러내며 집회에 오기 꺼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는 매번 선거 등 ‘대의’ 앞에 ‘사소한’ 것으로 치부돼 왔다. 대여 투쟁 땐 “함께”를 외치다가 한 국면이 해소될 때쯤 “나중에”를 말한다. 사실 이 의원의 말은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이대남 중에 성소수자는 없을까?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종교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처리와 관련해 “지금은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차별 때문에 취업, 가족 구성 등 먹고사는 문제가 막힌다”(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지적이 나왔다. 19년째 공전 중인 차별금지법을 관철할 전략도, 대안도 민주당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개별 의원의 추천이라지만 민주당이 노벨평화상에...

    1616호2025.02.14 15:00

  • [꼬다리] 이름에 대한 고민
    이름에 대한 고민

    “6·25전쟁인가, 한국전쟁인가.”대학 시절 수강한 국제정치사 수업의 한 대목이 지금도 기억난다. 학생들에게 던지는 난제로 유명했던 선생의 강의는 간혹 정명(正名)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마무리됐다. 공자님 말씀이 아니라 어떤 존재·사건에 올바른 명칭을 붙이려 애써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날 수업은 한국전쟁이 왜 틀린 용어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한반도전쟁’이라면 모를까, 한국만 붙여서는 침략국 북한의 존재를 지우게 된다고 선생은 말했다. 그에 따르면 외국 학자의 ‘The Korean War’ 개념을 게을리 번역한 결과물이었다.국제부에서 일하는 동안 유독 그때 수업을 여러 번 떠올렸다. 내 담당 지역은 일본이지만 가끔 중동 지역 기사도 쓰는데, 사안이 사안인 만큼 대개 ‘가자전쟁’ 관련이다. 전황부터 휴전 협상 진전까지 시점과 관점에 따라 내용은 다양하지만, 상당수 기사가 이런 배경 설명을 포함하곤 했다. “‘가자전쟁’은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

    1615호2025.02.07 14:50

  • [꼬다리] 로테이션 소개팅
    로테이션 소개팅

    20·30세대 직장인 사이에서 유행이라는 ‘로테이션 소개팅’에 관해 취재했다. 로테이션 소개팅은 남녀 여러 명이 한 공간에 모여서 모든 상대와 돌아가며 1 대 1로 대화를 하는 소개팅이다. 대화 시간은 딱 10분. 인원은 남녀 각각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20명까지 참여한다. 가령 20 대 20 소개팅이면 200분 동안 20명의 이성과 10분씩 대화를 할 수 있는 셈이다.‘다(多) 대 다’라는 것보다 특이한 점은 로테이션 소개팅을 주최하는 업체에서 참가자들의 신분증과 사원증을 확인한다는 점이었다. ‘신분증과 사원증을 제시하지 못하면 그날 소개팅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경고 문구를 써둔 소개팅 업체도 있었다. 번듯한 직장이 있는 사람만 오라는 듯해 경고 문구가 매정하게 느껴졌다.처음에는 좀 기괴한 유행이라고 생각했다. 하루에 20명을 만나면 얼굴이랑 이름을 다 기억이나 할까? 급하게 10분씩 대화하는 소개팅에서 과연 짝이 맺어질 수 있을까? 우리 세대는 연애도, ...

    1614호2025.01.24 15:00

  • [꼬다리] 사랑이 이겼다
    사랑이 이겼다

    2024년 12월 3일, 하루의 시작은 평범했다. 조기 출근 당번인 터라 업무를 일찍 시작했다.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여야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졌다. 지난밤 정치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글 몇 개를 기사로 썼다. 점심 즈음엔 민주당이 공개한 ‘명태균 게이트’ 녹음파일 기사를 썼다. 한낮 돌발상황은 없었고, 오후 4시를 조금 넘겨 퇴근했다.일이 다 끝난 건 아니었다. 국회 인근에서 저녁 약속이 있었다. 오후 9시 30분쯤 자리가 파했다. 여의도를 떠나고 얼마 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오후 10시 30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카카오톡 메신저는 불이 났다. 그날 이후 국회 안팎에서 벌어진 일은 모두가 아는 대로다. 휴일 없는 연속 근무가 2주간 이어졌다.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고서야 주말 아침의 여유를 되찾았다. 2025년 1월 15일, 윤 대통령이 체포되면서 마침내 한바탕 소란이 끝난 느낌이다....

    1613호2025.01.17 16:00

  • [꼬다리] 애도, 추모 그리고 시작
    애도, 추모 그리고 시작

    지금도 눈에 아른거리는 후배가 지난해 12월 29일 참사가 난 제주항공 여객기에 타고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곧이어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 그리고 일주일이 흘렀다.지난해 12월 29일은 여객기 참사로 아침을 시작했다. 사망자 숫자가 늘어나는 속보를 보면서 생존자도 더 늘어나길 그저 바랐다. 참사 희생자 중 지인이 있다는 소식은 누군가에게 머리를 심하게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취업준비생 시절 원하던 바를 이루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준비하던 후배였다. 너무 많은 인원이 타고 있었으니 뭔가 잘못 파악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아직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말에 더욱 그렇게 믿고 싶었다. 후배에게 전화하니 응답은 없고 연결음만 무심히 울렸다. 원하던 바를 이룬 후배와는 일하는 지역이 멀어지면서 어느샌가 안부가 뜸했다. 목소리가 참 듣고 싶었다.신원 확인 등 수습작업 때문에 유족들은 마냥 슬퍼할 수도 없었다. 후배의 신원 확인도 하루가 꼬박 걸렸다. 그로부터...

    1612호2025.01.10 15:30

  • [꼬다리]이토록 잔인한 ‘학습’
    이토록 잔인한 ‘학습’

    건설노동자 6명이 숨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는 2022년 1월 11일에 발생했다. 3년 전 이맘때였다.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건물 한 개 동의 외벽이 무너져 내리면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잔해에 깔렸다. 오랜 시간 수색이 이어졌고, 사고 발생 29일 만에 시신이 모두 수습됐다.사고 현장으로 파견 취재를 간 건 수습 딱지를 떼고 3개월쯤 지났을 때였다. 유가족들이 모인 천막은 취재진의 출입이 제한됐다. 유가족 대표만 나와서 간혹 공식 입장을 밝힐 뿐이었다.어리바리한 막내 기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천막 밖을 서성였다. 자정이 조금 넘었을 무렵이다. 한파에 떨고 있는 모습이 불쌍해 보였는지, 천막을 지키던 유가족 대표가 “아무도 없으니 들어오라”고 했다. 난롯가에 앉자마자 구석에 자리한 화이트보드에 시선이 머물렀다. 그곳엔 “웃음, 경솔한 행동 삼가”라고 적혀 있었다.시신이 모두 수습된 뒤 그를 다시 만나 인터뷰하면서 자세한 사정을 물을 수 ...

    1611호2025.01.03 15:00

  • [꼬다리] 2025, 다시 만날 우리
    2025, 다시 만날 우리

    토요일 여의도는 진입부터 어려웠습니다. 그 큰 섬으로 들어가는 길목이 한두 개가 아닌데, 길마다 꽉 들어찼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황당한 내란이 불러낸 거대한 분노였습니다. 넘실대는 인파 속에서 걷다 서기를 백 번쯤 반복한 끝에 겨우 광장 끄트머리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우리’라는 단어를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힘 있는 이들이 그 단어를 휘두르는 방식이 싫었습니다. 대패의 칼날처럼 차이를 없애고 존재를 숨죽이게 하는 그 단어는 이 사회에서 자주 폭력이었기에, 웬만해서는 자주 쓰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광장에서 저는 우리가 ‘우리’라는 단어를 다시 찾아와도 되겠다고 느꼈습니다. 배제가 아닌 공존의 의미로 ‘우리’가 돌아온다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너와 나를 서로 연결하고, 나를 닮은 너와 나와 다른 너를 한 곳에 담는 끝없는 그릇으로서의 ‘우리’가 말입니다.우리는 반짝였습니다. 다양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저기서 모인 응원봉의 빛깔은 레인보우 구슬아이스크림보다 더 ...

    1610호2024.12.27 15:40

  • [꼬다리] 미워도 다시 한번
    미워도 다시 한번

    야당이 미워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 이보다 희극이 있을까. 시민들의 희생과 민주화 운동으로 일궈낸 한국의 민주주의가 2024년 한밤중에 허물어질 위기에 처했다. 이보다 비극이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12월 3일 발포된 포고령에는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언론 통제”, “처단” 등 섬뜩한 문구가 박혀 있었다. 군·경이 국회에 투입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날 밤 국회로 갔다. 경찰이 출입을 막아섰고, 상공에선 계엄군을 태운 헬기들이 굉음을 내며 연이어 국회 안으로 향했다. 덮쳐오는 어둠이 얼마나 길고 깊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윤 대통령은 ‘불통’의 아이콘으로 통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으레 국회를 찾아 여야 의원들을 만났다. 미우나 고우나 정국 안정을 위해 협치 분위기를 조성하려 노력해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국회 개원식, 지난 11월 예산안 시정연설 모두 불참했다. 야당은 ‘명태균 게이트’ 등 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갖은 의혹을 조사...

    1609호2024.12.20 15:00

  • [꼬다리] 욕해도 시간 지나면 다 찍어줄 거라고?
    욕해도 시간 지나면 다 찍어줄 거라고?

    12·3 비상계엄 속보를 봤을 때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나에게 비상계엄이란 영화나 책에서나 보던 것이었으니까.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잘 안 됐다. 겁도 났다. 밤 11시 이후 통행이 금지될 것이라는 가짜뉴스에 속을 뻔했다. 그래도 국회 앞으로 가는 길에 취객들이 해롱해롱하는 여상한 지하철 풍경을 보면서 조금 안심했던 것 같다.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로 155분 만에 사실상 끝났을 때는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생각도 들었다.155분에 그쳤지만 난데없는 비상계엄에 주변 사람들 모두 조금씩 영향을 받았다. 드라마 현장에서 일하는 친구는 비상계엄 바로 다음 날로 예정된 야외 촬영을 과연 할 수 있을지 걱정을 했고, 주식 투자를 하는 동생은 원화를 달러로 미리 바꿔놓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비상계엄이 선포됐던 날 하필 해외에 있던 후배는 만나는 외국인마다 “한국, 무슨 일이냐”는 질문을 받고 진땀을 뺐다고 했다.뉴스에는 계엄 블랙홀이 연말 ...

    1608호2024.12.13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