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퇴근이 늦어도 빈손으로 집에 오지 않았다. “뭐 좀 사갈까?” 하는 문자에 배가 고프지 않아도 음료나 과자 같은 군것질거리를 요청했다. 현관 밖 복도에서부터 바스락거리는 마트 비닐봉지 소리에 엄마의 도착을 미리 알았다. 내 귀가 시간이 늦어질 땐 이런 연락이 왔다. “장 봐놨어.” 그런 날은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빨랐다. 거실은 음식 냄새로 가득 찼고, 엄마는 마트에서 사온 식자재로 만든 국과 반찬을 내어줬다.그래서일까. ‘장을 본다’라는 말엔 자연스럽게 식구가 떠올랐다. 혼자서는 배달음식으로 때울 끼니를, 누군가 집에 초대한 날이면 장을 봐 해결했다. 한때는 엄마의 장보기를 ‘노동’으로 여기며 미안해하기도 했다. 속내를 털어놓자 엄마는 “그런 시간이 나를 살게 했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먹이는 일의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나 역시 아는 나이가 됐다.마트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월 22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한 마트에서 60대 여성이 목숨을 잃...
1627호2025.05.02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