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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다리]토미
    토미

    “토미, 가만히 있어!” 무대에 오른 남성은 제멋대로 움직이는 ‘토미’를 타일렀다. 그가 말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토미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무대 위 주인공은 한기명씨. 토미는 그의 팔이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뇌병변 장애인이 된 그는 수년째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고 있다.지난 6월 13일 금요일 밤, 서촌의 한 서점에서 열린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에서 그는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팔은 그에게 또 하나의 존재, 동료에 가까워 보였다. 그는 자신의 장애에 관해 말했고, 장애를 향한 편견을 비틀어 ‘농담’을 던졌으며, 장애로 말미암아 생긴 일화도 소개했다. 비장애인 중심 한국사회의 차별과 편견의 편린을 무대로 길어 올렸다. 유쾌하고 담담하게.성 정체성이 여성인 한 트랜스젠더는 덩치가 있는 터라 화장실에 갈 때면 몸을 한껏 굽히고 간다고 이야기했다. 중성화한 반려동물에는 “나도 아직 못 했는데···”하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의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1637호2025.07.11 14:03

  • [꼬다리] 유튜브와 악플
    유튜브와 악플

    영상을 만드는 팀에서 일하고 있다. 10분 남짓의 영상을 편집하는 데 짧으면 사흘, 길면 닷새 정도 걸린다. 인터뷰 영상을 편집할 때면 출근해서 온종일 그 사람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으며 일하다가 퇴근한다. 촬영할 때보다 더 자세히 그 사람 특유의 표정이나 자세를 보게 된다. ‘좀’ 이라든가, ‘그니까’ 라든가 말이 막힐 때면 중간중간에 어떤 추임새를 넣는지 그 사람만의 말버릇도 알게 된다.그렇게 사흘에서 닷새를 보내고 영상 편집이 끝날 때쯤엔 출연자와 정말 잘 아는 친구가 된 것처럼 내적 친밀감이 쌓인다. 때로는 촬영 날 딱 한 번 만난 사람인데도 말이다. 오랜만에 출연자를 다시 만났을 때 쌓인 내적 친밀감을 주체하지 못하고 혼자 너무 친한 척을 했다가 민망했던 적도 있다.이불킥할 상황이 만들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영상을 편집할 때 생기는 내적 친밀감 덕분에 출연자를 더 열심히 이해하게 되는 순기능도 있다. 인터뷰 때문이 아니라면 평생 못 만나봤을...

    1636호2025.07.04 14:38

  • [꼬다리]‘천재이승국’이 남긴 질문
    ‘천재이승국’이 남긴 질문

    유튜브 채널 <천재이승국>(이승국)을 즐겨 본다. 영화 리뷰와 배우 인터뷰를 주로 업로드하는 채널이다.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는 영화 유튜버 사이에서 공고한 브랜드 가치를 지녔다. 시장 내 1위여서가 아니다. 구독자 수는 <지무비>, <고몽>, <김시선> 등 다른 채널이 더 많다. 이승국이 특별한 점은 인터뷰 질문이 좋다는 평판에 있다.<분노의 질주: 홉스&쇼>(2019) 주인공 드웨인 존슨과의 인터뷰는 이승국이 유명해진 계기로 꼽힌다. 인터뷰 전 그는 과거 프로레슬러 ‘더 락’으로 활동했던 존슨의 시그니처 포즈를 따라 한쪽 눈썹을 올리고는 “어린 시절 당신은 내 영웅이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엔 존슨이 하와이 태생이자 사모아족 혈통이며, 영화에 사모아 문화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함께 언급하고는 “지금 하와이에 있는 게 얼마나 자랑스러운가”를 물었다. 존슨은 “좋은 질문”이라며 감격한 표정이었다.부러웠...

    1635호2025.06.27 14:15

  • [꼬다리]마크맨과 백브리핑
    마크맨과 백브리핑

    ‘마크맨’은 정치권에서 대선주자를 전담해 취재하는 기자를 뜻한다. 특정 공격수를 전담해 밀착 마크하는 수비수를 뜻하는 스포츠 용어에서 따왔다고 한다.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출입한 정치부 기자들은 사실상 대부분이 이재명 후보의 마크맨이었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아하!” 하는 유명 노랫말처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이 후보는 전국 방방곡곡 유세를 다녔다. 이 후보가 3주간 권역별로 이동한 횟수만 25번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후보 일정을 쫓았던 취재기자에게도 강행군이 아닐 수 없었다.마크맨이 특히 중요하게 챙긴 일정은 ‘백브리핑’이었다. 백브리핑은 공식 일정 외에 후보가 취재진과 만나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시간을 뜻한다. 경호 문제 등으로 후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기자들이 현안을 물을 유일한 기회였다. 이마저도 일정과 상황에 따라 없는 날이 많았다. 당 공보국이나 대변인에게 “백브리핑 시간을 달라”고 읍소하는 것도 일이었다....

    1634호2025.06.20 14:28

  • [꼬다리]이름으로 남겨진 죽음
    이름으로 남겨진 죽음

    노동을 담당한 뒤로 누군가의 죽음을 많이 접하게 된다. MBC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씨,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김충현씨처럼 투쟁의 일환으로 사후에도 온전히 이름이 불리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일하다 죽는 대다수는 익명으로 남는다. 고용노동부가 매일 보내는 사망사고 알림 문자에도 재해자는 ‘성별, 출생연도, 원청 또는 하청 소속’으로 표기될 뿐이다.최근 한 달 새 두 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지난 5월 19일 경기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 크림빵 포장 공정에서 일하던 5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기계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다 냉각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다. 지난 6월 2일에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정비동 기계공작실에서 김충현씨가 혼자 부품정비 작업을 하다 선반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A씨도, 김충현씨도 산업재해로 스러졌지만 이후 진행 경과를 보면 사뭇 다르다. SPC 사망사고는 사측이 국회에 나와 안전 대책을 발표했으나 수사당국이...

    1633호2025.06.13 14:21

  • [꼬다리]카리나 옷 색깔 따질 시간에
    카리나 옷 색깔 따질 시간에

    코미디 유튜버 ‘킥서비스’의 콘텐츠 ‘망한영화리뷰’를 즐겨 본다. 감독의 헛발질 때문에 황당한 설정을 갖게 된 가상의 영화를 소개하는 액자식 구성의 코너다. ‘모태솔로 감독이 만든 멜로 영화’, ‘유사과학을 믿는 문과 감독이 만든 재난 영화’ 등이 소재다. 각본에 더없이 충실한 등장인물들은 비상식적인 언행을 반복하고, 영화는 흥행에 참패한다.대선을 앞두고 올라온 영상의 제목은 <좌, 우 말고 가운데로 뛰어!>다. 좀비 영화 촬영을 마치고 개봉일까지 확정한 제작진은 갑작스러운 조기 대선을 맞는다. 제작진은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영화 내용을 급히 수정한다. 원래 제목인 <이번이 기회다>는 <요번이 기회다>로 바뀐다. 파란색 옷을 입은 좀비가 등장했다는 이유로 추가 촬영을 통해 빨간색·주황색 옷차림의 좀비를 억지로 끼워넣는다. 하필 ‘준석’인 주인공 이름을 후시녹음을 통해 ‘승원’으로 어색하게 덮어버리는 장면이 백미다.킥서비스...

    1632호2025.06.06 14:22

  • [꼬다리] 너의 결혼식
    너의 결혼식

    P가 연인과 결혼하기로 했다고 말했을 때, 씹던 타코를 뱉을 뻔했다. 떨리는 목소리로 언제 결심했냐, 둘이 얘기한 거냐 물었고 P는 짧게 답했다. “그런데 언제쯤 하려고?” 이 질문에 다다랐을 땐 말 없이 웃기만 했다. 상황이 짐작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설마 식장 잡았어?”라고…. 그는 올겨울 결혼한다.P와 나는 10년이 넘은 친구다. 요즘은 결혼적령기랄 게 없다곤 하지만, 그래도 주변 친구들이 우르르 결혼하는 시기는 있다. 그 시기를 꾹 참고 지나가면 비혼도 별것 아니라는 ‘꿀팁’을 여러 언니에게 전해 들었다. P는 나보다 세 살이 많아 이미 그 시기를 지난 듯 보였다. P의 친구들은 ‘아기 낳고 잘살고 있’거나 ‘한 번 갔다 왔’거나 나처럼 ‘할 기미가 없’는 줄 알았다. P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면 되겠다고 생각하던 차다. 각종 비혼 관련 기사나 책에 등장하는 나이 지긋한 이들보다 더 많은 용기를 줬다.그와 평생을 느슨하게 돌보며 사는 인생을 꿈꾸기...

    1631호2025.05.30 14:20

  • [꼬다리] 보지 않은 뒷모습
    보지 않은 뒷모습

    온라인에서 탁상시계를 구매한 친구는 막상 받아보니 분침이 고장 난 시계였다고 했다. 배우자는 왜 이런 시계를 샀느냐며 핀잔을 줬고, 친구 마음엔 서운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려 이리저리 비교해보고 구매한 것이었다. 그러다 우두커니 앉아 있는 배우자의 뒷모습을 마주했다. 화원을 운영하는 부부는 당시 비수기를 지나고 있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친구는 생각했다. ‘그래, 나는 저 사람을 사랑해.’부부 모두 눈물을 보이고는 잠들었다는 이 이야기는 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다.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 <하나 그리고 둘>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영화에서 어린이인 양양은 카메라로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는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다. 뒷모습이라 어딘지 쓸쓸한, 왠지 모르게 진실해 보이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누군가의 앞모습만 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의 파동이 일어난다.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2주차에 접어들었다. 대선후...

    1630호2025.05.23 14:48

  • [꼬다리] 점수 좀 그만 매겨
    점수 좀 그만 매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 소속된 김문수 민주당 의원이 언급한 ‘출산 가산점 공약’이 논란이다. 김 의원은 이재명 후보의 ‘군 복무 경력 호봉 반영 공약’이 성차별적이라며 항의한 문자에 “여성에겐 출산 가산점과 군 가산점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출산 가산점 공약을 보고 기분이 나쁜 이유를 곱씹어보다 고등학교 때가 생각났다. 학구열이 높은, 아니 입시 경쟁이 심한 고등학교에 다녔다. 선생들도, 학생들도 성적순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기에 바빴다. 21세기인 것이 무색하게 모의고사를 보면 1등부터 100등까지 등수가 벽에 붙었다. 100명 남짓이 같이 배우는 선택과목 내신 시험에서 1등급(상위 4%)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은 딱 4명이었는데, 성적이 나오면 학생들은 1등급을 받은 4명이 누군지 궁금해하며 찾았다.출산 여부에 따라 가산점을 주겠다는 출산 가산점 공약이라는 발상 자체가 현실성 없고 성차별적인 것에 더해, 마치 고등학교처럼 거의 모든 청년정책에 점수...

    1629호2025.05.16 14:26

  • [꼬다리] 속기 쉬운 환경을 만든 책임
    속기 쉬운 환경을 만든 책임

    얼마 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조문희씨? 여기 전에 방문하셨던 마사지 업소입니다.” 처음 듣는 남자 목소리였다. 010으로 시작하는 걸 보면 멀쩡한 번호인데, 아내와 이따금 가는 마사지숍인가. 짧은 순간에도 남성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제가 지금 전화한 건 무슨 광고를 하려는 게 아니라…”, “저는 마사지 업소를 간 적이 없는데요.” 눈으로 볼 순 없지만 남자가 ‘흠칫’하는 게 느껴졌다. “허, 그렇습니까. 그럼 번호 지워드리겠습니다.”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기도 전에 남성은 전화를 끊었다.받은 편지함에 보낸 사람 이름이 국세청인 e메일이 한 통 있다. 메일 주소는 hometaxadmin@hometax.go.kr. 메일 본문은 사진 파일로, “국세청 전자 세금계산서입니다”라는 문구로 시작됐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파일을 누르란다. 홀린 듯 마우스 커서를 가져가던 중 퍼뜩 의심이 들었다. 찾아보니 역시나, 링크를 타고 들어가 로그인하면 계정과 비밀번...

    1628호2025.05.09 1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