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려도 하는 것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영화 <세계의 주인>의 윤가은 감독은 지난해 12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가 주관한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친족 성폭력 문제를 영화에 담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들여다봐야 하는 것을 피하지 않고 들여다본다면, 하는 동안 배울 것 같았다”며 이렇게 답했다.돌이켜 보면 내가 붙잡아온 것 역시 ‘구려도 한다’는 마음이었다. 뭔가 구린 것이 될 것만 같지만 일단 하고, 내 품에서 떠나보내는 것. 인터뷰에 꽤 공을 들이고, 이것저것 신경 쓴 취재여도 기사를 쓰면서 ‘어떡하지. 구린 것 같아’ 불안이 엄습했다. 그래도 어쩌나. 마감은 다가오고, 기사는 내 손을 떠난다.어떤 글은 구린 무언가로서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고, 또 어떤 글은 나름의 의미를 남겼다. 가령 인터뷰이가 기사를 보고는 자신의 경험을 재해석할 수 있어 좋았다고 연락을 준다거나, 기사가 던진 질문에 호응하며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독자의 반응을 접...
1665호2026.01.30 1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