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예정일을 한 달쯤 앞두고 있다. 임신은 신기하고 경이롭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무엇보다 임신부는 스스로 엄격해지는, 자기 검열의 순간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신체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니 견딜 만했다. 입덧도 지나가니 언제 그랬지 싶다. 오히려 ‘임신 전과 후가 크게 달라선 안 된다’는 생각이 계속 짓눌렀다. 임신 초기부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다면 나약해지지 말자’는 다짐을 되뇌곤 했다. 주변에서 눈치를 준 것도 아닌데 그랬다. 아이를 낳고 나면 1년 정도는 일을 놓게 된다는 불안한 마음에서 비롯됐던 것 같다. 그 불안함을 메우기 위해선 이 순간만큼이라도 잘 해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임신부 배지도 불편한 대상이었다. 분홍색인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방에 매달아 놓으면 나의 정체성을 ‘임신부’로만 한정하는 것 같았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가방 앞주머니에 넣고는 다녔지만 거의 꺼내지 않았다. 평소 대중교통을 탈 때 앉지 않는 편이라 습...
1647호2025.09.19 1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