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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다리] 메시가 될 수 있었을 텐데
    메시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풋살을 시작한 지 4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기자협회가 개최하는 풋살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로 2회째인 이번 대회에는 총 29개 팀이 참가한다. 1회에 12개 팀이 참가했으니 참가팀이 2배 넘게 늘었다. 경향신문 풋살팀 ‘KHFS(행복풋살)’ 역시 신생팀 중 하나다. 지난 2월 5일 선수 9명으로 만들어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엔 현재 12명의 선수와 6명의 코치진이 모여있다. 매주 토요일 정기훈련이 끝나고 나면 단톡방은 훈련 사진과 영상, 서로에 대한 격려로 북적인다.스포츠를 즐기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와 콘텐츠는 이미 차고 넘친다. 문제는 그 좋다는 운동이 내겐 너무 ‘노잼’이었다는 것이다. 동기 부여가 잘되지 않아 헬스장은 한 달도 제대로 못 갔다. 끈기가 없는 탓이려니 했다. 중학교 때 잠깐 앓았던 천식 탓을 하며 ‘운동은 맞지 않는다’라고 합리화했다. 공은 특히 트라우마의 대상이었다. 학창 시절 피구를 하다 얼굴에 공을 정통으로 맞은 이후다. 경향신문 입사 전 모 방송사...

    1578호2024.05.15 06:00

  • [꼬다리] 민희진이 아닌 사람들의 기자회견
    민희진이 아닌 사람들의 기자회견

    지난 4월 25일 휴가 중이라 집에 있었다. 나른한 오후 소파에 늘어져 TV를 틀었는데 파란 야구모자를 쓴 여성이 기자회견에서 속사포 래퍼처럼 말을 쏘아대고 있었다. 그는 바로 ‘뉴진스맘’ 민희진 어도어 대표였다. 휴가 중에도 하이브의 보도자료 알림 문자메시지는 계속 날아왔기 때문에 ‘하이브 사태’의 내용은 대략 알았다.하이브는 ‘민 대표가 경영권을 찬탈하려는 정황이 드러났다’며 고강도 감사를 벌이는 한편 맹렬한 기세로 보도자료를 보냈다. 여론전이란 본래 진흙탕 싸움이지만 민 대표가 ‘주술 경영’을 벌였다는 ‘긴급 보도자료’는 쓴웃음을 짓게 했다. 이날 민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반격의 시작을 알렸다. 민 대표는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자신이 뉴진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회사와 일에 얼마나 헌신했는지,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게 얼마나 배신감을 느끼는지 등을 열거하며 울분을 터뜨렸다.발언부터 옷차림까지 파격이었다. 나는 어림잡아 최소 100번이 넘는 기자회견을 경험했지만 그런 기...

    1577호2024.05.08 06:00

  • [꼬다리] 외할머니의 YTN
    외할머니의 YTN

    외할머니는 요양원에 가기 전 몇 년을 우리 집에서 지냈다. 거동이 불편해 사교생활은 소박했다. 대화 상대는 휴학 중이던 나나 우리 가족, 당신이 ‘꼬마’라고 부르던 반려견, 종종 찾아오는 친척들 정도였다. 몇 안 남은 오랜 지인들의 전화는 조금씩 줄어갔다.스마트폰도 컴퓨터도 쓰지 않던 외할머니는 TV를 통해 세상을 봤다. 매일 늦은 아침에 일어나 옷매무시를 다듬고,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틀었다. 채널은 늘 YTN이었다. 세상의 속도에 맞춰 살기 어려웠던 외할머니에게 ‘24시간 보도채널’ YTN은 언제든 바깥소식을 들려줄 수 있었다.외할머니는 종종 뉴스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렴 어땠을까. 세상과의 끈이 몇 가닥 남지 않은 외할머니에게 뉴스는 세계와 내가 끊어져 있지 않다는 위안이기도 했다. 바깥세상과의 접촉면이 점점 줄어가는 90대의 날들. 외할머니는 그렇게 매일 오후, 타자와 연결됐다.돌아보면 YTN은 그런 곳에 자주 틀어져 있던 것 같다. 잘나가는...

    1576호2024.05.01 06:00

  • [꼬다리] ‘좋은 우울을 간직하며 산다’는 것
    ‘좋은 우울을 간직하며 산다’는 것

    노란 바람개비가 떠오르는 4월이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의미의 노란 바람개비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어느덧 10년이 지났다.4월이면 괜히 주변의 안부를 묻게 된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올해는 더욱더 그렇다. 세월호 참사일 이틀을 앞둔 지난 주말, 세월호 참사 작가기록단이 10주기를 맞아 펴낸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는 책 모임에 다녀왔다. 2024년의 봄은 어쩐지 주변인들과 감정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책에는 그간 언론 인터뷰에 나서지 않았던 생존자 한수영씨 이야기가 나온다. 한씨는 세월호를 주제로 다룬 다큐멘터리나 영화가 나오면 거의 다 챙겨본다고 말한다. 직접 겪은 일이니까 보고 싶고,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지 궁금해서 챙겨본다고 했다. 보면서 슬퍼지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하는데, 그는 그것을 “좋은 우울”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말 일부를 옮겨본다.“그래도 되게 좋은 우울이에요. 예전에는 세월호...

    1575호2024.04.24 06:00

  • [꼬다리] 고통 심판
    고통 심판

    명예훼손 피해 구제를 위해 법률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상담 말미에 변호사는 다른 사건의 의뢰인은 피해 정도가 더 심했다며 “이 정도는 괜찮다”고 말했다. 악의 없이, 위로를 건네는 취지의 말이었을 것이다. 법리 검토를 요청했던 나는 예상치 못한 피해 평가에 적잖이 당황했다. 무엇이 더 힘든 일인지를 왜 제3자가 정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내 사건과 비교 대상이 된 사건의 고소인은 자원이 여느 사람보다 많은 이였다. 이른바 ‘권력자’에 가까웠다. 각자의 고통이 있는 것인데, 그 고통에 무게가 달리니 나 역시 이런저런 비교를 하게 됐다. 회복은 그만큼 멀어졌다.고통은 쉽게 비교되곤 한다. 자신이 겪은 피해를 말하는 이에게 “더한 것도 있다”라고 반응하는 식이다. 국가 참사도 예외는 아니다. 10주기를 맞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기사에는 희생자와 생존자, 유가족의 아픔은 마땅하지 않다는 듯 다른 사건과 비교하는 댓글이 이어진다. 고통의 무게를 저울질하며 비난을 쏟아낸...

    1574호2024.04.17 06:00

  • [꼬다리] 불편한 이야기를 굳이?
    불편한 이야기를 굳이?

    얼마 전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인터뷰했다. 상상했던 것보다 더 유쾌한 사람이라 즐겁게 인터뷰를 마쳤다. 같이 갔던 PD와 “편집하는 것도 재밌겠다”라는 말을 나누며 회사로 돌아왔다.회사로 돌아와 2시간쯤 지났을까. 그 유튜버가 속한 기획사에서 갑자기 “인터뷰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하지 말아달라”는 문자가 왔다. 기획사는 “아직은 크리에이터의 신비주의 콘셉트가 유지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양해를 부탁드린다”라는 말을 덧붙였다.기껏 촬영을 다 했는데 왜? 인터뷰 전에 질문지를 이미 주고받았고, 인터뷰 영상이 어떤 유튜브 채널에 올라갈지 담당자와 미리 상의한 상태였다. 얼굴이 공개된 적 없는 유튜버였지만 촬영 현장에서 “그동안 왜 얼굴 공개를 안 하셨어요?”라고 물었을 때 그가 “기회가 없었던 거죠”라고 웃으며 말했던 것도 기억났다.기획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내부 보고 체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납득이 가지 않아 꼬치꼬치 따지다...

    1573호2024.04.10 06:00

  • [꼬다리] 언론 압박이 별건가
    언론 압박이 별건가

    국민의힘을 취재한 지 2년 6개월, 그사이 몇 번이나 당대표가 바뀌었다. 이준석 대표는 쫓겨났고, 김기현 대표는 사퇴했으며, 중간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있었다. 지금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다. 각자 정치 이력도 성격도 다르다 보니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스타일도 천차만별이었다.한 위원장의 답변 방식은 그중에서도 독특했다. 비아냥, 반문 화법, 따발총처럼 쏘아대는 말투를 지적하는 게 아니다. 그런 건 SNL코리아 ‘한동안’ 캐릭터가 맛깔나게 그려놨다. 지난해 12월 법무부 장관 신분으로 한 위원장이 국회를 찾은 날의 일이다. 어느 기자(편의상 A매체 B기자라고 하자)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민주당이 저한테 꼭 그거 물어보라고 시키고 다닌다고 그러더라”고 답했다. 기자가 ‘질문 사주’를 받은 것 아니냐는 검증된 적 없는 주장이었다.당시 명품백 의혹은 이미 공론화돼 고발까지 이뤄진 사안이었다. 특검 얘기도 나오고 있었다. 사...

    1572호2024.04.03 10:54

  • [꼬다리]“이 감성 모르면 나가라”
    “이 감성 모르면 나가라”

    “○○ 감성 모르면 나가라.” 가장 따끈한 유행어를 꼽자면 이 문장이 아닐까. 사용법은 간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타인이 공감하지 못할 때 사용하면 된다. “(영화) 감성 모르면 나가라”, “90년대 감성 모르면 나가라” 등 ‘○○’ 자리에 좋아하는 것을 지칭하는 단어를 집어넣으면 된다. 주부 크리에이터 김선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래했다. 일명 ‘소녀감성 김선’으로 불리는 그는 인스타그램 소개말에 “평범한 주부이지만 꿈 많은 소녀감성으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먹은 대로 실행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요”라고 썼다.김씨를 처음 보는 이는 백이면 백 놀란다. 시골에 사는 그는 자연에서 난 재료를 활용한 패션을 선보이는데,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 말린 전복 껍데기를 활용한 선글라스가 대표적이다. 한라봉을 엮어 만든 모자를 쓰고, 꽃잎이나 나뭇잎을 붙여 눈썹을 장식한다. 초창기 댓글 창은 혼란스러워하는 누리꾼 반응으로 가득 찼다. 김씨의 독보적 취향을 두고 ...

    1571호2024.03.27 06:00

  • [꼬다리]신속하고 일방적인 박민 사장의 KBS
    신속하고 일방적인 박민 사장의 KBS

    KBS가 <전국노래자랑> 진행자(MC)인 코미디언 김신영을 교체한다는 사실이 지난 3월 4일 알려졌다. 김신영의 소속사는 그날 통화하며 “협의가 없었다. 하차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KBS는 2022년 김신영을 발탁하면서 ‘사상 최초 여성 MC’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한순간에 돌아섰다. ‘갑’인 거대 방송사에 ‘을’인 연예인 측이 이렇게 반발할 정도라면 그 서운함이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갔다.시청자 청원 게시판이 ‘김신영을 놔두라’라는 항의로 뒤덮이자 KBS는 ‘시청률 때문’이라는 입장을 냈다. 시청률 감소 추이부터 시청자 불만 건수까지 자세히 공개했다. 사측의 입장을 방어하는 근거였겠지만 프로그램에 헌신한 사람에 대한 예의를 잃은 행동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부관참시’라는 말이 나왔다. 일각에선 MC 교체에 정치적 압박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심지어 김신영이 ‘문재인 시계’를 자랑해 쫓겨났다는 음모론이 돌았다....

    1570호2024.03.20 06:00

  • [꼬다리]천사들은 어디에 내려올까요
    천사들은 어디에 내려올까요

    “모든 어린이는 신이 인간에 대해 절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이 땅에 보낸 사신이다.” 인도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는 이렇게 썼다.아이들이 정말 천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결과적으로 천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건 비교적 분명해 보인다. 엘리베이터에서 우리는 종종 어머니의 품에 안긴 아기와 눈을 마주친다. 그때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짓는가. 뒤뚱뒤뚱 걷는 조카를 바라보는 어른들은 화기애애하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카페에서도 건너편에 앉은 아이와 엄마가 까르르대고 있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화를 씻어내고 미소를 칠하는 것. 천사의 일이 뭐 다른 일일까.천사의 인구가 감소한다. 이 사회가 천국보다는 지옥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원인과 결과를 분명히 해야 한다. 천사가 줄어서 지옥이 되는 게 아니다. 지옥에 가까워질수록 천사의 발길이 끊기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 0.65명. 타고르의 말대로라면, 이 땅을 보는 신의 절망이 그만...

    1569호2024.03.12 0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