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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다리] 평범한 불행들
    평범한 불행들

    유튜버 쯔양의 교제폭력 피해를 빌미로 공갈을 일삼은 혐의를 받는 사이버 레커(온라인의 부정적 이슈에 관한 영상을 제작해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화제에 오른 것은 역시 사이버 레커인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때문이다. 가세연은 유튜브 방송에서 해당 유튜버들 간의 녹취록을 공개하며 의혹을 나열했다. 당사자인 쯔양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일방적 ‘폭로’였다. 쯔양은 애초 피해 사실을 공개할 생각이 없었지만, 가세연을 통해 사건이 공개되면서 오해나 억측을 방지하려 피해에 대해 말하게 됐다고 밝혔다.이처럼 사이버 레커들의 방송은 당사자의 동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가 상당하다. 지난 6월 1일 ‘밀양 성폭력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도 마찬가지다. 유튜버 나락보관소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동의를 구했다고 주장했지만, 피해자를 지원해온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들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나 역시 사이버 레커의 표적이 된 적 있다. 그들은 사실관계 확...

    1588호2024.07.19 16:00

  • [꼬다리] 인간이 미안해
    인간이 미안해

    지난 6월 대구의 한 실내 동물원에 취재를 다녀왔다. 지하의 실내 동물원에 7년을 갇혀 살던 백사자 부부가 마침내 야외 방사장이 있는 동물원으로 이사를 하는 날이었다. 이사 가기 전 백사자들이 살던 서너 평 남짓의 전시장은 햇빛도, 바람도 들지 않는 말 그대로 전시만을 위한 공간이었다.백사자 전시장 외에도 동물원 환경은 열악했다.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5월 영업을 중단했다는 실내 동물원은 위생 상태조차 엉망이었다. 여기저기 쓰레기가 쌓여 있었고, 온갖 오물을 모아 몇 년을 썩혀야 날 것 같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관리비를 내지 못해서 그런지 꺼져 있는 전등이 많아 어두컴컴했다.사막여우 전시장이었다는 유리상자는 잘 쳐줘 봐야 이사 박스 크기였다. 손님들이 만지기 체험을 하는 용도(?)로 따로 전시된 사막여우였다고 한다. 하이에나가 2년 동안 갇혀 있었다는 철제 케이지는 배설물 때문에 바닥이 다 삭아 있었다.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무책임할 수 있는지 보여주...

    1587호2024.07.17 06:00

  • [꼬다리] 노인만 잘못하는 운전은 없다
    노인만 잘못하는 운전은 없다

    영화 <인턴>에서 스타트업 인턴으로 들어간 70세 노인 벤은 차량 운전을 계기로 30대 젊은 CEO 줄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술을 마시거나 허둥대는 이전 운전기사와 달리 벤은 안정적으로 운전하며 길도 잘 안다. 영화 <오토라는 남자>의 은퇴 노인 오토도 발군의 운전 솜씨를 가진 것으로 그려진다.정작 노인이 운전과 관련해 주목받은 영화는 주인공이 교통사고를 내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다. 데이지는 장을 보러 가다가 기어 미숙으로 사고를 내고, 걱정한 아들은 흑인 운전사를 고용한다. 다른 인종인 두 사람이 친구가 되는 과정이 영화의 핵심이지만, 이를 본 미래학자들은 고령 운전의 위험성에 초점을 맞춰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신드롬’이란 말을 만들었다.지난 7월 1일 60대 운전자가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해 벌인 사고로 ‘노령 운전자’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9명이나 사망한 데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이라 충격이 컸다. 회사가 근처...

    1586호2024.07.10 06:00

  • [꼬다리] 밥 타령과 국가비상사태
    밥 타령과 국가비상사태

    “이렇게 서울에 와 있으면 남편 밥은 누가 차려줘?” 지난 6월 11일 모정당 의원총회가 열린 국회 본청 예결위 회의장에서 한 남성 의원이 여성 의원과 악수를 하며 말했다. 질문을 받은 의원은 별다른 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웅성댄 건 기자들이다. 특히 여성 기자들의 표정엔 당황스러움이 읽혔다. 입에선 “헐” 하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어색해진 공기 탓인지 남성 의원은 혼잣말하듯 서둘러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아이, 말 잘 못 했다. 밥은 알아서 차려 먹으면 되지.”남성 의원을 비방하고자 이 일화를 꺼낸 건 아니다. 70대인 그를 굳이 이해해보자면 친근감을 표현하려다 실수를 한 셈이었다. 말을 정정하기까지 했으니 이만하면 ‘나이스’했다. 다만 괴담처럼 전해오는 ‘남편 밥 타령’을 국회에서, 그것도 여성 의원을 상대로 한다는 점이 충격이긴 했다. 국회의원조차 여성이란 이유로 이런 소릴 듣는데, 내겐 얼마나 많은 오지랖이 쏟아질까 상상만으로 끔찍했다.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

    1585호2024.07.03 06:00

  • [꼬다리] A중사의 얼차려
    A중사의 얼차려

    나는 10여 년 전 경기 포천시의 한 육군 부대에서 병사로 복무했다. 우리 부대는 대대와 떨어져 간부와 병사 60~70명만이 생활하는 독립중대였다. 간부 중에 ‘악마’라고 불리던 A중사가 있었다. 병사들이 모두 두려워하는 존재였다. A중사가 민간인 시절에 ‘해결사’(채권자 대신 악성 채무를 수금하는 일)를 하다가 군인이 됐다는 소문이 돌았다.병사들은 2인 1조로 하루에 1회 이상 경계초소 근무를 섰다. A중사는 적군처럼 어둠을 틈타 은밀하게 초소에 접근해 병사들을 ‘습격’했다. A중사를 발견하지 못하면 ‘경계 실패’를 이유로 얼차려를 받아야 했다. 부대 주변을 폐쇄회로(CC)TV로 감시하는 ‘CCTV병’은 특히 가혹한 근무였다. A중사가 당직사관인 날 CCTV병 근무에 걸린 병사는 초주검이 됐다.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9시간 동안 꼼짝 않고 CCTV 화면만 뚫어지게 쳐다봐야 했기 때문이다. 깜빡 졸다가 A중사에게 들키면 역시 얼차려였다.누군가는 A중사의 엄...

    1584호2024.06.26 06:00

  • [꼬다리] 고장 난 기타, 전설이 되다
    고장 난 기타, 전설이 되다

    어떤 악기들은 연주자만큼이나 유명하다. 내가 즐겨 듣는 록 음악에도 전설이 된 기타가 여럿 있다. ‘그리니(Greeny)’란 별명을 가진 1959년제 일렉트릭 기타도 그중 하나다. 플리트우드 맥의 피터 그린과 ‘기타의 신’ 개리 무어를 거쳐 지금은 메탈리카의 커크 해밋이 소유하고 있다. 블루스 록 팬들은 그리니를 성배(聖杯)로 숭배하는데, 사실 그리니는 불량품이다.알려진 정보를 종합하면 이렇다. 1960년대의 어느 날 피터 그린은 런던의 한 악기 수리점에 그리니의 픽업(기타 줄의 소리를 잡아 앰프로 보내는 부품) 수리를 맡겼다. 작은 마이크인 픽업은 일렉트릭 기타의 소리를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다. 문제는 수리공이 픽업 수리를 잘 몰랐다는 데 있었다.수리공이 수리를 잘못하는 바람에 그리니의 소리는 달라져 버렸다. 픽업의 전기 신호가 어딘가 어긋난 것이다. 픽업을 뒤집어 부착해봐도 그리니의 소리는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피터 그린은 그냥 픽...

    1583호2024.06.19 06:00

  • [꼬다리] “죄송하다” 전제하에 주장하는 장애인 이동권
    “죄송하다” 전제하에 주장하는 장애인 이동권

    “먼저 제가 그날 버스를 막아서 불편했을 시민들께 죄송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지난 5월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발언에 나선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의 첫 마디였다. 박 대표가 말한 ‘그날’은 2021년 4월 8일이다. ‘저상버스 100% 도입 약속 이행’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여 기소됐다. 박 대표에겐 전장연 회원 20여명과 버스 운행을 23분간 방해하고 미신고 집회를 연 혐의(집시법 위반·업무방해)가 적용됐다.박 대표의 사과는 왜 ‘굳이’ 출퇴근 시간대에 당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느냐고, 그 방식은 또 왜 ‘굳이’ 그렇게 폭력적이어야 하느냐며 힐난한 얼굴 모를 시민들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날 방청석에는 사건 관련자 몇몇과 기자 두 명뿐이었다.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재판정에 쫓아온 이들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는 사과했다. 거의 비어 있는 방청석과 대비돼 그의 사과가 선명하게 법정에 퍼졌다.박 대표는 거...

    1582호2024.06.12 06:00

  • [꼬다리] 복원해야 할 마음
    복원해야 할 마음

    결혼을 앞둔 애인과 살림을 꾸린 지인이 탁상시계를 하나 샀다. 사고 보니 실제 시간과 따로 노는, 어딘지 엉성한 시계였다. 애인은 사도 왜 이런 걸 샀냐고 면박을 줬다고 한다. 당시 화원을 운영하는 이들에게는 비수기가 지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려 최저가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지인은 털어놨다. 마음이 상한 그는 얼마 뒤 울고 있는 애인의 뒷모습을 봤다. 그 모습이 가여웠다고 했다. 불쌍해서 사랑하고 사랑하니까 불쌍하다고, ‘가련한 마음’에 대해 지인은 말했다.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건 서로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귀해진 시대라는 생각이 부쩍 든다. 타인이 처한 상황을 접하고 동정심만을 느끼고는 자신과는 철저히 분리하는 ‘타자화’가 비판받아 왔다면, 이제는 이런 마음을 갖는 것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때가 온 것 같다. 특히 민의를 대변해야 하는 정치인에게 더욱더 그러하다.21대 국회는 1만6000건이 넘는 민생법...

    1581호2024.06.05 06:00

  • [꼬다리] 뜻하지 않은 새로움이 펼쳐질지도
    뜻하지 않은 새로움이 펼쳐질지도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키니스 장난감 병원’은 14년째 고장 난 장난감을 무료로 고쳐주고 있다. 다양한 직군에 종사하다 은퇴 후 장난감 박사가 된 사람들이 장난감을 치료해준다. 박사들의 손을 거치면 멈춰 섰던 오리 로봇도 다시 춤을 추고, 마우스가 고장 났던 뽀로로 컴퓨터도 말끔히 고쳐진다.개인적으로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지난해 은퇴를 한 터라 장난감 박사들의 은퇴 전 직업에 눈길이 갔다. 금속공학과 교수, 조선공학과 교수, 전자업체 연구원. 페인트 회사에서 영업부터 총무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는 한 장난감 박사는 키니스 장난감 병원에서 온라인 접수와 택배 관리 등 행정 업무를 맡고 있다.그중 원덕희 박사(70)는 공업고등학교 교장 선생이었다. 원 박사의 전문 분야는 모빌이다. 지난해에만 400개가 넘는 모빌을 고쳤다. 원 박사는 몇 개의 모빌이 장난감 병원에 입원했고, 입원한 것 중 자신이 몇 개를 고쳤는지도 매일 기록한다. ‘이걸 굳이 왜 기록하냐’고 물어보니 “못 고치...

    1580호2024.05.29 06:00

  • [꼬다리] ‘공천 과락’에 대한 상상
    ‘공천 과락’에 대한 상상

    5월 16일부로 ‘탈(脫)정치부’ 인사 발령이 났다. 문재인 정권 말미인 2021년 9월 28일 국민의힘에 배치됐으니, 꼭 2년 7개월 반 만이다. 그사이 ‘윤석열 후보’의 당내 경선 통과와 대통령 당선을 지켜봤고, 지방선거와 국회의원선거까지 치렀다. 기자들의 농담을 빌리면 ‘그랜드 슬램’이다.그런데도 정치인들 생각하는 방식이나 정치권 돌아가는 생리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들이 권력 획득에 골몰하고 민생엔 무감하단 건 쉬운 비판이다. 정치권에 몸담아 본 사람은 누구나 의원들의 지독한 스케줄을 안다. 대부분은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당 공식 일정이니 지역구 동네잔치니 온갖 행사에 참석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시간을 쪼개 만나는 사람도 많다. ‘민심’을 모를 수가 있나.‘그럴 수 있다’는 게 내 잠정 결론이다. 의원들이 만나는 사람은 누구인가. 같은 의원부터 기자, 정부 공무원, 법조인, 기업가까지 힘세고 목소리 큰 사람이 상당수다. 혹은 조직된 소수다....

    1579호2024.05.22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