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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다리] ‘두쫀쿠’와 두꺼비
    ‘두쫀쿠’와 두꺼비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를 꼽으라면 ‘두쫀쿠’가 아닐까. 두쫀쿠는 두바이 쫀득 쿠키의 줄임말로, 버터에 볶은 카다이프(중동식 면)를 피스타치오 크림에 섞은 뒤 마시멜로 반죽으로 동그랗게 말아낸 디저트다. 쿠키라고 불리지만 오븐에 굽는 과정이 없고 말랑한 피가 특징이라 오히려 떡에 가깝다. 두쫀쿠의 원조 격인 두바이 초콜릿의 유행은 2024년 말 시작됐다. 그땐 높은 가격과 낮은 접근성 탓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그런 나도 지난해 말부터 퍼진 두쫀쿠 유행은 피하지 못했다. 파는 가게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초, 서울 이수역 인근에서 6000원짜리 두쫀쿠를 처음 사봤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맛있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고소하고 바삭한 카다이프와 부드럽고 달콤한 피스타치오 크림의 조화는 단번에 처진 기분을 끌어올렸다. 첫입을 떼는 순간 길게 늘어나는 마시멜로 피와 입술에 잔뜩 묻어나는 코코아 가루가 주는 시각적 재미도 있었다. 매일 먹고 싶은 마음은 ...

    1662호2026.01.09 14:59

  • [꼬다리] 원작에서 사라진 것
    원작에서 사라진 것

    지난달 <만약에 우리>(김도영 감독) 시사회가 끝나고 생각했다. ‘모처럼 몰입되는 멜로 영화를 봤다’고. 원작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2018)를 어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영화는 기분 좋을 만큼의 적당한 아련함을 남겼다.플롯은 간단하다. 20대 초반에 만나 서로 열렬히 사랑했지만, 결국 헤어진 옛 연인이 주인공이다. 이후 10년 만에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우리가 왜 헤어졌더라’ 과거를 회상한다.“가장 초라했던 그때, 가장 눈부시던 우리.” 영화의 홍보 문구가 암시하듯, 귀엽고 사랑스러운 연애를 하던 두 사람은 서로의 초라함을 견디지 못하고 헤어진다.둘은 대학생 때 만났다. 돈이 없어도 서로만 있으면 행복했다. 지방에서 상경한 은호(구교환 분)와 보육원에서 자란 정원(문가영 분)에게는 각자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하지만 사랑도, 꿈도 비싼 서울살이에 시들어간다. 돈이 필요해 적성에 안 맞는 일을 하느라 정말 원하던 일을 준비할...

    1661호2026.01.02 15:13

  • [꼬다리] 금연껌에 중독됐다
    금연껌에 중독됐다

    “담배를 끊으려고 금연껌을 씹잖아. 금연껌은 뭐로 끊어!” 배우 신현준이 억울한 목소리로 금연껌 중독을 호소하는 짧은 방송 영상을 봤을 때만 해도 나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금연껌을 못 끊는 사람’이 내가 될 줄은.지난 4월부터 시작한 금연이 어느덧 8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금연은 듣던 대로 쉽지 않았지만, 금연껌 덕에 큰 흔들림 없이 다짐을 지켜가고 있다. 문제는 8개월째 금연껌을 못 끊고 있다는 점이다. 금연껌이 다 떨어지면 왠지 담배가 다 떨어졌을 때보다 더 불안하다. 금연껌을 쉴 새 없이 씹어대는 탓에 턱에 쥐가 날 지경이다. 퇴근할 때까지 종일 질겅거리는 내게 한 후배는 ‘사실상 일하면서 담배를 계속 피우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물었고, 나는 못 들은 척했다.금연껌 씹기는 사실 완전한 금연이 아니다. 소량이지만 니코틴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금연에 실패했나 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지금 담배는 안 피우니까. 게다가 금연껌에는 ...

    1660호2025.12.26 15:31

  • [꼬다리] 떠오르는 얼굴들
    떠오르는 얼굴들

    아빠가 일을 그만둔 지 1년이 됐다. 30년 넘게 일하다 처음으로 길게 쉬는 아빠는 그간 산으로 들로 다녔다. 봄에는 두릅을 따고 여름엔 감자를 수확하고 가을엔 밤을 주웠다. 그리고 겨울을 맞아 다시 취업을 준비한다.아빠가 ‘제2의 인생’을 미리 계획한 것 같지는 않다. 하루는 “아빠 뭐 될 거야?” 물으니 “글쎄, 주택관리사 시험 쳐볼까?”라는 답을 들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되려면 주택관리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단다. “경비 일도 고려 중”이라고 하는데 “딴거 하면 안 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아빠가 관리사무소나 경비실에서 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몇 개의 장면과 수많은 이야기 때문이다. 아빠와의 대화 몇 주 전에도 엄마가 이런 얘기를 해줬다. “경민아, 우리 살던 아파트 있잖아. 최근 젊은 부부랑 초등학생이 이사 왔는데, 애가 첼로를 켜나 봐. 그 애가 첼로 학원 끝나고 다른 학원에 급하게 가야 했는지 경비아저씨한테 첼로를 맡아줄 수 있냐고 물...

    1659호2025.12.19 15:04

  • [꼬다리] 형님 정치
    형님 정치

    “형사들한텐 그냥 ‘형님’이라고 불러.” 수습기자로서 경찰서를 돌며 사건을 캐는 교육을 받기 시작한 무렵 모 언론사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딱딱한 경찰들을 대하는 팁이라며 조언을 해준 것이었다.당연하게도 인생에 ‘형님’이라는 존재가 없는 나는 이 말이 좀처럼 입에 달라붙지 않았다. 무언의 단독기사 압박을 느껴서인지 이 호칭을 몇 번 입에 올려봤으나 이내 포기했다. 당직을 서는 형사들에게 다가가 “형님 간밤에 무슨 일 없었어요?” 묻는 수습기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남성 중심의 경직된 조직에서 네트워크를 쌓기 위한 일종의 위장술이자 의연해 보이려는 자기 주문과도 같았다.기업에서 일할 당시엔 연차가 꽤 나는 상사를 사석에서 ‘형’이라고 부르는 남성 동료들을 적잖게 봤다. 이름에 ‘님’ 호칭을 붙여 서로를 부르는 게 이 기업의 문화로 공유됐지만 사실상 대외용이었다. 인사 시즌이면 몇몇 형이 가까운 아우들을 경쟁이 치열한 부서에 밀어준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1658호2025.12.12 14:44

  • [꼬다리] 2000년대 카페들
    2000년대 카페들

    요즘 우리 팀은 산업별 전문가를 인터뷰한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영화, 화장품, 라면, 조선업. 최근에는 15년 경력의 카페 사장을 만나 커피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커피 시장이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카페는 시작하기 전이 제일 좋아요. 요트랑 똑같아요. 사기 전이 제일 좋아”라고 말했다. 그에게 ‘카페의 장점도 말해달라’고 요청하자 “내가 여기서 커피 시장 좋다고 하면 악플이 달린다”고 말했다.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한국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얼마나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지 새삼 실감했다. 골목골목에 하도 많아서 ‘바퀴베네’라는 별명까지 있었던 카페베네, 24시간 영업해서 좋았던 탐앤탐스, 두툼한 허니브레드를 먹으러 갔던 엔제리너스도 예전만큼 보이지 않는다. 한때는 스타벅스에 대적했던 커피빈도 요즘은 좀처럼 볼 수가 없다. 그 자리는 어느새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같은 저가 커피 브랜드가 대체했다.그리고 ...

    1657호2025.12.05 14:49

  • [꼬다리] 이름에 대한 고민, 두 번째
    이름에 대한 고민, 두 번째

    국제 기사를 쓸 때마다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단어가 몇 있다. 러시아 정부·군대가 사용하는 ‘특별군사작전’이 그중 하나다. 침략 전쟁이라는 본질을 흐리는 말 같아 쓸 때마다 조심스러웠다. 그렇다고 내 멋대로 바꿔 쓸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나름 기준을 세웠다. 러시아 측 발언을 전할 때는 작은따옴표(‘’) 안에 넣어 적되, 기사 문장으로 풀어쓸 때는 침략, 침공, 전쟁 등 단어로 바꾸곤 한다.내가 러시아인이라면 이런 타협점을 찾기 어려웠을 것 같다.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 의회는 군대 관련 ‘가짜정보’를 유포한 사람에 대해 최대 15년 징역형 선고가 가능하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이 법을 근거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 비판한 야당 정치인 등이 옥살이를 했다. 왜 이리 엄하게 구는가. 전쟁임을 공식 인정했다가 대외 책임 부담이 늘고 내부 비판 여론이 커질까 러시아 정부가 걱정해서란 분석을 나중에야 알았다.일본 기사를 쓸 땐 ‘처리수’와 ‘오염수’ 표현이 고민이다. 처리수는...

    1656호2025.11.28 14:44

  • [꼬다리] APEC, 그리고 경주
    APEC, 그리고 경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가 끝난 지 약 3주가 지났다. 10월 말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쉴 새 없이 일이 몰아쳤다. 이재명 대통령은 APEC 기간 미·중·일을 포함해 총 13개국 정상과 양자 회담을 했다. 곧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의 일이기도 했다. 11월 1일 밤 11시 무렵 경주역에서 서울행 KTX에 몸을 싣고 생각했다. ‘앞으로 한 5년은 경주에 올 일이 없을 거다.’APEC 소회를 풀어볼까 하니 ‘경주’라는 공간만 기억에 남았다.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 미·중·일 정상회담 등 굵직한 뉴스의 뒷이야기를 풀어놓고 싶었는데, 10여 년 만에 마주한 경주 풍경과 그곳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이 또렷하다.울산에서 나고 자란 내게 경주는 낯선 도시가 아니다. 초·중·고교 시절, 경주는 영남권 청소년들의 수학여행·체험학습의 성지였다. 그래서 내심 경주에서 APEC이 열린다고 했을 때 반가웠다. 여러 우려가 혼재했지만, 경주가 ‘한국적인’ 도시라는 점...

    1655호2025.11.21 14:59

  • [꼬다리] 오래된 극장을 아끼는 마음
    오래된 극장을 아끼는 마음

    문화부에 와서는 부쩍 오래 살아남은 공간들에 눈길이 간다. 왜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을까, 고민하고 걱정하는 이들을 숱하게 봐서일까. 땅값과 임대료가 분명 숨통을 조를 텐데도, 가치 있는 공간을 일궈보려는 노력에 마음이 간다.어느 술자리에서 “광주에 극장이 있는데, 내년에 100주년인가 그렇대…”라는 광주광역시 출신 지인의 말이 귀에 꽂힌 건 그래서다. 요즘 같은 시대에 100년이 다 돼가는 극장이 있어? 집에 가는 길에 ‘광주, 극장, 100년’을 검색했다. 어라, 100년은 아니고 올해가 90주년이란다. 지인은 “100주년을 준비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숫자를 착각한 모양이었지만, 뭐. 90년도 이미 귀하다. 극장에 대한 궁금증에 지난 10월 26일 출장을 떠났다. 광주 동구 충장로5가 광주극장으로.생각보다 좁은 골목에 예상보다 큰 건물이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극장이자, 유일하게 남은 단관극장이라는 설명에 걸맞게도 4층짜리 건물은 회칠이 군데군데 벗겨져 있...

    1654호2025.11.14 14:51

  • [꼬다리] 한국베이글뮤지엄
    한국베이글뮤지엄

    오래전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의 콘셉트에 대한 누군가의 비판을 온라인에서 읽은 적이 있다. 런베뮤는 메뉴판을 영어로만 적고 영국 여왕 관련 상품을 팔 만큼 콘셉트에 ‘진심’인데 정확성은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가령 런베뮤는 ‘팁 박스’를 놓지만, 정작 영국엔 팁 문화가 없다고 한다. 베이글은 유대인이 미국 뉴욕에서 유행시킨 음식이라 런던과는 거의 관련이 없다고도 글쓴이는 덧붙였다. 조금 웃기긴 했지만, 그 자체로 큰 문제인가 싶었다.사망 직전 ‘주 80시간’ 수준의 과로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떠난 20대 노동자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때 그 글이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콘셉트가 어쨌든 런베뮤는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뜨거운 ‘핫플’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저 겉만 번지르르했다.과로사 의혹 보도 이후 ‘쪼개기 계약’과 열악한 노동환경이 직원들의 폭로로 불거졌다. 경쾌한 매장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과도한 감정노동을 강요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측이 산재를 신...

    1653호2025.11.07 1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