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연재

꼬다리
  • 전체 기사 254
  • [꼬다리] 30%, 미완의 과제
    30%, 미완의 과제

    더불어민주당은 6·3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 10일 ‘대한민국 국가정상화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 발표한 외부 영입 상임선대위원장 4명 중 3명이 여성이다. 대구 출신 외과 의사 금희정씨, 안선하 세계보건기구(WHO) 자문관, 미얀마에서 귀화한 배우 이본아씨 등이다. 지도부는 “대통합, 대포용 통합형 선대위”라고 자평했다. 이 수식어에 반박할 사람은 거의 없다.그런데 어딘지 씁쓸한 뒷맛을 감출 수 없었다. 25명 중 2명. 서울 지역 구청장 후보 가운데 여성의 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여성 후보를 각 1명씩 냈다. 양당 광역단체장 후보 중 여성은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추미애·양향자 후보뿐이다. 이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양당 여성 후보는 충남 아산을 전은수(민주당)·김민경(국민의힘) 후보, 대구달성 이진숙(국민의힘) 후보 등 3명에 그쳤다.공직선거법 제47조는 정당이 지방의원 후보자를 추천할 때 전체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하도록 노력하고, 광역...

    1679호2026.05.15 14:20

  • [꼬다리] 관광지가 여행객에게 남겨야 할 것
    관광지가 여행객에게 남겨야 할 것

    최근 찾은 싱가포르는 관광지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10분만 돌아다녀도 셔츠가 땀으로 젖을 만큼 더웠다. 공기에는 습기가 무겁게 달라붙었다. 그렇다고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처럼 압도적인 자연풍광이 있는 국가도 아니었다. 발리나 사이판처럼 투명한 바닷속을 즐기기에도 여의치 않았다. 잦은 비가 바닷속 시야를 흐렸다.그런데도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은 여행객으로 가득했다. ‘속았다’는 표정을 예상했지만, 여행객들의 표정은 오히려 만족과 여유가 읽혔다. 이런 만족감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싱가포르 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싱가포르 방문객은 약 1800만명, 관광 수입은 300억싱가포르달러(약 35조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 면적은 한국의 140분의 1 수준이지만, 관광객과 수입은 비슷하거나 더 많다.싱가포르의 한 카페에 앉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서 우리가 즐기는 것은 풍경보다 일종의 감각이 아닐까.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해방의 감각’이라고 해야 할까.싱가포르는 ...

    1678호2026.05.08 14:39

  • [꼬다리] 챗GPT 가라사대
    챗GPT 가라사대

    한동안 챗GPT·제미나이와 대화하는 데 푹 빠져 지냈다. 한 번에 두세개씩 질문하다가 금세 이용 한도에 도달해 내일을 기약하기도 했다. 주로 투자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인공지능(AI)은 산업이나 주식 흐름에 대한 분석을 꼼꼼하게 해줬다. 웬만한 애널리스트 보고서보다 나은 것 같았다.결국 오랫동안 묵혀뒀던 주식 계좌를 열어 지난해 말 투자를 다시 시작했다. AI에 따르면 내 투자 포트폴리오는 ‘AI 시대에 떠오를 다크호스이자 생태계 내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기업들’로 구성돼 있었다. 탄탄한 논리를 내놓는 바람에 그만 설득당하고 말았다. ‘투자는 미지의 영역’이라고 믿던 나에게 AI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자신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투자 성적이 신통치 않아 여러 대안을 물어봤고, 그때마다 AI는 그럴듯한 말로 내 판단을 은근히 추켜세웠다. ‘정말 핵심을 찔렀다’는 둥 낯간지러운 아부를 하지는 않았지만, 내 질문 방향을 최대한 거스르지 않으려 했다. 내 의견...

    1677호2026.05.01 14:19

  • [꼬다리] ‘98년생 김현진’에 사과하라
    ‘98년생 김현진’에 사과하라

    지난 4월 17일 문단 내 성폭력 고발에 앞장섰던 김현진씨의 부고 사실이 알려졌다. 사망 소식을 전하는 언론 기사엔 ‘향년 28세’란 그의 나이가 쓰였다. 그 다섯 글자에서 한참 눈을 떼지 못했다. 향년은 ‘한평생 살아 누린 나이’란 뜻이라 한다. 김씨는 마음껏 누렸어야 할 생애 스물여덟 해 중 10년을 성폭력 폭로에 따른 2차 가해와 함께했다.김씨는 2016년 ‘#문화예술계_내_성폭력’ 고발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하며 시인 박진성에게 당한 언어성폭력을 트위터(현 엑스)에 게시했다. 박씨는 자신이 ‘가짜 미투’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김씨에 대한 전방위적 2차 가해에 나섰다. 김씨에 대한 공격은 박씨가 2024년 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확정받고서야 끝이 났다. 아니, 끝난 것처럼 보였다.김씨는 2023년 11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항소심에서) ‘1년 8월의 실형’이 선고돼 법정 구속까지 됐는데, 사회가 너무 조용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676호2026.04.24 15:07

  • [꼬다리] 우울에 손 내미는 노래
    우울에 손 내미는 노래

    간만에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래들이 내 플레이리스트를 채우고 있다. 악뮤(AKMU)와 한로로. 음원 순위에서도 최상단에 있는 이들이니 ‘우리의’ 플레이리스트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악뮤는 정규 4집 <개화>를 발매하면서 슬럼프에 빠진 동생 이수현이 우울과 대인기피증, 폭식증 등을 겪었다는 걸 덤덤히 밝혔다. 이찬혁이 그를 감정의 늪에서 꺼내기 위해 어떻게 함께했는지를 기록한 홈비디오 형식의 미니 다큐멘터리도 공개됐다. 함께 살며, 운동하며, 순례길을 걸으며…. 이수현을 찍는 카메라에는 그가 짜증을 내기보다 웃는 모습이 점점 더 담긴다.우리는 순간 스친 표정 하나로도 사람을 재단해버리곤 한다. 연예인을 평가하기란 더 쉽다.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마음이 한때 병들었음을, 곁에 있어준 사람들 덕에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음을 이야기하는 이수현의 용감함이 놀랍고 아름답다.이 특별한 남매의 이야기는 우울을 겪고 있거나 겪어낸 사람에게도, 그를 곁에서 지켜본 ...

    1675호2026.04.17 14:55

  • [꼬다리] 글자 가리고 아웅
    글자 가리고 아웅

    평소처럼 인스타그램 ‘돋보기’를 뒤적이며 좀비처럼 도파민을 찾아헤매던 어느 날이었다. 카드뉴스로 가공된 재밌고 시시껄렁한 ‘썰’들을 보는 게 취미인데, 그날따라 특이한 현상이 새삼 눈에 띄었다.카드뉴스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범죄나 죽음을 연상시키는 단어의 글자 일부를 특수문자로 바꾸거나 모자이크 처리하는 것이다. ‘범○(범죄)’, ‘마○(마약)’, ‘살○(살인 또는 살해)’, ‘○살(자살)’…. 심지어 ‘죽었다’는 서술어도 ‘○었다’ 같은 식으로 쓰인다. 초성만으로 ‘ㅂ죄’ ‘ㅁ약’ 같이 쓰거나.신문이나 뉴스에서도 자주 쓰는 단어다. 그런데 언론보다 훨씬 자유롭게 언어를 쓸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왜 그 단어들이 가려질까? 찾아보니 가장 유력한 사유는 ‘자체검열’이었다. SNS 운영사나 알고리즘이 범죄·죽음 관련 단어를 기계적으로 차단(필터링)하기 때문에, 작성자가 애초에 알아서 단어를 가리는 것...

    1674호2026.04.10 14:46

  • [꼬다리] 종량제 봉투 너무 싸다
    종량제 봉투 너무 싸다

    “일반 쓰레기봉투 있어요?”, “다 떨어졌어요. 월요일에 들어와요.”지난 주말 동네 슈퍼에 갔다가 계산대 앞에서 손님과 직원이 나누는 말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집에 와서 종량제 봉투가 몇 장인지 세어봤다. 5ℓ짜리 일반 쓰레기봉투가 11장, 1ℓ짜리 음식물 쓰레기봉투가 15장 있다. ‘쓰봉 대란’ 전 사놓은 것이다. 우리 집은 이 정도면 한참 버틴다. 한숨 돌렸다.처음엔 대란이 왜 나는지 의아했다. 쓰레기봉투 가격은 단순 봉툿값이 아니라 내가 버린 쓰레기에 대해 내는 값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봉투를 만드는 데 드는 재룟값도 포함돼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종량제 봉투를 사면서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를 수거하고, 운반하고, 처리하는 과정에 수반되는 전체 비용에 대해 일부를 지급하는 것이다. 많이 버리는 사람은 많이 내고, 적게 버리는 사람은 적게 낸다. 30여년 전 종량제 제도가 만들어진 핵심 원리다. 그러니 최저임금이 오르고 유류비가 출렁일 때도 ...

    1673호2026.04.03 14:40

  • [꼬다리] 한가한 이야기
    한가한 이야기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3월 10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6·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제안하자 “한가하게 개헌을 논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여당이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법 등 이른바 ‘검찰개혁’ 법안을 일방 처리하는 데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반응이었지만, 중요 의제를 ‘한가한 이야기’로 치부해버리는 국회 풍경은 익숙해진 지 오래다.과반 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검찰과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 처리에 당력을 집중해왔다. 재판소원, 법왜곡죄, 대법관 증원 입법에 이어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공소 유지만 담당하는 공소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이 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민주당은 검찰개혁 법안이 곧 ‘민생 입법’이라고 주장한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로 피해를 본 건 비단 정치인만이 아니라는 취지다. 문제는 여당이 일부 검사들의 권력 남용을 교정하는 데만 몰두해 대부분 시...

    1672호2026.03.27 13:39

  • [꼬다리]대통령의 ‘주유소 폭리’ 프레임이 놓친 것들
    대통령의 ‘주유소 폭리’ 프레임이 놓친 것들

    “유륫값 많이 안정돼가고 있나요? 바가지는 신고하세요.” 석유류 최고가격제가 도입된 지난 3월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글 아래엔 경기 시흥 지역 18개 주유소의 1ℓ당 휘발유 가격이 표기된 지도도 첨부돼 있었다. 이 글은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일부 주유소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지 여드레 만에 올라온 것이다. 당시에도, 이번에도 댓글 반응은 비슷했다. ‘주유소=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이었다.정부 부처는 이런 여론을 기름값 상승 억제에 활용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부터 “국가 위기에 무분별하게 가격을 올리는 파렴치한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주유소 폭리 프레임을 강화했다. 그래서일까. 시장 가격 개입 우려로 사문화된 최고가격제 도입도 큰 반발이 없었다.하지만 주유소가 일방적 비난을 받는 것이 온당한가는 의문이 남는다. 이들 발언 어디에서도 주유소들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던 이유를 살핀 흔적을...

    1671호2026.03.20 14:40

  • [꼬다리] 왜 ‘고소득’만 문제 삼을까
    왜 ‘고소득’만 문제 삼을까

    지난해 11월 10일 대학 동기들과의 술자리가 가끔 떠오른다. 왜 날짜를 기억하느냐면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 청약 디데이여서다. ‘당첨만 되면 30억원 로또’라는 둥 각종 희망적 전언이 여기저기 떠돌 때였다. 소문에 따르자면 신청 안 하는 사람이 바보 같았다. 하지만 정작 술자리에 청약 신청한 사람은 없었다. 친구는 “현금 20억원은 있어야 한다는데, 그 돈을 어디서 구하냐”고 했다.지난해 ‘6·27 대책’ 발표 이후 상황이 기억난다. 대책 요지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묶는다는 것이었다. 이후 일부 언론에서 ‘고소득 흙수저 강남 입성 막혔다’는 유의 기사가 나왔고, 이에 ‘고소득이 어떻게 흙수저냐’, ‘언론이 부자 걱정해준다’는 등 비판이 제기됐다.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성토와 과욕이라는 비난이 서로를 겨냥하는 나날이었다.개념상 혼란부터 정리해야겠다. 소위 ‘수저 계급’은 소득이 아닌 세습 자산의 많고 적음을 기준으로 나뉜다. 연봉 1억원 이상인 ...

    1670호2026.03.13 1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