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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다리] 왜 ‘고소득’만 문제 삼을까
    왜 ‘고소득’만 문제 삼을까

    지난해 11월 10일 대학 동기들과의 술자리가 가끔 떠오른다. 왜 날짜를 기억하느냐면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 청약 디데이여서다. ‘당첨만 되면 30억원 로또’라는 둥 각종 희망적 전언이 여기저기 떠돌 때였다. 소문에 따르자면 신청 안 하는 사람이 바보 같았다. 하지만 정작 술자리에 청약 신청한 사람은 없었다. 친구는 “현금 20억원은 있어야 한다는데, 그 돈을 어디서 구하냐”고 했다.지난해 ‘6·27 대책’ 발표 이후 상황이 기억난다. 대책 요지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묶는다는 것이었다. 이후 일부 언론에서 ‘고소득 흙수저 강남 입성 막혔다’는 유의 기사가 나왔고, 이에 ‘고소득이 어떻게 흙수저냐’, ‘언론이 부자 걱정해준다’는 등 비판이 제기됐다.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성토와 과욕이라는 비난이 서로를 겨냥하는 나날이었다.개념상 혼란부터 정리해야겠다. 소위 ‘수저 계급’은 소득이 아닌 세습 자산의 많고 적음을 기준으로 나뉜다. 연봉 1억원 이상인 ...

    1670호2026.03.13 14:56

  • [꼬다리] 어쩔 수가 없다
    어쩔 수가 없다

    ‘※즉시 보도 가능 [이재명 대통령 X(엑스·구 트위터) 메시지]’ 요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밤낮으로 보는 알림이다. 대통령이 SNS에 글을 올렸다는 사실을 알리는 공지다. 진작에 이 대통령 SNS 계정을 팔로우하고 알람 설정까지 걸어둔 상태다. 취임 초반 국정 홍보에 집중됐던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올해 들어 업로드 횟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주제도 부동산, 민생 현안으로 확장됐다. 대통령의 공식 석상 발언뿐 아니라 SNS 메시지도 허투루 넘기지 않고 바삐 좇아야 한다.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이 대통령의 엑스 글을 전수조사했다. 과거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부터 SNS 사랑이 남달랐던 이 대통령이다. 그런 그가 대통령의 자리에서 본격 펼쳐보이는 SNS 정치에는 어떤 전략이 숨어져 있을지도 궁금했다. 기사 마감은 쉽지 않았다. 마감 당일(2월 13일)에도 이 대통령은 쉴새 없이 SNS에 글을 올렸다. 해병대 연평부대 방문 일정이 기상 상황으로 취소된 날이었다. 활동은 SNS로 ...

    1669호2026.03.06 14:59

  • [꼬다리] 리뷰의 선을 고민하는 일
    리뷰의 선을 고민하는 일

    나는 느린 관객이었다. 지인들로부터 “그 영화 봤어? 좋더라”는 얘기를 몇 번 들어야 ‘한번 봐볼까?’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건 내가 관대하지 못한 편이어서기도 했다. 캐릭터를 쌓다 말고 갑자기 감정선이 널을 뛰거나, 영화라 쳐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반복되거나, 감독의 부적절한 여성관이 의심되는 장면이 거슬리거나. 갖가지 이유로 ‘못 만든’ 영화가 (내 기준에) 많았다. 정보 없이 갔다가 2시간 내내 고통받고 싶지 않았다. 평이 좋은 영화를 뒤늦게 골라보는 이유였다.문화부 영화 담당인 지금 나는 누구보다 빠른 관객이다. 언론 시사회는 대부분 영화를 일반에 처음 내놓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일로 영화를 본다는 건 대체로 호사지만, 좋은 것만을 쏙쏙 편식하던 내게는 그 자유를 잃는 일이기도 했다. 취향에 맞지 않는 영화여도 일단 봐야 하니까. ‘제발 의외로 잘 만들었기를.’ 암전되기 전 시사회장에서 남몰래 기도하게 됐다. 꼼짝없이 2시간을 묶여 있을 나를 위해.그런데 희한했다...

    1668호2026.02.27 13:11

  • [꼬다리] 몬주익 아저씨
    몬주익 아저씨

    신혼여행으로 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몬주익 성. 9월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 아래 우리 부부는 녹초가 된 채 잔디밭에 망연히 앉아 있었다. 지칠 만도 했다. 정신없이 결혼식을 치른 뒤 눈만 겨우 붙이고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탔으니. 몬주익 성에 오기 전에도 우리는 ‘한국인답게’ 숙제하듯 이곳저곳을 헐레벌떡 돌아다닌 참이었다. 피로에 젖은 우리는 눈앞에 서커스단 묘기가 펼쳐지는데도 자꾸 집중력을 잃었다.그 아저씨를 마주친 건 서커스를 다 보고 마지막으로 몬주익 성을 한 바퀴 돌던 때였다. 아마도 몬주익 성 관리직원이었을 그 아저씨는 형광 점퍼를 걸치고, 300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웅장한 고성의 성벽에 기대, 언덕 아래로 펼쳐진 드넓은 바다를 뒷배경 삼아, 멍때리고 있었다. 휴대전화도 없이 몸에 힘을 다 빼고 광합성하는 식물처럼 팔을 흐느적거렸다. 너무도 성실하고 장엄한 멍때림이었다.와, 저 아저씨 봐. 진짜 잘 쉰다. 역시 여유의 스페인인가 하며 웃던 우리는, 갑자기 그 모습...

    1667호2026.02.13 15:01

  • [꼬다리] 하우 아 유, 생큐 앤드 유
    하우 아 유, 생큐 앤드 유

    “모든 에너지는 장점과 단점이 있어요. 태양광은 친환경이고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굉장히 큰 장점을 갖고 있지만, 간헐성이라고 해서 자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어요. 원자력도 우리가 원할 때 전기를 뽑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주민들이 좀 불안해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같은 것을 조화롭게, 우리나라에 딱 적합하게 에너지를 잘 섞어서 써야 해요. 그걸 우리가 에너지믹스라고 합니다.”“태양열 에너지랑 원자력 에너지랑 의견이 분분한 거로 알고 있는데, 원자력 에너지도 저탄소라면 원자력 에너지가 더 좋은 거 아닌가요?”라는 가수 이창섭의 질문에 조형규 서울대 원자력핵공학과 교수가 답한 내용이다. 이 장면을 2년 전, 유튜브 예능 ‘전과자’에서 봤다. 원자력핵공학과 교수니까 원자력 편을 들지 않을까 예상하며 봤는데 각각의 장단점을 설명하며 ‘잘 섞어 써야 한다’는 말이 의외였다. 오랜만에 보는 에너지에 대한 거리감과 균형감 있는 시선이라는 생...

    1666호2026.02.06 14:33

  • [꼬다리] 구려도 하는 것의 의미
    구려도 하는 것의 의미

    “구려도 하는 것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영화 <세계의 주인>의 윤가은 감독은 지난해 12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가 주관한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친족 성폭력 문제를 영화에 담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들여다봐야 하는 것을 피하지 않고 들여다본다면, 하는 동안 배울 것 같았다”며 이렇게 답했다.돌이켜 보면 내가 붙잡아온 것 역시 ‘구려도 한다’는 마음이었다. 뭔가 구린 것이 될 것만 같지만 일단 하고, 내 품에서 떠나보내는 것. 인터뷰에 꽤 공을 들이고, 이것저것 신경 쓴 취재여도 기사를 쓰면서 ‘어떡하지. 구린 것 같아’ 불안이 엄습했다. 그래도 어쩌나. 마감은 다가오고, 기사는 내 손을 떠난다.어떤 글은 구린 무언가로서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고, 또 어떤 글은 나름의 의미를 남겼다. 가령 인터뷰이가 기사를 보고는 자신의 경험을 재해석할 수 있어 좋았다고 연락을 준다거나, 기사가 던진 질문에 호응하며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독자의 반응을 접...

    1665호2026.01.30 15:05

  • [꼬다리] 중국 로봇 기업의 근거 있는 자신감
    중국 로봇 기업의 근거 있는 자신감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6년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26)’.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내세운 복싱 로봇은 기대에 못 미쳤다. 느린 발은 스파링 내내 상대방을 쫓아가는 데 급급했고, 타이밍을 못 맞춘 주먹은 허공만 갈랐다. 스파링 상대의 주먹을 피하지 못하고 나뒹굴기도 여러 번이었다. 일어서는 것도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하지만 유니트리 직원들은 당당했다. 엉망인 모습에 주눅이 들 법도 했지만, “우리는 최고의 품질을 갖춘 로봇 몸체를 만들고 있다”며 자신들의 기술력을 추켜세웠다. 다른 중국 로봇 부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중국 직원들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용화”, “세계 최대 규모 로봇 데이터”, “세계 최고 로봇 기술력”은 이들이 입에서 빠지지 않는 문구였다.자신감의 근거가 궁금했다. 중국 부스들을 천천히 살펴봤다. 오락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내세운다는 점은 비슷했지만, 특화한 세부 기술...

    1664호2026.01.23 15:01

  • [꼬다리] ‘가짜 미어샤이머’ 시대
    ‘가짜 미어샤이머’ 시대

    이것은 하마터면 쓸 뻔했던 기사 이야기다.지난해 12월 초 SNS에서 미국 국제정치학계 석학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중·일 갈등을 분석한 발언 영상을 봤다. 영상에서 미어샤이머 교수는 일본이 “세계 최대 제조업 기반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 허브를 상대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국과의 갈등은 “경제적 안정성과 장기적 안보 모두를 훼손하는 오판”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양국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향후 상황도 일본에 불리하게 전개될 것이란 분석이었다.국제부 일본 담당 기자 입장에선 혹할 만한 이야기였지만 기사로 쓰진 못했다. 영상 풀버전을 찾지 못해서였다. 해당 영상 자막은 중국어였고, 길이는 2분가량으로 짧았다. 편집본으로 짐작돼 자칫 그의 말을 왜곡하게 될까 우려됐다. 며칠 전 업로드된 영상이어서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판단도 있었다.이후 해당 영상이 ‘조작 영상’이라는 AFP 통...

    1663호2026.01.16 15:05

  • [꼬다리] ‘두쫀쿠’와 두꺼비
    ‘두쫀쿠’와 두꺼비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를 꼽으라면 ‘두쫀쿠’가 아닐까. 두쫀쿠는 두바이 쫀득 쿠키의 줄임말로, 버터에 볶은 카다이프(중동식 면)를 피스타치오 크림에 섞은 뒤 마시멜로 반죽으로 동그랗게 말아낸 디저트다. 쿠키라고 불리지만 오븐에 굽는 과정이 없고 말랑한 피가 특징이라 오히려 떡에 가깝다. 두쫀쿠의 원조 격인 두바이 초콜릿의 유행은 2024년 말 시작됐다. 그땐 높은 가격과 낮은 접근성 탓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그런 나도 지난해 말부터 퍼진 두쫀쿠 유행은 피하지 못했다. 파는 가게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초, 서울 이수역 인근에서 6000원짜리 두쫀쿠를 처음 사봤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맛있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고소하고 바삭한 카다이프와 부드럽고 달콤한 피스타치오 크림의 조화는 단번에 처진 기분을 끌어올렸다. 첫입을 떼는 순간 길게 늘어나는 마시멜로 피와 입술에 잔뜩 묻어나는 코코아 가루가 주는 시각적 재미도 있었다. 매일 먹고 싶은 마음은 ...

    1662호2026.01.09 14:59

  • [꼬다리] 원작에서 사라진 것
    원작에서 사라진 것

    지난달 <만약에 우리>(김도영 감독) 시사회가 끝나고 생각했다. ‘모처럼 몰입되는 멜로 영화를 봤다’고. 원작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2018)를 어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영화는 기분 좋을 만큼의 적당한 아련함을 남겼다.플롯은 간단하다. 20대 초반에 만나 서로 열렬히 사랑했지만, 결국 헤어진 옛 연인이 주인공이다. 이후 10년 만에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우리가 왜 헤어졌더라’ 과거를 회상한다.“가장 초라했던 그때, 가장 눈부시던 우리.” 영화의 홍보 문구가 암시하듯, 귀엽고 사랑스러운 연애를 하던 두 사람은 서로의 초라함을 견디지 못하고 헤어진다.둘은 대학생 때 만났다. 돈이 없어도 서로만 있으면 행복했다. 지방에서 상경한 은호(구교환 분)와 보육원에서 자란 정원(문가영 분)에게는 각자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하지만 사랑도, 꿈도 비싼 서울살이에 시들어간다. 돈이 필요해 적성에 안 맞는 일을 하느라 정말 원하던 일을 준비할...

    1661호2026.01.02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