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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다리] 히말라야를 여행하는 몇 가지 방법
    히말라야를 여행하는 몇 가지 방법

    지난봄 네팔 히말라야에 다녀왔다. 일주일 넘게 산길을 걸었다.여행 준비는 머리가 아팠다. 어떤 항공편을 탈지, 어떤 트레킹 코스를 걸을지, 무엇을 배낭에 넣을지… 여러 선택지에서 한동안 헤맸다. 히말라야 여행자를 위한 카페에는 수많은 후기와 조언이 있었다. 필요한 정보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더 나은 선택’이 있는 건 아닐까 불안을 자극하는 글도 많았다.여행을 다녀오며, 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이 나에게 맞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래서 여행자들 사이에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내게 잘 맞았던 몇 가지 선택을 소개하고 싶다.첫 번째는 여성 가이드와 함께 걷는 것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가려면 일행당 최소한 한 명의 현지 가이드를 고용해야 한다. 실종 등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인터넷에서 후기를 읽다 보면 한국말을 잘하고, 짐을 많이 들어주고, 비용까지 아껴주는 가이드가 좋은 가이드처럼 느껴진다.그러나 정작 내겐 한국어를 잘하는 가이드도, 힘센 가이드도...

    1687호5시간 전

  • [꼬다리] 누구나의 취약함
    누구나의 취약함

    “무슨 일 해요?” 지현이 테이블 맞은편 인국에게 묻자 “무슨 일 없었죠.” 다소 엉뚱한 대답이 돌아온다. 그러자 지현은 “카페에서 하거나 노래하거나”라며 일의 예시를 들었고, 인국은 “내가 이렇게 대화한 적이 없어서”라며 멋쩍게 웃는다. 인국은 50분 정도 지나자 이만 가봐야 할 것 같다며 자리를 뜬다.SBS <내 마음이 몽글몽글-몽글상담소>에 출연한 발달장애인들 간의 소개팅 장면이다. 주로 집과 수영장만을 오간다는 인국은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불안해진다. 어쩌면 50분이 밖에 나와 타인과 대화해 본 최장 시간이었으리라. 그는 소개팅 전, 자신을 소개하는 법과 상대와 어떻게 대화를 할지 예행연습도 해갔다.지현은 또 다른 소개팅 자리에서 “제가 지적장애를 갖고 있어서 시간·돈 계산도 약하고, 교통이 너무 어려워서… 연애한다면 교통 같이해줄 수 있을까요?” 묻는다. 준혁은 “저도 같은 지적장애이긴 한데, 남들하고는 다르지만 더 연습하고 있어요.” 답하며 자신의 ...

    1686호2026.07.03 14:45

  • [꼬다리] 불편한 협력
    불편한 협력

    협력은 기분 좋은 말이다. 정치인도, 학자도, 기업인도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협력이라는 말 앞에는 온갖 수식이 붙는다. 민관 협력, 포괄적 협력, 전략적 협력…. 하지만 넘치는 수식에 비해 실제 협력은 지지부진할 때가 많다. 기후위기 분야는 대표적이다. 협력을 외치는 국가들의 탄소 배출은 좀처럼 줄지 않는다. 기업들은 기후위기를 그저 사업의 명분이나 홍보용으로 활용한다.지난 5월 14일(현지시간) 경향포럼 인터뷰를 위해 만난 국제정치이론가 배리 고든 부잔 런던정치경제대 명예교수는 현재 인류가 ‘이중위기’에 처해 있다고 했다. 기후위기는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기후위기에 대응할 협력의 토대는 오히려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인터뷰는 영국 런던에 있는 자택에서 진행됐다. 집 안에서도 바깥의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 비가 막 그친 뒤였다. 햇빛이 젖은 풀잎 위로 내려앉아 반짝였다. 부잔 교수는 자신의 정원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익숙했던 식물이 사라지고, 못 보던 식물이 그 자...

    1685호2026.06.27 06:00

  • [꼬다리]K먹방 찍고 간 젠슨 황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
    K먹방 찍고 간 젠슨 황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

    검은 가죽점퍼를 입은 백발의 사나이 젠슨 황.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CEO와는 좀 다르다. 동네 음식점에서 팥빙수를 먹으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PC방, 야구장 등을 누빈다. 삼겹살집에서 고기쌈을 싸먹고, 치맥을 즐긴다. 그런 그에게 시민들도 열광한다. ‘IT 업계의 테일러 스위프트’로 불린다고 한다.지난 6월 8일 젠슨 황이 경기 성남의 네이버 1784 사옥을 방문했을 때도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도착 예정 시간보다 1시간 전부터 로비와 로비를 내려다볼 수 있는 2·3·4층 통로에는 사람들이 점차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가 등장하자 사람들이 일제히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렸다. 엔비디아의 대표 제품인 지포스 그래픽카드에 사인을 받기도 했다.언론에서는 그의 소탈한 행보를 두고 고도의 비즈니스 전략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친숙한 행보로 AI의 대중성을 높이고, 거리감을 줄이는 포석이라는 것...

    1684호2026.06.19 15:45

  • [꼬다리] 깔깔메이트를 찾아서
    깔깔메이트를 찾아서

    지난 4월 말부터 출입처를 떠나 디지털 플랫폼 기반 콘텐츠를 생산하는 부서에서 일하는 중이다. 마지막 내근이 2021년 6월이었으니 약 5년 만에 회사로 들어왔다. 업무가 완전히 손에 익은 건 아니지만, 좋은 동료들을 만나 내 몫을 찾아가며 일하고 있다. 다만 신문사에서 신문을 안 만드는 기자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다.숏폼이 대세가 된 시대에 ‘노잼’은 유죄다. 지면과 포털 밖 제3지대에서 팔리는 콘텐츠는 재미 추구를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다. 사회부, 정치부를 거치며 머리가 굳을 대로 굳은 내게 유일한 희망은 회사 내 ‘깔깔메이트’의 존재다. 가깝게는 유튜브팀, 뉴스레터팀 동료들이 있는데 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재밌으면서도 유익한 콘텐츠를 고민해온 이들이다. 그런 그들과 수다를 떨며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게 그나마 비빌 언덕이다.깔깔메이트는 말 그대로 함께 있으면 깔깔 웃게 되는 친구나 동료, 지인을 뜻하는 신조어다. SNS나 커뮤니티엔...

    1683호2026.06.12 15:13

  • [꼬다리] 언어를 넘어 통한다는 것
    언어를 넘어 통한다는 것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 출장을 다녀왔다. 그중 일본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와의 인터뷰가 아직도 종종 생각난다. 그는 올해 <올 오브 어 서든>으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하마구치와의 인터뷰는 한국어로 주고받는 <호프> 등 한국 영화 인터뷰와는 달랐다. 일단 한국어 통역이 없었다. 나는 영어로 질문을, 하마구치는 일본어로 대답을, 통역사는 영어로 전달을 할 터였다. 한 세션에 기자는 총 5명, 시간은 단 25분. 통역까지 고려하면 각자 질문 1개만 해도 빠듯할 시간이었다. 빠르고 정확하게 물어야 했다. 미리 노트북 메모장에 질문을 쓰고, 추리고, 영어 번역을 달아뒀다.5월 19일(현지시간) 오전,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나는 조금 당황했다. 유럽권 3명, 영미권 1명으로 추정되는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다들 종이수첩을 손에 쥐고 있었다. 노트북을 든 건 나뿐이었다. ‘타자 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나?’ 곁눈질하며 방에 들어갔다. 크고 어두운 방,...

    1682호2026.06.05 14:58

  • [꼬다리] 삼성전자 파업 앞에 ‘노동 투사’ 된 보수언론?
    삼성전자 파업 앞에 ‘노동 투사’ 된 보수언론?

    가끔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둘러싼 반응이 더 흥미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게는 삼성전자 파업이 그랬다. 삼성전자라는 한 기업의 노사관계 이슈에 온 나라가 들썩이는 것도 분석해볼 만한 일이지만, 특히 재밌었던 건 파업을 공격하기 위한 일부 보수·경제지의 논리 변화 과정이었다.처음에는 노조와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을 주면 기업이 휘청일 것이라는 분석,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예측,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지면을 덮었다. 경영계 입장에서는 할 만한 주장이다.삼성전자 직원들이 이미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귀족노조’ 프레임도 등장했다. 연봉 수준과 헌법상 노동권은 전혀 별개이기에 귀족노조 프레임은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하지만 내 의견과 상관없이, 보수·경제지가 귀족노조 프레임을 쓰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니다.재밌는 건 그다음이었다. 정부·경영계의 우려와 경고에도 삼성...

    1681호2026.05.29 14:50

  • [꼬다리] 인기 없는 나무
    인기 없는 나무

    최근엔 금요일에도 술을 안 마시려고 한다. 토요일 아침 가벼운 몸으로 산책을 하고 싶어서다. 몇주 전에는 친구들과 김밥을 싸들고 서울 서대문구 백련산에서 만나 북한산 자락까지 이어지는 길을 걸었다. 왕성하게 세력을 뻗친 나무들이 만든 그늘은 한낮에도 서늘했다.걷다 보니 은은하게 달콤한 향기가 났다. 흰 꽃이 주렁주렁 매달린 아까시나무 군락지가 펼쳐졌다. 어렸을 때 아까시나무꽃을 따서 먹은 이야기, 가지에서 이파리를 하나씩 떼어내며 짝사랑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점쳤던 이야기를 한참 떠들었다.며칠 뒤 취재 현장에서도 다시 아까시나무를 만났다. 한강 위에 떠 있는 노들섬에서다. 서울시는 이곳에 ‘노들 글로벌 예술섬’을 조성하는 공사를 추진 중이다. 공중에 떠 있는 꽃잎 모양 정원을 짓느라 섬의 나무 637그루 가운데 326그루(51.2%)를 베어낼 예정이다. 사라지는 나무 중에는 아까시나무가 189그루로 가장 많다. 플라타너스로 알려진 양버즘나무가 28그루로 그...

    1680호2026.05.22 14:49

  • [꼬다리] 30%, 미완의 과제
    30%, 미완의 과제

    더불어민주당은 6·3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 10일 ‘대한민국 국가정상화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 발표한 외부 영입 상임선대위원장 4명 중 3명이 여성이다. 대구 출신 외과 의사 금희정씨, 안선하 세계보건기구(WHO) 자문관, 미얀마에서 귀화한 배우 이본아씨 등이다. 지도부는 “대통합, 대포용 통합형 선대위”라고 자평했다. 이 수식어에 반박할 사람은 거의 없다.그런데 어딘지 씁쓸한 뒷맛을 감출 수 없었다. 25명 중 2명. 서울 지역 구청장 후보 가운데 여성의 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여성 후보를 각 1명씩 냈다. 양당 광역단체장 후보 중 여성은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추미애·양향자 후보뿐이다. 이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양당 여성 후보는 충남 아산을 전은수(민주당)·김민경(국민의힘) 후보, 대구달성 이진숙(국민의힘) 후보 등 3명에 그쳤다.공직선거법 제47조는 정당이 지방의원 후보자를 추천할 때 전체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하도록 노력하고, 광역...

    1679호2026.05.15 14:20

  • [꼬다리] 관광지가 여행객에게 남겨야 할 것
    관광지가 여행객에게 남겨야 할 것

    최근 찾은 싱가포르는 관광지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10분만 돌아다녀도 셔츠가 땀으로 젖을 만큼 더웠다. 공기에는 습기가 무겁게 달라붙었다. 그렇다고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처럼 압도적인 자연풍광이 있는 국가도 아니었다. 발리나 사이판처럼 투명한 바닷속을 즐기기에도 여의치 않았다. 잦은 비가 바닷속 시야를 흐렸다.그런데도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은 여행객으로 가득했다. ‘속았다’는 표정을 예상했지만, 여행객들의 표정은 오히려 만족과 여유가 읽혔다. 이런 만족감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싱가포르 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싱가포르 방문객은 약 1800만명, 관광 수입은 300억싱가포르달러(약 35조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 면적은 한국의 140분의 1 수준이지만, 관광객과 수입은 비슷하거나 더 많다.싱가포르의 한 카페에 앉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서 우리가 즐기는 것은 풍경보다 일종의 감각이 아닐까.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해방의 감각’이라고 해야 할까.싱가포르는 ...

    1678호2026.05.08 1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