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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다리] 깔깔메이트를 찾아서
    깔깔메이트를 찾아서

    지난 4월 말부터 출입처를 떠나 디지털 플랫폼 기반 콘텐츠를 생산하는 부서에서 일하는 중이다. 마지막 내근이 2021년 6월이었으니 약 5년 만에 회사로 들어왔다. 업무가 완전히 손에 익은 건 아니지만, 좋은 동료들을 만나 내 몫을 찾아가며 일하고 있다. 다만 신문사에서 신문을 안 만드는 기자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다.숏폼이 대세가 된 시대에 ‘노잼’은 유죄다. 지면과 포털 밖 제3지대에서 팔리는 콘텐츠는 재미 추구를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다. 사회부, 정치부를 거치며 머리가 굳을 대로 굳은 내게 유일한 희망은 회사 내 ‘깔깔메이트’의 존재다. 가깝게는 유튜브팀, 뉴스레터팀 동료들이 있는데 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재밌으면서도 유익한 콘텐츠를 고민해온 이들이다. 그런 그들과 수다를 떨며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게 그나마 비빌 언덕이다.깔깔메이트는 말 그대로 함께 있으면 깔깔 웃게 되는 친구나 동료, 지인을 뜻하는 신조어다. SNS나 커뮤니티엔...

    1683호23시간 전

  • [꼬다리] 언어를 넘어 통한다는 것
    언어를 넘어 통한다는 것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 출장을 다녀왔다. 그중 일본 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와의 인터뷰가 아직도 종종 생각난다. 그는 올해 <올 오브 어 서든>으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하마구치와의 인터뷰는 한국어로 주고받는 <호프> 등 한국 영화 인터뷰와는 달랐다. 일단 한국어 통역이 없었다. 나는 영어로 질문을, 하마구치는 일본어로 대답을, 통역사는 영어로 전달을 할 터였다. 한 세션에 기자는 총 5명, 시간은 단 25분. 통역까지 고려하면 각자 질문 1개만 해도 빠듯할 시간이었다. 빠르고 정확하게 물어야 했다. 미리 노트북 메모장에 질문을 쓰고, 추리고, 영어 번역을 달아뒀다.5월 19일(현지시간) 오전,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나는 조금 당황했다. 유럽권 3명, 영미권 1명으로 추정되는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었는데, 다들 종이수첩을 손에 쥐고 있었다. 노트북을 든 건 나뿐이었다. ‘타자 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나?’ 곁눈질하며 방에 들어갔다. 크고 어두운 방,...

    1682호2026.06.05 14:58

  • [꼬다리] 삼성전자 파업 앞에 ‘노동 투사’ 된 보수언론?
    삼성전자 파업 앞에 ‘노동 투사’ 된 보수언론?

    가끔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둘러싼 반응이 더 흥미롭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게는 삼성전자 파업이 그랬다. 삼성전자라는 한 기업의 노사관계 이슈에 온 나라가 들썩이는 것도 분석해볼 만한 일이지만, 특히 재밌었던 건 파업을 공격하기 위한 일부 보수·경제지의 논리 변화 과정이었다.처음에는 노조와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을 주면 기업이 휘청일 것이라는 분석,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예측,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지면을 덮었다. 경영계 입장에서는 할 만한 주장이다.삼성전자 직원들이 이미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귀족노조’ 프레임도 등장했다. 연봉 수준과 헌법상 노동권은 전혀 별개이기에 귀족노조 프레임은 말이 안 되는 주장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하지만 내 의견과 상관없이, 보수·경제지가 귀족노조 프레임을 쓰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은 아니다.재밌는 건 그다음이었다. 정부·경영계의 우려와 경고에도 삼성...

    1681호2026.05.29 14:50

  • [꼬다리] 인기 없는 나무
    인기 없는 나무

    최근엔 금요일에도 술을 안 마시려고 한다. 토요일 아침 가벼운 몸으로 산책을 하고 싶어서다. 몇주 전에는 친구들과 김밥을 싸들고 서울 서대문구 백련산에서 만나 북한산 자락까지 이어지는 길을 걸었다. 왕성하게 세력을 뻗친 나무들이 만든 그늘은 한낮에도 서늘했다.걷다 보니 은은하게 달콤한 향기가 났다. 흰 꽃이 주렁주렁 매달린 아까시나무 군락지가 펼쳐졌다. 어렸을 때 아까시나무꽃을 따서 먹은 이야기, 가지에서 이파리를 하나씩 떼어내며 짝사랑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점쳤던 이야기를 한참 떠들었다.며칠 뒤 취재 현장에서도 다시 아까시나무를 만났다. 한강 위에 떠 있는 노들섬에서다. 서울시는 이곳에 ‘노들 글로벌 예술섬’을 조성하는 공사를 추진 중이다. 공중에 떠 있는 꽃잎 모양 정원을 짓느라 섬의 나무 637그루 가운데 326그루(51.2%)를 베어낼 예정이다. 사라지는 나무 중에는 아까시나무가 189그루로 가장 많다. 플라타너스로 알려진 양버즘나무가 28그루로 그...

    1680호2026.05.22 14:49

  • [꼬다리] 30%, 미완의 과제
    30%, 미완의 과제

    더불어민주당은 6·3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5월 10일 ‘대한민국 국가정상화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이날 발표한 외부 영입 상임선대위원장 4명 중 3명이 여성이다. 대구 출신 외과 의사 금희정씨, 안선하 세계보건기구(WHO) 자문관, 미얀마에서 귀화한 배우 이본아씨 등이다. 지도부는 “대통합, 대포용 통합형 선대위”라고 자평했다. 이 수식어에 반박할 사람은 거의 없다.그런데 어딘지 씁쓸한 뒷맛을 감출 수 없었다. 25명 중 2명. 서울 지역 구청장 후보 가운데 여성의 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여성 후보를 각 1명씩 냈다. 양당 광역단체장 후보 중 여성은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추미애·양향자 후보뿐이다. 이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양당 여성 후보는 충남 아산을 전은수(민주당)·김민경(국민의힘) 후보, 대구달성 이진숙(국민의힘) 후보 등 3명에 그쳤다.공직선거법 제47조는 정당이 지방의원 후보자를 추천할 때 전체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하도록 노력하고, 광역...

    1679호2026.05.15 14:20

  • [꼬다리] 관광지가 여행객에게 남겨야 할 것
    관광지가 여행객에게 남겨야 할 것

    최근 찾은 싱가포르는 관광지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10분만 돌아다녀도 셔츠가 땀으로 젖을 만큼 더웠다. 공기에는 습기가 무겁게 달라붙었다. 그렇다고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처럼 압도적인 자연풍광이 있는 국가도 아니었다. 발리나 사이판처럼 투명한 바닷속을 즐기기에도 여의치 않았다. 잦은 비가 바닷속 시야를 흐렸다.그런데도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은 여행객으로 가득했다. ‘속았다’는 표정을 예상했지만, 여행객들의 표정은 오히려 만족과 여유가 읽혔다. 이런 만족감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싱가포르 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싱가포르 방문객은 약 1800만명, 관광 수입은 300억싱가포르달러(약 35조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 면적은 한국의 140분의 1 수준이지만, 관광객과 수입은 비슷하거나 더 많다.싱가포르의 한 카페에 앉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에서 우리가 즐기는 것은 풍경보다 일종의 감각이 아닐까.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해방의 감각’이라고 해야 할까.싱가포르는 ...

    1678호2026.05.08 14:39

  • [꼬다리] 챗GPT 가라사대
    챗GPT 가라사대

    한동안 챗GPT·제미나이와 대화하는 데 푹 빠져 지냈다. 한 번에 두세개씩 질문하다가 금세 이용 한도에 도달해 내일을 기약하기도 했다. 주로 투자와 관련한 질문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인공지능(AI)은 산업이나 주식 흐름에 대한 분석을 꼼꼼하게 해줬다. 웬만한 애널리스트 보고서보다 나은 것 같았다.결국 오랫동안 묵혀뒀던 주식 계좌를 열어 지난해 말 투자를 다시 시작했다. AI에 따르면 내 투자 포트폴리오는 ‘AI 시대에 떠오를 다크호스이자 생태계 내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기업들’로 구성돼 있었다. 탄탄한 논리를 내놓는 바람에 그만 설득당하고 말았다. ‘투자는 미지의 영역’이라고 믿던 나에게 AI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자신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투자 성적이 신통치 않아 여러 대안을 물어봤고, 그때마다 AI는 그럴듯한 말로 내 판단을 은근히 추켜세웠다. ‘정말 핵심을 찔렀다’는 둥 낯간지러운 아부를 하지는 않았지만, 내 질문 방향을 최대한 거스르지 않으려 했다. 내 의견...

    1677호2026.05.01 14:19

  • [꼬다리] ‘98년생 김현진’에 사과하라
    ‘98년생 김현진’에 사과하라

    지난 4월 17일 문단 내 성폭력 고발에 앞장섰던 김현진씨의 부고 사실이 알려졌다. 사망 소식을 전하는 언론 기사엔 ‘향년 28세’란 그의 나이가 쓰였다. 그 다섯 글자에서 한참 눈을 떼지 못했다. 향년은 ‘한평생 살아 누린 나이’란 뜻이라 한다. 김씨는 마음껏 누렸어야 할 생애 스물여덟 해 중 10년을 성폭력 폭로에 따른 2차 가해와 함께했다.김씨는 2016년 ‘#문화예술계_내_성폭력’ 고발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하며 시인 박진성에게 당한 언어성폭력을 트위터(현 엑스)에 게시했다. 박씨는 자신이 ‘가짜 미투’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김씨에 대한 전방위적 2차 가해에 나섰다. 김씨에 대한 공격은 박씨가 2024년 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8개월의 실형을 확정받고서야 끝이 났다. 아니, 끝난 것처럼 보였다.김씨는 2023년 11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항소심에서) ‘1년 8월의 실형’이 선고돼 법정 구속까지 됐는데, 사회가 너무 조용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676호2026.04.24 15:07

  • [꼬다리] 우울에 손 내미는 노래
    우울에 손 내미는 노래

    간만에 한국어 가사로 된 노래들이 내 플레이리스트를 채우고 있다. 악뮤(AKMU)와 한로로. 음원 순위에서도 최상단에 있는 이들이니 ‘우리의’ 플레이리스트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악뮤는 정규 4집 <개화>를 발매하면서 슬럼프에 빠진 동생 이수현이 우울과 대인기피증, 폭식증 등을 겪었다는 걸 덤덤히 밝혔다. 이찬혁이 그를 감정의 늪에서 꺼내기 위해 어떻게 함께했는지를 기록한 홈비디오 형식의 미니 다큐멘터리도 공개됐다. 함께 살며, 운동하며, 순례길을 걸으며…. 이수현을 찍는 카메라에는 그가 짜증을 내기보다 웃는 모습이 점점 더 담긴다.우리는 순간 스친 표정 하나로도 사람을 재단해버리곤 한다. 연예인을 평가하기란 더 쉽다.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도 마음이 한때 병들었음을, 곁에 있어준 사람들 덕에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음을 이야기하는 이수현의 용감함이 놀랍고 아름답다.이 특별한 남매의 이야기는 우울을 겪고 있거나 겪어낸 사람에게도, 그를 곁에서 지켜본 ...

    1675호2026.04.17 14:55

  • [꼬다리] 글자 가리고 아웅
    글자 가리고 아웅

    평소처럼 인스타그램 ‘돋보기’를 뒤적이며 좀비처럼 도파민을 찾아헤매던 어느 날이었다. 카드뉴스로 가공된 재밌고 시시껄렁한 ‘썰’들을 보는 게 취미인데, 그날따라 특이한 현상이 새삼 눈에 띄었다.카드뉴스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범죄나 죽음을 연상시키는 단어의 글자 일부를 특수문자로 바꾸거나 모자이크 처리하는 것이다. ‘범○(범죄)’, ‘마○(마약)’, ‘살○(살인 또는 살해)’, ‘○살(자살)’…. 심지어 ‘죽었다’는 서술어도 ‘○었다’ 같은 식으로 쓰인다. 초성만으로 ‘ㅂ죄’ ‘ㅁ약’ 같이 쓰거나.신문이나 뉴스에서도 자주 쓰는 단어다. 그런데 언론보다 훨씬 자유롭게 언어를 쓸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왜 그 단어들이 가려질까? 찾아보니 가장 유력한 사유는 ‘자체검열’이었다. SNS 운영사나 알고리즘이 범죄·죽음 관련 단어를 기계적으로 차단(필터링)하기 때문에, 작성자가 애초에 알아서 단어를 가리는 것...

    1674호2026.04.10 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