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연재

꼬다리
  • 전체 기사 241
  • [꼬다리] 하우 아 유, 생큐 앤드 유
    하우 아 유, 생큐 앤드 유

    “모든 에너지는 장점과 단점이 있어요. 태양광은 친환경이고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굉장히 큰 장점을 갖고 있지만, 간헐성이라고 해서 자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어요. 원자력도 우리가 원할 때 전기를 뽑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주민들이 좀 불안해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같은 것을 조화롭게, 우리나라에 딱 적합하게 에너지를 잘 섞어서 써야 해요. 그걸 우리가 에너지믹스라고 합니다.”“태양열 에너지랑 원자력 에너지랑 의견이 분분한 거로 알고 있는데, 원자력 에너지도 저탄소라면 원자력 에너지가 더 좋은 거 아닌가요?”라는 가수 이창섭의 질문에 조형규 서울대 원자력핵공학과 교수가 답한 내용이다. 이 장면을 2년 전, 유튜브 예능 ‘전과자’에서 봤다. 원자력핵공학과 교수니까 원자력 편을 들지 않을까 예상하며 봤는데 각각의 장단점을 설명하며 ‘잘 섞어 써야 한다’는 말이 의외였다. 오랜만에 보는 에너지에 대한 거리감과 균형감 있는 시선이라는 생...

    1666호2026.02.06 14:33

  • [꼬다리] 구려도 하는 것의 의미
    구려도 하는 것의 의미

    “구려도 하는 것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영화 <세계의 주인>의 윤가은 감독은 지난해 12월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가 주관한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친족 성폭력 문제를 영화에 담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들여다봐야 하는 것을 피하지 않고 들여다본다면, 하는 동안 배울 것 같았다”며 이렇게 답했다.돌이켜 보면 내가 붙잡아온 것 역시 ‘구려도 한다’는 마음이었다. 뭔가 구린 것이 될 것만 같지만 일단 하고, 내 품에서 떠나보내는 것. 인터뷰에 꽤 공을 들이고, 이것저것 신경 쓴 취재여도 기사를 쓰면서 ‘어떡하지. 구린 것 같아’ 불안이 엄습했다. 그래도 어쩌나. 마감은 다가오고, 기사는 내 손을 떠난다.어떤 글은 구린 무언가로서의 운명을 피하지 못했고, 또 어떤 글은 나름의 의미를 남겼다. 가령 인터뷰이가 기사를 보고는 자신의 경험을 재해석할 수 있어 좋았다고 연락을 준다거나, 기사가 던진 질문에 호응하며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독자의 반응을 접...

    1665호2026.01.30 15:05

  • [꼬다리] 중국 로봇 기업의 근거 있는 자신감
    중국 로봇 기업의 근거 있는 자신감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6년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 2026)’.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내세운 복싱 로봇은 기대에 못 미쳤다. 느린 발은 스파링 내내 상대방을 쫓아가는 데 급급했고, 타이밍을 못 맞춘 주먹은 허공만 갈랐다. 스파링 상대의 주먹을 피하지 못하고 나뒹굴기도 여러 번이었다. 일어서는 것도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하지만 유니트리 직원들은 당당했다. 엉망인 모습에 주눅이 들 법도 했지만, “우리는 최고의 품질을 갖춘 로봇 몸체를 만들고 있다”며 자신들의 기술력을 추켜세웠다. 다른 중국 로봇 부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중국 직원들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용화”, “세계 최대 규모 로봇 데이터”, “세계 최고 로봇 기술력”은 이들이 입에서 빠지지 않는 문구였다.자신감의 근거가 궁금했다. 중국 부스들을 천천히 살펴봤다. 오락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내세운다는 점은 비슷했지만, 특화한 세부 기술...

    1664호2026.01.23 15:01

  • [꼬다리] ‘가짜 미어샤이머’ 시대
    ‘가짜 미어샤이머’ 시대

    이것은 하마터면 쓸 뻔했던 기사 이야기다.지난해 12월 초 SNS에서 미국 국제정치학계 석학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중·일 갈등을 분석한 발언 영상을 봤다. 영상에서 미어샤이머 교수는 일본이 “세계 최대 제조업 기반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 허브를 상대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국과의 갈등은 “경제적 안정성과 장기적 안보 모두를 훼손하는 오판”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양국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향후 상황도 일본에 불리하게 전개될 것이란 분석이었다.국제부 일본 담당 기자 입장에선 혹할 만한 이야기였지만 기사로 쓰진 못했다. 영상 풀버전을 찾지 못해서였다. 해당 영상 자막은 중국어였고, 길이는 2분가량으로 짧았다. 편집본으로 짐작돼 자칫 그의 말을 왜곡하게 될까 우려됐다. 며칠 전 업로드된 영상이어서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판단도 있었다.이후 해당 영상이 ‘조작 영상’이라는 AFP 통...

    1663호2026.01.16 15:05

  • [꼬다리] ‘두쫀쿠’와 두꺼비
    ‘두쫀쿠’와 두꺼비

    지금 한국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를 꼽으라면 ‘두쫀쿠’가 아닐까. 두쫀쿠는 두바이 쫀득 쿠키의 줄임말로, 버터에 볶은 카다이프(중동식 면)를 피스타치오 크림에 섞은 뒤 마시멜로 반죽으로 동그랗게 말아낸 디저트다. 쿠키라고 불리지만 오븐에 굽는 과정이 없고 말랑한 피가 특징이라 오히려 떡에 가깝다. 두쫀쿠의 원조 격인 두바이 초콜릿의 유행은 2024년 말 시작됐다. 그땐 높은 가격과 낮은 접근성 탓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그런 나도 지난해 말부터 퍼진 두쫀쿠 유행은 피하지 못했다. 파는 가게가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초, 서울 이수역 인근에서 6000원짜리 두쫀쿠를 처음 사봤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맛있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고소하고 바삭한 카다이프와 부드럽고 달콤한 피스타치오 크림의 조화는 단번에 처진 기분을 끌어올렸다. 첫입을 떼는 순간 길게 늘어나는 마시멜로 피와 입술에 잔뜩 묻어나는 코코아 가루가 주는 시각적 재미도 있었다. 매일 먹고 싶은 마음은 ...

    1662호2026.01.09 14:59

  • [꼬다리] 원작에서 사라진 것
    원작에서 사라진 것

    지난달 <만약에 우리>(김도영 감독) 시사회가 끝나고 생각했다. ‘모처럼 몰입되는 멜로 영화를 봤다’고. 원작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2018)를 어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영화는 기분 좋을 만큼의 적당한 아련함을 남겼다.플롯은 간단하다. 20대 초반에 만나 서로 열렬히 사랑했지만, 결국 헤어진 옛 연인이 주인공이다. 이후 10년 만에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우리가 왜 헤어졌더라’ 과거를 회상한다.“가장 초라했던 그때, 가장 눈부시던 우리.” 영화의 홍보 문구가 암시하듯, 귀엽고 사랑스러운 연애를 하던 두 사람은 서로의 초라함을 견디지 못하고 헤어진다.둘은 대학생 때 만났다. 돈이 없어도 서로만 있으면 행복했다. 지방에서 상경한 은호(구교환 분)와 보육원에서 자란 정원(문가영 분)에게는 각자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하지만 사랑도, 꿈도 비싼 서울살이에 시들어간다. 돈이 필요해 적성에 안 맞는 일을 하느라 정말 원하던 일을 준비할...

    1661호2026.01.02 15:13

  • [꼬다리] 금연껌에 중독됐다
    금연껌에 중독됐다

    “담배를 끊으려고 금연껌을 씹잖아. 금연껌은 뭐로 끊어!” 배우 신현준이 억울한 목소리로 금연껌 중독을 호소하는 짧은 방송 영상을 봤을 때만 해도 나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금연껌을 못 끊는 사람’이 내가 될 줄은.지난 4월부터 시작한 금연이 어느덧 8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금연은 듣던 대로 쉽지 않았지만, 금연껌 덕에 큰 흔들림 없이 다짐을 지켜가고 있다. 문제는 8개월째 금연껌을 못 끊고 있다는 점이다. 금연껌이 다 떨어지면 왠지 담배가 다 떨어졌을 때보다 더 불안하다. 금연껌을 쉴 새 없이 씹어대는 탓에 턱에 쥐가 날 지경이다. 퇴근할 때까지 종일 질겅거리는 내게 한 후배는 ‘사실상 일하면서 담배를 계속 피우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물었고, 나는 못 들은 척했다.금연껌 씹기는 사실 완전한 금연이 아니다. 소량이지만 니코틴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금연에 실패했나 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지금 담배는 안 피우니까. 게다가 금연껌에는 ...

    1660호2025.12.26 15:31

  • [꼬다리] 떠오르는 얼굴들
    떠오르는 얼굴들

    아빠가 일을 그만둔 지 1년이 됐다. 30년 넘게 일하다 처음으로 길게 쉬는 아빠는 그간 산으로 들로 다녔다. 봄에는 두릅을 따고 여름엔 감자를 수확하고 가을엔 밤을 주웠다. 그리고 겨울을 맞아 다시 취업을 준비한다.아빠가 ‘제2의 인생’을 미리 계획한 것 같지는 않다. 하루는 “아빠 뭐 될 거야?” 물으니 “글쎄, 주택관리사 시험 쳐볼까?”라는 답을 들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되려면 주택관리사 자격증이 있어야 한단다. “경비 일도 고려 중”이라고 하는데 “딴거 하면 안 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아빠가 관리사무소나 경비실에서 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몇 개의 장면과 수많은 이야기 때문이다. 아빠와의 대화 몇 주 전에도 엄마가 이런 얘기를 해줬다. “경민아, 우리 살던 아파트 있잖아. 최근 젊은 부부랑 초등학생이 이사 왔는데, 애가 첼로를 켜나 봐. 그 애가 첼로 학원 끝나고 다른 학원에 급하게 가야 했는지 경비아저씨한테 첼로를 맡아줄 수 있냐고 물...

    1659호2025.12.19 15:04

  • [꼬다리] 형님 정치
    형님 정치

    “형사들한텐 그냥 ‘형님’이라고 불러.” 수습기자로서 경찰서를 돌며 사건을 캐는 교육을 받기 시작한 무렵 모 언론사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딱딱한 경찰들을 대하는 팁이라며 조언을 해준 것이었다.당연하게도 인생에 ‘형님’이라는 존재가 없는 나는 이 말이 좀처럼 입에 달라붙지 않았다. 무언의 단독기사 압박을 느껴서인지 이 호칭을 몇 번 입에 올려봤으나 이내 포기했다. 당직을 서는 형사들에게 다가가 “형님 간밤에 무슨 일 없었어요?” 묻는 수습기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남성 중심의 경직된 조직에서 네트워크를 쌓기 위한 일종의 위장술이자 의연해 보이려는 자기 주문과도 같았다.기업에서 일할 당시엔 연차가 꽤 나는 상사를 사석에서 ‘형’이라고 부르는 남성 동료들을 적잖게 봤다. 이름에 ‘님’ 호칭을 붙여 서로를 부르는 게 이 기업의 문화로 공유됐지만 사실상 대외용이었다. 인사 시즌이면 몇몇 형이 가까운 아우들을 경쟁이 치열한 부서에 밀어준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1658호2025.12.12 14:44

  • [꼬다리] 2000년대 카페들
    2000년대 카페들

    요즘 우리 팀은 산업별 전문가를 인터뷰한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영화, 화장품, 라면, 조선업. 최근에는 15년 경력의 카페 사장을 만나 커피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커피 시장이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카페는 시작하기 전이 제일 좋아요. 요트랑 똑같아요. 사기 전이 제일 좋아”라고 말했다. 그에게 ‘카페의 장점도 말해달라’고 요청하자 “내가 여기서 커피 시장 좋다고 하면 악플이 달린다”고 말했다.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한국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얼마나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지 새삼 실감했다. 골목골목에 하도 많아서 ‘바퀴베네’라는 별명까지 있었던 카페베네, 24시간 영업해서 좋았던 탐앤탐스, 두툼한 허니브레드를 먹으러 갔던 엔제리너스도 예전만큼 보이지 않는다. 한때는 스타벅스에 대적했던 커피빈도 요즘은 좀처럼 볼 수가 없다. 그 자리는 어느새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빽다방 같은 저가 커피 브랜드가 대체했다.그리고 ...

    1657호2025.12.05 1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