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 셋방살이에 지쳐 내 집 마련을 다짐하고 여러 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한 뒤로, 어딜 가나 아파트부터 보인다. 놀러 가도, 출장 가도…. 예전에는 골목이나 가게, 숲과 강에 시선을 맞췄을 내 눈이 요새는 하늘로 쭉 뻗은 아파트를 훑고 있다. 흠칫 놀라 시선을 돌리고 이내 씁쓸해진다. 무언가에 관심을 둔 뒤 흔히 겪는 ‘초기 증상’이라기엔 너무 크고 급격한 변화 같다.알고리즘은 이런 초심자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영상 몇개 보고 계정 몇개 팔로우했을 뿐인데, 지금 내 SNS 피드는 온통 부동산 콘텐츠로 뒤덮였다. 분양 홍보부터 거래·시세 정보, 정책 분석까지 폭포처럼 쏟아져나온다. 그 가운데 나를 가장 당황하게 한 콘텐츠는 ‘급지표’였다. 급지표란 부동산 입지 조건에 따라 동네를 쭉 줄 세운 표다. 꼭 대학 입시 배치표처럼 말이다.땅값에 따라 동네를 줄 세운다는 것쯤이야 몰랐던 일도 아니다. 내가 충격을 받은 건 그 순위표가 이 정도로 촘촘하고, 무엇보다 적나라하다는 점...
1688호2026.07.17 1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