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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디칼럼](7)환자를 위해 환자의 꿈을 깨뜨린다
    (7)환자를 위해 환자의 꿈을 깨뜨린다

    코로나19는 14세기 유럽의 흑사병 이후로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역사적인 병원체다. 그 영향으로 영화 <12 몽키즈>처럼 방독면을 써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마스크는 이제 외출 시 옷처럼 당연히 걸치고 나가야 할 필수품이 됐다. 화장을 덜 해도 마스크로 가릴 수 있으니 여자들이 외출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아낄 수 있어 매우 편하다고 한다. 성형외과 전문의인 나에게 사람들이 종종 질문한다. 마스크가 일상 필수품이 되면서 눈 수술이 많이 늘지 않았냐고 말이다. 눈만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눈에 더 신경을 쓰지 않냐는 말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유동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처음에는 환자가 급감했지만, 직후에 반작용으로 그만큼 환자가 더 왔으니 평균적으로 그 전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참고로 나라별로 많이 시행되는 성형수술은 다르다. 미국과 브라질에서는 몸매에 관련된 수술을 많이 하고, 한국에서는 눈 수술이 ...

    1453호2021.11.12 12:02

  • [메디칼럼](6)외과의사와 환자의 관계
    (6)외과의사와 환자의 관계

    예전에 재미있게 보았던 TV 예능프로그램 중에 <스펀지>라는 방송이 있었다. 주로 제보자가 신기한 사실이나 자연현상을 제보하면 그것이 무엇인지 빈칸 안에 들어갈 내용을 맞히게 하고, 정답이 나오면 전문가가 나와 “네. 사실입니다” 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었다. 당시 나는 왜 전문가들은 신기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제보하지 않을까 궁금했다. 일반인 제보자가 재미나고 희귀한 사실을 제보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네. 사실입니다” 하는 모습이 약간 얄밉기도 하고, 전문가도 몰랐던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던 모양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거기 나오는 전문가 대부분은 알고 있었겠지만 그게 신기한지 잘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있을 것이고, 설령 모르는 경우에도 그것에 대해 설명하기가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이를 사후과잉확신편향(Hindsight Bias)이라 하는데,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나면 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설명하기는 ...

    1450호2021.10.22 14:41

  • [메디칼럼](5)‘AI 명의’ 구독하는 시대 올까
    (5)‘AI 명의’ 구독하는 시대 올까

    1980년대 <미미의 컴퓨터 여행>이란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미미는 일종의 인공지능 컴퓨터라고 볼 수 있는데 놀랍게도 30년 전에 현재의 사물인터넷 기술을 정확히 예측했다(물론 밖에서 전화기로 TV나 전등을 끄는 정도지만).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은 4차 산업의 핵심 중 하나다. 4차 산업이라는 파도의 변화에 다소 보수적이었던 의료계도 변화의 속도를 내는 듯하다.의료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빅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약어로 DNA)은 4차 산업의 필수 항목이다. 의료계 역시 헬스케어와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반의 제품 또는 서비스들이 개발되고 있다. 스타트업이 제공하고 있는 헬스케어 서비스 분야는 실로 방대하다. 기존의 의료서비스를 좀더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도와주는 서비스부터 예전에 없던 새로운 영역의 의료서비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디지털 치료제’같이 약물치료나 수술 같은 보편적인 치료의 개...

    1449호2021.10.15 13:51

  • [메디칼럼](4)성형외과 의사에게 필요한  ‘기술과 마음’
    (4)성형외과 의사에게 필요한 ‘기술과 마음’

    성형외과학은 제1차 세계대전 때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전장에서 군인들은 폭탄과 기관총을 피하려 참호에 숨어 머리만 살짝 내밀었기 때문에 파편이나 총탄에 의한 안면부 외상환자가 급격하게 발생했다. 이 시기 성형외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길리스와 같은 의사들은 다양한 수술 방법을 개발했고, 이에 얼굴, 머리 부위의 재건 수술이 크게 발달했다. 파괴적인 전쟁을 통해 재건의 성형외과학이 발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성형외과가 전쟁 혹은 사고로 고통받는 분들을 도와줬다면, 지금은 삶의 만족을 위한 외형의 미를 추구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미용성형 분야가 탄생했다. 한국의 미용성형은 1966년부터 본격적으로 태동해 지금에 이르렀다.성형외과 전문의와 일반의2021년 현재, 한국의 성형 수술은 감히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한국 사람들은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하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BTS...

    1445호2021.09.10 15:02

  • [메디칼럼](3)식이조절로 ‘요요의 저주’ 풀어요
    (3)식이조절로 ‘요요의 저주’ 풀어요

    여름휴가를 앞두면 식욕억제제를 처방하는 비만 치료 또는 지방흡입 병원은 성수기를 맞는다. 그렇게 몸매를 만들고, 체중 감량을 한 사람들이 휴가시즌을 지나고 경험하는 것이 있다. 바로 요요다. 돈까지 들여가며 열심히 다이어트를 했는데 도로아미타불이다. 에너지 충전보다는 방전이 돼 휴가 전보다 스트레스에도 더 취약하다. 심지어 다이어트 전보다 체중이 더 나가게 될 때도 있고, 반복적인 다이어트로 인한 심각한 식이장애를 겪기도 한다. 그렇다면 요요를 예방할 수는 없을까.대부분의 비만 치료는 일단 살을 빼고 보자는 한탕주의에서 비롯된 단기적 방법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뱃살이 나왔으니까 지방을 뽑거나 녹이거나 하는 시술을 받는다. 체중증가는 과식이 원인이니까 식욕을 줄이는 약을 먹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지방흡입을 해도 체중이 줄지는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대부분의 식욕억제제는 부작용 때문에 장기간 복용하도록 허가받지 못했다. 단식은 배고프고 기운이 없어 오랫동안 지속하기 ...

    1444호2021.09.03 15:37

  • [메디칼럼](2)‘잠자는 사자’ 췌장의 코털 건드려도 될까
    (2)‘잠자는 사자’ 췌장의 코털 건드려도 될까

    노하우가 쌓이고, 면역억제제가 더 발달하고, 감염예방 전략이 정교해지면서 췌장이식도 더 이상 실험적인 치료가 아닙니다. 인슐린 의존성 당뇨환자들은 상황에 맞게 췌장이식을 할 수도, 현재의 인슐린 치료가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식을 시행하는 외과의사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환자와 상의해 최선의 결정을 해야 할 것입니다.장기이식은 현대의학의 꽃입니다. 3세기 코스마스와 다미안이라는 쌍둥이 의사가 병에 걸린 사람의 다리를 잘라내고, 에티오피아인의 다리를 붙여 온전하게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병에 걸린 몸 일부를 건강한 사람의 것과 바꿔주면 되지 않겠냐는 사람들의 소망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소망은 20세기 후반에 와서야 이루어집니다. 우리 몸에 있는 면역체계가 다른 사람의 장기가 몸에 들어오면 그 장기를 공격해 급성 거부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면역억제제라는 것이 개발되기 전에는 장기이식은 매우 실험적인 치료였습니다. 면역억...

    1442호2021.08.20 14:41

  • [메디칼럼]코로나 2년차 당신의 뱃살은 안녕하신가요
    코로나 2년차 당신의 뱃살은 안녕하신가요

    현대인의 평생 숙제인 다이어트는 갑작스러운 몸의 변화보다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교과서처럼 규칙적인 운동, 집에서 균형 잡힌 식단을 짜야 한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계획보다는 현재 나의 상황에 맞는 지속적이고도 실천가능한 방법을 하나씩 찾는 것이 필요하다.건강검진을 상담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혈압, 키, 몸무게 같은 신체 계측항목이다. 이전에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들의 경우 그동안 혈압이나 체중의 변화가 있는지 확인한다. 혈압, 체중, 체지방 등이 이전보다 증가했을 때는 자연스럽고 즉각적으로 그동안의 관리소홀에 대한 분석과 함께 향후 운동과 식생활 습관을 개선할 것을 차분하고도 살짝 ‘뼈 때리는’ 느낌으로 권한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1년 반 정도 지난 시점에서 건강검진 상담 시 가장 권하기 어려운 것이 운동과 다이어트다.코시국×(집콕+간편식)=체중 증가 언론 매체에서는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

    1440호2021.08.09 14:09

  • [메디컬스토리](4) 노화는 질병이다-건강한 100세를 위한 10가지 방법
    (4) 노화는 질병이다-건강한 100세를 위한 10가지 방법

    조단 P. 파카스 텍사스 대학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교수의 논문인 ‘얼굴 노화 이면의 과학과 이론’에 게재된 사진(65쪽)을 보자. 쌍둥이 자매의 비교 사진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 사진 한장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나이가 들더라도 주름이 더 적고, 뱃살도 덜 나오고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을까 같은 그 비법이 궁금해진다.과학기술 발전에 힘입어 줄기세포 주사를 맞고, 늙지 않는 각종 호르몬 주사까지 정기적으로 맞는 세상에 살고 있다. 최근 쌍생아 비교연구를 보면 노화는 더 이상 부모님이 물려준 유전자 탓만 할 수 없다. 쌍생아라 할지라도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10~20년 정도 외모부터 건강까지 노화의 정도가 차이가 난다.현대 인류의 보편적 수명을 연장한 3가지 획기적인 발명은 상하수도, 항생제, 백신이었다. 19세기 후반에야 현대적인 상수, 정수의 개념이 도입되고 하수 개념까지 더해져 콜레라, 장티푸스, 이질 같은 수인성전염병에서 인간은 비로소...

    1421호2021.03.26 12:58

  • [메디컬스토리](3)피할 수 없는 환경독소, 생존방법은
    (3)피할 수 없는 환경독소, 생존방법은

    얼마 전 TV 9시뉴스에서 팝스(POPS)가 치매를 유발한다는 흥미로운 보도를 했다. 팝스는 잔류성 유기물질을 뜻하는데, 자연환경 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생태계의 먹이사슬 상위 단계로 갈수록 축적돼 면역체계 교란, 중추신경계 손상 등을 초래하는 유해물질이다.팝스는 지방에 잘 녹는다. 주로 인체 지방조직에 있다가 조금씩 빠져나와 혈액 내 콜레스테롤과 함께 혈관 속을 돌아다니다 각종 주요 장기에 도달한다. 문제는 우리 몸속 세포의 가장 바깥을 이루는 세포막이 지질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지용성인 팝스는 세포막을 쉽게 통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세포 내로 들어온 팝스 중 대표적인 것들이 석유 유기물로부터 합성된다. 석유 유기물은 우리 인체 내 호르몬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과 비슷한 화학 구조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세포는 팝스가 우리 몸에서 온 물질인지 외부에서 온 물질인지 헷갈리기 쉽다. 호르몬교란물질, 또는 환경호르몬이라고 하는 이유다. 현재는 사용이 금지된 머릿니약...

    1418호2021.03.05 13:56

  • [메디컬스토리](2)치료를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법
    (2)치료를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법

    살면서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흔히 기침, 콧물에 몸살 기운이 있으면 감기려니 생각하고 해열진통제인 아스피린, 타이레놀을 사서 며칠간 복용하다 보면 일주일 이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호전된다. 감기는 200여종의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한 상부 호흡기계의 감염 때문에 재채기, 코막힘, 콧물, 인후통, 기침, 미열, 근육통 등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지만 특별한 치료 없이도 저절로 낫는다. 병원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 단순 감기에도 국민이 의료기관에서 많은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왔다. 심지어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한국 의사들이 처방한 감기약 처방전을 본 외국 의사들이 처방된 많은 약에 놀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코로나19 이후로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줄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마스크 착용, 손씻기가 생활화되고 사람 간 접촉마저 줄자, 감기를 포함한 호흡기질환의 유행도 줄었다. 아니 환자가 없다....

    1416호2021.02.19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