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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디칼럼](27)췌장이식이 필요한 사람들
    (27)췌장이식이 필요한 사람들

    장기이식 수술 후에는 보통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한다. 간, 심장, 폐가 망가진 경우는 할 수만 있다면 이식하는 게 맞다. 하지만 췌장이식의 경우는 좀 다르다. 아직 합병증이 없고, 혈당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에 권한다.장기이식은 현대 의학의 꽃이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인류의 오래된 꿈이 현실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위암을 수술할 때 암이 있는 부위를 잘라내고 나머지 부위를 문제가 안 되도록 연결하는 방식은 이상적 치료가 아닌 듯이 느끼게 됩니다. 휴대전화 액정이 망가졌을 때 액정을 접착제로 수리하는 것보다 액정을 갈아주면 서비스를 받는 사람의 기분이 더 좋아지듯, 문제가 있는 장기를 아예 건강한 장기로 바꿔주면 훨씬 더 완벽한 치료 방법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인간 몸의 면역체계는 외부의 병원균에 대해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조직에 대해서도 작동합니다. 즉 다른 사람의 장기가 몸에 들어오면 거부반응을 일으킵니다. 일란성...

    1526호2023.04.28 10:55

  • [메디칼럼](26)UAE 의료시장에 거는 기대
    (26)UAE 의료시장에 거는 기대

    지난해 12월부터 인터넷을 통해 드물게 해외 환자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1월 이후에는 점차 외국인의 연락이 늘었다. 드디어 3년 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인가라는 희망의 탄성이 나오려 했다. 동시에 우연히 두바이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듣게 됐다. 그래서 두바이에 대해 여러 군데 문의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주 돌발적인 결정이었다. 내 성향이 그리 계산적이지 않은 터라 충동적으로 계획을 세웠다. 일단 3월에 진료 날짜 사흘을 비웠다. 약 1주일가량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전직 대사님, 두바이에서 진료 중인 의사 선생님들, 두바이 거주 한국 사업가, 대기업 주재원, 보건산업진흥원 지사장님, 상공회의소 중동 담당 직원 등과 통화 혹은 직접 대면해 소소하고도 다양한 이야기를 개략적으로 들어보았다.몇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한국으로 건강검진 혹은 그것을 빌미로 미용 성형 등을 하러 많은 환자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

    1522호2023.03.31 11:22

  • [메디칼럼](25)‘얼굴이 켜준 경고등’ 안면 홍조증
    (25)‘얼굴이 켜준 경고등’ 안면 홍조증

    봄은 일교차가 큰 계절이다.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 날씨를 보이다가 일조량이 늘어나면서 점심시간에는 잠시나마 따스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봄철에 특히 기승을 부리는 알레르기비염과 함께 신경써야 할 것이 바로 안면 홍조증이다. 날씨가 더워지고 마스크를 점차 안 쓰게 되면 특히 더 신경이 쓰인다. 안면 홍조증을 알려면 자율신경계에 대해 먼저 되짚어봐야 한다.오장육부의 컨트롤타워 자율신경계 자율신경은 말초신경계로 우리 몸의 장기, 내분비기관을 통제해 몸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대학 시절 절친으로 현재 모 대학병원 이식외과에서 열심히 진료 중인 이모 교수가 학창시절 나에게 알려준 예를 들자면 교감신경의 작용은 호랑이를 만났다고 생각하면 된다. 너무 비현실적이라 쉽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빨라지고, 식은땀이 나며 동공이 커질 것이다. 생리적으로는 혈압·혈당이 올라가면서 신진대사가 스트레스 상황을 대처할...

    1518호2023.03.03 11:28

  • [메디칼럼](24)“가족처럼 치료해주세요”
    (24)“가족처럼 치료해주세요”

    얼마 전 나한테 수술을 받고 잘 지내다가, 몹쓸 병이 다시 뱃속에 생겨 4개월이나 입원 치료를 받던 분이 돌아가셨다. 전공의 선생들이 볼 환자가 아니었기에 내가 직접 환자의 처방을 챙기고 간호사들의 연락을 받았다.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새벽에도 한두 번씩 전화를 받으며 수면 리듬이 깨어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자는 둥 마는 둥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환자의 피검사 결과를 챙겨 처방을 내는 게 일상이었다. 그 와중에도 환자의 상태는 좋지 않아 6번이나 수술을 했고, 결국 패혈증으로 돌아가셨다.환자의 임종을 지키며 유가족들과 면회를 조정해주고 토요일 새벽에 사망 선언을 한 뒤 모처럼 푹 잤다. 환자분이 돌아가셨을 때 슬픈 감정도 있었지만, ‘이제 더는 잠을 설칠 일이 없겠구나’ 하는 안도감이라고 해야 할지 혹은 후련함이라 해야 할지 모를 마음이 들었다. 마음 한편에서는 ‘내가 보던 젊은 환자가 죽었는데 이런 마음이 들다니 정말 제정신인가?...

    1515호2023.02.10 11:36

  • [메디칼럼](23)성형은 거들 뿐
    (23)성형은 거들 뿐

    의학에는 많은 분과가 있다. 모든 과가 생명을 직접 다루지만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생명과 좀더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분과가 있는 반면 안과, 비뇨기과, 성형외과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분과도 있다. 성형외과는 크게 재건과 미용으로 나눠진다. 재건 성형은 결손된 조직을 복원하는 분야로,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가슴 수술을 예로 들 수 있다. 미용 성형은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좀더 예뻐지기 위한, 혹은 노화로 인해 살이 처지거나 불편해진 부분을 젊게 되돌리기 위한 이유 등으로 행해지는 수술이다. 오늘은 미용 성형에 대해 풀어볼까 한다.인간이 갖고 있는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다. 욕망이라고 단순히 표현하기보다는 인간이 진화하며 가지게 된 유전자가 발현한 일종의 본능이 아닐까 싶다. 성형외과는 미용 성형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오랜 욕구를 충족시키는 분야이기 때문에 환자의 증상(편의상 증상이라 표현)이 당장 시급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일...

    1512호2023.01.13 11:36

  • [메디칼럼](22)오보에 연주자는 코를 골지 않는다
    (22)오보에 연주자는 코를 골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상쾌하지 않고, 점심을 먹고 나면 늘 피곤하고, 알 수 없는 어지럼증·두통 등이 있다면 잘 때 코를 심하게 고는 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물론 함께 자는 사람이 알려줄 수도 있다. 코골이는 본인뿐 아니라 타인의 숙면도 방해한다. 상대방을 위해서도 치료가 필요하다. 코를 고는 이유는 수면 중 호흡을 하는 상기도 위치의 연조직이 이완되면서 상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노화로 인해 호흡기 주변 근육의 탄력이 떨어지거나 비만으로 기도 주변의 구조물이 늘어난다.비만·노화와 관련 높은 코골이한 통계에 따르면 인구 5명 중 1명이 습관적으로 코를 곤다. 이처럼 유병률이 높은 것은 비만인구와 고령인구가 급속히 증가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소아에게서도 코골이가 발생한다. 선천적으로 편도나 아데노이드(코 뒤쪽에 있는 비인두의 상벽과 후벽에 있는 삼각형 모양의 림프조직)가 비후한 경우일 수 있다. 수술을 통해 조...

    1508호2022.12.16 11:30

  • [메디칼럼](21)잊히지 않는 죽음들
    (21)잊히지 않는 죽음들

    죽음이라는 단어, 또는 죽어가는 과정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격리돼 있어 늘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의사, 그중에서도 장기이식을 하는 외과의사이기 때문에 죽음을 자주 대한다. 내가 보는 죽음은 대개 어떤 의미에서 비슷하다. 여러 이유로 뇌사에 빠진 사람들, 또는 수술 후 회복하지 못하고 중환자실에서 연명치료를 받다가 포기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은 중환자실에서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이는 사랑하는 가족이 보는 앞에서 이별하는 경우는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매우 드물다.가족과 대화하며 죽음 맞은 간암환자 약 15년 전, 외과 전공의 과정에 있을 때의 일이다. 당시 근무지는 간이식을 활발히 하는 병원이었다. 간이식 파트에서 순환근무하던 3년차 레지던트의 주된 업무는 어떻게든 간이식 환자를 많이 확보하는 일이었다. 40대 남자 환자가 혹시 간이식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응급실에 왔다. 환자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 다른 병원...

    1504호2022.11.18 11:20

  • [메디칼럼](20)의사도 잠 못 들게 하는 글로벌 정세
    (20)의사도 잠 못 들게 하는 글로벌 정세

    최근 사회 이슈는 고환율, 고금리, 미중 갈등, 북한 핵, 글로벌 경기 침체의 공포로 점철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병원(사업)을 운영하다 보니 이런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왜냐면 당장 매출 걱정, 직원들 월급 걱정, 나라 걱정, 자식 걱정이 앞서기 때문에 그렇다. MBTI에서 J(판단형)가 포함돼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실제로 객관적인 지표들이 너무 안 좋은 게 사실이다. 이래저래 걱정이 많은 게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니리라.모든 일이 제로섬 게임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남도 잘되고 나도 잘되는 사회구조가 돼야 한다. 현실을 보자. 안타깝게도 지금은 굉장히 한정된 자원을 나누고 있다. 나눔의 미학은 사라진 지 오래다. 큰 그림으로 보자면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패러다임 변화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통합의 유럽은 분열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후 각국에 ‘스트롱맨’들이 정권을 잡기 시작했다. 트...

    1501호2022.10.28 11:00

  • [메디칼럼](19)초고령화 사회 재택의료는 필수서비스
    (19)초고령화 사회 재택의료는 필수서비스

    수년간 의사, 가정간호사, 사회복지사와 한팀을 이뤄 방문진료를 했던 경험이 있다. 5세 아동부터 90세가 넘는 고령 환자까지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짧은 여생이지만 집에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와 그보다 더 중요한 전인적인 돌봄을 제공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헌신적으로 일한 고마운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칼럼에선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의료제도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찾아가는 의료서비스, 재택의료의료서비스는 주로 소비자인 환자가 공급자인 의사가 근무하는 병의원을 찾아가 받는 행위들이다. 다양한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몸이 불편하지만,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 방문을 당연한 일로 여긴다. 하지만 여러 상황으로 인해 병원에 가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가 되는 바람에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기가 어려운 수많은 환자가 있었다. 좀더 범위를 넓게 잡으면 장애가 있거나, 직장·육아 등 많은 상황이 병원 방...

    1499호2022.10.14 14:51

  • [메디칼럼](18)기본이 없는 최신의학?
    (18)기본이 없는 최신의학?

    지난해 겨울이었다. 외과병동 직원 한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병원 측에서는 그 병동에 출입한 모든 의료진에게 PCR 검사를 시행하라고 요청했다. 응급실 옆에 있는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 대부분의 외과의사들과 간호사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추운 날씨에 몸을 떨며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그날 응급실 외과 당직이었다. 응급실에서 급한 전화가 왔다. 잠시 대기줄에서 벗어나 바로 옆에 있는 응급실로 향했다. 들어가 보니 상황이 심각했다.상황이 심각했던 응급실급성심근경색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50대 후반의 남자가 있었다. 당연히 그날 당직이었던 심장내과 교수는 관상동맥 조영술을 해 막힌 심장혈관을 다시 개통했다. 운이 나쁘게도 혈관이 약했는지 그 혈관이 터져버렸다. 다시 혈관에 피가 나는 부분을 스텐트를 넣어 지혈했다. 다행히 더 이상의 출혈은 없었다. 하지만 이미 혈관에서 나온 피가 심장을 감싸고 있던 심낭에 가득 차 심장이 뛰는 것을...

    1493호2022.08.26 1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