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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디칼럼] (47) 고기도 안 먹는데 이상지질혈증이라뇨
    (47) 고기도 안 먹는데 이상지질혈증이라뇨

    고지혈증은 혈액 내 지방 수치가 높은 것을 말한다. 조금 더 자세히 나눠보면 LDL 콜레스테롤이 많거나, 중성지방값이 상승하거나, HDL 콜레스테롤 농도가 낮은 경우가 있다. 이처럼 혈액 내 지방의 수치가 높고 낮은 경우를 ‘이상지질혈증’이라 하는데, 개인별 심뇌혈관질환의 위험도에 따라 약물로 치료한다.건강검진이 일상화된 요즘에는 간단한 혈액검사를 통해 이상지질혈증을 진단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임에도 약물 복용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식습관을 개선하고 운동을 더 해본 뒤에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지 않으면 치료를 받겠다고 하는데, 실제로 호전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LDL 콜레스테롤은 음식을 통해 체내로 흡수되는 양보다 간에서 합성되는 양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음식 조절이나 운동 증량 등의 노력이 혈액검사에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약물 미복용 기간이 길어진다면 혈관 내막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죽상경화증이 진행돼 심장...

    1615호2025.02.07 14:50

  • [메디칼럼] 의대 2000명 증원, 필요한 것이었나
    의대 2000명 증원, 필요한 것이었나

    2024년 2월 시작한 의료대란이 2025년 새해에도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년 정도 지나고 보니, 이제 슬슬 그 영향이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당분간 신규 의사는 기존의 10분의 1로, 신규 전문의는 5분의 1 이하로 급감할 것이다.모든 의료 분야가 그러하겠지만, 내가 몸담은 장기이식도 ‘직격탄’을 맞았다. 2024년 장기기증을 한 뇌사자는 397명이다. 2011년 이후 처음 400명 이하로 내려갔다. 2022년 코로나19 창궐 때도 405명의 뇌사자가 장기를 기증했다. 2024년 장기이식은 코로나19 때보다 심각한 타격을 입은 해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뇌사자의 장기를 기증받아 이식 수술을 한 것이 1355건이니 뇌사자 1명이 3.3명의 환자에게 장기이식을 한 셈이다. 2023년은 코로나19 유행에서 벗어나 장기기증이 다시 활성화되던 해로 483명의 뇌사 장기기증자가 있었다. 그렇다면 2024년의 의료대란만 없었다면 약 100명의 뇌사자가 더 장기기증을...

    1614호2025.01.24 15:00

  • [메디칼럼] (45) 금연, 또 작심삼일이 안 되려면
    (45) 금연, 또 작심삼일이 안 되려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면 새해 결심으로 금연을 정하고, 이를 위해 여러 행동을 시도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독한 마음을 먹고 시작한 금연의 성공 확률은 4% 정도로 매우 낮다.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기에 담배를 끊고 싶은데 담배와의 이별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금연이 쉽지 않은 이유와 해결 방법을 알아보자.금연 실패의 주된 이유는 니코틴 의존성과 금단증상 때문이다. 담배 연기를 마실 때 이산화탄소, 니코틴, 타르 등이 폐 속으로 들어간다. 이중 니코틴의 4분의 1 정도가 혈액으로 퍼진 뒤 뇌의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α4β2 nicotinic acetylcholine receptor)에 결합한다. 그러면 도파민의 분비가 증가해 행복감, 즐거움, 불안 감소, 식욕 억제 등의 반응이 일어난다. 이 외에도 여러 신경전달물질 분비로 각성 촉진, 기억력 증가, 에너지 증진, 스트레스 감소 등을 느낀다. 흡연자는 이렇게 다양한 보상 효과를 경험함으로써 ...

    1610호2024.12.27 15:40

  • [메디칼럼] 전공의들이 ‘반국가 세력?’
    전공의들이 ‘반국가 세력?’

    2024년 12월 3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스마트폰을 들었다가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뉴스를 접했다.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바로 TV를 틀어 뉴스 채널을 돌려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밤에 기습적으로 계엄령을 발포하는 장면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저는 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습니다.”구체적인 종북 반국가 세력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을 척결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한다고 했다. 밤 11시가 지나자 계엄사령부에서 제1호 포고령이 발포됐다. 그중에는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

    1608호2024.12.13 15:00

  • [메디칼럼] (43) 의료개혁, 국민만을 위한 ‘새판’ 짜야
    (43) 의료개혁, 국민만을 위한 ‘새판’ 짜야

    이제 곧 50대다. 전에는 신경 쓰지 않던 것들, 특히 건강에 대해서 신경을 쓰고 있다. 긍정적인 태도는 아닌 듯하나 그런데도 조금씩 노력하고 있다. 테니스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치기로 하고 석 달치 비용을 먼저 냈다. 하지만 지금은 2주째 못 가고 있다. 한심하다. 그런데 나는 왜 운동을 시작했을까.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바로 테니스를 등록한 이유는 최근 주변에서 죽음을 많이 목격해서이지 싶다. 한 달 전쯤 나와 같은 성형외과 의사인 선배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하다가 돌아가셨다. 평소에 큰 지병이 없었기에 빠른 조치가 이루어졌으면 결과가 달랐을지도 모른다고 들었다. 불과 며칠 전에 일어났던 일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친한 지인의 아버지가 강원도의 한 병원에서 위암 수술 후 소장 폐색이 왔다. 강원도에서는 대처할 병원이 전혀 없는 상황이어서 연락이 나한테도 왔다. 수소문 끝에 가까스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급 규모의 병원에 입원할 수 있었다...

    1604호2024.11.15 15:30

  • [메디칼럼](42) 의대 교수란 직함이 부끄럽고 웃프다
    (42) 의대 교수란 직함이 부끄럽고 웃프다

    나는 국립대학병원 의과대학의 교수다. 그런데 이 직함이 부끄럽다. 최근의 의·정 갈등하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의대 교수의 역할은 교육, 연구, 진료로 구분된다. 나는 진료영역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고,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탁월한 진료, 새로운 치료 방법, 더 자세히 말하면 나는 외과의사니까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해 뛰어난 성적을 내는 것이 지상목표였다. 그래야 그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고, 의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교육은 가장 뒷전이었다. 뛰어난 과학적 역량을 갖춘 교수님들과 만나면 만날수록 그 생각은 깊어졌다. 나는 그들처럼 교과서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 기존의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읽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실기평가 위원으로 활동하며 많은 것 배워의과대학생 교육에 관한 생각이 바뀐 것은 학생들을 만나 가르칠 기회가 늘어나면서부터였다. 지금처럼 의과대학에 들어오기 힘들 때라면, 나는 아마 의과대학에 입학조...

    1599호2024.10.11 16:00

  • [메디칼럼] (41) 숨겨져 있는 것들
    (41) 숨겨져 있는 것들

    20대 초반의 남자 대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성형외과를 찾아왔다. 눈뜰 때 이마를 너무 많이 쓴다는 이유였다. 어머니는 아들이 어렸을 때 ‘이마 쓰지 말라’고 얘기를 했는데도 말을 안 들었고, 결국 병원까지 왔다고 푸념했다. 이야기를 들은 이후에 환자 상태를 차근차근 점검해 보았다. 눈을 뜨고 있어도 위 눈꺼풀이 검은 눈동자를 많이 가리기 때문에 시야가 많이 제한되는 상황이었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아들은 너무 힘들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앞을 보기 위해서 자기도 모르게 이마를 많이 쓸 수밖에 없었고, 많은 부작용이 생겼다. 무엇보다 어린데도 불구하고 이마에 주름이 깊게 잡힌 이유가 바로 눈 때문이었다. 어머니에게 차분하게 설명을 했다. “아드님이 이마를 쓰는 이유는 눈 때문”으로, “눈을 잘 못 뜨는 것이 아들의 잘못은 아니고 무척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이 말을 안 듣는다는 오해가 풀렸는지 어머니는 약간 무안해했고, 결국은 아들에게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서로의 ...

    1596호2024.09.18 06:00

  • [메디칼럼] (40)진정한 앎, 공허한 개념
    (40)진정한 앎, 공허한 개념

    나는 철학자 중에서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788~1860)를 가장 좋아한다. 그가 철학의 어려운 문제를 대부분 해결했고, 그것을 자신의 철학 내에서 정합성 있게 설명해 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쇼펜하우어가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는 인기도 없고, 연구자가 별로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나는 그래도 쇼펜하우어를 좋아한다.쇼펜하우어는 이마누엘 칸트(1724~1804)의 인식론을 이어받아 이 세상 모든 것은 우리의 지각(Perception)을 통해 얻은 하나의 표상(representation)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세상을 우리의 감각기관으로 파악하는데, 그것은 뇌를 통해 표상이라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표상을 만드는 능력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모두 가지고 있는데, 쇼펜하우어가 보기에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표상의 표상, 그러니까 추상적인 개념(concept)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 추상적인 개념이 지각으로부터 ...

    1592호2024.08.19 14:07

  • [메디칼럼] 의료의 ‘뉴노멀’
    의료의 ‘뉴노멀’

    불과 2~3년 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 질병관리청의 누군가가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코로나19를 극복하더라도 다시는 그 이전처럼 살 수 없을 거라고. 그런데 2년 정도 지나자 그 이전으로 거의 복귀한 듯하다. 대학병원에도 마스크를 안 쓰고 출입할 수 있고, 열이 나고 아프더라도 코로나19인지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하다. 질병관리청의 누군가가 한 발언이 다소 과장이었던지, 아니면 인간의 적응력이 뛰어나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이고, 이전과 달라진 점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소위 ‘의료대란’이 발생한 지 100일을 넘었다. 이 의료대란도 몇 년 지나면, 코로나19를 극복했듯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넘어갈 수 있을까? 미래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겠느냐마는, 지금의 판단으로는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듯하다.대학병원, 이전처럼 돌아갈 수 없어일이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돌이켜봐도 이해하기가 힘들다. 작년까지만 해도 의료계에는 이런 소문이 돌았다...

    1582호2024.06.07 16:00

  • [메디칼럼] (38) 정부 진정성이 의료갈등 해결의 묘약이다
    (38) 정부 진정성이 의료갈등 해결의 묘약이다

    최근 의료계 최대 이슈는 당연하게도 의대 정원 문제, 그리고 그보다 앞선 본질적인 필수의료와 의료취약지역에 대한 문제다. 의료계 이슈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나아가 국가 경쟁력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뛰어난 의료기술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손쉽게 고급 진료를 받길 원하는 전 세계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것을 보면 자명하다.필수의료와 의료취약지역에 대해 다양하고 의미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료계와 정부,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논의해도 만만치 않고, 다듬어야 할 문제도 많다. 테이블에 앉아 토론할 수 있는 서로 간의 신뢰가 선결 조건이지만, 정부는 의료계를 파트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책 시행 당사자인 정부는 의료계에 진심 어린 손을 내밀고 아이디어 공유와 토론을 해야 한다.의사 수를 늘리면 필수의료로 의사들이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가는가? 아니면 소외지역으로 가는가? 의사 수가 부...

    1577호2024.05.08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