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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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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태겸의 풍경](39)경북 영양 두들마을 - 차가운 겨울 따스한 한옥
    (39)경북 영양 두들마을 - 차가운 겨울 따스한 한옥

    겨울의 한옥은 다른 계절에 느낄 수 없는 감성이 있다. 앙상한 가지를 흔드는 활엽수와 스산한 날씨에도 여전히 푸른 기운을 간직한 침엽수를 모두 곁에 뒀다면 더 좋겠다. 경북 영양의 두들마을은 지금 이 계절에 그런 한옥의 느낌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국내에서도 가장 오지라고 불리는 곳이기에 더욱 그렇다.‘두들’은 ‘둔덕’, 그러니까 언덕배기를 의미한다고 했다. 정확히 그 뜻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고, 마을의 지형이 언덕 위에 올라 있는 형국이라 그런 의미인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1640년 병자호란을 피해 석계 이시명 선생이 이곳에 자리를 잡고 터를 일궜다. 그의 후손인 재령 이씨 일가가 집성촌을 이뤘다. 지금도 석계 선생이 살던 석계고택이 잘 보존돼 있다. 그가 후학을 가르치던 석천서당도 번듯하다. 거북 형상의 반석 위에 올라앉은 유우당은 이 마을의 백미다.차가운 바람에 뺨이 얼얼할 때쯤 나긋...

    1510호2022.12.30 14:55

  • [정태겸의 풍경](38)강원 동해 추암해변 -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
    (38)강원 동해 추암해변 -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

    바람은 고요한데 며칠째 파도는 성난 기운을 좀처럼 가라앉히질 못했다. 한밤중에도 문을 열면 모든 걸 집어삼킬 것 같은 파도는 천둥소리를 내며 몰려오고 또 몰려왔다. 아침마다 바닷가에 나가 파도를 바라봤다. 바다가 들락거릴 때마다 공기 중에 흩어진 포말이 다가와 뺨을 적셨다. 한 번이라도 저 기세에 휩싸였다가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무엇이 저렇게 바다를 화나게 했을까.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파도를 보며 궁금해졌다. 그러다 추암해변의 촛대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리 몰아쳐도 미동도 하지 않는 바위. 때리고 부딪치고 밀어내도 그 자리 그대로다. 언제부턴가 저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을 저 바위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내내 저렇게 자리를 지켰을 것이다.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의 갈대 같은 삶이 1000년을 꿈쩍 않고 기개를 지킨 바위에서 배움을 얻는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며칠을 쉬지 않고 몰아치는 저 거센 파도마저 달리 보인다. 아무리 거센 역경이 몰아쳐도 ...

    1508호2022.12.16 11:30

  • [정태겸의 풍경](37)전북 진안 사양제 - 이토록 아름다운 가을 햇살
    (37)전북 진안 사양제 - 이토록 아름다운 가을 햇살

    전북 진안의 새벽은 제법 차가웠다. 비로소 겨울 기운이 조금씩 스며드는 기분이었다. 인적 드문 아침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햇살이 쏟아졌다. 그 온기에 새벽의 한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마이산 두 봉우리가 우뚝 모습을 드러냈다. 저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이산 자락 곁에 있는 사양제. 이곳은 말의 귀를 닮은 마이산의 모습을 가장 아름답게 담아내는 저수지다.마이산 일대에는 유난히 저수지가 많다. 그럴 만한 것이 마이산은 역암(礫岩)으로 이뤄진 우뚝한 봉우리가 서 있어 좀처럼 물이 없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남쪽 비탈면에서 섬진강의 수계가 시작된다. 북쪽에서는 금강의 첫 물길이 시작된다. 물이 풍부해 인근에서는 이 물길을 가둬 저수지를 많이 만들었다. 사양제도 그렇게 만들어진 곳이다. 저수지 동쪽 산 너머에서 떠오른 햇살이 차가운 대지를 달군다. 부연 물안개가 일어나고, 햇살이 나무와 나무 사이로 쏟아져 ...

    1505호2022.11.25 14:28

  • [정태겸의 풍경](36)경북 봉화 - 낙동강의 아침
    (36)경북 봉화 - 낙동강의 아침

    이른 아침부터 길을 나섰다. 강원도 태백의 황지연에서 출발한 낙동강의 물줄기가 비로소 강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곳 경북 봉화. 청량산을 끼고 내달리는 물줄기는 봄가을 아침이면 물안개를 피워올린다. 당초 목적지는 ‘범바위’라 불리는 낙동강 인근의 명소. 굳이 그곳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 언덕배기를 오르는 길 곁의 절벽 아래로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우뚝우뚝 솟아오른 산은 봉우리가 너울댔고, 골짜기 사이로 내달리던 강은 차가운 새벽 공기에 짙은 물안개를 뿜어냈다. 낙동강 줄기 그대로 하얀 구름이 함께 흘러가는 듯했다. 소백산 줄기를 따라 굽이치는 산맥은 너울대는 물안개를 품속으로 끌어안았다. 태양이 솟아오를 때쯤 물안개의 춤사위가 격해졌다. 서서히 형체가 옅어질수록 하얀 실타래는 펄럭이며 바람에 흩날렸다. 고요한 봉화의 아침을 낙동강의 물안개가 깨우고 있었다.

    1502호2022.11.04 11:16

  • [정태겸의 풍경](35)경기 시흥 갯골생태공원 - 흔들전망대 너머, 갯골의 가을
    (35)경기 시흥 갯골생태공원 - 흔들전망대 너머, 갯골의 가을

    경기도 시흥에 가면 꼭 봐야 할 게 있다. 바다가 내륙 깊숙이 밀려들어 마치 강처럼 흐르는 광경이다. 그냥 보면 하천인지 바다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물이 빠져야 비로소 바닷물이었음을 알게 된다. 내륙 안쪽 수㎞까지 밀려들어왔다가 썰물이 되면 급격하게 바닥을 드러낸다. 마치 바다가 육지를 떠나기 싫어 깊이 흔적을 남겨둔 것만 같다.시흥의 갯골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갯골생태공원이다. 강처럼 내륙을 가로지르는 그 물길 곁으로 넓은 공원이 있다. 이곳은 과거 인천의 소래포구까지 이어지던 염전의 일부다. 공원 안쪽에 소금창고가 있는 이유다. 공원의 안쪽에는 피사의 사탑을 연상시키는 흔들전망대가 섰다. 나무로 만들어 바람이 불면 슬쩍 움직이는 게 느껴지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매우 튼튼하다. 이곳에 오르면 시흥의 땅 안쪽으로 스며든 갯골의 깊은 골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래로 삼삼오오 공원에 놀러온 사람들은 평화롭고, 저 멀리 핑크뮬리와 빨갛게 단풍이 든 댑싸리가 ...

    1500호2022.10.21 11:08

  • [정태겸의 풍경](34)부산 구덕문화공원 편백숲 - 도심에서 명상하다
    (34)부산 구덕문화공원 편백숲 - 도심에서 명상하다

    도심에서 그리 멀지도 않다. 불과 10분쯤 올라왔을까. 부산 서구의 구덕문화공원 안쪽에 이렇게 빽빽한 편백숲이 존재하고 있을 줄이야. 숲 안에서는 여기가 부산 도심이라는 걸 믿기 어려울 정도다.구덕문화공원은 부산 서구를 품에 끌어안은 구덕산 자락에 있다. 비탈이 제법 가파르지만, 대중교통이 바로 인근까지 올라오기 때문에 잠시의 수고만 감수하면 곧 공원을 마주할 수 있다.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오솔길로 이어진다. 한두명이 나란히 서서 걷기에 딱 좋은 넓이다. 그 길을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수백그루의 나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촘촘하다. 보기에 따라서는 마치 기다란 가시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것 같다. 이 숲이 도심 바로 곁에 있기에 느낌은 훨씬 강렬하다.처음 숲을 조성한 때는 일제강점기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70년이 흐르는 동안 나무는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높다랗게 키가 자랐고, 나무 하나의 지름도 20㎝가 넘는다. 아래에서 바라보면 늘씬하다. 편백...

    1498호2022.10.07 14:00

  • [정태겸의 풍경](33)강원도 양양군 휴휴암 - 생명을 살리는 바다
    (33)강원도 양양군 휴휴암 - 생명을 살리는 바다

    처음 이 광경을 보면 감탄을 내지를 수밖에 없다. 많아도 너무 많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표현도 적당치 않다. 물보다 물고기가 더 많다. 양식장에서도 이런 광경을 보기 어려울 것이다. 강원도 양양의 휴휴암. 바닷가 바로 앞에 지어진 사찰인데, 그 역사는 짧다. 암자답게 묘적전이라는 법당 하나가 푸른 동해가 내다보이는 자리에 지어진 게 시작이다. 그러다 1999년 바닷가에서 누워 있는 관세음보살 형상의 바위가 발견되면서 유명세를 탔다.정작 이 절을 유명하게 만드는 건 황어 떼다. 활짝 핀 연꽃을 닮았다고 해서 연화대라고 부른다는데, 널찍한 그 모습이 광어 같다며 ‘광어바위’라 부르는 해안가 옆으로 수천마리의 황어가 모여 있다. 생명을 살려 공덕을 짓는 행위인 방생처로 유명한 이곳을 찾은 사람은 황어에게 먹이를 주고, 그 먹이를 따라 황어 떼가 자리를 잡았다. 어른도 아이도 광어바위에 오르면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다. 이런 광...

    1496호2022.09.23 14:25

  • [정태겸의 풍경](32)곰솔숲의 보랏빛 유혹
    (32)곰솔숲의 보랏빛 유혹

    충남 서천의 솔바람 곰솔숲에 보랏빛 주단이 깔렸다. 1만2000그루의 아름드리 곰솔 아래로 온통 보랏빛 꽃을 피운 맥문동이다. 이 숲은 1.8㎞에 폭 100m, 면적 200㏊에 이를 만큼 상당한 규모다. 숲 사이로 난 산책로는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들의 휴식처다. 억세고 강한 소나무 군락이 장관이지만, 늦여름 피어난 맥문동 꽃은 바야흐로 이 숲의 절정을 알린다.이곳에 곰솔숲이 조성된 것은 1945년이다. 당시 장항농고 학생들이 직접 소나무를 심어 숲을 일궜다. 한때는 이 아름다운 숲이 한순간에 사라질 뻔한 적도 있다. 서천군에 조성하려 했던 군장국가공단 조성계획이 문제였다. 숲을 밀어내고 그 위에 지으려던 공단. 당시만 해도 공단이 생기는 것은 지역의 먹거리와 직결되는 일이었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버겁던 시절이다. 그 유혹을 이겨내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서천군의 주민은 공단 대신 숲을 선택했다. 그 덕에 지금 이 아름다운 꽃을 만난다. 더불어 ...

    1492호2022.08.19 11:58

  • [정태겸의 풍경](31)여름 석양의 유혹
    (31)여름 석양의 유혹

    벌써 몇 번을 찾아갔다. 충남 태안군 남면 서쪽에 자리한 곰섬. 해안선만 559㎞에 달하는, 태안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이름은 섬이지만 섬이 아니다. 서산B지구방조제를 건설하면서 간척사업이 진행됐고, 육지와 연결되면서 더 이상 섬이 아니게 됐다. 이곳에 ‘곰’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두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섬 자체가 곰을 닮았다는, 다른 하나는 예전 이 섬에 곰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뭐가 맞는지 알 도리가 없다. 섬은 이제 육지와 연결돼 오는 이를 품을 뿐이다.곰섬으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너른 염전이 펼쳐진다. 그 위로 훈련용 비행기가 날아다니고, 저 멀리 갯벌이 누웠다. 섬의 서쪽 편은 멋진 해송이 차지했다. 해송 너머 바다는 동해안 못지않은 고운 모래사장이다. 휴가를 즐기러 온 사람들은 손마다 양동이를 들고 있다. 물 빠진 백사장에서 캔 조개를 담는 용도다.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신이 난 표정...

    1490호2022.08.05 14:37

  • [정태겸의 풍경](30)팔상전에 담은 뜻은
    (30)팔상전에 담은 뜻은

    험준한 속리산 안쪽의 평탄한 대지 위에 법주사가 있다. 속리산은 그 이름부터 ‘속세와 이별하는 산’이다. 1500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키는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이가 숲을 지나 속세와 이별하기 위해 법주사에 발을 디뎠다.법주사의 백미는 팔상전이다.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5층 목탑이다. 네 방향으로 입구가 뚫렸고, 그 안에는 부처의 일대기를 여덟 장면으로 나눠 그린 팔상도를 모셨다. 그 앞을 작은 불상들이 지키고 있고, 불상은 수백의 나한이 호위한다. 나한상은 모두 똑같아 보이지만 단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얼굴이 다르고 표정이 다르고 몸체도 저마다 각기 다르다.문득 저 나한들이 법주사를 찾아온 우리를 닮았다는 생각이 스쳤다. 나한은 깨달은 존재지만 아직 부처가 되지 않은 이. 깨달음을 얻겠다고, 마음을 평안케 하겠다고 산사를 찾은 우리에게 옛 선조는 “이미 너의 안에 원하는 바가 있다”라고 말해주고 싶...

    1487호2022.07.15 1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