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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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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태겸의 풍경](64) 경북 청도 운문사-바람은 목련을 흔들고, 북소리는 봄을 부르고
    (64) 경북 청도 운문사-바람은 목련을 흔들고, 북소리는 봄을 부르고

    10여 년 만에 경북 청도 운문사를 찾았다. 생각보다 봄볕이 포근하고, 제법 따스한 날이었다. 숱하게 많은 사찰을 다녔는데, 운문사를 참 좋아한다. 이처럼 단정하고 잘 가꾼 정원이 돋보이는 곳은 드물다. 무엇보다 운문사의 새벽은 감동이다. 이 시대에 이처럼 간절한 소리가 전율이 일도록 하는 의식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감동적이다. 오죽하면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운문사의 새벽예불을 극찬했을까. 아직도 오래전의 그 새벽이 눈과 귀에 선하다.운문사 경내를 돌아다닐 때 북소리가 울렸다.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저녁이 찾아왔음을 알리는 신호다. 스님 둘이 나란히 서서 번갈아 가며 북을 쳤다. 꽃을 좇아 절 안으로 들어와 있던 모두가 걸음을 멈추고 북을 울리는 현란한 몸동작에 빠져들었다. 마침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목련 가지를 흔들었다. 그제야 하얀 꽃의 존재가 드러났다. 북소리의 장단에 맞추듯 목련의 우아한 꽃잎이 살랑거렸다. 마치 춤을 추는 듯, 이 봄날의 축제가 ...

    1573호2024.04.10 06:00

  • [정태겸의 풍경](63)전남 구례 화엄사 홍매화-이토록 성마른 봄이라니
    (63)전남 구례 화엄사 홍매화-이토록 성마른 봄이라니

    남쪽에서 길을 달려오는데 꽃이 쑥 얼굴을 내밀었다. “아니 벌써?” 절로 튀어나오는 소리. 여느 해보다 1주 이상, 혹은 2주 가까이 빨라진 것 같았다. 3월이 훌쩍 넘어가야 보이던 꽃이 벌써. 전남 구례쯤 왔을 때 혹시나 해서 검색창을 열었다. 역시나. 화엄사 홍매화가 꽃잎을 열었다는 소식이 올라와 있었다. 남쪽 섬에 머문 게 고작 일주일인데, 그사이 봄이 이만큼이나 서둘러 발걸음을 내디뎠다.빠른 꽃 소식에 세상은 ‘기상 이변’이라며 떠들썩하다. 요상한 이 봄을 길 위에서 눈으로, 몸으로 체감한다. 따사로운 햇볕도 계절이 달라졌다는 걸 어깨를 톡톡 두드려 알린다. 아, 화엄사의 꽃이 만개할 때가 됐구나. 묵직하게 틀고 앉은 각황전 곁, 붉은 그 자태를 찾지 않을 수 없다. 몸을 비틀어 하늘을 향해 봄의 춤을 추는 그 나무는 이맘때면 구례의 주인공이 된다. 홍매화가 꽃 소매를 활짝 펼치면 이내 꽃향도 만발한다. 산수유가 노란 안개처럼 피어나고, 동백은 빨간 꽃송이를 툭툭 길 ...

    1570호2024.03.20 06:00

  • [정태겸의 풍경](62)제주 신흥리 동백마을숲-거기 말고 길 건너편이요
    (62)제주 신흥리 동백마을숲-거기 말고 길 건너편이요

    12월만 되면 제주로 사람이 몰린다. 정확히는 서귀포 남원이다. 동백꽃이 만발하는 이곳의 숲이 3~4년 전부터 사진 스폿으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이 동백나무는 일본산 애기동백이다. 꽃이 분홍빛이다. 이 나무가 들어온 건 비교적 근간의 일이다. 제주는 원래 동백이 많았다. 워낙 바람이 세서 방풍림이 필요했는데, 그 역할을 해준 게 동백나무였다. 지금은 동백꽃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 전통을 엿볼 수 있는 동네가 있다. 애기동백으로 유명한 그 숲에서 도로를 건너면 나온다. 이 숲은 무려 3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이곳은 이름부터 ‘동백마을’이다. 기록에 따르면 무려 1706년(숙종 32)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동백숲이 이곳에 남아 있다. 당시 김명환이라는 인물이 이곳에 마을을 일구면서 조성했다고 전한다. 예전에 비하면 숲의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겨울이면 붉디붉은 꽃이 수도 없이 피어난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꽃송이째 툭툭 떨어져 숲 주변의 담벼락 근처를 ...

    1567호2024.02.28 06:00

  • [정태겸의 풍경](61)경남 통영 서호시장 대장간-골목 안쪽, 시간이 멈춘 공간
    (61)경남 통영 서호시장 대장간-골목 안쪽, 시간이 멈춘 공간

    경남 통영에 가면 늘 들르는 곳이 서호시장이다. 살아 있는 통영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주기도 하고, 단골 시락국(시래깃국) 가게가 있어 매번 그곳으로 향한다. 막차를 타고 내려가 새벽 3시에 도착해도 제일 먼저 이 시장을 찾는다. 그 시간에도 시장은 이미 살아 움직이고 있다. 할머니가 귀퉁이에 앉아 생선을 다듬고, 할아버지는 소쿠리 가득히 담은 홍합을 손질한다. 할머니에게 학꽁치회를 부탁하면 두세 명이 너끈하게 먹을 양을 담아준다. 단돈 1만원. 그걸 들고 시락국을 먹으러 간다. 여행의 시작부터 마음이 뜨끈하게 달궈지는 기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통영의 시간.이번에도 서호시장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숱하게 지나다녔던 시장 안쪽 골목에서 그간 보지 못했던 가게를 발견했다.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오래전에 사라졌을 법한 풍경. 쇳가루가 수북하고 오랫동안 사방에 쌓아둔 금속자재가 한 몸이 돼버린 노포다. 간판도 없다.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사장님은 좀처럼 말이...

    1564호2024.02.01 05:30

  • [정태겸의 풍경](60)강원 강릉 BTS 버스정류장 - 새날을 기다리는 정류장
    (60)강원 강릉 BTS 버스정류장 - 새날을 기다리는 정류장

    어딜 둘러봐도 온통 힘들다는 소리만 들리는 겨울이다. 불어오는 칼바람에 볼마저 부서질 듯 얼어버리는 계절의 복판을 지난다. 촬영 일정에 가족을 대동하고 다녀오는 길에 딸이 말했다. “아빠 이 근처에 BTS 버스정류장이 있대.” 평소 같으면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그곳인데 귀가 쫑긋했다. 오랜만에 여행을 나온 딸을 위해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 향호해변으로 운전대를 틀었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 앞에 버스정류장 하나가 덩그러니 놓였다. 이곳이 BTS의 앨범 재킷을 찍었던 정류장이란다. 원래 세트를 지어서 찍고 허물었는데, BTS의 빌보드 음반차트 1위를 기념해 다시 만들어 놓았단다.줄이 늘어선 솔밭과는 달리 정류장은 인적이 드물었다. 사람들의 배려가 만든 풍경이다. 그 와중에도 눈부시게 파란 바다와 덩그러니 놓인 정류장이 묘한 대비를 이뤘다. 버스가 오지 않는 저 정류장이 사람들에게 웃음을 찾아주는 풍경도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BTS의 흔적을 찾아온 이곳에서 행복을 발견한다...

    1561호2024.01.09 06:00

  • [정태겸의 풍경](59)대전 장태산 자연휴양림-‘노잼 도시’ 속 감탄 부르는 숲
    (59)대전 장태산 자연휴양림-‘노잼 도시’ 속 감탄 부르는 숲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조금 늦은 게 아닐까 걱정했다. 가을마다 가고 싶었던 숲이었지만 이미 겨울로 깊이 들어와 버린 시간대였다. 기회가 생겨 출발은 했으나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대전의 외곽, 장태산으로 향했다.다녀온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이제는 세간에도 잘 알려진 숲이 장태산 자연휴양림이다. ‘노잼 도시(재미없는 도시)’라는 대전에서 감탄을 자아내는 숲이라는 칭찬이 자자한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멋진 풍광이 있다. 이곳은 국내에서 가장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숲이 너른 부지에 가득 심겨 있다. 물론 한 가지 수종으로만 꾸며진 것은 아니다. 원래는 잡목 숲이었던 곳에 밤나무, 잣나무, 은행나무를 심었고, 유실수와 소나무 등을 더했다.메타세쿼이아가 입구에서부터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 빽빽한 숲을 이룬다. 이미 계절은 겨울의 문턱을 넘었건만, 이 안쪽은 메타세쿼이아 덕에 가을 풍광이 남아 있다. 무...

    1558호2023.12.19 07:00

  • [정태겸의 풍경](58)경북 봉화 청량산 청량사-‘청량산인’ 퇴계가 사랑한 가을 산
    (58)경북 봉화 청량산 청량사-‘청량산인’ 퇴계가 사랑한 가을 산

    가을이면 꼭 가보고 싶었던 산이 있다. 경북 봉화의 청량산. 대한민국에서 오지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역이어서 쉽사리 발걸음을 옮길 용기를 내기가 어려웠다. 여행이라는 게 그렇다. 좀처럼 마음 내기 어려운 먼 곳이어도 한번 다녀오면 자꾸만 갈 일이 생긴다. 그토록 가을마다 가고 싶었던 그곳에 다녀올 일이 종종 만들어졌다. 시기도 딱 좋았다. 단풍이 절정에 달하는 때. 그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다행히 이틀의 시간을 낼 수 있었다.청량산은 퇴계 이황이 사랑했던 봉화의 절경이다. 오죽하면 퇴계는 도산서원에서 15㎞를 걸어 청량산에 올랐다. 스스로를 ‘청량산인’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그가 도산서원에서 출발해 청량산을 오르던 길은 이제 ‘예던길’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가 됐다.청량산에서도 청량사는 절정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다. 첩첩이 늘어선 산자락 가운데에 쏙 박혀 있는데, 절의 가람 배치가 매우 묘하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부처의 세계...

    1556호2023.12.07 07:00

  • [정태겸의 풍경](57)충남 아산 곡교천 - 노랗게 물든 행복의 길
    (57)충남 아산 곡교천 - 노랗게 물든 행복의 길

    마지막 축제다. 올해는 유독 단풍이 늦게 올라오는 듯한 감이 없지 않다. 그래서인지 절정에 달한 빛깔이 더 화려하게 느껴진다. 충남 아산의 곡교천. 이곳은 단풍이 낙엽이 되기 직전 거리가 온통 노랗게 물들었고, 이 노란 빛을 찾아 사람이 모인다. 곡교천 은행나무 길은 아산시가 가을마다 자신 있게 추천하는 여행지다.곡교천 은행나무길은 충무교에서 현충사 입구까지 2.1㎞ 구간에 조성돼 있다. 산책로를 따라 양쪽으로 은행나무가 길게 늘어선 모습이다. 이곳에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조성된 건 1973년의 일. 당시 수령 10년생의 나무를 심었다고 하니 인간의 나이로는 얼추 환갑에 가깝다. 그사이에 나무들은 가지를 길게 뻗어 멋들어진 광경을 자아내고 있다. 평소에는 별다른 감흥이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가을만큼은 다르다. 매년 11월 초가 되면 모든 잎이 노랗게 물들고 바람이 불 때마다 노란 은행잎 비가 내린다.천천히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들어오는 사람들의 ...

    1553호2023.11.16 07:00

  • [정태겸의 풍경](56)전남 화순 야사리 느티나무 - 400년 된 나무의 가을
    (56)전남 화순 야사리 느티나무 - 400년 된 나무의 가을

    전남 화순은 무등산을 사이에 두고 광주광역시와 이웃해 있다. 무등산은 단풍으로도 이름이 높은 곳. 화순의 국도를 따라 무등산의 북쪽을 향해 차를 몰고 있었다. 멀리 학교 운동장 안쪽에 커다란 나무가 보였다. 그냥 지나치면 아쉬울 것 같았다. 아무리 바빠도 잠시 들러서 구경하자 마음먹었다. 그 결정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잘한 일이었다.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어쩐지, 기념물 제235호. 이름은 ‘화순 야사리 느티나무’. 야사리라는 작고 아름다운 마을의 자랑거리였다. 몸체가 하나인 줄 알았더니 2그루란다. 높이만 25m, 둘레가 최대 5.3m에 달한다. 수령은 약 370~400년. 세간의 풍파를 오래 견디고 살아남은 이의 풍채가 당당하다. 나무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윽하고 아름답다. 머리 위로 곱게 단풍이 들어서 더 멋스럽다. 물론 새순이 막 돋아나는 계절에는 다른 느낌으로 존재감을 뽐낼 테지. 이 마을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이 나무는 계절...

    1551호2023.10.27 11:20

  • [정태겸의 풍경](55)경남 양산 통도사 무풍한송길 - 숲의 가풍
    (55)경남 양산 통도사 무풍한송길 - 숲의 가풍

    여기에 이런 숲이 있었다는 걸 예전에는 왜 몰랐을까. 기이할 만큼 제멋대로 자라난 소나무가 길 위에 한가득하다. 어느 한 그루가 그랬다면 그 녀석이 이상하게 보였겠지만, 전체가 다 그러하니 이건 이 숲의 가풍이라고 할밖에. 경남 양산 통도사로 오르는 길, 누구도 좀처럼 눈여겨보지 않는 이 길은 어느 숲과 비교해도 독특한 풍광으로 가득 차 있다.몇 번을 다녔음에도 이 길을 걷는 건 처음이다. 당연히 이 길에 늘어선 소나무를 본 것도 처음이다. 늘 차를 몰아 절 아래까지 들어가 버렸다. 그러니 이 기이한 경치를 볼 기회가 없었던 게 당연하다. 소나무가 늘어선 길은 고작 해봐야 1㎞ 남짓. 그리 길지 않아 타박타박 걸어 오르기 좋다. 20분 남짓이면 충분히 통도사에 닿는다.바람이 춤을 춘다. 누가 붙인 것인지 모르겠으나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명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소나무 가지가 흔들리는 모습이 절로 머리에 그려진다. 걷는 내내 ‘무풍한송길’이...

    1549호2023.10.13 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