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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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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태겸의 풍경](74) 경북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왕자 탯줄 묻어…태교 명소로 각광
    (74) 경북 성주 세종대왕자 태실-왕자 탯줄 묻어…태교 명소로 각광

    성주라는 동네는 참 낯설다. 참외 말고는 알려진 게 별로 없다. 그나마 ‘언택트 성지’라는 수식어로, 찾는 이가 많지 않아 도리어 좋은 여행지로 포장돼 알려진 편이다. 처음 경북 성주를 찾았을 때 내 느낌은 그랬다. ‘이런 곳을 왜 몰랐을까.’세종대왕이 자손의 탯줄을 모아서 태실을 만들었다는 것도 몰랐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조선 왕조가 왕가의 탯줄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으며, 구태여 스스로 찾아보는 이도 없다. 세종대왕자 태실을 찾은 후 알게 된 것이 일제의 또 다른 만행이다. 조선의 왕가는 전국의 길지 중 길지를 골라 54기의 태실을 만들었는데, 이걸 일제가 경기도 고양시 서삼릉에 한데 모아 버렸다는 것. 이제는 태봉산이니 태봉리 같은 이름으로만 남아 있다. 세종대왕자 태실이 고스란히 지금에 이르고 있다는 게 반가운 건 그래서다.선석사라는 사찰 곁, 태봉의 정상부에 태실은 자리하고 있다. 주차하고 조금만 걸으면 금방이다. 온종일 햇살을 받을 수 있는 ...

    1599호2024.10.16 06:00

  • [정태겸의 풍경](73) 경북 영주 부석사-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서서
    (73) 경북 영주 부석사-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서서

    길가에는 어느덧 사과가 붉은빛을 뽐내고 있었다. 여러 번 다녀온 곳이지만 근처를 지날 때면 으레 들렀다 가게 되는 곳이 경북 영주의 부석사다. 소백산 끝자락 부석면에 앉은 부석사는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에 있었다. 타들어 갈 것만 같은 태양은 누그러지고 짙게 물들어가던 초록의 빛깔도 조금씩 너그러운 색채를 갖춰가고 있었다. 여름의 꽃 백일홍(배롱나무)은 마지막 꽃잎을 산들산들 흩날렸다.이 절의 이름인 부석은 ‘떠 있는 돌’이라는 뜻이다. 산등성이를 따라 끝까지 올라가면 나타나는 무량수전 곁에 있는 바위가 바로 그 떠 있는 돌이라고 한다. 의상을 흠모했던 여인 선묘가 용이 되어 이 자리에 사찰을 일으키고자 하는 의상을 도왔다는 이야기. 의상을 막아섰던 무뢰배들을 선묘가 커다란 돌을 띄워(부석) 물리쳤다는 고사가 깃든 절이 부석사다. 그래서일까. 절이 참 예쁘다. 영주에 내려올 때면 잊지 않고 꼬박꼬박 찾아가는 이유다. 보물찾기하듯 모르는 이에게는 보이지 않는, 아는 사람만 볼 수...

    1597호2024.10.02 06:00

  • [정태겸의 풍경](72) 전남 진도 관매도 해송숲-섬에서 받은 숲의 선물
    (72) 전남 진도 관매도 해송숲-섬에서 받은 숲의 선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배를 탄다. 거리로는 24㎞. 한 시간 반 정도, 바다를 가르며 유유히 나아가던 배가 관매도에 뱃머리를 이었다. 관매도는 진도의 관할 아래 독거도, 청승도, 신의도, 죽항도, 개의도, 슬도와 함께 독거군도를 이루는 섬이다. 오래전 선비 조씨가 귀양 가던 중 백사장을 따라 무성하게 핀 매화를 보고 관매도라 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이제는 매화가 보이지 않는다. 멸종한 것으로 추정할 따름이다. 대신 지금 이 섬의 주인공은 곰솔(해송)이다. 세찬 바닷바람을 막아선 소나무가 해안가를 따라 길게 늘어섰다. 수백 그루가 폭 200m로 2㎞에 걸쳐 이어진다. 면적만 9만9000㎡(약 3만평)에 달한다.언젠가부터는 ‘백패킹’을 좋아하는 캠퍼들이 하나둘 관매도의 이 숲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해보니 알 것 같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 가지의 소리. 텐트를 치고 곁에 의자를 펼쳐 앉는 순간부터 마음...

    1595호2024.09.11 06:00

  • [정태겸의 풍경](71) 전남 담양 명옥헌-여름이 분홍빛으로 일렁이거든
    (71) 전남 담양 명옥헌-여름이 분홍빛으로 일렁이거든

    분홍빛 구름이 일렁인다. 백일 동안 꽃을 피운다는 배롱나무꽃. 뙤약볕에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든 여름날이었다. 전남 담양의 명옥헌 원림은 배롱나무꽃이 절정을 이루며 여름의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나무 위에 걸린 구름이 흔들리고, 다시 바람이 일면 후드득 꽃비가 쏟아졌다. 연못 뒤 숲속 그늘에 얌전히 앉은 누각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더위도 썩 견딜 만했다.원림은 정원을 의미한다. 명옥헌은 1625년, 명곡 오희도의 넷째 아들 오이정이 아버지를 기리며 지었다. 오희도는 당대의 인재 중 인재였다. 인조가 왕위에 오를 때 인재를 찾는 과정에서 그를 발견했고, 세 번이나 찾아와 당신의 사람이 돼주기를 청했다. 그러나 끝내 오희도는 거절의 뜻을 밝혔다. 연로한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이유였다. 인조가 찾아오던 그때도 그는 이 자리에 머물렀다고 전한다.한국의 정원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풍경이라 했던가. 이곳은 그 말의 의미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사람의 ...

    1591호2024.08.14 06:00

  • [정태겸의 풍경](70) 경북 울릉도 현포-들판의 보랏빛 파도 ‘그림 같은 꽃밭’
    (70) 경북 울릉도 현포-들판의 보랏빛 파도 ‘그림 같은 꽃밭’

    차를 몰아 경북 울릉도를 일주할 때였다. 바다를 끼고 달리다 산길로 올라 오르락내리락. 코너를 돌아서 나가던 중 눈이 휘둥그레졌다. 드넓은 들판에 보랏빛 파도가 일렁였다. 평평한 땅이 드문 울릉도에서 보기 힘든 규모의 꽃밭이었다. 귀한 풍경에 차를 멈추었다.울릉도는 화산섬이다. 지형이 가파르고 평지가 드문 건 그래서다. 바위가 많고 척박하다. 야생화가 많고, 여름이면 나리꽃이 여기저기 만발하다. 이렇게 한 종류의 꽃을 무더기로 보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심지어 보랏빛이라니. 한쪽에 누군가 꽃의 이름을 적어 두었다. 버들마편초. 본 이름은 숙근버베나라고 부르는 남미 원산의 식물이다. 사진을 찍고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다른 버베나에 비해 이 종은 키가 크고 줄기가 꼿꼿해 비바람에도 쉬이 꺾이지 않는다고 했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바람 많은 울릉도에는 안성맞춤이다.울릉어선안전국 현포중계소가 있던 자리라고 했다. 면적은 3967㎡(약 1200평). 울릉군은 2022년 텅...

    1589호2024.07.31 06:00

  • [정태겸의 풍경](69) 강원 양양 남대천-우리가 몰랐던 ‘양양의 풍경’
    (69) 강원 양양 남대천-우리가 몰랐던 ‘양양의 풍경’

    강원도 양양이 뜨겁다. 적잖은 여행자의 시선이 양양으로 향한다. 대체로 인구해변과 바로 곁의 죽도를 말하지만, 변화 범위가 훨씬 넓고 크다. 위로는 속초에 가까운 곳부터 아래로는 주문진 바로 곁 남애리 일대까지 모든 해변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그러나 내 마음을 움직인 건 바닷가가 아닌 의외의 장소였다. 남대천이다.오해하면 안 된다. 이 하천은 강릉의 남대천이 아니라 양양의 남대천이다. 그러니까 강원도 동쪽의 남대천은 하나가 아닌 둘이다. 강릉 왕산면에서 발원하는 강릉의 것과 달리 양양의 이 물길은 양양 현북면에 가까운 오대산에서 시작한다. 영동지역의 하천 중에서 가장 맑고 길다고 알려져 있는데, 상류 쪽은 강원도에서 가장 물이 맑다는 법수치계곡을 이룬다. 길게 돌고 돌아 흘러 내려온 강은 양양읍 바로 옆에서 바다로 빠져나간다.보는 순간 가슴이 요동친 곳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제법 너른 강폭이 저 멀리 푸른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에 맞닿아 더없이...

    1586호2024.07.10 06:00

  • [정태겸의 풍경](68) 인천 주문도-강화에서 15㎞, 그 섬에 남기고 온 추억
    (68) 인천 주문도-강화에서 15㎞, 그 섬에 남기고 온 추억

    우연히 몇 년 전의 사진을 마주했다. 한창 캠핑하러 다니던 시절, 강화도에서 배 타고 들어간 섬에서 며칠 캠핑을 즐기던 순간의 기록이다. 그때만 해도 강화도에 딸린 섬을 잘 몰랐다. 주문도라는 이름은 더욱더 낯설었다. 한강이 임진강을 만나고 북에서 흘러나온 예성강과 합쳐져 흘러 들어가는 강화만은 북녘을 지척에 두고 있다. 강화만 가장 북쪽을 큼지막한 교동도가 막아섰고, 그 뒤 몇 개의 섬 중 하나가 주문도다. 강화도에서 서쪽으로 직선거리 15㎞.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그런 곳.주문도는 내세울 유적이나 명승지가 별반 없다. 서해에 별처럼 뜬 섬이 대체로 그렇다. 더구나 걸어서 반나절이면 충분히 한 바퀴를 돌 법한 이 작은 섬에서야 대단한 게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그 섬에서의 기억이 무척 좋았다. 대빈창이라 부르는 해변 곁 솔숲에 텐트를 치고 끼니마다 밥을 지어 먹으며 틈나는 대로 해변을 거닐던 시간은 평화로웠다. 문득 열어젖힌 사진첩에 남은 몇 장의 사...

    1583호2024.06.19 06:00

  • [정태겸의 풍경](67) 전북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숨 가쁜 일상 속 나를 보듬는 철로
    (67) 전북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숨 가쁜 일상 속 나를 보듬는 철로

    10년 만이다.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만 해도 세상에 막 알려지기 시작할 때였다. 입소문을 따라 찾아온 사람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독특한 여기만의 정취를 즐기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렇게까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지금은 다르다. 대형마트 건너편, 도로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그 뒷골목은 이제 현란한 간판과 호객행위를 하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예전 교련복으로 갈아입고 철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골목이 가득 찼다. ‘많이 변했구나’라는 생각에 실망감에 휩싸일 때쯤, 맞은편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엔 아직 예전의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길을 건너 철길이 놓인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기가 질릴 만큼 시끄러운 저쪽과 달리 이곳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아직도 골목 안 철길 양쪽에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기차가 다니지 않지만 철로는 그대로다. 곁에 텃밭이 있고, 사람이 심은 꽃과 바람에 실려 날아온 꽃이 공존한다. 기차가 다니던 그 길을 따라 걷는데 마음이 짜르르 울렸다...

    1580호2024.05.24 16:00

  • [정태겸의 풍경](66) 경북 울릉도 독도-처절하게 지켜온 동쪽 끝 우리 땅
    (66) 경북 울릉도 독도-처절하게 지켜온 동쪽 끝 우리 땅

    정확히 네 번째다. 처음 독도행 배에 올랐던 게 2013년 여름이었다. 울릉도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잔잔하던 파도는 독도 인근에 이르자 꽤 출렁거렸고, 결국 상륙에 실패했다. 그 뒤로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도전했지만, 연달아 상륙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독도경비대를 위로 방문하는 팀에서 함께하자는 제안이 왔다.울릉도를 거쳐 아침 일찍 배에 올랐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독도 접안에 성공했다. 첫 입도에 일반인에게는 출입이 허락되지 않는 독도경비대 숙소 옥상에 올라갈 기회까지 주어졌다. 가파른 해안절벽을 따라 놓인 계단을 오르는 동안 수많은 갈매기가 주변으로 날아다녔다. 경비대 건물 앞쪽 절벽 한쪽에 ‘한국령’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1952년 전쟁을 틈타 독도 점유를 노리던 일본에 맞서 울릉도 주민이 모여 독도의용수비대를 창설했고, 서도의 해식동굴에서 머물며 독도를 지켰다는 설명도 들었다. 그때 그들이 동도를 오가며 바위에 새긴 글자가...

    1578호2024.05.15 06:00

  • [정태겸의 풍경](65)경남 합천 대암산-운석 충돌구 위를 날아 ‘이카로스’가 된  봄날
    (65)경남 합천 대암산-운석 충돌구 위를 날아 ‘이카로스’가 된 봄날

    활공장에 섰다.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맨몸으로 하늘을 나는 건 처음이었다. 경남 합천의 대암산 활공장. 세계적으로도 패러글라이딩을 즐기기에 최적의 지형을 갖췄다는 곳이다.“자, 이제 달리세요!”나를 앞에 태운 파일럿의 신호에 맞춰 있는 힘껏 땅을 굴렀다. 다리가 헛발질한다 싶은 그때였다. 하늘 위로 몸이 날아올랐다.대암산 활공장의 앞은 초계적중 분지다. 5만 년 전 운석이 떨어져 만들어진 것으로 공식 확인된 국내 최초의, 최대의 운석 충돌구다. 운석이 떨어져 충돌하는 과정에서 솟아오른 땅은 이 일대를 빙 에워쌌다. 그중 정면으로 우뚝 솟은 흙더미가 대암산이 됐다.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니 분지의 앞쪽은 상대적으로 평온하다. 대신 뜨거운 태양이 지표를 달궈서 상승기류를 만들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기류에 올라타 하늘을 활공한다. 세계 각국의 패러글라이딩 파일럿이 이곳을 찾아오는 이유다.짜릿하다. 낙하산에 의지해 하늘을 날아오르는 기분은 ...

    1575호2024.04.24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