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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겸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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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태겸의 풍경](10) 그곳 청산도 유채꽃밭
    (10)<서편제> 그곳 청산도 유채꽃밭

    땅끝을 따라 차를 달려 더 들어가면 완도. 그리고 그곳에서 배를 타고 50분을 나아가면 청정해역의 아름다운 섬 청산도다. 푸를 청(靑)에 뫼 산(山), 그래서 청산도다. 다른 이름도 있다. 신선이 사는 섬이라고 하여 ‘선산도’ 혹은 ‘선원도’. 어떤 이름이든 섬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어 오르게 한다.청산도가 유명해진 것은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영화 <서편제>였다. 영화의 주인공인 유봉, 송화, 동화가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내려오는 롱테이크의 그 유명한 장면. 얼마나 많은 이가 이 장면에서 감탄했던가.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청산도의 아리랑 신은 찬사가 이어졌다. <서편제>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임권택 감독의 첫 시도였다.영화를 찍은 그 자리는 매년 봄 유채꽃으로 물든다. 바다 곁으로 눈부신 노란 물결이 출렁인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파도가 밀려드는 것 ...

    1421호2021.03.26 12:59

  • [정태겸의 풍경](9)달이 뜨길 기다리는 작은 섬
    (9)달이 뜨길 기다리는 작은 섬

    천수만의 끝자락에 작은 섬이 있다. 물이 빠져야 들어갈 수 있는 섬. 바닷물이 들어차면 길이 물속으로 잠긴다. 간월도는 그래서 유명했다. 밀물과 썰물의 물때를 확인해야 낭패를 보지 않았다. 섬에는 간월암이라는 자그마한 사찰이 앉았다. 예전에는 이 섬을 피안도라 불렀고, 섬의 절을 피안사라고 했다. 아마도 바다를 건너야 갈 수 있는 곳이기에 이 섬을 죽음 너머의 세계로 상정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려 말에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수행하다가 달을 보고 홀연히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달을 보다’라는 의미의 간월(看月)이라는 이름이 붙었다.신비로운 이 섬은 주위를 둘러싼 풍광이 무척 좋다. 왼쪽으로 충남 홍성의 해안이 보이고, 바로 앞으로는 천수만의 마지막 섬인 죽도가 있다. 섬에서 맞이하는 석양은 입가에서 말을 지울 만큼 아름답다. 모든 것이 아스라이 보이는 것처럼 햇살에 녹아 들어간다. 그래서 해질녘이면 숱한 사람이 이 섬에 찾아온다. 붉...

    1418호2021.03.05 13:56

  • [정태겸의 풍경](8)계곡을 울리는 얼음의 소리
    (8)계곡을 울리는 얼음의 소리

    경남 합천 해인사에 들렀다면, 꼭 걸어볼 길이 있다. 2011년 대장경 천년 세계문화축전을 맞아 복원한 홍류동 계곡의 옛길이다. 소리길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계곡이 가진 생명력 때문이다. 물 흐르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 위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 같은 게 귀를 즐겁게 한다.소리길의 길이는 총 7.3㎦, 4개의 구간으로 나뉜다. 가장 아래 각사교부터 가장 위의 영산교와 해인사 구간까지 이어지는데 그중 백미는 홍류동이다.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이 계곡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가을이다. 아니, 가을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이 계절에 계곡이 온몸으로 알려준다.길을 걷는 동안에는 다른 계절에 듣지 못했던 소리가 들린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흐르며 얼음을 움직이는 소리다. 둔탁한 듯 “뚝”, 때로 청명하게 “쪼르륵”. 계곡의 겨울 소리는 걸음을 멈추고 소리에 집중하게 만...

    1416호2021.02.19 14:41

  • [정태겸의 풍경](7)창동예술촌에 남아 있는 옛 마산
    (7)창동예술촌에 남아 있는 옛 마산

    마산이라는 옛 지명을 꺼냈더니 지인이 말했다. “아, 거친 남자의 사랑이 느껴지는 도시.” 느낌이 단박에 통했다. 그래, 마산은 거친 바다 사나이의 도시였다.마산은 한때 전국 7대 도시 중 하나로 거론될 만큼 규모 있고 화려했던 시절도 있었다. 민주화의 성지이기도 했다. 1960년 마산에서 일어난 3·15 부정선거 규탄 시위는 4·19혁명으로 이어졌다. 당시 민주화 시위가 벌어진 장소가 마산의 중심이었던 창동이다. 마산이 한국 민주화의 초석을 놓은 도시라면, 창동은 민주성지 마산의 중심이다.많은 문화·예술인이 모이는 곳이기도 했다. 창동을 배경으로 시를 썼던 이선관 시인이 있었고, ‘꽃’으로 유명한 김춘수 시인도 마산고등학교와 마산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한국의 현대무용을 이끈 선구자인 김해랑도 마산이 배출한 인물이다.이제 창동은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는 공간이다. 1950...

    1413호2021.01.22 15:40

  • [정태겸의 풍경](6)예술로 채워진 섬 속의 섬
    (6)예술로 채워진 섬 속의 섬

    전남 고흥 거금도와 완도 금당도 사이의 작은 섬. 바다 위에 뜬 연(鳶)을 닮아 연홍도라고 부르는 이곳은 섬 전체가 지붕 없는 미술관이다.섬은 초입부터 온갖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커다란 뿔소라가 뱃머리에서 보이고, 그 뒤로는 철사를 구부려 만든 듯한 조형물이 늘어서 있다. 마치 섬의 아이들이 강아지를 데리고 동네방네 뛰노는 듯한 모습. 들어서는 발걸음부터 기분이 좋다. 벽화도 많다. 그중에서도 반가운 건, ‘박치기왕’ 김일의 그림이다. 김일은 연홍도와 이웃한 거금도 출신이다.해안선이라고 해봐야 4㎞ 정도다. 마음먹고 나서면 섬 한바퀴 둘러보는 건 금방이다. 그럼에도 시간을 오래 두고 걸었던 건 그만큼 이 섬에 볼거리가 많아서다. 이곳을 단장한 모든 재료는 바다 아래에서 건져올린 부표, 밧줄, 폐목, 철근 같은 폐자재다.일본 나오시마가 예술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곳이었다면, 여기는 아기자기하고 정감 있는 풍경이다. 속 깊은 이 땅...

    1411호2021.01.08 15:41

  • [정태겸의 풍경](5)눈 내린 고모산성의 절경
    (5)눈 내린 고모산성의 절경

    이곳이 이렇게 변할 줄이야. 하얀 눈으로 뒤덮인 고모산성은 순백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다. 고모산성은 5세기경인 삼국시대에 축조한 것으로 추정하는 곳. 그 아래인 진남교반은 경상북도 북쪽의 울타리다. 과거에는 이곳이 천혜의 요새와도 같아 충북에서 넘어오는 적군을 방비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지였다.사실 고모산성은 많은 피를 뿌린 장소다. 임진왜란 당시에도 그랬고, 동학농민운동이 불길처럼 일어났을 때도 그랬다. 조선 말엽에는 의병의 항쟁이 벌어진 현장이기도 하다. 1895년 을미사변이 일어나자 운강 이강년 선생과 600명의 의병은 분연히 일어나 일본군과 치열하게 싸웠다.고모산성은 그런 아픈 기억을 간직한 채로 말없이 내리는 눈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슬픈 기억도, 아픈 기억도 모두 지나간 시간일 뿐이다. 새해에는 행복한 기억을 만들 수 있을까? 1년 뒤 다시 이곳을 찾아와 지난 한 해가 즐거웠노라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1409호2020.12.28 11:33

  • [정태겸의 풍경](4)절로 무릎 꿇고 싶은 기도의 공간
    (4)절로 무릎 꿇고 싶은 기도의 공간

    경건함. 전북 고창의 호암마을 초입부터 분위기가 남다르다. 이곳은 원래 한센병 환자의 공동체였던 마을이다. 한센병 환자 세 가족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공동체를 이뤘다. 그 뒤로 한센병이라는, 겪어보지 않은 이는 짐작도 못 할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이 모이면서 마을이 됐다.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건 무엇보다 신앙의 힘이었다. 마을의 중심인 고창성당 동혜공소는 한센병 환자의 무너지는 일상을 일으켜 세우는 척추였다. 이 성당을 지키는 인물은 파란 눈의 수녀다. 올해 78세의 강칼라 수녀는 무려 52년째 이 마을의 성당을 지키고 소외된 자들의 손을 기꺼이 잡아주고 있다.길 끝에 자리한 허름한 흙집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내부는 오로지 기도만을 위한 공간이다. 공터 한쪽은 대나무숲이다. 그 안쪽에 숨어 있는 기도의 공간이 또 있다. 이곳은 피정의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두운 방 너머로 햇빛이 쏟아지며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운 채광이 떨어졌다. 절로 무릎을 꿇고 싶어...

    1406호2020.12.04 14:24

  • [정태겸의 풍경](3)‘천불천탑’ 운주사의 와불
    (3)‘천불천탑’ 운주사의 와불

    해가 서서히 먼 서쪽 산 능선을 따라 저물어갔다. 어느덧 가을이 절정을 지나 겨울로 향해 가는 길목이었다. 전남 화순은 남쪽에 있는 지역이니 가을이 떠나는 마지막을 볼 수 있으려니 했다.운주사의 앞에는 늘 ‘천불천탑’이 붙는다. 도선국사의 신묘한 능력으로 천계의 석공들을 부려 지었다는 설화가 있다. 그 하루 사이에 1000기의 석불과 석탑을 만들어 올렸다는 이야기다. 정유재란 때 소실되어 한동안 운주사라는 이름은 구전으로만 전했다. 현재 남은 건 석탑 21기, 석불 93구뿐이다.대웅전 오른편 봉우리의 와불을 만나러 가는 길. 계단 끝자락에 세워진 두기의 탑이 벌써 마음을 빼앗는다. 너럭바위를 지나 다시 이어지는 계단 끝에 와불이 누웠다. 그 커다란 불상 두기에 마침 노을이 물들어왔다. 와불이 일어나면 세상이 바뀐다고 했던가.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와불은 평온해 보였다.좋은 날이 올 거다. 희망을 잃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해라. 불상은 ...

    1405호2020.11.27 15:52

  • [정태겸의 풍경](2)문경 윤필암의 만추
    (2)문경 윤필암의 만추

    윤필암은 문경에서도 동북쪽인 산북면의 사불산 안쪽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차를 몰고 사과밭을 지나 안쪽으로 훌쩍 더 들어가서야 비로소 비탈진 산마루에 암자의 모습이 나타난다.고려 후기인 1380년, 당대의 고승이었던 나옹 화상이 입적했다. 그가 입적한 이후 나온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지은 사찰이 지금의 윤필암이다. 그런데 암자의 이름이 독특하다. 절의 창건 경과를 기록한 기문은 당시 최고의 문장가인 목은 이색이 썼다. 목은 선생은 기문을 넘겨주면서 이에 대한 원고료를 받지 않았다. 대신 이 암자에 붙은 이름이 윤필암이다. ‘윤필’이란 원고료라는 뜻이다.윤필암에 올랐다면 잊지 말고 사불암까지 보고 오길 권한다. 사불암은 커다란 바위의 이름이다. 바위의 네 면에 마애불이 조각돼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진평왕 9년(587)에 네 면이 비단으로 싸인 커다란 바위가 산꼭대기에 떨어졌다고 적고 있다. 이 바위의...

    1403호2020.11.13 15:09

  • [정태겸의 풍경](1)‘한국의 갈라파고스’ 굴업도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
    (1)‘한국의 갈라파고스’ 굴업도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

    굴업도는 매력적이다. 한 번 발길을 들이면 하염없이 빠져들게 된다. 찾아오는 이를 사로잡는 이 섬의 사계 중에서도 가을은 굴업도의 아름다움이 최고조에 달한다. 굴업도는 ‘한국의 갈라파고스’라는 별칭이 있다. 그만큼 희귀한 자연 생태계가 살아 있다.소사나무가 빽빽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고, 이팝나무, 팽나무가 땅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사이로 만주고로쇠, 생강, 찰피, 동백, 으름, 보리수 같은 수종이 함께 자란다. 숲이 있어서 깃든 생명도 있다. 굴업도는 전체가 멸종위기 2급인 먹구렁이의 서식지다. 하늘에는 천연기념물인 참매와 검은머리물떼새가 날아다닌다.이 귀한 곳이 1994년 핵폐기장이 될 뻔했다. 2009년에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골프 리조트로 만들려다 격한 반대에 부딪혀 계획을 접었다. 지금도 이 섬의 98.5%는 그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근 해상에 풍력발전기를 다수 설치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돼 논란이 일었다....

    1401호2020.10.30 1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