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지나니, 바야흐로 봄기운이 물씬 느껴졌다. 계절이 순환한다. 삭풍 몰아치던 시간이 끝나면 비로소 따사로운 햇볕이 쏟아지게 마련. 이번에는 경기도 안성 칠장사로 향했다. 봄날의 기운을 느껴볼까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생각 같지는 않았다. 안성의 산자락 안쪽에는 아직 동장군이 발끝을 디디고 서 있는 듯했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이어지는 시간의 바람은 쌀쌀했다.그럼에도 햇볕이 들자, 이내 따스함이 경내로 깃든다. 그제야 절 마당을 거닐며 둘러볼 마음이 들었다. 대웅전과 맞은편 응향각 사이 한가운데에 안성죽림리삼층석탑이 섰다. 여기까지는 여느 사찰과 다름없는 풍경. 한데 그 바로 옆에 소원탑도 섰다. 겨우내 이 절을 찾았던 사람들이 각자의 소원을 긴 띠에 적고 매달아 쌓아 올린 탑인 듯했다. 색색의 띠가 한데 모여 이룬 탑은 그 자체로 예술작품처럼 보였다. 석탑 곁에 서 있기에 더욱 그리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원탑도 탑이다. 주변을 돌며 수도 ...
1669호2026.03.1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