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연재

방구석 극장전
  • 전체 기사 80
  • [방구석 극장전]현실의 뒤틀린 풍경과 ‘대면’하다
    현실의 뒤틀린 풍경과 ‘대면’하다

    바야흐로 영화제의 계절이다. 매주 국내 어딘가에서 영화제가 열린다. 한국에 영화제가 왜 이렇게 많냐는 푸념이 나올 법도 하다. 최근 몇몇 영화제가 한순간에 폐지되는 일도 있었다. 영화축제가 안착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한데 평가할 틈도 없이 지자체장의 교체만으로 다년간 쌓아온 노력과 성과가 증발해버리곤 한다. 하지만 정말 없어선 안 될 영화제들이 있다. 독립예술영화 중에도 비주류인 다큐멘터리에 꿋꿋이 정진해온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이하 ‘DMZdocs’)는 그중 첫손에 꼽을 만하다.2022년 영화제는 포스터부터 의미심장하다. 영화축제와 무관해 보이는 흑백의 바닷가, 저 멀리 외딴 섬이 보이는 해변 풍경. 설명을 읽으면 순간 가슴이 철렁해진다. 제주의 무인도 ‘범섬’이다. 사진가가 서 있는 땅은 바로 ‘강정’ 해변이다. 우리가 어느새 기억에서 잊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는 싸우고 문제가 지속되는 그 ...

    1494호2022.09.02 11:30

  • [방구석 극장전]다큐의 푸른 꿈을 펼치다
    다큐의 푸른 꿈을 펼치다

    여전히 코로나19의 그림자가 우리 곁을 배회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이후 국내 영화제들은 부침 속에서도 각자의 전망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중 다큐멘터리 전문 영화제로 시작부터 정체성을 유지해온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이하 ‘EIDF’)도 19회를 맞아 지난 2년간의 시련을 뒤로하고 변화된 상황에 조응할 태세를 착착 준비 중이다.팬데믹 이후 영화제들의 공통된 화두는 ①온라인 상영 활성화 모색 ②영화제 기간 외에 일상화된 상영 플랫폼 확보 ③사전제작 지원 확대 ④오프라인 행사 접근성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모색은 코로나19가 아니라도 당면한 과제였지만 대(大)역병이 인류 역사에서 급진적 변화를 강제했듯이 영화제 또한 격랑을 겪은 셈이다. 2022년 EIDF는 이런 흐름을 온전히 수용하고 미래의 영화제 모델을 모색하는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다.온라인 상영이 지난 몇년간 유행했지만, 영화제 실무자들은 ‘필름 ...

    1492호2022.08.19 11:58

  • 가난한 여행자의 경험을 공유하다

    영화제에 참석할 때마다 해외 감독들의 신작을 유심히 살펴본다. 세계적 거장도 찾지만 덜 알려진 유망주들의 차기작 소식에 눈에 불을 켜곤 한다. 그중 주셩저(朱聲仄)라는 1987년생 중국 여성 감독의 작업을 주시하고 있다. 그의 2019년 작품 <프레젠트. 퍼펙트.>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지만 실제 감독이 촬영한 건 없다. 대신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상은 중국 내 마이너한 개인방송 진행자들의 채널을 편집한 것들의 조합이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다 보면 얻어걸리는 ‘인플루언서’는 등장하지 않는 대신, 작품에 소개된 개인방송은 흔히 사회적 소수자, ‘마이너리티’ 부류들이다. 하루종일 고공에서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는 기사, 시골의 휠체어 장애인, 거리의 무명댄서, 중화상 환자, 그 외 성소수자와 장애인들이 진행하는 온라인 방송이 조각조각 연결돼 현대 중국의 이면을 재구성한다.개인방송을 통해 부와 명성을 좇는 행태가 위험수위에 달...

    1490호2022.08.05 14:37

  • [방구석 극장전]일본 신생 정당 대표의 도전
    일본 신생 정당 대표의 도전

    26회 일본 참의원 통상선거가 끝났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암살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집권 자민당은 단독 과반, 개헌에 찬성하는 정당(자민당-공명당-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을 합치면 3분의 2선을 차지했다. 반면에 입헌민주당을 비롯한 호헌파 야당은 대부분 참패로 드러났다. 유일하게 의석을 늘린 진보성향 야당은 ‘레이와 신센구미’였다. 배우 출신으로 얼굴이 익은 야마모토 타로 대표의 1인 정당 취급을 받던 이 신생 정당은 2019년 참의원 선거에서 중증장애인 후보 2명을 비례로 당선시켜 어엿한 원내정당으로 인정받고, 이후 조금씩 의석을 늘려가고 있다(현재 참의원 5명·중의원 3명).정치·경제 위기 속에서 기존 정당에 대한 반발과 신생 정당의 탄생은 흔한 일이지만 이들이 오래 지속되는 건 별개 문제다. 레이와 신센구미 역시 그런 우려 섞인 전망을 여전히 받지만 꾸준한 고정 지지층 확보로 현재 일본의 몇 안 되는 호헌야당(입헌...

    1488호2022.07.22 11:15

  • [방구석 극장전]‘현장’과 ‘섬’을 잇는 옴니버스란 지도
    ‘현장’과 ‘섬’을 잇는 옴니버스란 지도

    한국 독립영화의 초창기 특징 중 대항언론의 기능을 빼놓을 수 없다. 주류언론이 외면하던 ‘현장’ 소식은 독립영화의 속보 영상을 통해 제한적이나마 알려질 수 있었다. 현재도 여전히 다큐멘터리의 창작자 일부는 관련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봄바람 프로젝트>는 그 최신 버전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 3월 15일부터 4월 30일까지 40일 동안 전국 투쟁현장에 연대 방문했던 ‘봄바람’ 순례에 미디어 활동가들이 결합해 추진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이후 최초로 재개된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 활동이다. 개별 작업으로 완성한 5분 전후 단편 다큐멘터리 18편에 부가해설 성격의 인터뷰와 개별 투쟁을 테마별로 묶은 브리지 영상을 추가한 옴니버스 방식의 장편화를 병행했다.단편들은 5개 테마로 조합된다. ‘기후위기의 시대’는 에너지의 정의를 묻는 <원전 말고 사람>과 <삼척화력...

    1486호2022.07.08 14:23

  • [방구석 극장전]점점 확장되는 ‘은혜씨’ 유니버스
    점점 확장되는 ‘은혜씨’ 유니버스

    큰 화제를 모았던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지난 6월 12일 끝났다. 초호화 캐스팅에다 제주도를 관광지가 아닌 사람 사는 동네로 살린 점이 호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실제 장애인 배우를 기용해 시혜적이지 않은 태도로 관련 소재를 담아낸 지점의 반향이 컸다. 그 주역으로 청각장애인 이소별 배우와 발달장애인 정은혜 배우가 화제의 중심에 섰다. 특히 정은혜 배우는 영화 <기생충>의 박명훈 배우 이후 최고의 ‘신 스틸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배우 활동도 병행하지만 실제 캐리커처 작가로 활동 중인 정은혜 배우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지난 6월 23일 개봉했다. 드라마보다 먼저 완성했지만 제작진의 히든카드로 비밀유지를 하다 보니 지각 개봉하게 됐다. 대신에 독립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고심하는 작품 홍보의 수고는 많이 덜어냈다. 그런 행운이 아니라도 영화 <니얼굴> 속 은혜씨는 충분히 매력이 ...

    1484호2022.06.24 17:02

  • [방구석 극장전]오바마가 제작한 정부의 역할 가이드
    오바마가 제작한 정부의 역할 가이드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났다. 4132명의 당선자 중 508명, 12.3%가 무투표 당선이란 결과에 지방선거 무용론이 등장하고 자연스럽게 정부 무용론으로 흐른다. ‘작은 정부’를 예찬하며 민간(기업)에 뒤처진 관료주의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그럼에도 코로나19든, 안보위기든, 불황대책이든 우리는 늘 정부의 역할을 원한다. 대체 정부란 어떤 존재이기에.스탠드업 코미디언 애덤 코노버가 진행하는 넷플릭스 코미디 쇼 <애덤 코노버: 정부가 왜 이래>는 미국 연방정부의 숨은 역할을 알기 쉽게 해설하는 기획이다. 다큐멘터리와 코믹 시트콤을 오가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음식’, ‘날씨’, ‘돈’, ‘미래’, ‘질병’, ‘변화’ 테마를 각 30분 내외로 구성하는 6부작이다.매회 전반부는 애덤 코노...

    1482호2022.06.10 14:05

  • [방구석 극장전]‘어른이’들을 위한 교육과 치유의 시간
    ‘어른이’들을 위한 교육과 치유의 시간

    연예인 가족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 큰 자식에 대한 참견도 보기 싫지만, 자녀와의 알콩달콩 풍경을 ‘비장의 카드’로 들이대는 방송이 무척 불편하다. 현실이 아닌 ‘판타지’를 통해 대리만족을 퍼뜨린다는 생각에서다.방송에서 가족은 일상에서 우리가 겪고 보는 보통 가족과 형태만 같지 실질은 영 다르다. 선남선녀 부모가 바쁜 출근길이나 ‘투잡’ 일상 대신 자녀들과 오래 함께하고 전문가의 조력을 얻어 충분히 대화하고 설득하는 게 흔한 풍경일 리 없다. 반복되는 패턴과 신파에 식상하지만, 워낙 현실 육아가 고단하니 시청자는 ‘환상’이 주는 위안에 혹한다. ‘세상 쓸모없는 게 연예인 걱정’인데 어느새 ‘연예인 가족’까지 걱정하는 꼴이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이용해 연예인 2세나 3세, 사돈의 팔촌까지 ‘셀럽’으로 ...

    1480호2022.05.27 13:52

  • [방구석 극장전]변화하는 영화축제의 서막
    변화하는 영화축제의 서막

    2022년 전주국제영화제가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열흘간의 일정을 마쳤다. 57개국 217편의 상영작, 코로나19 이전 관객수 80%대를 회복한 5만명의 관객과 함께 사회적 거리 두기 종료 직후 일상 회복의 서막을 알리듯 성공적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영화제는 ‘Film Festival’, 즉 영화축제다. 매년 5월 초 열어온 전주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변화를 상징하는 역할을 의도치 않게 맡아왔다. 2020년 영화제는 무관객 행사로, 2021년에는 좌석 간격을 엄격하게 유지해 1만명선의 관객을 맞이했다. 이렇게 관객수가 줄어든다고 들어갈 예산이 감소하진 않는다. 축제 측면에선 손발 다 묶인 채 행사를 한 셈이다. 이쯤 되면 차라리 쉬어가는 게 낫지 않나 반문할 이들이 적지 않을 테다. 전국 모든 영화제가 지난 2년간 겪은 고민이다.2000년 영화제가 시작될 당시 인구 65만명의 전주가 ‘국제영화제’를...

    1478호2022.05.13 14:17

  • [방구석 극장전]소년의 우주여행 꿈, 현실이 되기까지
    소년의 우주여행 꿈, 현실이 되기까지

    혁신적 기업가의 상징인 동시에 갖은 기행으로 슈퍼 빌런의 면모도 부각되는 일론 머스크.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주가를 들었다 내렸다 할 때마다 미디어가 주목하고 사람들은 탄식을 내뱉는다. 논란 제조기격인 최근 그의 행태에도 머스크의 우주여행에 대한 열망만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테슬라건 뭐건 그에겐 어릴 적 꿈꿨던 과학소설 속 상상을 하나둘 현실로 만들어가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일론 머스크는 남아공 출신이지만 인종차별 문제로 시끄럽던 출생지 대신 ‘기회의 땅’ 미국을 동경하며 이민해 목표를 이뤘다. 그 꿈과 기회라는 건 엔지니어가 구현할 수 있는 최대치의 재량과 규모를 자랑하는 프로젝트였으리라. 그가 유소년 시절 동경하던 대상 중 가장 큰 지분이 바로 소년의 가슴을 들뜨게 한 우주여행과 달 착륙 아니었을까.우리에겐 <비포 선라이즈> 연작의 감독으로 알려졌지만, 실험영화 쪽에도 일가견이 있는 미국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애니와 실...

    1476호2022.04.29 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