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연재

오십, 길을 묻다
  • 전체 기사 58
  • [오십, 길을 묻다](8)예고 없이 오는 시련, 어떻게 극복할까
    (8)예고 없이 오는 시련, 어떻게 극복할까

    프랭클은 ‘시련은 그것의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 시련이기를 멈춘다’고 통찰한다. 시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데에 길이 있다는 말이다.“아우슈비츠 이후로 우리는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히로시마 이후로 우리는 무엇이 위험한지를 알게 되었다.”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이렇게 끝이 난다. 프랭클은 유대인 집단학살, 다시 말해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다. 그의 시련에는 20세기의 가장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추위와 굶주림과 학대 끝에 살아남았지만 그가 사랑하는 이들은 강제수용소에서 죽었다. 그리고 프랭클은 로고테라피를 내놓는다. 로고테라피는 이 책의 원제인 ‘인간의 의미 추구(Man’s Search for Meaning)’처럼 인간의 의미 추구에 주목하는 치료법이다. 환자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도...

    1353호2019.11.18 14:55

  • [오십, 길을 묻다](7)우리에게 아직 ‘동화의 나라’가 남아있을까
    (7)우리에게 아직 ‘동화의 나라’가 남아있을까

    어른들은 잘 잊는다. <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에서 어른들은 재미있는 일들은 다 잊어버리고 재미없는 세계에서 살아간다. 다 잊어버린 게 어른들의 책임은 아니다. 어른으로서 변명을 하자면 살아내느라고 바빠서 잊었다. 책꽂이에 책들이 넘치자 바닥으로 내려와 쌓이기 시작했다. 두고 볼 수 없어 책 정리를 하다가 구석에 숨어 있던 <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1934)를 발견했다. 아이가 어렸을 적 사준 동화책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엄마가 방문판매 책장수에게 샀던 어린이문고로 처음 읽었다.어린 시절의 나는 요즘 아이들보다 심심했던 것 같다. 해가 지면 밖에 나가기 어려워 텔레비전으로 저녁시간 어린이 방송을 보았다. 그러고 나서 너무 심심하면 문고판 동화책에서 아무거나 골라 방구석에 박힌 채 읽은 책을 또 읽었다. 줄리 앤드류스와 딕 반 다이크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는 그 가운데 특...

    1351호2019.11.01 15:52

  • [오십, 길을 묻다](6)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브레이브 어답터’
    (6)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브레이브 어답터’

    상상할 수 없던 변화들과 마주하면, 혹시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즉각적 두려움부터 인공지능이 인간을 잉여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근본적 두려움까지 피어난다.새로운 기계를 쓰는 건 늘 늦어 남들이 다 써서 유별나 보일 때쯤이었다. 잠깐 삐삐를 사용하다 1997년께 핸드폰을 샀고 지금은 스마트폰을 들고 있다.예전에 약속은 수첩에 적어놓은 시간을 어지간하면 지켜야 했다. 바꾸기가 어려워서였다. 친구 집에 전화를 걸면 부모님이 받았다. 어색한 인사를 드리면 친구는 없기 일쑤였다. 약속이 어긋나 길에서 한두 시간 기다리는 건 흔한 일이었다.각종 메신저로 언제든지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는 요즘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는 ‘수천 명의 친구’들과도 즉시 소통이 가능하다. 적응하기 벅찼지만 사용자로서 새로운 기술들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세계 최대의 택시회사인 우버는 소유하고 있는 자동차가 한 대도 없다. 세계에서 ...

    1349호2019.10.18 16:02

  • [오십, 길을 묻다](5)‘사랑과 일과 표현’ 평범함에 최선 다하기
    (5)‘사랑과 일과 표현’ 평범함에 최선 다하기

    대개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는 편이다. 늦은 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1941) 미리보기에 들어가 있었다. 책 추천 알고리즘에 걸렸거나 다른 리뷰들을 읽다 흘러 들어갔을 것이다. “자유는 근대인에게 독립과 합리성을 부여해 주었지만, 또한 근대인을 고립시킴으로써 마침내 그를 불안에 싸인 무력한 존재로 만들었다.” 이 책은 꼭 사야 했다.검색해 보니 1976년 번역본이 있다. 대학에 다닐 때 다른 책에서 몇 번 만났고 수업시간에도 들었지만 읽지 않았다. 학부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사회 구조와 역사에 눈이 먼저 갔고 개인이나 심리 같은 건 구조나 체제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세상을 설명하는 공식 같은 게 어디엔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젊었다.신혼집에 들어가려고 짐을 싸다 보니 ‘변증법’과 ‘유물론’을 제목으로 단 책이 반이 넘었다. 헤겔과 마르크스와 루카치 책 ...

    1347호2019.10.07 14:10

  • [오십, 길을 묻다](4)뭐 하고 놀까? 잃어버린 재미를 찾자
    (4)뭐 하고 놀까? 잃어버린 재미를 찾자

    재미는 공짜가 아니다. 폭넓은 관심사를 가져야 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배우고 익혀야 한다. 호기심과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거기에다 같이 즐길 이들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책을 읽고 하마터면 동네에 여자축구팀이 있는지 찾아볼 뻔했다. 축구는 국가대항전이나 있어야 봤지 평상시엔 별 관심도 없었다. 선을 하나 그려 가장 왼쪽에 축구를 싫어하는 사람을 놓으면 그것보다 약간 중앙 쪽에 내가 있고 축구를 하는 여자는 선의 가장 오른쪽에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는 축구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어 보였다.김혼비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축구> (2018) 얘기다. 책은 오랫동안 즐거이 축구를 관전해온 좋은 팬이 여자축구팀에 들어가 열정적으로 축구에 빠져드는 이야기다. 축구가 본업이 아니다. 그래서 김혼비의 열정은 더 순수하다. 이 책은 재미에 관한 이야기다.축구에 빠진 40~50대 언니들뙤약볕에 쭈그리고 앉아 줄지어 기어가는...

    1345호2019.09.23 14:23

  • [오십, 길을 묻다](3) 내가 산을 찾는 이유, 또 다른 나를 만나러
    (3) 내가 산을 찾는 이유, 또 다른 나를 만나러

    길을 떠나면 만날 수 있는 내가 있다. 일상의 자리가 역할과 책임으로 묶인 자리라면, 가벼운 배낭까지 벗어 놓은 바위 위의 자리는 자유로운 무심(無心)의 자리다.안치운의 <그리움으로 걷는 옛길>(2003)은 여행기이자 산행기다. 좋은 에세이가 그렇듯 소소한 독서의 즐거움을 안겨주고 깊게 생각할 지점들을 선사한다. 자연과 사람과 사회와 역사에 대해 그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 때로 그와 함께 풍경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그가 따끔하게 비판하는 세속의 부박함 쪽에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몇 년 전에 산행을 시작했다. 넘어져 다쳐서 병원을 찾았던 젊은 날과 달리, 자고 났는데 이유도 모르게 팔이 잘 올라가지 않아 정형외과를 찾았다. 의사 말로는 완치가 어려운 것이었다. 물리치료를 받다 어지간한 것 같아 그만두면 얼마 안 있어 다시 증상이 나타났다.의사는 운동을 권했다. 어깨가 늘 무지근했고 팔이 가끔 저렸으며 체중은 성인병을 예고하고 있었다. 무조건 운...

    1343호2019.08.30 14:31

  • [오십, 길을 묻다](2)행복한 노년은 무엇으로 이뤄지는가
    (2)행복한 노년은 무엇으로 이뤄지는가

    베일런트는 부유한 상속자였던 하버드 졸업생의 쓸쓸한 노후를 평가하며 인간의 말년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경제적 빈곤이 아니라 사랑의 빈곤이라고 단언한다.행복한 사람을 보면 행복한 줄 알겠다. 하지만 막상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면 난감하다. 행복하고 싶다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 조지 베일런트의 <행복의 조건>(2002)은 여기에 대한 안내서다.<행복의 조건>의 원제는 ‘잘 늙기(Aging Well)’다. 나는 이 원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50세의 행복론으로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베일런트는 814명에 이르는 성인남녀의 삶을 1938년부터 70년간 추적 조사한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 연구’를 바탕으로 <행복의 조건>을 썼다. 책은 세 종류의 집단을 다룬다. 268명의 하버드 졸업생, 이너시티라는 서민 지역의 소년 출신 456명, 터먼...

    1341호2019.08.16 15:20

  • [오십, 길을 묻다](1)이제 겨우 반고비, 너의 삶이 말하게 하라
    (1)이제 겨우 반고비, 너의 삶이 말하게 하라

    오십이 되니 그 삶은 이미 켜켜이 쌓인 지층이 되어 있다. 나는 아직 나의 소명을 찾지 못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못한다. 오십은 너무 늦은 나이일까. 아니, 이제 겨우 반고비를 지나며 할 말은 아니다.우리 나이로 오십이 됐다. ‘백세 시대’에 딱 반으로 꺾어지는 나이다.풋풋한 시절 문학을 공부할 때 만난 책 가운데 하나가 김현의 <반고비 나그네길에>다. “한뉘 나그네길 반고비에 올바른 길 잃고 헤매이던 나….”김현이 인용한 단테의 <신곡> 첫 구절이다. 김현은 <신곡>의 ‘나’가 “바로 나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길이 없어” 제목으로 빌려 왔다고 한다. 단테에게 반고비란 칠십 인생의 절반인 서른다섯이다. 이제 나 역시 백세 인생의 오십이니까 ‘반고비 나그네길’에 들어섰다는 느낌을 지울 길 없다....

    1339호2019.08.02 1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