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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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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십, 길을 묻다](17) 행복하려면 자신에게 몰입하지 말아야
    (17) 행복하려면 자신에게 몰입하지 말아야

    <행복의 정복>이라니. 암만 행복해지고 싶어도 이건 아니지 않나 싶게 허풍스러운 제목이다. 저자는 유명한 버트런드 러셀이다. 수학자·철학자·문필가·사회운동가로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인물 아닌가. 그 당당함에 끌려 책을 샀다. 이 책을 읽으면 행복을 정복할 수 있다고 믿어서가 아니라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샀다. 그만큼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러니까 나는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읽다 그만두기를 반복하다 결국 다 읽지 않고 책꽂이 구석에 박아놓았다. ‘이런 부류의 여성들은’, ‘정신적으로 노예나 다름없는 여성들’ 같은 표현들을 마주하면 이 영국인 백인 남자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나, 최소한 21세기의 여성 들으라고 하는 말은 아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그러다 몇 년 후, 몹시 행복해지고 싶었던 건지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관심을 외부로 돌려야러셀의 남성중심적 시...

    1373호2020.04.10 15:06

  • [오십, 길을 묻다](16) 일과 여가 사이, 그 균형은 어딜까
    (16) 일과 여가 사이, 그 균형은 어딜까

    젊었을 때 ‘일이 뭐냐’는 질문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생계를 꾸려야 하고, 자아실현도 해야 하고, 사회에서 하나의 위치를 갖고 관계도 맺어야 하니까, 당연히 필요해 보였다. 그런데 주부로 가사를 하면서는 이게 일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생계에는 보조이고, 자아실현이 되는지는 모르겠고, 사회에서의 위치는 간접적이기만 했다.오랫동안 직장을 다닌 친구들도 요즘 지켜보면 그들도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취업을 위해 공부하고 직업을 가진 다음엔 일을 익히고 여기까지 달렸다. 정년을 보장해주는 직장이라도 이젠 다닌 기간보다 남은 기간이 훨씬 짧아져 버렸다.일과 연관해 최근 내 시선에 걸린 말이 ‘파이어족’이다. 파이어(FIRE: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란 경제적 자립과 이른 은퇴를 뜻한다. 파이어족은 30대 말이나 40대 초에 은퇴해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도록 20대부터 소비를...

    1371호2020.03.27 15:36

  • [오십, 길을 묻다](15)천국의 지도는 내가 만들어야 한다
    (15)천국의 지도는 내가 만들어야 한다

    “별들이 총총한 하늘이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들의 지도가 됐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게오르그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에 나오는 구절이다. 나 역시 가끔은 밤하늘에 걸린 그런 성좌를 바라보며 걸어가고 또 살아가고 싶다. 인생의 남은 후반을 설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이제라도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삶, 그런 인생의 완성을 꿈꾸곤 했다. 그런데 삶은 허공이 아니라 대지에 자리 잡고 있는 거다. 이를 내게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 이는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다.<모두스 비벤디>는 바우만이 2007년에 내놓은 책이다. 바우만은 끝없는 변화, 유동성, 불확실성의 특징을 보이는 근대를 ‘액체 근대’라고 봤다. 액체 근대 이전의 ‘고체 근대’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세계였다. 그런데 이제 액체 근대는 모든 것들을 녹여 불확실한 상태로 만든다. 지금 내가 딛고 서...

    1369호2020.03.13 15:11

  • [오십, 길을 묻다](14)불확실성의 시대, 편견에 휘둘리지 말자
    (14)불확실성의 시대, 편견에 휘둘리지 말자

    오십 정도 되면 세상 풍파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고 자기중심을 딱 잡고 살 줄 알았다. 물론 그런 이도 많겠지만 나는 아닌 듯하다. 젊은 날 가볍게 생각했던 삶의 불확실성이 오히려 더 크게 다가온다.지난해 11월 중국에서 페스트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놀랐지만 곧 잊었다. 12월엔 중국의 우한에서 원인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리고 일상은 흘러갔다. 중국의 상황이 갑자기 심각해졌고, 국내에 확진자가 생겼다. 새로운 병은 처음엔 ‘우한 폐렴’,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불리다가 얼마 전부터 ‘코로나19’로 불렸다.졸업식과 입학식이 취소됐다. 이런 일이 있을 줄 모르고 몇 달 전에 만들었던 약속은 거의 다 취소됐다. 어쩔 수 없는 볼일을 보러 지하철을 타면 너나없이 마스크를 쓴 모습이 으스스했다. 확진자 수, 치명률, 확진자 이동 동선, 검사자 수, 자가격리 같은 데...

    1367호2020.02.28 14:07

  • [오십, 길을 묻다]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과 ‘대면’하라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과 ‘대면’하라

    “모든 길은 진리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진리는 길을 갖고 있지 않으며, 바로 그 점이 진리의 아름다움이다. … 어떤 절이나 교회에도 없으며 어느 종교나 선생, 철학자 그 누구도 당신을 진리로 인도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당신은 이 살아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아는 것으로부터의 자유>(1975)를 옮긴 시인 정현종이 ‘다시 책머리에’에 인용해 놓은 구절이다. 정현종은 이 책을 읽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 이 세상이 한결 더 살 만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다. 나 역시 크리슈나무르티가 벗겨내는 세상의 껍데기와 그 안에서 찾아내는 자유를 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1895년 인도에서 태어난 크리슈나무르티는 13살에 신지학회에 선택돼 미래의 지도자로 수업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1929년 교단을 해체하며 모든 권위와...

    1365호2020.02.14 15:49

  • [오십, 길을 묻다]우리는 어떤 ‘감 하나’를 남겨놔야 할까
    우리는 어떤 ‘감 하나’를 남겨놔야 할까

    2016년 1월, 성공회대 장례식장에는 많은 사람이 찬 바람을 맞으며 묵묵히 줄을 서 있었다. 줄은 천천히 움직였다. 몇몇 사람은 눈물을 닦는 모습까지 보였다. 오래 가르치셨으니 제자들도 많겠지만, 나같이 한 번도 뵙지 못한 독자들까지 모여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많은 우리가 그렇게 선생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었다.신영복이 권하는 고전의 삼독<담론>(2015)을 펼친다.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를 엮은 책이다. 동양고전과 서양철학이 신영복의 삶과 함께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신영복에게 가장 많이 배운 것은 동양고전에 대한 해석이다. 신영복은 동양고전 공부를 한 것이 우리 것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이기도 했지만 많은 책을 볼 수 없는 감옥이라는 환경으로 인한 것이었다고 밝히고 있다.나는 동양고전과 잘못 사귀었다. 초등학교 때였다. 담임이 남편과 아내의 역할이 다르고 남자와 여자는 같지 않다는 등의 말을 하며 ‘삼강오륜&rsquo...

    1363호2020.02.03 16:32

  • [오십, 길을 묻다](12)언젠가 닥칠 삶의 마지막, 그때 나는 어떨까
    (12)언젠가 닥칠 삶의 마지막, 그때 나는 어떨까

    반평생을 살아버린 지금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것은 결국 죽음 앞에 한 발짝 다가와 있어서다. 그렇다면 죽음을 생각해봐야 할 텐데, 이 나이에도 여전히 죽지 않을 사람처럼 죽음을 생각하기가 꺼려진다. 죽음을 떠올리기만 해도 움츠러드는데 죽음은 잊고 지내는 편이 낫지 않을까. 삶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아까운 것은 아닐까.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이자 정신의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과 죽어감>(1969)을 읽으며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로스는 1965년 가을 자신을 찾아온 시카고신학교 학생들과 함께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들과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 연구를 통해 죽음을 앞둔 인간의 마음에 다가갔다. 이후 로스는 마지막 저작 <인생 수업>(2000)을 내기까지 죽음에 관한 연구에 일생을 바쳤다.죽음에 직면한 인간이 겪는 다섯 단계로스는 어렸을 때 자신의 집에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작별인사를 하고 품위 있는...

    1361호2020.01.10 16:38

  • [오십, 길을 묻다](11)‘금송아지 시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11)‘금송아지 시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나이 오십쯤 되면 삶에서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선명해지고, 더 이상 흔들릴 일이 없는, 안정적인 삶을 살게 될 줄 알았다. 젊은 사람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오십이 되고 보니 그런 건 없다. 외려 반쯤 남은 인생을 생각하면 마음만 더 급해진다. 나는 지금 잘살고 있는 건지, 앞으로 남은 삶에선 어떤 의미를 찾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를 지금 생각해 놓아야만 한다.실존심리학자 카를로 스트렝거의 <멘탈 붕괴>(2011)에 따르면 나만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수많은 ‘호모글로벌리스’가 실존적 공황과 의미 있는 삶을 살지 못한다는 반복된 의식에 괴로워한다.” 글로벌 정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는 인류가 호모글로벌리스다. 스트렝거는 이 호모글로벌리스가 사는 시대를 삶의 의미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대로 인식한다.앞선 세대의 삶의 경로를 지켜보며 자신의 삶을 예측할 수 있었던 시대에는 어디서 답을 찾...

    1359호2019.12.27 16:04

  • [오십, 길을 묻다](10)새로운 자본주의 사회 ‘쓸모없음의 유령’
    (10)새로운 자본주의 사회 ‘쓸모없음의 유령’

    미국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의 <뉴캐피털리즘>(2006)은 2009년 우리말로 옮겨졌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뒤흔들던 때였다. 1997년 외환위기의 트라우마가 있던 우리 사회는 당시 뒤숭숭했고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토론이 활발했다.신자유주의에 대한 저항도 퍼져나갔다. 2011년 미국을 중심으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가 세계적으로 퍼져나갔다. 무한경쟁, 자유시장, 규제 완화, 노동 유연성 같은 말들에 대항해 ‘1 대 99 사회’ 같은 불평등을 항의하는 말들이 힘을 얻었다. 그때만 해도 신자유주의에 바깥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바깥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세넷은 앞선 저작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에서 유연하고 조급증에 시달리는 새로운 질서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아버지와 아들의 삶을 대비해 분석했다. “단기 자본주의 때문에 ...

    1357호2019.12.16 15:09

  • [오십, 길을 묻다](9) 성공의 조건은 ‘운삼기칠’쯤 되지 않을까
    (9) 성공의 조건은 ‘운삼기칠’쯤 되지 않을까

    “우리가 성공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전부 틀렸다.”베스트셀러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자신의 책 <아웃라이어>(2008)의 메시지를 이렇게 요약한다. 글래드웰은 무엇이 성공인지는 묻지 않는다. 우리가 막연히 갖고 있는 성공에 대한 생각, 그러니까 성공에 대한 신화를 해체하려고 한다. 아웃라이어는 평균치에서 크게 벗어난 이른바 성공의 표본이다. 돈을 많이 벌거나 이름을 크게 떨치거나 자기 분야에 남다른 업적을 남겨 세속적인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아웃라이어다.<아웃라이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주장은 ‘1만 시간의 법칙’이다. 글래드웰은 탁월한 성취를 보인 사람들의 재능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탁월성을 얻는 데 최소한의 연습량을 확보하는 게 결정적이라고 그는 말한다. 구체적으로 ‘매직 넘버’로서의 1만 시간 정도를 투여해야만 성공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다.10년이 걸리는 ...

    1355호2019.11.29 1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