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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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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십, 길을 묻다](27)팬데믹 이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27)팬데믹 이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마스크가 조금 싸졌다. 다행이라고 사려다 보니 참 헛헛하다. 올해 초만 해도 여름이 되면 나아질 줄 알았다. 최근 세 자리의 확진자 수를 보며 근심이 다시 커진다. 입술 위로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마스크 쓰기가 참 괴롭다. 그래도 마스크 밑으로 나만큼 땀을 흘리고 있을 사람들을 보면 고맙기도 하다. 싼 마스크보다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밖에 나서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우리는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를 겪었다. 가능한 집에 머물고 마스크를 하고 손을 씻고 문손잡이를 닦아댔지만, 이렇게 길지는 않았다. 이번엔 백신이 나올 때까지 전 세계가 버텨내야 한다. 이 팬데믹이 끝나고 나서 우리가 과연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시민의 한 사람으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오늘부터의 세계>(2020)는 코로나19 한가운데를 정신없이 통과하는 중에 앞으로의 세계에 대한 통찰을 전한다. 언론인 안희경이 미국의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과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 ...

    1393호2020.08.28 14:22

  • [오십, 길을 묻다](26)초고령사회, 노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26)초고령사회, 노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50대가 됐지만 아직 죽음은 추상적이다. 여태 산 만큼은 더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종종 잊고 산다. 일어설 때마다 뚜둑 소리가 나는 무릎은 구체적이다. 머리빗에 끼어 있는 흰 머리카락도 내 것인 게 분명하다. 늙음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내 삶에 배어들고 있다. 생로병사(生老病死). 50대라는 건 태어남과 죽음 사이에 있는 늙음과 병이 도저히 남의 일이 아닌 때다.늙음이 녹녹해 보이진 않는다. 경제 문제를 빼놓더라도 건강이나 사회생활이 이전과 같지는 않을 거다. 노년이 가난이나 질병이나 사회적 고립으로 채워진다면 100세 인생도 달갑지 않다. 혼자 사는 노인의 고독사나 긴 간병 끝에 벌어진 간병살인 같은 뉴스를 접하면 참담하다.일본 초고령사회의 변화 모습우리나라는 2017년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5년에는 고령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로 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출산율로는 올해부터 인구의 자연감소가...

    1391호2020.08.14 14:23

  • [오십, 길을 묻다](25)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라
    (25)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라

    오십 이후의 생애에서 용기가 중요한 덕목일까. 용기는 신화의 주인공들에게 중요한 덕목이었다. 평범한 시민인 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게다가 이 나이에 용기를 들먹이는 것도 적당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용기가 필요 없는 삶을 살고 싶다. 용기를 내지 않아도 잘 살아지는 편이 중년 이후의 삶엔 더 좋지 않을까.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의 <미움받을 용기>(2013)에서 용기는 중요한 덕목이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책은 철학자와 청년의 대화로 이뤄져 있다. 여기서 아들러 심리학을 공부한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는 철학자 역으로 등장한다. 청년은 ‘인간은 변할 수 있고 세계는 단순하며 인간은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는 철학자의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철학자를 찾아간다.인생을 결정하는 건 ‘지금, 여기’의 자신청년은 어린아이에게나 세상이 단순하지 어른이 되면 복잡한 인간관계, 수많은 책임,...

    1389호2020.07.31 15:53

  • [오십, 길을 묻다](24)우리는 타인의 슬픔에 얼마나 공감하나
    (24)우리는 타인의 슬픔에 얼마나 공감하나

    건강은 개인의 일일까, 사회의 일일까. 내 건강은 좋은 음식을 먹고 적절한 운동을 하면 지킬 수 있는 걸로 보였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지금 건강이 사회적인 일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모두 마스크를 끼고 손을 씻어가며 조심하지 않으면 누구의 건강도 지킬 수 없다. 방역당국은 전염의 고리를 뒤쫓고 의료진들은 환자 치료에 뛰어들었다. 모두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사회적 관계가 많을수록 오래 살아사회역학자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2017)은 사회적 일로서 건강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건강은 원래부터 개인만의 일이 아니다. 김승섭이 인용하는 낸시 크리거의 논문 ‘역학과 원인의 그물망: 거미를 본 사람이 있는가’는 의학적으로 질병을 설명하는 ‘원인의 그물망’을 넘어 질병의 ‘원인의 원인’인 거미의 존재를 묻는다. ...

    1387호2020.07.17 15:45

  • [오십, 길을 묻다](24)성취는 그만 묻고, 이제 행복을 묻고 싶다
    (24)성취는 그만 묻고, 이제 행복을 묻고 싶다

    기원전 1200년경 이집트 무덤의 벽화가 있다. 황소 두 마리가 농기구에 매여 있고 인간이 채찍을 휘두른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2011)에 실린 그림이다. 하라리는 이 그림이 자유로이 돌아다니던 소들이 인간에게 길들여 겪는 고통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리고 농부의 굽은 허리에 주목하라고 덧붙인다. 그가 보기에 농부도, 황소도 모두 자신의 육체와 마음, 사회적 관계를 압박하는 고된 노동을 하며 평생을 보냈다.“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떻게 해서 이처럼 막대한 힘을 얻게 되었는가.” 하라리는 <사피엔스>가 이런 질문들에 답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힌다.<사피엔스>는 호모 사피엔스의 기원에서부터 시작한다. 인간은 호모속에 속하는 동물이다. 사피엔스는 이 속의 여러 종 가운데 하나다. 인간이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다고 생각하지만, 200만 년 전부터 ...

    1385호2020.07.03 17:22

  • [오십, 길을 묻다](22)제2의 인생은 나의 의미를 찾기 위한 여정
    (22)제2의 인생은 나의 의미를 찾기 위한 여정

    역사학자들의 책을 읽으면 참 시간을 길게 쓴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역사학자들은 인간과 사회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생물학자는 그보다 더 나간다. 35억 년 생명의 역사를 놓고 하는 말이니 무게가 참 남다르다.생물학자 최재천의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2005)의 부제는 ‘생물학자가 진단하는 2020년 초고령 사회’다. 2005년 책에서 우리나라는 2018년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속할 것으로 예견된다. 2020년에 보니 우리 사회는 그보다 1년 빠른 2017년 고령사회에 도달했다.‘1분기 출산율 0.90명으로 추락… 사상 처음 5개월째 인구 자연 감소.’ 지난 5월 27일 <연합뉴스>의 기사 제목이다. 이제는 부부가 한 명도 채 낳지 않는다.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으며 인구가 줄어드는 중이다. 최재천은 자신의 경고가 틀려서 2020년에 비난을...

    1383호2020.06.19 15:22

  • (21)노는 데 시간과 공을 들여 재미있게 살자

    아무래도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 아니다. 재미를 찾아 나가 노는 게 아니라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1938)을 읽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건 저자 요한 하위징아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 인간 문명이 놀이로 생겨나고 발전해 왔다는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시간적으로는 먼 고대부터, 공간적으로는 동서양을 넘나들며 방대한 연구를 하고 있으니까.인간이 본래 놀이하는 존재라고 해서 누구나 잘 놀 수 있는 건 아니다. 노는 시간은 왠지 떳떳하지 못한 시간이다. 그렇다고 놀지 않는 건 아닌데 마음 한구석의 찜찜함은 어쩔 수 없다. 노동이건, 작업이건 해야 하는데 하지 않은 일은 언제나 남아 있게 마련이다. 인생의 목표를 향해 성실하게 일을 해도 모자란 판에 어떻게 돈과 시간을 노는 데 쓰는 걸 스스로 잘했다고 할까. 그러다 별다른 취미 없이 오십대에 들어서고 보니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모르게 됐다. 놀이란 대체 무엇일까. 하위징아에 따르면 놀이는 잉여 에너지의 발산, 힘든 ...

    1381호2020.06.05 16:49

  • [오십, 길을 묻다](20) 도시에서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할 방법은
    (20) 도시에서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할 방법은

    한 시인은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말이 참이라면, 사는 대로 생각하지 않으면 생각대로 살 수 있다도 참이다. 그러니까 살아가는 틀을 벗어나 생각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살아가는 틀을 벗어나 생각하는 게 바다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파도를 상상하는 것과 같다는 정도랄까. 이럴 때는 내가 살아가는 틀에서 생각할 수 없는 다른 이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다.<흙을 밟으며 살다>(2010)를 읽으며 책을 지은 윤구병의 삶을 생각한다. 윤구병의 삶은 이채롭다. 월간 <뿌리깊은 나무> 초대 편집장이었고, 보리출판사에서 어린이책 기획을 했고, 충북대 철학과 교수를 했다. 1995년 53세, 15년 만에 교수직을 그만두고 전북 부안군 변산으로 들어가 농사를 지으며 변산공동체를 꾸렸다.이 기획의 바로 앞글에서 숲으로 들어가 자급자족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1379호2020.05.22 14:40

  • [오십, 길을 묻다](19)‘간소화하고 간소화하라’는 소로의 충고
    (19)‘간소화하고 간소화하라’는 소로의 충고

    “왜 우리는 이렇게 쫓기듯이 인생을 낭비해 가면서 살아야만 하는가? 우리는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제때의 한 바늘이 나중에 아홉 바늘의 수고를 막아준다고 하면서 오늘 천(千) 바늘을 꿰매고 있다.”이렇게 말하는 청년은 28세에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월든 호숫가에 집을 짓고 2년 정도를 자급자족으로 살았다. <월든>(1854)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다. 그가 생각하는 낭비는 우리가 생각하는 낭비의 반대다. 돈을 벌려고 열심히 일하면 인생의 낭비다. 호수를 바라보며 하루를 보냈다면 그게 실속있는 삶이다.그의 계산 방식은 이렇다. 멀지 않은 휘츠버그로 가는 데 누가 빠른가 내기를 한다. 휘츠버그까지 거리는 30마일이고 차비는 90센트다. 이 돈은 하루 품삯에 해당한다. 소로는 당장 도보로 떠나 밤이 되기 전에 도착한다. 한편 상대는 차비를 버느라고 하루를 그냥 보낸다. 운이 좋아 봐야 밤에, 아...

    1377호2020.05.08 15:34

  • [오십, 길을 묻다](18)결혼 이후의 사랑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18)결혼 이후의 사랑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오십 이후의 삶에도 사랑이 문제일까. 젊었을 때의 사랑이란 상대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고, 내 사랑이 받아들여졌으면 좋겠고, 지금의 사랑이 영원했으면 싶은 마음에 휘둘리는 정서적 긴장 상태였다. 이런 사랑은 점잖은 중년의 삶과는 거리가 멀듯 싶다. 그렇지만 오십 이후의 삶에도 사랑은 문제다. 더욱 문제다.“사랑은 개인화의 위험에 저항할 수 있는 최상의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이는 사랑이 다름을 강조하지만 모든 외로운 개인들에게 함께함을 약속해주기 때문이다. (…) 연인들 자신이 입법자이며, 서로에게서 기쁨을 느끼며 자체의 법을 제정한다.” 울리히 벡과 엘리자베트 벡-게른스하임 부부가 쓴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1990)의 한 구절이다.오늘날 가정 ‘두 개의 노동시장 일대기’여기서 ‘개인화’는 개인이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그 주도권을 갖는 것, 다시...

    1375호2020.04.24 1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