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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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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십, 길을 묻다](37)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마음의 힘
    (37)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마음의 힘

    누구나 살면서 좋은 일이 있기만 바란다. 불가능한 소원이다. 한 50년 살다 보니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렇다면 차선으로 좋지 않은 일을 겪더라도 잘 이겨내길 바랄 수밖에 없다.‘시련을 행운으로 바꾸는 마음 근력의 힘’, ‘역경을 통해 성장하는 사람들의 비밀’. 커뮤니케이션 학자 김주환이 2011년에 낸 <회복탄력성> 표지에는 이런 글귀들이 적혀 있다. 시련을 행운으로 바꿀 수 있고, 역경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니, 더 바랄 게 없다. ‘회복탄력성’이란 말에 사로잡힌 까닭이다.회복탄력성은 ‘탄력’, ‘회복력’ 등을 뜻하는 ‘resilience’의 우리말 번역어다. 김주환이 어려움에서 적응적 상태로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인 ‘회복’과 정신적 저항력의 향상, 즉 역경을 딛고 다시 튀어 오르는 성장을 뜻하...

    1413호2021.01.22 15:40

  • [오십, 길을 묻다](36)복잡한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아볼까
    (36)복잡한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살아볼까

    귀농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다 접어두고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어볼까 하는 생각부터 복잡해져 가는 도시생활이 지긋지긋해 그려보는 꿈까지. 반평생을 살아오면서 가끔 귀농을 생각했다. 50대에 이르니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코로나19 때문에 멀리 나다니지 못한 지 오래돼 불쑥 시골이나 풍경이 그리워질 때는 더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이런 내 생각을 실제 귀농했거나 귀농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들이 듣는다면 비웃을 것 같다. 농사가 얼마나 고단한 노동을 필요로 하는데 철없는 소리 한다고 하지 않을까. 텃밭을 가꾸는 데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데 귀농은 당연히 비할 바가 아닐 거다.나이 들수록 주경야독에 끌리는 이유이런 귀농에 대한 생각을 돌아보게 한 책이 지리학자 최영준이 2010년에 내놓은 <홍천강변에서 주경야독 20년>이다. 부제는 ‘역사지리학자 최영준의 농사일기’다. 1990년대의 10년과 21...

    1411호2021.01.08 15:40

  • [오십, 길을 묻다](35)슬픔 이후 그 삶이 너무 낯설지 않기를
    (35)슬픔 이후 그 삶이 너무 낯설지 않기를

    어느 날 부고가 날아온다. 꽃을 올리거나 절을 하고 나면, 푸석한 얼굴로 친구인 상주가 가족들에게 소개한다. 묵례를 건네고 나와서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 끼어 앉는다. 서로의 부모 안부를 묻는다. 너나없이 연로한 부모는 어딘가 아프다. 그 자리의 누군가를 상주의 자리에서 다시 만난다.50대는 그런 나이다. 잊고 살아도 죽음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고, 죽음으로 누군가를 잃는 것 역시 피할 수 없다. 여기에 고스란히 남는 것이 슬픔이다. 작가 론 마라스코와 브라이언 셔프가 2010년에 내놓은 <슬픔의 위안>은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에 대한 책이다.마라스코와 셔프는 슬픔에 빠진 사람들이 극심한 고통 속 소외감을 느끼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 역시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슬픔에 빠진 사람은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할까봐 침묵을 지키며 혼자만의 섬에 틀어박힌다. 마라스코와 셔프는 슬픔에 빠진 사람들의 그 침묵에 다리를 놓겠다고 말한다....

    1409호2020.12.28 11:33

  • [오십, 길을 묻다](34)‘나만의 방’은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34)‘나만의 방’은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백 년 후에는, 여성은 보호받는 성이기를 그만둘 것이라고 말입니다. 논리적으로, 그들은 한때 그들에게 거부되었던 모든 활동과 능력 발휘에 참여할 것입니다.”영국 작가 버지니아 울프가 1929년 펴낸 <자기만의 방>에서 한 말이다. 울프가 거의 100년 후인 2020년을 지켜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진다. 여성이 이젠 모든 활동과 능력 발휘에 참여하고 있는 걸까.19세기 후반부터 영국에서는 여성참정권 운동이 거셌다. 그 결과 1928년에는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참정권이 주어졌다. 2016년 개봉한 영화 <서프러제트>는 당시 격렬했던 영국에서의 여성참정권 운동을 다룬다.<자기만의 방>은 1928년 10월에 케임브리지대학 뉴넘칼리지와 거튼칼리지에서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여성의 권리 요구가 뜨겁게 분출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셈이다. 뉴넘칼리지와 거튼칼리지는 여성을 위해 설립된 대학이었다. 울프...

    1407호2020.12.11 14:12

  • [오십, 길을 묻다](33)먼 것은 먼 것대로, 가까운 것은 가까운 것대로
    (33)먼 것은 먼 것대로, 가까운 것은 가까운 것대로

    리베카 솔닛은 페미니스트 작가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저자다. 이 책을 유명하게 만든 말이 ‘맨스플레인’이다. ‘맨스플레인’이 솔닛이 만든 단어는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은 남성들이 여성을 뭔가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맨스플레인’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해 세계적으로 널리 읽혔다.<멀고도 가까운>은 결이 좀 다른 책이다. 고통스러웠던 한 시기를 통과해 낸 솔닛의 자전적 에세이다. 이 책은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를 물으며 시작한다. 우리는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고 그것을 듣는 법을 배워야 하고, 이야기꾼이 되어 자신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솔닛은 말한다. 그리고 솔닛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50대에 마주한 새로운 인생의 시련솔닛의 어머니는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었다. 어머니는 응급상황이 닥치면 솔닛에게 전화했다. 솔닛이...

    1405호2020.11.27 15:51

  • [오십, 길을 묻다](32)지나온 나의 삶은 어떤 이야기일까
    (32)지나온 나의 삶은 어떤 이야기일까

    학부에서는 사회학을, 대학원에서는 국문학을 공부했다. 사회과학이 사실을 다룬다면, 문학은 허구를 다룬다. 허구란 이야기다. 왜 나는 이야기를 좋아했던 걸까. 혹시 삶이 이야기라고 무의식으로 생각해왔던 건 아닐까.50대가 돼서도 소설은 계속 읽었다. 최근 읽었던 놀라운 이야기가 얀 마텔이 2001년 내놓은 <파이 이야기>다. <파이 이야기>는 좀 독특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 소설은 작가가 피신 몰리토 파텔이란 사람을 인터뷰하고 관련된 자료들을 정리한 형식을 취한다. 파이는 파텔이 자신의 이름 피신이 피싱(pissing·소변을 보는)으로 놀림을 받자 스스로 붙인 이름이다. 파이는 재미있는 소년이었다.“한때는 의심도 쓸모 있는 법… 하지만 우린 나아가야 한다. 의심을 인생철학으로 선택하는 것은, 운송수단으로 ‘정지’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망망대해에 호랑이와 단둘이...

    1403호2020.11.13 15:09

  • [오십, 길을 묻다](31)나 자신에게 꿈을 물어본 지가 언제인가
    (31)나 자신에게 꿈을 물어본 지가 언제인가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세상 만물은 모두 한가지라네.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1988년에 내놓은 <연금술사>의 한 구절이다. 이대로 믿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하지만 삶은 ‘자아의 신화’를 찾는 것같이 그럴듯한 게 아니라 고된 의무를 부과했다. 내 한 몸 먹고살고 식구들 부양하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졌다. 세상일이 참 뜻대로 안 되던데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니, 간절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탓해야 하는 걸까.<연금술사>는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으러 가는 이야기다. 꿈에서 한 아이가 산티아고를 이집트의 피라미드에 데려가 이곳에 오면 숨겨진 보물을 찾게 될 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산티아고 앞에 노인이 나타났다. 살렘의 왕이란 노인은 양의 10분의...

    1401호2020.10.30 15:39

  • [오십, 길을 묻다](30)바다와 물고기를 사랑한 노인 어부의 삶
    (30)바다와 물고기를 사랑한 노인 어부의 삶

    소설책에는 줄을 잘 긋지 않는다. 편한 자리에 누워 책장 넘기는 줄도 모르고 읽는 게 맛이다. 감당 못 할 물고기를 쫓던 늙은 어부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으로 책을 펴들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그러다 몸을 일으켰다. 줄을 그으려면 아무래도 필기구가 필요했다.<노인과 바다>(1952)가 이런 이야기였나. 이건 노인도 나도 피할 수 없는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생계의 무거움에 대한 이야기, 젊은 날의 추억과 꿈에 대한 이야기, 희망과 후회에 대한 이야기, 자연과 맺는 우정에 대한 이야기, 무엇보다 성공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중에 다시 읽고 싶은 문장들로 가득했다.<노인과 바다>는 1940년에 발표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이후 10여년 만에 헤밍웨이의 재기를 알린 작품이었다. 헤밍웨이는 53세에 발표한 이 소설로 1953년 퓰리처상을 받았고, 1954년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노인을 버티게 하는 바다이야기는 ...

    1399호2020.10.16 15:48

  • [오십, 길을 묻다](29)삶은 내게 끊임없이 선물을 안겼다
    (29)삶은 내게 끊임없이 선물을 안겼다

    “내일은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헛일을 하는 것이다. 당신의 생각이 비를 그치게 하지 못한다. 언젠가는 당신도 마음속의 끊임없는 지껄임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임을, 그리고 끊임없이 모든 것에 간섭하고 알려고 하는 그것이 다 부질없는 짓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문제의 진정한 원인은 삶 자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문제의 진정한 원인은 삶을 놓고 벌이는 마음의 온갖 소동이다.”명상가 마이클 싱어가 2007년에 내놓은 <상처받지 않는 영혼>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마음속에 먼저 올라오는 건 저항감이었다.삶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문제의 진짜 원인이 마음의 온갖 소동이라는 게 맞는 말일까. 생로병사부터 개인적인 문제들까지가 다 마음의 문제라는 건가. 살아간다는 건 온갖 것들과 끊임없이 부딪치는 과정이다. 아프고 늙고 죽는 문제들만 아니라 진학·취업·결혼 ...

    1397호2020.09.24 16:40

  • [오십, 길을 묻다](28)떠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못 간다
    (28)떠나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못 간다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 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천불산(千佛山)이/ 몸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속 수수밭이 환해진다.”“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천양희의 시집 <마음의 수수밭>(1994)에 실린 시 ‘마음의 수수밭’은 이렇게 시작한다. 수십 년을 책꽂이에 꽂힌 채 낡았는데 어디서 어떻게 처음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20대의 내가 ‘마음의 수수밭’을 이해했을까. 선물 받은 책인가 보니 섭섭하게 앞장에 아무 말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 시절의 친구들은 생일이면 시집을 선물하곤 했다. 생일을 핑계로 술을 진탕 마시고 ...

    1395호2020.09.11 1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