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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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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십, 길을 묻다](47)평온함이 아닌, 열정을 가진 노년
    (47)평온함이 아닌, 열정을 가진 노년

    꼬박 일주일을 읽었다. 프랑스의 작가 시몬 드 보부아르가 1970년에 발표한 <노년>이다. 775쪽이라니. 책이 너무 두꺼웠다. 돋보기를 쓰고 책을 읽는데, 젊었을 때처럼 며칠 내리 읽기가 어려웠다. 허리도 아팠다. 노년이 정말 남의 일이 아니다.<제2의 성>으로 유명한 보부아르가 60을 넘어 이 책을 낸 게 내겐 인상적이었다. 당황스러운 노년을 파헤쳐보겠다는 의지가 책 두께만으로도 읽힌다. 보부아르는 50세에 한 미국 여학생이 자신을 ‘늙은 동지’라고 부르는 데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는 여전히 나인데, 내가 다른 사람이 되었단 말인가?”이게 무슨 말인지 잘 안다. 나 역시 나이가 당황스럽다. 모습은 당연한 50대다. 그런데 50대의 마음이 절로 생기는 게 아니다.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듣던 ‘20대의 나’와 돋보기를 쓰는 ‘50대의 나’가 그렇게 다른 ...

    1435호2021.07.02 13:58

  • [오십, 길을 묻다](46)삶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모두 받아들이는 용기
    (46)삶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모두 받아들이는 용기

    황량한 풍경이다. 여자가 울고 있다. 시뻘건 속살이 드러난 몸속에는 부서진 이오니아식 기둥이 보인다. 벌거벗은 몸을 보정기 띠들이 감고 있다. 온몸에는 작고 큰 못들이 박혀 있다.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가 1944년 그린 자화상이다. 제목은 ‘부러진 척추’다. 아무리 묘사를 덧붙여도 그림에 담긴 고통을 전하기에는 모자라다. 가끔 화집 <프리다 칼로>(2005)를 들춰본다. 저자는 독일 예술사가 안드레아 케텐만이다.칼로는 평생 건강 때문에 몹시 고통받았다. 여섯 살에 소아마비에 걸려 오른쪽 다리와 발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목발의 프리다’란 서글픈 별명을 얻었다. 열여덟 살에는 심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척추가 탈골됐고, 아홉 달 동안 척추를 고정하기 위해 석고보정기를 착용해야 했다.자화상을 그리게 된 계기칼로는 사진작가인 아버지에게 화구를 얻고 침대에 이젤을 고정했다. 침대 윗부...

    1433호2021.06.18 15:20

  • [오십, 길을 묻다](45)당신의 가족관계·인간관계는 안녕한가요
    (45)당신의 가족관계·인간관계는 안녕한가요

    “노년의 걱정거리/ 힘 좋은 어깨 위로 훌훌 털어 넘겨주고/ 가벼운 마음으로 죽음 향해 천천히/ 기어갈 결심을 굳혔노라.”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1605년경 발표한 <리어왕>의 한 구절이다. 리어의 비극은 여기서 시작했다. 리어는 딸들에게 왕국을 물려주고 100명의 기사와 딸들의 집을 돌아가며 살 작정이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 한 나라의 왕이더라도 자식들에게만 기대서 편안한 노년을 보내는 건 불가능했다.리어는 딸들에게 누가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지 묻는다. 그에 따라 상으로 영토를 내릴 작정이다. 첫째 딸 고너릴과 둘째 딸 리간은 미사여구를 동원해 사랑을 호소한다. 리어는 셋째 딸 코딜리아에게도 사랑을 증명할 말을 요구한다. 코딜리아의 답은 없다는 거다. 코딜리아는 자식으로서 아버지를 사랑하며 결혼 후 그 사랑을 남편과 나눌 거라는 진실밖에 내놓을 게 없다.리어왕의 불행한 노년리어는 코딜리아를 쫓아낸다. ...

    1431호2021.06.04 15:42

  • [오십, 길을 묻다](44)코로나 시대, 상상의 여행 계획을 짜보자
    (44)코로나 시대, 상상의 여행 계획을 짜보자

    여행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고야의 그림이 있는 프라도미술관을 보고 싶었다. 지난해 1월 처음으로 스페인의 마드리드에 갔다. 고야, 벨라스케스, 보쉬 등의 작품을 실컷 봤다.여행의 기억에 그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떠나는 사람들로 가득 찼던 공항, 마드리드 시내에서 만났던 낯선 나무들, 타파스나 파에야 같은 독특한 음식들, 쾌활하기 이를 데 없는 외국인 관광객들. 일상이 아닌 것들은 무엇이든 설렜다.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스페인에 코로나19가 퍼졌다. 명랑했던 거리의 스페인 사람들이 걱정스러웠다. 곧 우리나라도 코로나19가 심각해졌다. 팬데믹이 2년째 접어든 현재, 해외여행이 돈과 시간의 문제였던 때와는 다른 세상이 됐다.못 가니까 여행이 무척 가고 싶다. 낯선 도시의 거리를 한가롭게 걷고 싶다. 다시 못 볼 사람들에게 짧은 인사를 건네고 싶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독일 역사학자 빈프리트 뢰쉬부르크의 <여행의 역사>...

    1429호2021.05.21 13:34

  • [오십, 길을 묻다](43)행복을 대체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43)행복을 대체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나는 지금 행복한가.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 건 우울의 전조(前兆)다. 기쁨의 한가운데서는 행복을 떠올리지 않는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 게 분명한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때, 우리는 행복을 생각한다.행복이란 뭘까.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가 2006년에 낸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 따르면, 행복이란 단어는 다양하게 쓰여왔다. 감정적 행복, 도덕적 행복, 평가적 행복 같은 거다.감정적 행복이란 느낌이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인간이 삶 속에서 얻고자 하는 것, 예를 들어 쾌락 같은 것을 행복이라고 봤다.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철학자들은 행복을 바르고 도덕적이고 보람 있고 충만한 삶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특별하고 좋은 느낌이라고 봤다. 심리학자들은 행복의 감정과 평가의 차원을, 철학자들은 감정과 도덕의 차원을 중시했다.길버트는 이 감정적 행복이 주관적 경험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어떤 경험이 더 행복하고 덜 행...

    1427호2021.05.07 11:19

  • [오십, 길을 묻다](42)내 마음이 쉴 수 있는 집에 살고 싶다
    (42)내 마음이 쉴 수 있는 집에 살고 싶다

    한적한 시골에 잘 지은 집을 보면 왠지 부럽다. 머릿속으로 나도 볕이 잘 드는 집을 한번 지어본다. 고즈넉한 마당은 어떨까. 가을 아침 마당에 서면 찬 공기가 서늘하게 온몸을 감싸는 건 어떨까.오십을 넘긴 후의 상상이다. 젊었을 때는 친구들을 만나 집이 왜 이렇게 비싼지, 어느 동네가 아이 키우기 좋은지 같은 얘기를 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친구들과 가끔 시골에 집 짓는 이야기를 한다. 단행한 사람은 없다. 아이들이 집을 떠나가고 있더라도 아직 도시에서의 생업으로 바쁜 탓이다.우리는 아파트에 적응한 세대다. 남들이 지어놓은 규격에 형편껏 삶을 맞추며 산다. 그러다 집 짓는 얘기를 나누면 동네 친구들과 놀던 집 앞 골목이나 집 뒷동산이 그리워진다.서현의 <내 마음을 담은 집>(2021)은 집을 짓는 이야기다. 그것도 각자의 형편에 맞춘 작은 집 3채를 짓는 이야기다. ‘작은 집의 건축학 개론’이 그 부제다....

    1425호2021.04.23 11:28

  • [오십, 길을 묻다](41)‘인간은 선한 존재다’ 이렇게 믿고 살자
    (41)‘인간은 선한 존재다’ 이렇게 믿고 살자

    인간은 선한 존재일까, 악한 존재일까. 누구나 평생 안고 가는 질문이다. 어떤 때는 성선설에 공감하지만, 다른 때는 성악설에 동의한다. 인생을 절반 정도 살았다면, 결론에 도달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네덜란드 저널리스트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쓴 <휴먼카인드>(2019)는 이 문제를 정공법으로 다룬다. 이 책에서 브레흐만은 인간 본성에 대한 증언 같았던 고전적인 사회심리학 실험들을 파헤쳤다.먼저 스탠퍼드대학 교도소 실험이다. 이 실험은 감옥을 만들어 평범한 학생들을 ‘교도관’과 ‘수감자’의 역할을 하게 했다. 역할만 주어졌을 뿐인데 교도관들은 가학적 행동을 보였고, 수감자들은 우울과 무력감을 보였다. 이 실험이 암시한 사실, 평범하고 선한 시민도 부정적인 상황에 놓이면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이 끔찍했다.인간 본성에 대한 잘못된 견해들한편 예일대학 스탠리 밀그램 실험도 유명하다. 밀그램은 &lsqu...

    1421호2021.03.26 12:58

  • [오십, 길을 묻다](40)100세 인생 ‘저주가 아닌 선물’이 되려면
    (40)100세 인생 ‘저주가 아닌 선물’이 되려면

    100세 시대가 열린 걸까. 린다 그래튼과 앤드루 스콧이 내놓은 <100세 인생>(2016)에 따르면 그렇다. 오늘날 선진국의 기대여명은 80~85세로 추정되지만, 코호트 분석으로는 100세가 넘는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19년 0세의 기대여명이 83.3세이니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50세면 이제 절반에 왔을 뿐인데, 100세 시대의 남은 절반이 어떨지 생각하면 막막하다. 나만 아니라 모두 처음 가보는 길 아닌가. 책에 따르면, 100세 시대 삶의 기획은 20세기에 확립된 교육, 직업, 퇴직이란 3단계의 삶과 달라져야 한다.이 책에는 1945년생 잭, 1971년생 지미, 1998년생 제인이라는 가상인물이 나온다. 잭은 42년을 일했고 65세 퇴직 후 기간은 8년이었다. 연금을 퇴직 전 소득의 50%로 잡으면 매년 소득의 4.3% 저축으로 충분했다. 기대여명과 국가·회사의 지원을 고려하면 3단계 삶의 모델이 딱 맞았다.길...

    1419호2021.03.12 16:03

  • [오십, 길을 묻다](39)잊은 취향을 되찾을까, 새 취향을 개발할까
    (39)잊은 취향을 되찾을까, 새 취향을 개발할까

    들을 만한 음악이 없다. 더 이상 좋은 음악이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여전히 세상엔 좋은 음악이 나오고 있을 텐데, 내가 찾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음악은 오랫동안 좋은 친구였는데 한참 공을 들이지 않아 서먹해진 거다.예전엔 음악을 어떻게 들었더라? 어렸을 땐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곡에 꽂히면 어딘가에 적어두었다. 용돈이 모이면 음반가게로 달려가 카세트테이프를 샀다.대학에 들어간 다음 좋았던 것 중 하나가 음악 들을 시간이 많아진 거였다. 학교 앞 음반가게에서 레코드판과 시디를 샀다. 들국화, 산울림, 노래를 찾는 사람들, 비틀스,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엘튼 존, 퀸, 반젤리스, 조지 윈스턴, 이자크 펄만, 요요마 같은 레코드판을 턴테이블 등의 오디오 기기가 없는데 아직도 갖고 있다.높은 평점과 실제 시청의 차이새로운 음악은 친구들이 알려줬거나 길거리, 라디오, 텔레비전 같은 데서 들었다. 그러다 인터넷 시대가 열렸다. ...

    1417호2021.02.26 14:19

  • [오십, 길을 묻다](38)가족 간의 사랑은 ‘연민과 이해와 용서’
    (38)가족 간의 사랑은 ‘연민과 이해와 용서’

    “내 묵은 슬픔을 눈물로, 피로 쓴 이 극의 원고를 당신에게 바치오. … 깊은 연민과 이해와 용서로 이 글을 쓰도록 해준, 당신의 사랑과 다정함에 감사하는 뜻으로 이 글을 바치오.”미국 극작가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 맨 앞에 나오는 헌사다. 1941년 결혼기념일에 아내 칼로타에게 바친 내용이다. 오닐은 아내에게 이 작품을 자신이 죽은 다음 25년 동안 발표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겼다. 오닐의 아내는 오닐이 세상을 떠난 3년 후인 1956년 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느릅나무 아래의 욕망> 등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닐은 왜 이런 유언을 남겼을까. 묵은 슬픔을 눈물과 피로 써야 했지만 차마 세상에 드러낼 수는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오닐 자신의 생생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연극으로 보지 못하고 대본으로만 <밤으로의 긴 여로>를 읽는 데는 시간이 적잖이 들었다. 작품 속 가족 ...

    1415호2021.02.05 1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