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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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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십, 길을 묻다](57)오십 이후의 삶, 길을 찾다
    (57)오십 이후의 삶, 길을 찾다

    삼십도 돼봤고 사십도 돼봤다. 한 살 더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뭔가 해야 할 일들로 바빴다. 이제 더 이상 이십대가 아니지. 사십대라 그런지 예전 같지 않네. 그 정도로 넘어갔다. 오십은 상상해보지 않은 나이였다. 언제 이렇게 나이가 먹었나. 나는 그냥 계속 이렇게 살 건가. 막막했다.여전히 본업에서 성장하는 오십대도 있을 거고, 충실하게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오십대도 있을 거다. 나는 그렇지 못했다. 오십의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오십 이후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더욱 막막했다. 본업으로 삼고 싶던 건 오래전 놓쳤다. 긴 시간을 주부로 살았다. 아이는 어른이 됐고 살림은 손이 많이 가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여유가 꼭 좋은 건 아니었다. 빈 둥지가 폐허가 되지 않으려면 뭐라도 해야 했다.아쉽게 지나가버린 오십년어떻게 살 것인가. 이 질문이 이렇게 진심인 적이 있었나. 오십이 되기 전 어떻게 살 것인지를 내가 정말 선택한 적이 있었나. ...

    1460호2022.01.03 13:34

  • [오십, 길을 묻다](56)다시 한 번 묻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56)다시 한 번 묻는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질문이 너무 무겁다. 사람을 살게 하는 것,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오십 년을 넘게 살았어도 이 질문에는 답을 못 내놓겠다. 러시아 작가이자 사상가 레프 니꼴라예비치 톨스토이는 1882년 펴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이 질문을 감당한다.어렸을 때 이 작품을 동화책으로 읽었다. 지금 읽고 있는 것 역시 동화책으로 나온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다. 어린이들 읽기 좋으라고 쓴 큰 글씨가 나이 든 내 눈에 시원하다. 이해하지 못했던 문장들을 수십년 만에 다시 읽어나간다. 그리고 다음의 문장에 오랫동안 눈이 멈춘다.“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들의 생각일 뿐, 사실은 오직 사랑에 의해서만 살아간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오랫동안 눈이 멈춘 문장들신의 명령을 어긴 벌로 인간 세상에 떨어진 천사...

    1457호2021.12.10 14:34

  • [오십, 길을 묻다](55)행복이 가진 다양한 얼굴
    (55)행복이 가진 다양한 얼굴

    책꽂이가 넘쳐 방바닥에 쌓여가는 책을 볼 때마다 이제 책을 좀 신중하게 사야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제목에 ‘행복’이 들어간 책을 잘 지나치지 못한다. 무의식으로 행복하고 싶다는 마음이 움직인 거다. 행복에 관한 책을 읽는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오늘날에는 누구나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들 생각할 뿐만 아니라 행복을 당연한 듯이 기대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나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이 현대의 독특한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바로 대린 맥마흔이 ‘행복하지 않음의 불행’이라고 표현했던 병이다.”미국의 작가 에릭 와이너는 2008년 출간한 <행복의 지도> 프롤로그에 이렇게 써놓았다. 와이너는 행복한 곳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취재를 했다. 그 결과로 <행복의 지도>라는 526쪽짜리 책을 펴냈다. 와이너는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행복하고 싶어 하는 ...

    1454호2021.11.22 13:37

  • [오십, 길을 묻다](54)쓸쓸히 죽어가지 않으려면
    (54)쓸쓸히 죽어가지 않으려면

    “내가 여기서 살피고자 하는 것은 노인 또는 죽어가는 사람이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노인과 죽어가는 사람이 처한 고립의 위험성을 중심으로 사회학적 진단을 내리고자 하며, 이것은 전통적·의학적 진단을 보완하는 의미를 가진다.”노르베르트 엘리아스가 1982년에 발표한 <죽어가는 자의 고독>의 한 구절이다. 엘리아스는 독일의 유대계 사회학자였다. 나치 집권 후 유대인 박해를 피해 파리로 도피한 후 영국으로 망명했다. 1897년생으로 1990년 세상을 떠났다. <죽어가는 자의 고독>은 85세쯤, 본인이 얼마 남지 않은 삶과 마주해 쓴 책이다.우리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는 자’다. 여기서 엘리아스가 들여다보는 것은 죽음을 향해 가는 노년이다. 죽음은 죽은 사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의 문제다. 엘리아스는 인간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죽...

    1452호2021.11.05 14:49

  • [오십, 길을 묻다](53)‘좋은 삶’을 위한 기본재
    (53)‘좋은 삶’을 위한 기본재

    건강, 안전, 존중, 개성, 자연과의 조화, 우정, 여가. 정치경제학자 로버트 스키델스키와 그의 아들인 철학자 에드워드 스키델스키의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2012)가 좋은 삶의 내용으로 내세우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것들을 ‘기본재’라고 부른다.하나하나 삶에서 소중한 것들이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소중하게 생각할까. 이런 기본재를 누리기 위해선 일단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많이 벌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우리는 경제성장이 우선이라고, 기본재는 잘살고 난 다음 따지자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저자들은 이 기본재를 ‘잔여 범주’로 보지 않는다.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공부하고, 취업 후에는 성공을 위해 일하고, 풍족한 노후를 위해 돈을 모으는 게 중요한데, 거기에 덧붙여 이런 것도 있으면 좋겠다는 범주가 아니라는 거다. 더 이상 빈곤이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라면 GDP(국내총생산)로 표현되는 경제성장이 ...

    1450호2021.10.22 14:41

  • [오십, 길을 묻다](52)‘가짜뉴스’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
    (52)‘가짜뉴스’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

    30여년 전, 대학에 들어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광주항쟁 이야기였다. 전혀 알지 못한 이야기를 들었고, 전혀 보지 못한 사진을 교정 전시에서 만났다. 그때까지 몰랐다는 게 부끄러웠다. 동시에 언론을 더 이상 믿지 못했다.광주 이야기가 알려지는 데는 긴 시간이 요구됐다. 1988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진상조사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청문회가 열렸다. 사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데 긴 시간이 필요했다. 화가 났던 건 명백한 사실을 왜곡하는 ‘가짜뉴스’들이었다.가짜뉴스의 역사는 물론 오래될 거다. 그런데 가짜뉴스가 범람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1세기 현재는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뉴스가 퍼지기 좋은 환경이다. 그 과정은 대개 이렇게 진행된다.누군가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에 일종의 뉴스를 올린다. 정치가 목적인지 돈이 목적인지는 불분명하다. 많은 댓글이 달리고, 다른 소셜...

    1446호2021.09.24 14:58

  • [오십, 길을 묻다](51)100세 철학자의 ‘100세 시대’ 대처법
    (51)100세 철학자의 ‘100세 시대’ 대처법

    100세 시대라니까 50세는 청년 같은 느낌이다. 인류가 노화를 여기까지 정복했다는 얘기니 좋은 말인 것 같다. 주위의 많은 60~70대 어른들도 장년층과 별다른 게 없이 건강한 모습이다. 문제는 100세를 살아갈 인생의 계획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점이다.100세 시대라면 65세 이상을 노년으로 잡을 경우 인생의 3분의 1이 노년이다. 경제활동에 종사하고 아이를 키우는 게 끝나고도 한참 남는 시간이다. 직업 세계에서의 은퇴, 아이의 독립, 배우자와의 사별, 친지의 죽음, 육체적·정신적 노쇠 같은 피할 수 없는 것들을 길게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성장하는 한 늙지 않는다“인생에서 50에서 80까지는 단절되지 않은 한 기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50부터는 80이 되었을 때 나는 적어도 이러한 삶의 조각품을 완성해야 한다는 준비와 계획과 신념과 꾸준한 용기를 갖고, 제2의 마라톤을 달리는 각오로 재출...

    1444호2021.09.03 15:37

  • [오십, 길을 묻다](50)질주하는 사회에서 ‘현역’으로 사는 법
    (50)질주하는 사회에서 ‘현역’으로 사는 법

    1968년에 나온 미국 작가 필립 K. 딕의 SF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를 2021년에 읽는 느낌은 색다르다. 모두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는 이 시대에 사무실이나 집에 있는 전화를 이용해야 하는 미래는 어색하다. 사냥해야 하는 안드로이드 목록은 서류로 가지고 다니고, 모두 다 텔레비전으로 <버스터 프랜들리>란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SF라고 해도 1960년대 현재에서 상상한 미래라서 그렇다. 세계대전 후 지구는 방사능 낙진으로 오염됐다. 동물들이 죽기 시작했다. 지구에 태양이 비치지 않게 된 이후에는 식민화 프로그램이 강화됐다. 인류 대다수는 식민 행성으로 이주했다. 모든 이민자에겐 전쟁무기에서 개조된 안드로이드가 제공됐다.딕이 보여주는 디스토피아는 인간에 의해 파괴된 지구였다. 이 지구에는 이민을 거부하는 사람들과 왜곡된 유전자 때문에 특수인으로 분류된 사람들만 남았다. 릭 데카드는 현상금 사냥꾼이었다. 화성에서 지구로 도...

    1441호2021.08.13 14:57

  • [오십, 길을 묻다](49)성찰하는 열정의 삶은 어떻게 가능할까
    (49)성찰하는 열정의 삶은 어떻게 가능할까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도다./ 그 순간을 향해 나는 말할 수 있으리,/ “머물러라, 너 그렇게 아름답구나”./ 내 이 세상에서의 삶의 흔적은/ 영겁의 시간 속에서 결코 소멸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드높은 행복을 예감하면서/ 나는 지금 지고의 순간을 향유하노라.”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쓴 <파우스트>의 한 구절이다. “머물러라, 너 그렇게 아름답구나”란 말을 만났을 때 기막힌 심정을 갖게 된다. 설명하려면 좀 길다. <파우스트>의 줄거리는 신과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내기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를 놓고 신에게 내기를 청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를 자기의 길로 이끌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신은 인간이 노력하는 한 방황하게 마련이지만 결국 올바른 길로 들어설 거라며 제안을 수락했다.신과 악마의 내기평생 학문에만 정진해온 파우스트는 앎의 회...

    1439호2021.08.02 11:26

  • [오십, 길을 묻다](48)늙음과 죽음을 현명하게 수용하는 법
    (48)늙음과 죽음을 현명하게 수용하는 법

    심장질환, 늙음, 알츠하이머 질환, 살인, 사고, 자살, 안락사, 에이즈, 암. 미국의 의사 셔윈 B. 뉴랜드가 1993년에 낸 <사람은 어떻게 죽는가>는 사람이 죽음에 이르는 다양한 경로를 다룬다. 의학적 설명과 함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나 같은 50대가 읽으면 좋을 내용이 많았다. 기름진 음식, 흡연, 운동 부족, 급한 성격, 흥분 잘하는 마음 같은 게 동맥경화를 불러일으켜 결국 건강이 고장 나는 과정을 보면 지금 당장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가 분명해진다.죽음에 이르는 과정“나이가 많아 죽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늙음과 죽음’에 대한 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의사들의 사망진단서에는 뇌졸중, 심장마비, 폐부종 같은 것들이 적혀 있다. 사인으로 나이를 드는 건 의학적 설명이 아니다. 하지만 노인들이 결국 죽는 것은 낡아가는 신체조직 때문이다.인체는 죽은...

    1437호2021.07.19 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