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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근의 노을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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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택근의 노을 노래]베트남, 그리고 베트남 신부
    베트남, 그리고 베트남 신부

    이제 고을마다 베트남 여인들이 살고 있다. 그들의 한국인 자녀들이 힘차게 이 땅 위를 달리고 있다. 베트남 여인들에게도 한가위는 특별할 것이다. 보름달 속에 고향과 가족이 들어있을 것이다.베트남이 점점 가깝게 다가온다. 수많은 한국기업들이 베트남 현지에 뿌리를 내렸고, 한류가 깊이 흐르고 있다. 최근에는 박항서 마법이 베트남 사람들을 춤추게 했다. 베트남은 한국의 견고한 해외 기지이다. 양국 간에 ‘아픈 과거’가 있음에도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과 한국인들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한국은 베트남 전쟁에 1964년부터 1973년까지 32만여명을 파병했다. 맹호, 청룡, 백마부대 용사들이 줄을 이어 정글 속으로 들어갔다. 당시 우리 생각 속의 베트남은 미개한 땅이었다. 전황은 날마다 중계되었고 그때마다 우리 국군이 이겼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세계 최강 미국이 베트남에서 도망쳐 나왔다. ‘싸우면 이겼던’ 국군도 떠...

    1344호2019.09.06 15:31

  • [김택근의 노을 노래]고향 그리고 느티나무
    고향 그리고 느티나무

    사람들의 섬김과 보살핌을 받던 느티나무가 우리 시대에 인간에게 외면을 당하고 있다. 주민들이 도시로 떠나고 마을이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이제 느티나무는 홀로 외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야위어가고 있다.추석이면 고향에 간다. 길이 막혀도, 형편이 궁해도 집을 나선다. 나이가 들었어도 고향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고향 생각을 하면 마을을 지키는 당산목 느티나무가 떠오른다. 오래된 마을에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었다. ‘느티나무는 귀신을 쫓는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마을 입구나 고갯마루에 심었다. 추석날 보름달이 느티나무에 걸려 있는 풍경은 마을이 풍요롭고 평화롭다는 징표처럼 보였다.하지만 설레며 찾아간 고향은 옛 모습이 아니다.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뜨고 어머니들도 하나둘 떠나간다. 빈집이 늘어나고 아기 울음마저 끊긴 곳이 많다. 마을에는 풍문마저 떠돌지 않는다. 그저 고요할 뿐이다. 마을은 쇠락하여 그 이름마저 희미해졌다. 다만 느티...

    1343호2019.08.30 14:31

  • [김택근의 노을 노래]가난한 이들이여, 가을엔 행복하자
    가난한 이들이여, 가을엔 행복하자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이 그들만의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그대로 드러냈다. 새삼 이웃나라 복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한반도의 가을하늘은 청명할 것이다. 그리고 평화는 풀벌레 소리를 타고 내려올 것이다.비에 더위가 씻겨 내려갔다. 처서(處暑)가 지나자 대번에 바람결이 달라졌다. 새벽녘에는 이불깃을 당긴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의 입은 비뚤어지고 매미 울음이 멀어진다. 햇살에는 따가운 침이 없어졌고 풀들은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사람들은 비로소 논두렁이나 산소의 풀을 깎는다.옛사람들은 처서 이후 15일 동안에 일어나는 징후로 매가 새를 잡아 늘어놓고, 천지가 쓸쓸해지기 시작하며, 벼가 익는다고 했다. 밤에 귀 열면 온갖 풀벌레 소리가 들려온다. 벌레 소리는 온갖 상념을 끼얹는다. 이오덕 선생은 벌레 소리에 별빛 희망이 여물고 짓밟힌 풀들의 상처가 아문다고 노래했다.‘너희들의 노래로/ 허물어진 흙담 앞에 서 있는/ 해바라기의 씨앗 속에/ 별빛...

    1342호2019.08.23 16:02

  • [김택근의 노을 노래]지하철에는 시가 너무 많다
    지하철에는 시가 너무 많다

    질과 결을 따지기 전에 지하철에 시가 너무 많다. 시가 빽빽이 들어차 있으니 시 특유의 여백이 없다. 스크린 도어에 ‘의무적으로 쓰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지하철역에 시가 있다. 누구라도 전동차를 기다리며 스크린 도어에서 시 한 편을 읽을 수 있다. 시 중에는 공모작품이 많다. 일반 시민들의 시를 모으고 가려서 지하철역에 전시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지하철 승객들의 시를 보는 안목은 천차만별이다. 느낌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시적 울림이 약하다는 지적이 의외로 많다. 사물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고 꼬집는 사람도 있다. “공적 공간을 낭비한다” “시각 공해다”라며 독설을 퍼붓기도 한다.그럼에도 시가 있는 지하철은 급한 호흡을 가다듬는 여유가 있다. 시를 읽고 있으면 전동차의 쇳소리도 잦아든다. 우리에게는 시를 향한 원초적 그리움이 있는 것 같다. 그 옛날에도 장부의 으뜸 멋은 시를 잘 짓는 일...

    1341호2019.08.16 15:20

  • [김택근의 노을 노래]영안모자의 ‘정리정돈’
    영안모자의 ‘정리정돈’

    호수가 쓰레기로 뒤덮인 것은 우리 마음에 쓰레기가 들어있음이다. 마음속이 복잡하면 내 주변도, 인간관계도, 컴퓨터 속의 파일도 헝클어져 있음이다. 집안과 마을과 나라를 정리정돈하는 바람이 일어났으면 좋겠다.큰비가 내리면 호수는 쓰레기로 뒤덮인다. 산과 들에 버려진 온갖 쓰레기가 호수로 들어온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것들이다. 바닷가 백사장 또한 쓰레기장이다. 피서지마다 쓰레기가 넘쳐난다. 요즘 지자체마다 쓰레기 비상이다. 아무리 치워도 버리는 데는 당할 수가 없다.냉장고가 꽉 차 있으면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다시 먹을 것을 구입한다. 옷장이 가득 채워져 있으면 무슨 옷을 지니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멀쩡한 옷을 놔두고 새것을 산다. 창고가 꽉 차 있으면 무슨 재료와 연장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새로 사들인다. 피서지에 음식쓰레기가 넘치는 것은 무엇을 얼마만큼 먹을지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정리해 두지 않으면 지닌 것을 알지 못한다....

    1340호2019.08.09 14:39

  • [김택근의 노을 노래]지금 누가 홀로 울고 있다
    지금 누가 홀로 울고 있다

    혼자 산다는 것은 시간이 혼자에게만 쏟아짐이다. 그 시간의 무게를 분산시키지 못하고 사회적 외톨이가 되어가는 사람들, 그들에게 외로움은 늘 벼랑이다.유명 시인이 홀로 살던 경기 고양시의 한 연립주택에서 숨졌다. 시신은 숨을 거둔 지 보름 만에 발견됐다. 동료 시인은 그의 죽음이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라며 가슴을 쳤다. “우리가 죽인 것이다. 우리가 한 시인을 죽인 것이고, 한 시민을 죽인 것이다.”망자는 말이 없으니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다. 시인은 세상과의 불화로 은둔을 택했고, 끝내 세상에 나오고 싶지 않아서 세상을 버렸을 것이라 짐작할 뿐이다. 시를 지어 사람들의 가슴을 적셨지만 정작 자신의 가슴은 이렇듯 말라버렸던 모양이다. 시인도 외로웠을 것이다. 그 외로움은 깊고 진했을 것이다.또 홀로 살던 30대 여인이 부산의 한 빌라에서 숨졌다. 여인은 사망한 지 40일 만에 발견되었다. 가족과 떨어져 살아가던 여인은 공과금과 월세가 ...

    1339호2019.08.02 14:52

  • [김택근의 노을 노래]비평의 횡포
    비평의 횡포

    비평이 창작의욕을 꺾는 흉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도 세상의 한 귀퉁이에서는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며 가슴 두근거리는 작가들이 있다. 그들은 작은 소리에도 화들짝 반응한다. 그들의 가슴과 영혼에 상처를 주지 말라.모든 예술 장르에는 나름의 비평가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작품에 날개를 달아주기도 하지만 가혹한 평으로 날개를 꺾기도 한다. 예술인이 세상에 이름을 얻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다. 대개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국처럼 인맥과 지연, 학연 등이 얽히고설킨 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끼리끼리 알아서 챙기고 공생하는 풍토는 결국 줄 없고 연고 없는 예술인들에게는 절망을 안겨준다.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짧은 소설 <깊이에의 강요>는 비평가들의 무책임한 평론이 예술인에게는 얼마나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주는지 생생하게 전해준다. 짧은 소설을 더 짧게 추려 본다.재능이 뛰어나고 출중한 미모를 지닌 여류화가...

    1338호2019.07.26 17:55

  • [김택근의 노을 노래]천재로 살아가기
    천재로 살아가기

    천재로 태어남이 축복이되 축복이 아니고, 천재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인가 보다. 어쨌든 천재들은 우리 사회의 자산이다. 그들의 비상(飛翔)을 응원한다.거의 10년 전쯤 일이다. 영국에서 수학천재로 화제를 몰고 다니던 소녀가 거리의 여자로 전락했다는 충격적인 사연이 전해졌다. 수피아 유소프라는 소녀는 생후 14개월 만에 알파벳을 깨치고, 네 살 때는 히브리어를 익혔고, 이듬해에는 스페인어를 배웠다. 그러자 부모는 직장도 때려치우고 자식 교육에만 매달렸다. 소녀는 13살에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했다.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소녀는 돌연 15살에 집을 뛰쳐나갔다. 그리고 외쳤다. “아버지의 물리적·정신적 학대가 내 삶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그녀를 파멸로 이끈 것은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세인들의 관심이었다.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천재들이 이러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시들어 간 경우가 많다....

    1337호2019.07.19 15:25

  • [김택근의 노을 노래]엘리자베스 키스와 충무공 초상화
    엘리자베스 키스와 충무공 초상화

    그녀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을 물리친 구국의 영웅을 그렸음은 의미심장하다. 충무공은 키스에게도 흥미로운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충무공이라 알려진 초상화를 옮겨 그리고 싶었을 것이다.영국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1887∼1956)의 판화는 특별하다. 그녀의 작품이 실린 <영국화가 엘리자베스 키스의 코리아>(책과함께)를 보는 순간 빨려 들어갔다. 키스는 1919년 3·1혁명 직후 한국을 찾아와 이 땅의 풍경과 인물들을 그렸다. ‘달빛 아래 서울의 동대문’이라는 작품은 압권이다. 동대문에 신비로운 기운이 감돌고 달빛은 금방 흘러내릴 것만 같다. 비록 일제가 강점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한국에 매료되었고, 한국인을 사랑했다. 산천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그녀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를 그렸다고 한다. <주간경향>이 발굴한 기사를 보면 키스가 그린 ‘무인(武人) 초상화’의 주...

    1336호2019.07.12 14:30

  • [김택근의 노을 노래]새 2만 마리가 죽는다, 하루에
    새 2만 마리가 죽는다, 하루에

    새가 떨어져 죽는다. 투명유리창이나 유리벽에 부딪혀 한 해에 800만 마리가 떨어져 죽는다고 한다. 날개를 가진 동물에게 투명한 유리는 곧 죽음의 벽이다.해질녘 테라스에 참새 두 마리가 떨어졌다. 한 마리는 이내 정신을 차려 날아갔지만 한 마리는 심하게 몸을 떨었다. 하늘을 나는 새가 어찌 하늘에서 떨어졌을까. 독극물을 먹었나, 아니면 까치나 황조롱이 같은 맹금류가 덮쳤을까. 자세히 살펴보니 참새의 다리 하나가 오그라 붙어 있었다. 참새는 아파트 투명유리창에 부딪힌 게 분명했다. 아마도 나란히 명랑하게 날아가다 머리를 찧고 수직 추락했을 것이다.숨은 붙어 있었다. 물을 먹이려 참새 부리를 물 속에 넣었더니 날개를 퍼덕거렸다. 그리고는 이내 축 늘어졌다. 식구들이 번갈아 테라스를 들락거리며 참새의 ‘죽음’을 확인했다. 동물구조단에 연락해볼까도 생각했다. 아마 그들은 참새라 밝히면 오지 않을 게 분명했다. 금요일에 느닷없이 걱정 한 덩어리가 테...

    1335호2019.07.05 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