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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권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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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한권의 책]소년이 온다
    소년이 온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 불혹을 맞았다. 해마다 5월은 그대로지만 떠나간 사람은 돌아오지 못한다. 슬픔은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를 떠나보낸 고통은 애도를 통해 해소될 수 있다. 사회적 차원에서도 애도는 필수적이다. 그때 그곳에서 스러진 사람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기념하면서 개인과 국가의 아픔은 치유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사회적 무당’이다. 망자의 가슴에 사무친 원한을 캐내 진실과 공감의 언어로 펼쳐내면서 한 서린 죽음을 씻어주기 때문이다.하지만 선무당이 사람 잡는 것처럼 어정쩡한 위로는 상처만 덧나게 할 뿐이다. 고통과 분노는 분출보다는 승화될 때 설득력을 얻고 보편성으로 나아가게 된다.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거룩한 분노’가 종교보다 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해 광주의 5월을 건너오지 못한 중학생을 둘러싼 산 자와 죽은 자의 증언을 통해 시대의 어둠을 밝혀주...

    1379호2020.05.22 14:40

  • [이 한권의 책]이브의 몸값-열정이 아닌 재산에 따라 정해지는 운명
    이브의 몸값-열정이 아닌 재산에 따라 정해지는 운명

    영국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로 통상 토머스 하디를 꼽지만, 그의 소설들은 주로 영국 남서부 농촌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다른 무엇보다 ‘런던의 작가’로 평가할 만한 찰스 디킨스의 적통을 잇는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자본주의 근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근대소설의 핵심 공간은 아무래도 런던과 같은 대도시여야 하기 때문이다. 역동적인 변화의 공간으로서 도시야말로 산업화의 중심이며, 이 도시의 다양한 군상들이 자연스레 근대소설의 주인공이 된다. 그러한 기대로 주목하게 된 작가가 19세기 말에 정력적으로 작품을 써낸 조지 기싱이다.무려 23편의 장편소설을 포함해 다양한 장르의 글을 발표했지만, 국내에서 기싱이라는 이름은 주로 자전적 에세이 <기싱의 고백>(원제는 ‘헨리 라이크로프트 수상록’이다)의 저자로만 알려졌다. 대표 소설들의 번역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였는데 그나마 지난해에 <이브의 몸값>이, 그리고...

    1378호2020.05.15 16:53

  • [이 한권의 책]조직의 성쇠
    조직의 성쇠

    ‘코로나 불황’이 예고되고 있다. 전쟁을 치르면 후유증이 남는 법이다. 뜨르르한 대기업부터 골목상권에 이르기까지 노동자들은 조직의 ‘쓴맛’을 보게 될 것 같다. 물론 기업도, 학교도, 정부도 안전하지 않다. 공사(公私)를 막론하고 조직의 형태를 띤 모든 것들이 변화와 개혁의 하중을 받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조직 생태계의 일원이 될 수밖에 없는 개인에게는 참을 수 없는 무거운 생존의 문제다.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인간과 사회의 진로를 결정하는 조직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처세의 첫걸음이다.경제관료 출신의 작가 사카이야 다이치는 조직의 본질과 전망을 시원시원하게 제시한다. 그가 쓴 <조직의 성쇠>에 따르면 20세기 후반부터 인류는 지식이 경제활동의 큰 몫을 담당하는 지식가치혁명에 돌입했다. 생산수단과 노동력이 분리됐던 근대적 조직 원리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시점이 됐다는 것이다. 과거의 관성에 젖어 변화에 둔감...

    1377호2020.05.08 15:34

  • [이 한권의 책]출항-버지니아 울프 문학 페미니즘의 출발점
    출항-버지니아 울프 문학 페미니즘의 출발점

    버지니아 울프는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의 대표 작가이면서 페미니즘의 선구자다. 그의 문학은 모더니즘이나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에 중요한 실마리다. 그 궤적은 문학이 세계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으며 또 여성적 경험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 모색하고 탐구해나간 여정이기도 하다. 오랜 집필과 개고(改稿) 과정을 거치면서 서른세 살에야 발표한 데뷔작 <출항>(1915)은 그 여정의 출발점이다. 울프 문학의 초기 문제의식과 핵심 주제를 가늠해보려는 독자라면 필히 ‘승선’해야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여느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울프 역시 성장한 가정환경과 시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 레슬리 스티븐은 저명한 문인으로 우울증 기질을 가진 가부장적 남성이었고, 세 아이를 데리고 그와 재혼한 어머니 줄리아 덕워스는 남편과 자식들에게 헌신적인 여성이었다. 울프는 이들 재혼 부부가 낳은 네 자녀 가운데 셋째였다. 남편과 자식들을 돌보며 봉사활동도 적극적이었...

    1376호2020.05.04 14:04

  • [이 한권의 책]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사람살이에 필수적인 자원이 의식주(衣食住)인데, ‘식의주’로 부르자는 목소리도 높다. 그만큼 먹을거리가 중요하다는 뜻이고, 문화유물론자 마빈 해리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음식문화의 수수께끼>에서 그는 고단백질 섭취와 인구 조절에 대한 생태계의 ‘명령’이 다양한 식생활을 만들어내는 힘이라는 것을 그럴듯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구(人口)라는 단어도 ‘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니 식량이야말로 개체와 집단의 명운을 결정한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제 교역질서가 흔들리면서 가장 먼저 곡물 가격에 신경이 쓰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현재 인류는 필요한 식자원의 110%가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10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배를 곯고 있다. 국제적인 불평등 분배구조는 차치하더라도 사료용 곡물이 갈수록 늘어나고 ‘녹색혁명’을 가져온 농약과 품종개량에 대해서도 ...

    1375호2020.04.24 15:42

  • [이 한권의 책]정치적 부족주의-집단 본능에 대한 몰이해로 인한 미국의 실수
    정치적 부족주의-집단 본능에 대한 몰이해로 인한 미국의 실수

    책의 부제가 ‘집단 본능은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가’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집단 본능이 제목의 ‘정치적 부족주의’인 셈이다. 인간은 집단에 속해야 한다는 부족 본능을 갖고 있지만, 그간에 정치학이나 정치 담론에서는 이를 부정하거나 배제해왔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예일대 로스쿨에서 강의하는 에이미 추아는 정치적 부족주의에 대한 몰이해가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빚어낸 치명적 실수들을 돌아보고 동시에 미국사회에서 표출되고 있는 정치적 부족주의의 부정적 실상을 짚어낸다. 미국의 정치와 사회를 다룬 최근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계기는 도널드 트럼프의 집권이다.알려진 대로 트럼프의 당선에는 미국의 백인 노동자계급의 지지가 절대적이었다. 미국의 엘리트계층이나 진보진영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것은 부족적 정체성에 대한 이해의 부족에서 비롯한다. 엘리트계층은 보통 부족적인 것을 부정적으로 보며 세계시민적인 것을 예찬한다....

    1374호2020.04.17 15:01

  • [이 한권의 책]소용돌이의 한국정치- 모든 길은 서울로 통하는 한국의 초집중 현상
    소용돌이의 한국정치- 모든 길은 서울로 통하는 한국의 초집중 현상

    한국사회에서 총선은 블랙홀이다. 모든 현안과 이슈가 선거를 향해 나선형으로 빨려 들어간다. 평상시도 마찬가지다. ‘한가락’한다는 전문가들은 방송가에 모여들고, 얼굴이 팔리면 정치판으로 앞다퉈 입장한다. 정책과 이념의 차이는 크지 않다. 공동선을 위한다는 명분을 움직이는 것은 ‘금배지’에 대한 동물적 집착이다. 서울의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그레고리 헨더슨이 ‘중앙과 정상을 향한 맹렬한 돌진’이라고 불렀던 한국정치의 특수성이다. 헨더슨이 1968년에 펴낸 <소용돌이의 한국정치>는 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지금도 유통기한이 끝나지 않고 있다.미국을 해석하는 열쇠어가 ‘평등’과 ‘민주주의’라면 한국은 무엇일까. 저자는 ‘동질성’과 ‘중앙집중화’를 제시한다. 삼국시대부터 대한민국까지 한국사는 연속성을 갖고 있는데, 그것은 지리적...

    1373호2020.04.10 15:06

  • [이 한권의 책]인간의 흑역사-유권자들은 왜 개를 시장으로 선출했나
    인간의 흑역사-유권자들은 왜 개를 시장으로 선출했나

    <인간의 흑역사>의 원제는‘인간들(휴먼스)’이라고 옮겨도 무방한데, 어감을 살리자면 감탄사가 필요하다. ‘인간들이라니!’영국의 한 인터넷뉴스 사이트의 편집장이라는 저자는 인류사에 대한 잡학 다식을 바탕으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조롱하고 짐짓 교훈을 얻고자 한다. 덕분에 저자의 의도대로‘인간이 일을 말아먹는 재주가 얼마나 다양한지’실감하게 된다. 문제는 그‘인간들’에서 우리도 예외는 아니라는 데 있다. 우스갯소리로도 읽히는 많은 사례에서 독자가 웃을 수만은 없게 된다고 할까.저자가 표본으로 앞세운 사례가 있다. 9세기 북유럽의‘천하장사’시구르드다. 그는 뻐드렁니로 유명했던 적장의 목을 베 말안장에 매달고 자랑스레 귀환했다. 그런데 귀환 중에 그 적장의 뻐드렁니가 말을 타고 달리던 시구르드의 다리를 계속 긁어댔고, 시구르드는 그 상처의 감염으로 며칠 만에 죽고 만다....

    1372호2020.04.06 15:13

  • [이 한권의 책]페스트-부조리한 상황에 맞서는 ‘반항인’의 철학
    페스트-부조리한 상황에 맞서는 ‘반항인’의 철학

    목하 세계를 휩쓰는 역병으로 인류는 자신감을 잃고 있다. 인간의 역사가 전염병에 대한 극복과 좌절의 반복이라지만 제4차 산업혁명의 팡파르가 채 가시기도 전에 세상은 마스크와 사재기의 전근대적 습속으로 회귀 중이다. 불시에 들이닥친 재난이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는 더 큰 앙화(殃禍)를 입게 된다. 무엇을 할 것인가. 1947년에 출간된 소설가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자.다들 부자가 되기 위해 일하는 가장 세속적인 도회지 오랑에서 4월의 봄날 페스트가 발생한다. 케케묵은 중세의 질병으로 여겼던 흑사병에 사람들은 하나둘 쓰러지고 도시는 폐쇄됐다.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잊은 사람들은 전쟁이나 페스트에 대비하지 않았기에 속수무책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선고받은 인간이 마치 천 년을 살듯이 행동하지만 어느 누구도 한계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페스트가 상징하는 것은 무차별성이다. 누구에게나 페스트균이 들어 있을 수 있다. ‘나는 아니겠...

    1371호2020.03.27 15:36

  • [이 한권의 책]잘못된 길
    잘못된 길

    제목의 ‘잘못된 길’은 구체적으로 ‘페미니즘의 잘못된 길’을 뜻한다. 그렇다고 저자 바댕테르가 반페미니스트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행동주의 페미니즘의 투사로 활약했고, <만들어진 모성>이란 책에서는 모성적 사랑을 신화적 믿음으로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페미니스트 저자가 페미니즘이 잘못된 길로 접어들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복수의 페미니즘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서구를 기준으로 저자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여성운동이 거둔 승리를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여성운동이 미묘한 방향전환을 겪었고, 이것이 오히려 여성운동의 전진을 가로막는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어떤 변화이고 무엇이 문제인가.유럽과 미국에서 여성운동은 1970년대에 본격화된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가장 중요한 두 계기가 피임과 낙태에 대한 권리다. 피임과 낙태를 통해 여성이 생식의 조절권을 갖게 되면서...

    1370호2020.03.20 1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