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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권의 책
  • 전체 기사 130
  • [이 한권의 책]사랑의 학교-이탈리아 초등학교에서의 화해와 통합
    사랑의 학교-이탈리아 초등학교에서의 화해와 통합

    해방 이후 혼란과 갈등 속에서 민족과 통일을 고민한 역사학자가 떠올린 책은 <사랑의 학교>였다. 서울대 사학과의 김성칠 교수는 오랜 분열을 끝내고 하나의 나라가 된 이탈리아에서 보여준 화해와 통합의 초석을 아미치스의 동화에서 본 것 같다. 한국전쟁 와중에 생을 마감하면서 그의 구상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나라 만들기(nation building)’에 대한 아동문학의 가치와 효용은 성경이나 불경급이다. 실제 19세기 후반 이탈리아의 의무교육과 발맞춰(!) 출간된 <사랑의 학교>는 1950년대까지 교과서로 채택됐다. 왕정에서 공화정까지, 승전국에서 패전국까지 이탈리아가 역사의 산과 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동안에도 대를 이어 학습했다.작품의 배경은 북부 도시 토리노의 초등학교에서 펼쳐지는 1년이다. 이탈리아 통일을 주도한 사르데냐 왕국의 수도가 토리노였다는 점을 기억하자. 주인공은 초등학교 4학년 엔리코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엔리코는 채소...

    1389호2020.07.31 15:53

  • [이 한 권의 책]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이후 가장 많이 읽힌 스페인 소설이라고 소개되는 작품이 카밀로 호세 셀라의 데뷔작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1942)이다. 스페인 내전 이후의 문제작으로 전후 소설의 출발점으로도 일컬어진다. 특이한 것은 작가의 경력인데 셀라는 스페인 내전에서 프랑코 장군의 반란군 편에 가담했다. 공화국을 지키기 위한 국제연대하의 인민전선과 국민전선(반란군) 사이의 피비린내 나는 내전은 반란군의 승리로 끝나고 이후에 스페인은 프랑코의 철권통치 시대로 넘어간다. 셀라는 바로 그 프랑코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다.<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은 일견 그러한 역사나 정치적 상황과는 무관한 작품처럼 읽힌다. 연쇄 살인을 저지른 가난한 농민 파스쿠알 두아르테의 수기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그는 술을 마시다가 시비가 붙은 동네 친구를 칼로 찌르더니 여동생의 남편이자 아내의 정부를 죽이고 자신의 어머니마저 살해한다. 이력만 보면 사회로부터 완전한 ...

    1388호2020.07.24 16:01

  • [이 한 권의 책]
    <기나긴 이별>

    에어컨이 몸을 식혀준다면 머리를 서늘하게 만드는 것은 추리소설이다. 공포스러운 범죄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두뇌로 유입되는 혈류량의 변화는 사람을 오싹하게 만든다. 게다가 수수께끼를 풀기까지의 서스펜스와 알아맞혔을 때의 성취감은 무더위를 얼씬도 못 하게 한다. 이미 제시된 범행을 재구성하며 사건의 진상을 복원하려면 합리적 추론과 논리적 증명으로 독자를 납득시키는 탐정이 필수적이다. 추리소설을 개척한 에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가의 살인사건>에서 처음 등장한 오귀스트 뒤팽 이후 셜록 홈스, 에큘 포와르 등 명탐정 계보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마블 영화에서 맹활약하는 슈퍼히어로와 같은 존재들이다.그러니 천재적인 통찰과 분석을 발휘하는 탐정 캐릭터들의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두뇌게임을 즐기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살인과 같은 범죄야말로 인간의 본질을 바닥에서부터 대면하는 진지한 주제가 아닌가. 그래서 미국에서 나온 것이 ‘하...

    1387호2020.07.17 15:45

  • [이 한 권의 책]
    <돈키호테 성찰>

    20세기 스페인의 대표적인 철학자로 알려진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더 나아가 스페인의 유일한 철학자로까지 평가받는다. ‘철학자의 나라’ 독일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차이로 여겨지는데, 스페인을 포함한 지중해 국가들의 공통적인 문화가 그 배경으로도 지목된다. 괴테가 이탈리아 여행에서 만난 이탈리아 대위는 괴테가 자주 명상에 잠기는 걸 보고서 이렇게 말했다. “무얼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인간은 절대 생각하면 안 됩니다. 생각을 많이 하면 늙을 뿐이죠.”그런 문화 속에서 철학자가 탄생했으니 오르테가가 예외인가 싶지만 사정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스페인의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박사학위를 받지만 정작 그가 철학자로 성장하는 것은 독일 유학을 통해서였다. 특히 마르부르크대학에서 신칸트학파의 거장들로부터 철학을 사사한 오르테가는 마르부르크를 칭송하며 “내 학문의 거의 전부를 빚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의 철학에 ...

    1386호2020.07.10 14:59

  • [이 한 권의 책]
    <털 없는 원숭이>

    해마다 이맘때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세계의 부호 랭킹을 발표한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억만장자의 숫자와 재산이 줄었지만 ‘찐’ 부자는 다르다. 집에서 근무와 학습이 이뤄지면서 IT 기업가들은 천문학적 수입을 올렸다. 고작 두 달 동안 아마존 CEO 제프 베저스의 재산은 355억 달러나 늘어났다. 똑같은 시간에 3800여만 명의 미국인은 일자리를 잃었는데 말이다. 사람 위에 사람 없다지만 이쯤 되면 ‘종자’가 다른 것 아닌가 하는 속절없는 허망함마저 든다.그러나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는 제아무리 갑부라도 대단할 것 없는 원숭이의 하나라고 일축해 버린다. 교양과학 분야의 영원한 베스트셀러 <털 없는 원숭이>에서 펼쳐지는 그의 동물학적 인간론은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만큼이나 충격적이다. 후천적인 학습이나 환경의 효과보다 동물적인 충동에 의해 지배받는 것이 사람이라는 선언은 대담하다. 잔...

    1385호2020.07.03 17:22

  • [이 한 권의 책]
    <파리의 노트르담>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은 <레미제라블>(1862)이지만 그만큼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파리의 노트르담>(1831)을 빼놓을 수 없다. 위고의 많은 작품이 영화나 뮤지컬로 만들어져 원작을 뛰어넘는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쌍두마차에 해당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레미제라블>이 제2 제정에 맞서 망명 중이던 위고가 예순의 나이에 발표한 원숙한 작품이라면 <파리의 노트르담>은 낭만주의의 기수를 자처한 청년 위고의 패기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작가의 연보를 지우고 읽는 독자들에게 그 패기는 관록으로 읽힐 만큼 놀라운 식견과 입담을 자랑하는 소설이기도 하다.흔히 집시 처녀 에스메랄다와 성당의 종지기 꼽추 카지모도의 사랑 이야기로 유명하지만 <파리의 노트르담>의 성취는 그런 이야기에 있지 않다. 문학사가 랑송의 평을 빌리자면 사랑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서 인물들의 심리묘사는 불충분하고 보잘것없다. 심리소설의 정수를 ...

    1384호2020.06.26 15:28

  • [이 한 권의 책]
    <헨리 키신저의 중국 이야기>

    G2에게 경자년(庚子年)은 저주인가.중국은 60년마다 혼란과 고통의 한 해를 맞는다. 아편전쟁(1840년) 발발로 침략을 맞더니, 1900년에는 의화단의 난, 1960년에는 대약진 운동의 실패로 수많은 사람이 맞거나 굶어서 죽었다. 미국은 특히 대통령에게 불행의 시간이다. 1840년 당선된 윌리엄 헨리 해리슨은 취임 후 한 달 만에 병으로, 60년 뒤의 윌리엄 매킨리는 암살당했다. 댈러스에서 피격된 존 F. 케네디 또한 1960년에 선출되지 않았던가.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인 중국과 인종갈등에 기름을 끼얹은 트럼프 대통령이 휘청거리면서 올해도 ‘경자년의 저주’는 효력을 잃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투키디데스의 덫’처럼 두 나라의 충돌이 예고되는 판에 양국 내부의 혼돈과 대립이 ‘일전불사’로 비화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지는 요즘이다.옛사람들은 길을 모를 땐 늙은 말의 경험과 통찰을 빌렸다. 노마지지...

    1383호2020.06.19 15:22

  • [이 한 권의 책] 영국 중산층 세 부류 계급 전쟁의 해법
    <하워즈 엔드> 영국 중산층 세 부류 계급 전쟁의 해법

    사후에 출간된 <모리스>까지 단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남겼을 뿐이지만, E. M. 포스터는 20세기 초반 영국 소설사에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다. <하워즈 엔드>(1910)를 정점으로 한 그의 소설들은 여전히 소설이란 무엇이고,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좋은 참고가 된다.‘사회적 문제’라고 한 것은 구체적으로 계급 문제다. 미국의 비평가 라이오널 트릴링은 <하워즈 엔드>를 일컬어 “영국의 운명에 관한 소설로서, 계급 전쟁을 다룬 이야기”라고 정확하게 규정했다. 소설은 중산층 내부의 세 부류를 제시한다. 헨리를 가장으로 하는 윌콕스가는 문명의 건설자를 자부하는 전형적인 사업가 집안이다. 헨리는 사업가 한 명이 열두 명의 사회개혁가보다 세상에 유익하다고 생각하며 여성 참정권이니 사회주의니 하는 주장을 헛소리로 치부한다.반면에 아버지가 귀화한 독일인인 슐레겔가의 자매, 마거릿과...

    1382호2020.06.12 12:58

  • 오즈의 마법사-보물 중의 보물은 자기 자신 혹은 주변에

    영화 <기생충>에 조명이 쏟아진 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지만,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작품이 있다.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를 부른 영원한 도로시, 주디 갈랜드의 삶을 그린 <주디>다. 원작인 <오즈의 마법사>에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캐릭터를 가장 잘 구현한 배우가 어른들에 의해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는 것은 역설적인 대목이다.아무튼 오즈는 영화로, 노래로, 커피로, 도넛(먼치킨)으로 뻗어 나가면서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SF영화 <스타워즈>의 주요한 배역들인 C3PO나 추바카는 도로시의 친구인 양철나무꾼과 사자에서 영향을 받았을 정도다. 여행의 목적지인 에메랄드시티는 미국인의 전원주의가 지향하는 녹색의 도시인 동시에 기계주의적 소망이 결합된 유토피아다.왜 오즈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재생할까. 그것은 ‘즐거움으로 시작해서 지혜로움으로 끝나는’ 성...

    1381호2020.06.05 16:48

  • [이 한권의 책]킴-작가 키플링보다 더 현명한 주인공의 선택
    킴-작가 키플링보다 더 현명한 주인공의 선택

    <정글북>의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은 영어권 작가 최초이면서, 역대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다. 1907년 42세의 그에게 수상의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이 <킴>(1901)이다. 당대를 대표했던 다작의 작가이자 시인이었지만, 오늘날 문학사에서 키플링이라는 이름은 주로 <킴>에 의존하고 있다. 대표작인 만큼 키플링의 작가적 세계관과 정치적 견해를 잘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라 독자는 기대해볼 수 있다. 문제는 그가 영국 제국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라는 데 있다. 식민지 인도를 배경으로 한 <킴>이 한편으로는 영국의 식민통치를 은연중에 정당화하는 작품으로 의심받아온 이유다. 그런 만큼 주의해서 읽어야 할까.제목의 ‘킴’은 주인공의 이름이다. 아버지는 아일랜드 출신의 인도 주둔 영국군 하사관이었고, 어머니는 연대장 사택의 보모였다. 세 살 때 어머니가 콜레라로 세상을 떠나고 이후 아버지는 아편중독자로 생을 마쳤다. 고아가 된...

    1380호2020.05.29 1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