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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한권의 책]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

    책은 세 번 읽어야 한다고 들었다. 먼저 텍스트를 읽고, 다음에 지은이를 읽고, 끝으로 스스로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모든 독서는 자기를 알아가고 자신을 규명하는 행위다. 한발짝 더 들어가면 자서전을 읽고 쓰는 것이야말로 개인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형성하는 적극적 작업이 될 것이다. 각각의 ‘내’가 펼쳐온 인생 역정이 ‘우리’의 공동체로 모여들 때 개인사는 삶의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다. 비범한 인물들을 수발한 자서전 중에서 으뜸은 찰리 채플린의 몫이다. 예전 영어 장문 독해에도 단골로 나올 만큼 어법과 표현이 최상급인데다 파란만장한 체험과 경험에서 길어 올린 통찰과 지혜는 시대의 현인으로 손색이 없다.그가 태어난 1889년은 해가 지지 않는다던 영국의 ‘빅 벤’이 정오를 가리키던 때였다. 빅토리아 여왕의 치세는 태평했다지만 아버지와 헤어진 모자 가정의 생활은 비참했다. 대영제국의 전성기에 ...

    1409호2020.12.28 11:33

  • [이 한권의 책] 손님-신천 양민학살사건의 진실
    손님-신천 양민학살사건의 진실

    2000년대 벽두에 “황석영이기에 가능한” 소설로까지 격찬을 받았던 소설 <손님>을 뒤늦게 읽었다. 한국전쟁 시기 황해도 신천의 학살사건(1950)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사후 50년 만에 그 역사적 진상이 문학적 프리즘을 통해 드러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작가의 노고 덕분이다. 1989년 방북 시기에 북한 측의 안내를 받아 직접 학살 현장을 방문하고, ‘미제 학살기념 박물관’도 견학한 작가는 공식적인 진실과는 ‘또 다른 진상’이 있지 않을까라는 의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후 10년간의 조사와 준비 끝에 학살의 진실을 새롭게 밝힌 소설이 <손님>이다.주인공은 미국에서 목회활동을 하는 류요섭 목사다. 고향방문단의 일원으로 고향인 황해도 신천의 찬샘골을 찾게 돼 같은 미국 이민자인 형 요한을 찾지만 그는 동생의 방북을 마땅찮게 생각한다. 요한은 전쟁 때 마을 사람들에 대한 학살에 앞장선 전력이 ...

    1408호2020.12.18 14:58

  • [이 한권의 책]「아시아 시대는 케이팝처럼 온다」
    「아시아 시대는 케이팝처럼 온다」

    한류를 글로벌 트렌드로 키워낸 숨은 공신이 동남아시아다. 드라마와 영화부터 지금의 케이팝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화는 콘크리트적 지지의 대상이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으로 등치되는 동남아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모든 문명과 종교가 교차하는 십자로와 같다. 인도인과 중국인, 무슬림과 크리스천까지 수많은 사람이 교류와 침략을 병행하면서 동남아 문화는 다양하고 두터워졌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이주노동자와 외국인 신부’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 남방정책과 동아시아 담론을 추진하고 논의하는 상황에서 동남아시아에 대한 대중적 시각 교정이 필요한 시점이다.<아시아 시대는 케이팝처럼 온다>는 대중음악을 실마리로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현재의 정치적 상황까지 간명하게 정리한 현지 보고서다. 저자는 BTS와 블랙핑크로 대변되는 케이팝의 원동력을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개방성에서 찾고 있다...

    1407호2020.12.11 14:11

  • [이 한권의 책]「남과 북」
    「남과 북」

    영국의 여성 작가로 우선 떠올리게 되는 이름은 제인 오스틴과 브론테 자매다. 거기에 조지 엘리엇까지 더하면 19세기 영국 여성 작가의 명단이 채워지는 듯싶다. 버지니아 울프가 <자기만의 방>에서 그린 여성 작가의 계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울프는 의도치 않게(어쩌면 의도적으로) 한 작가를 제외했는데, 브론테 자매와 동시대를 살았던 엘리자베스 개스켈이다.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이름인데 영국에서도 20세기 중반까지 이름 대신 ‘개스켈 부인’으로 불렸다고 하니까 작가로서 걸맞은 대우를 받은 건 아니었다.유니테리언 교회 목사의 아내였던 개스켈은 네 자녀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남편 내조와 자녀 양육에 많은 시간을 쓸 수밖에 없는 처지였지만 당대의 많은 여성처럼 ‘집안의 천사’ 역할에만 머물지 않았다. 선구적인 여권주의자로서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사회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6편의 장편소설...

    1406호2020.12.04 14:23

  • [이 한권의 책]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

    ‘세계는 하나’라는 상상이 현실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근대를 주도한 서양의 대항해 시대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사실 개척자는 칭기즈칸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사상 최초로 통합한 몽골제국은 진정한 의미의 세계사를 마련했다. 밀레니엄을 맞아 세계의 언론이 지난 1000년 동안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칭기즈칸을 꼽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작해야 주변 민족과 나라만 생각하는 협애한 세계관에서 동과 서를 하나로 묶는 글로벌 패러다임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몽골제국의 역사적 의의는 21세기에 더욱 두드러진다.중앙아시아를 전공한 역사학자 김호동은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에서 정주민 중심으로 고착된 세계사 인식을 비판하면서 몽골로 상징되는 유목민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18세기 이후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유목 국가가 무슨 힘을 썼을까 싶지만 실크로드는 그 의문을 뒤집을 반증이다. 비단길은 로마와 한(漢)을 잇는 횡단로...

    1405호2020.11.27 15:51

  • [이 한권의 책]「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영미 여성문학을 읽다가 자연스레 한국 여성문학에도 눈길을 주게 되었다. 한국에서 여성문학이 오랜 기원을 갖는 건 아니다. 일제강점기에 나혜석·김명순 등의 ‘신여성’ 작가들이 존재했지만 뚜렷한 계보로 이어지지 않았다. 해방 이후에 여성 작가들은 주로 ‘여류’로 지칭되며 그 의미와 역할이 한정되었다. 소위 ‘여류문학’에서 벗어난 ‘여성문학’의 출발점으로 1960년대 이후 박경리와 1970년대 이후 박완서가 꼽힌다. <나목>(1970)으로 늦깎이 데뷔를 한 박완서는 특히 1980년대에 와서 여성 문제를 자각적으로 다룬 일련의 장편소설을 발표하는데,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1989)는 그 가운데 마지막 작품이면서 1990년대 ‘여성주의문학’의 물꼬를 튼 소설이다.대중성은 박완서 문학의 핵심 특징이고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

    1404호2020.11.20 14:24

  • [이 한권의 책]「미국의 반지성주의」
    「미국의 반지성주의」

    독립전쟁으로 근대 민주주의를 세운 미국이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을 뽑는 투표는 끝났지만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패배한 트럼프 대통령은 부정선거라는 입장이다. 자신이 민 후보의 낙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대중은 믿고 싶은 정보와 의견만 받아들이면서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을 내세운 악의 세력이 미국을 나락에 빠뜨렸으며 음모의 주체는 민주당에서부터 중국까지 다양하다. 시간이 경과하면 사실이 드러난다는 경험칙은 요즘 같은 탈진실의 세상에서 유효하지 않은 것 같다. 한마디로 반지성의 시대다.흥미로운 것은 미국의 반지성 풍조가 건국 초기부터 내려온 유산이라는 지적이다.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는 <미국의 반지성주의>에서 미국 역사와 사회의 특성을 반지성주의라는 키워드로 규명한다. 그에 따르면 반지성은 “정신적 삶과 그것을 대표한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의심이며 또한 그러한 삶의 가치를 얕보려는 경향”이다. 상대적으로...

    1403호2020.11.13 15:09

  • [이 한 권의 책]‘아그네스 그레이’
    ‘아그네스 그레이’

    브론테 자매의 막내로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난 앤 브론테가 남긴 소설은 두 편이다. 우리말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언니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과 나란히 출간된 <아그네스 그레이> 한 편이다. 주인공의 이름이 제목인 점에서, 그리고 아그네스가 가정교사라는 점에서 <폭풍의 언덕>보다는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와 닮았고, 또 자연스레 그와 비교된다. 소위 가정교사 소설로 분류되는 작품이다.당대에 상당한 주목을 받은 <제인 에어>나 걸작으로 평가받는 <폭풍의 언덕>에 비하면 앤 브론테나 <아그네스 그레이>는 덜 알려졌다. 영국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세 자매 가운데 가장 덜 흥미로운 인물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언니 샬럿의 회상에 따르면 에밀리와 달리 앤은 온화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힘과 열정은 부족했지만, 그만의 독특한 미덕의 소유자였다. 문학에 한정하자면 당대의 현실을 차분하...

    1402호2020.11.06 15:23

  • [이 한 권의 책]나폴레옹- 야망과 운명
    나폴레옹- 야망과 운명

    서양 역사의 영웅은 보통 정복자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로마의 카이사르 그리고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전쟁을 통해 이름을 남겼다, 절대권력자의 계보에 들어가고 싶었던 히틀러와 스탈린의 롤모델은 무엇보다 나폴레옹이었다. 변경에서 태어나 자신의 의지와 능력으로 황제가 된 사나이의 서사구조는 출세를 꿈꾸는 자의 심장을 팔딱거리게 할 만큼 유혹적이니까 말이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의 이데올로기가 유독 강렬했던 우리 사회에도 나폴레옹의 숭배자는 끊이지 않는다. 미치도록 권력을 잡고 싶어서 쿠데타까지 감행했던 박정희와 김종필의 팬심은 공공연하다.하지만 나폴레옹만큼 모순적 인물도 드물다. 신을 닮은 인간에서 살인귀까지, 지적 거인에서 도덕적 소인까지 극과 극이다. 프랑스 혁명의 적자인 반면 배신자다. 정해진 인생은 없다는 것을 몸소 실천했지만 내면은 운명론에 빠져 있었다. 따라서 나폴레옹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과 역사의 깊숙한 바닥을 들여다보는 일과 같다. 프랭크 매클린의 <...

    1401호2020.10.30 15:39

  • [이 한 권의 책]빌레뜨-계급사회 20대 독신녀는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빌레뜨-계급사회 20대 독신녀는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여성 작가가 희귀한 19세기 문학사에서 영국만은 조금 예외다. 비록 사후에 재발견과 재평가가 이루어진 경우라 하더라도 제인 오스틴부터 브론테 자매와 조지 엘리엇 같은 작가들의 성취는 디킨스나 하디 같은 남성 작가들에 뒤지지 않는다. 여성 작가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던 사회적 상황까지 고려하면 이러한 성취는 특별히 주목받을 만하다.19세기 영국 여성 문학의 출발점이 오스틴이고, 조지 엘리엇이 그 대미에 해당한다면 허리를 떠받치고 있는 작가가 브론테 자매다. 샬럿과 에밀리 브론테가 유명하지만 막내 앤 브론테까지 포함하면 세 자매로, 이들은 일곱편의 장편소설로 문학사에 확고한 자기 자리를 마련했다. 손위의 두 언니가 먼저 죽는 바람에 실질적인 장녀였던 샬럿의 <제인 에어>(1847)를 필두로 같은 해에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과 앤의 <아그네스 그레이>가 나란히 출간되었다. 세 자매의 대표작이 동시에 출간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1847년은 영문학사에서 기...

    1400호2020.10.23 1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