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연재

이 한권의 책
  • 전체 기사 130
  • [이 한권의 책]민담의 심층-익숙한 옛날이야기 민담의 재해석
    민담의 심층-익숙한 옛날이야기 민담의 재해석

    마음을 살펴보는 정신분석학에서 민담만큼 유용한 자원이 없다고 한다. 특정한 시간이나 공간을 언급하는 신화나 전설과 달리 ‘옛날 옛적에…’로 이야기의 핵심만 남아 있기에 인심을 비교하고 해부하는 데 적격이라는 것이다. 칼 융의 분석심리학을 전공한 일본학자 가와이 하야오는 그림 형제의 동화를 통해 세월의 풍화작용을 거친 민담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다. ‘헨젤과 그레텔’이나 ‘들장미 공주(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익숙한 이야기는 물론 ‘트루데 부인’이나 ‘지빠귀 부리 왕’처럼 낯선 줄거리에서 융 심리학의 개념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이한다. 저자의 해석을 따라가다 보면 어린이에게 권선징악을 가르치기 위해 읽는 것이 민담이라는 고정관념을 해체할 수밖에 없다.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모성’에 대한 선입견이다. 어머니는 사랑과 헌신의 대명사이며 모...

    1430호2021.05.28 11:32

  • [이 한권의 책]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반 일리치의 죽음

    청년시절에 발표한 자전소설 <유년시절>에서부터 죽음은 톨스토이 문학의 주요 주제였다. 삶에 대한 긍정과 예찬으로 마무리되는 대작 <전쟁과 평화>를 완성한 직후에도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시달렸던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를 완성한 이후 다시 한 번 심각한 회의에 봉착한다.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죽음이 인간의 불가피한 운명이라면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라는 것이 고뇌의 내용이었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덜미를 잡히는 물음이지만 톨스토이의 경우 누구보다 철저하게 그 물음에 답하고 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그가 그토록 집착했던 죽음과 인생의 의미, 그 문제에 대한 응답으로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참회록>이 성찰적 에세이라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중년의 판사로 재직하다가 죽음을 맞은 이반 일리치를 주인공으로 한 중편소설이다. 이름부터가 흔한 러시아인을 떠올리게 하는 이반 일리치의 삶은 평...

    1429호2021.05.21 13:34

  • [이 한권의 책]행복의 기원-각자를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자
    행복의 기원-각자를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자

    5월에 짝을 이루는 단어는 ‘가족’과 ‘행복’이다. 정다운 식구들이 포근한 사랑을 엮어가는 집이야말로 행복의 원초적 형상이다. 그러나 “모든 행복한 가정은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으로 불행하다.” 한 조각만 어긋나도 보기 흉한 모자이크 작품이 행복이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수다한 ‘행복론’은 마음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평범한 일에 감사하고 가진 것에 만족하는 당신이 바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다. 하지만 <행복의 기원>은 이의를 제기한다. 행복은 감정으로 느끼는 경험인데 자꾸 관념이나 가치로 착각한단다. 인간이 이성적 존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대전제는 동물이다. 중요한 선택과 행동이 합리성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이뤄진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성이 침묵하고 본능이 활약할 때도 인간은 끊임없이 행복감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된다.지구에 태어난...

    1428호2021.05.17 15:06

  • [이 한권의 책]두 번째 산
    두 번째 산

    ‘두 번째 산’이라는 제목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인생에는 두 개의 산이 있다”라는 저자의 비유를 받아들이면 두 번째 산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다. 첫 번째 산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기 인생의 목표와 지향이라면, 두 번째 산의 무게중심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다. “첫 번째 산이 무언가를 획득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 산은 무언가를 남에게 주는 것”이라는 구분이 그 차이를 잘 짚어준다. <두 번째 산>에서는 두 번째 산의 의미를 체계화하고 다양한 실례를 통해 ‘두 번째 산 오르기’를 보여준다. 물론 그의 의도는 많은 독자가 그의 견해에 공감하고 ‘두 번째 산’ 등정에 동행하는 것이다.우리와는 차이가 좀 있겠지만, 저자가 진단하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은 초개인주의 문화의 팽배에 있다. 그의 판단에, 초개인주의 문화의 발흥은 1960년대에 시...

    1427호2021.05.07 11:19

  • [이 한권의 책]불안-‘지위 불안’ 세상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불안-‘지위 불안’ 세상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이다. 아파트와 주식, 암호화폐의 재테크 열차에 탑승하지 못해 상대적 박탈감을 겪는 사람들의 자조적 타령이다. 아랑곳하지 않으려 해도 계속 듣다 보면 불안감이 뭉게구름처럼 한 무더기 피어오른다. 사회적 계서제(hierarchy)에서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두려움만큼 삶을 뒤흔드는 감정은 찾기 힘들다. 불안의 핵심은 낮은 지위로 추락하는 데 있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의 베스트셀러 <불안>의 원제목이 ‘지위 불안(status anxiety)’인 것에 고개를 끄덕거리는 지점이다.보통에 따르면 지위는 사회적 사다리에서 개인이 자리 잡은 위치이자 가치다. 타인의 배려와 존중을 갈망하는 사람 누구나 더 높은 지위를 얻으려 하고 지금의 포지션보다 떨어지면 사회에서 추방된다는 걱정에 휩싸이게 된다. 안타깝게도 위쪽에 빈자리는 별로 없다. 설사 올라가더라도 유지는 더욱 어렵다. 홍진(紅塵)에 부대끼는 모든 이들...

    1426호2021.04.30 11:27

  • [이 한권의 책]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라틴아메리카의 현대사를 배경으로 탄생한 특별한 장르가 ‘독재자 소설’이다. 과테말라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앙헬 아스투리아스의 <대통령 각하>를 포함해 이 지역의 걸출한 작가들이 각자의 독재자 소설을 갖고 있다. 자기 시대의 충실한 재현이 현대소설의 몫이라면 강압적 독재 시대의 경험이 독재자 소설로 표현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페루의 간판 작가이자 노벨상 수상작가 바르가스 요사도 독재자 소설에서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데, 국내에는 먼저 소개된 <염소의 축제>(2000)를 통해서도 그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을 30년간이나 철권 통치했던 트루히요의 암살사건을 계기로 그의 시대를 되돌아보는 소설이다.흥미로운 것은 페루 작가가 도미니카의 독재자를 소재로 소설을 썼다는 사실이다. 같은 스페인어권이라 그런 ‘품앗이’도 가능한 것인가 싶었는데, 초기작인 1969년 <까떼드랄 주점에서의 대화>...

    1425호2021.04.23 11:28

  • [이 한권의 책] 내 심장을 향해 쏴라
    내 심장을 향해 쏴라

    청학동 서당에서 일어난 학생폭력 사건에서 사드 후작의 <소돔 120일>이 떠올랐다. 가해자들이 저지른 엽기적이고 혐오스러운 일련의 행동은 새삼 인간이 무엇이고, 교육이 무엇인지를 되묻게 한다. 학교와 군대처럼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단체생활에서 갈등과 ‘왕따’는 필연적이다. 잘하지 못하는 일을 의무적으로 하다 보면 좌절감이 커지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시키는 것은 짜증을 돋우니까 말이다.그래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동물적 공격성을 순화시켜 몸과 마음이 제대로 자라도록, 그래서 앞날에 맞게 될 어떤 사람과도 잘 지낼 수 있도록 틀을 잡아줘야 한다. 그런데 학교보다 중요하고 선생보다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진 함수가 있다. 가족이다. 부모는 유전과 환경 모두에 관여하면서 인간의 성장을 좌우한다. 집마다 있는 신적 존재인 것이다. 문제는 사랑과 관용 대신 폭력과 증오가 난무하는 신들의 전쟁이다. 교전과 휴전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1423호2021.04.09 11:40

  • [이 한권의 책]썩은 잎
    썩은 잎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간판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대표작은 <백년의 고독>(1967)이다. 마르케스 자신은 이 작품이 누린 엄청난 인기와 명성에 부담을 느끼며, 그 이후에 발표한 <족장의 가을>을 대표작으로 꼽았지만, <백년의 고독>이 갖는 문학사적 의의는 확고하다.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특징과 성취를 집약하는 작품으로서 손색이 없어서다.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이 책의 탄생과정이다. 그보다 먼저 쓰인 작품들은 <백년의 고독>에 이르는 여정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첫 소설 <썩은 잎>(1955)도 마찬가지인데, 뒤이어 발표한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1958)와 함께 <백년의 고독>을 예고하는 작품으로 꼽힌다.<썩은 잎>과 <백년의 고독>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무엇보다 ‘마콘도’라는 공간적 배경이다. 마르케스의 실제 고향인 콜롬비아의 마을 ...

    1422호2021.04.05 15:29

  • [이 한권의 책]만들어진 모차르트 신화
    만들어진 모차르트 신화

    듣기만 해도 머리가 좋아진다는 모차르트 효과(Mozart Effect)를 믿고 음반 몇장을 구입한 적이 있다. 시공간 지각력과 추리력이 증진된다는 실험결과는 유감스럽게도 재연되지 않았다. 음악적 감수성이 모자란 탓이라고 자책했는데 아니었다. 평생 모차르트 곡을 연주하는 음악가들도 지능이 올라가는 체험은 못 한다는 것이 학자이자 지휘자인 백진현 교수의 지적이다. 태교음악으로 애호되는 모차르트나 비발디보다는 부모가 태아에게 정다운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더 낫단다.<만들어진 모차르트 신화>는 이처럼 위대한 음악가와 관련한 불편한 진실을 낱낱이 드러내는 백 교수의 저작이다. 가난한 작곡가가 불우한 환경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끝내 요절했다는 서사에 대중은 열광한다. 악처인 부인에 사회는 냉대하고 동료의 음모로 희생된 천재 아마데우스, 이는 그리스 비극의 영웅이 아닌가. 비극의 주인공인 영웅처럼 천재는 돈이 주인인 더러운 근대와 불화를 빚다 쓸쓸히 세계를 떠나갔다. 저...

    1421호2021.03.26 12:58

  • [이 한권의 책] 뻬드로 빠라모
    뻬드로 빠라모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으로 떠올리는 이름들이 있다. 소설가로 범위를 좁히면 아르헨티나 작가 보르헤스와 콜롬비아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 그리고 페루 작가 바르가스 요사 등이다. 국적을 같이 적었지만, 스페인 식민지였던 역사 때문에 이들의 문학어는 공통적으로 스페인어다. 언어의 장벽이 없기에 스페인문학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문학 전체가 공통의 자산이다. 그렇더라도 지역적으로 낙후된 소위 제3세계에서 어떻게 세계문학의 정점을 이루는 걸작들이 나오게 됐는가는 해명될 필요가 있다.특히 궁금한 것은 나란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마르케스와 요사의 성취다(비록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카를로스 푸엔테스나 홀리오 코르타사르 등도 거장으로 꼽힌다).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소설 붐을 주도했던 ‘붐소설’의 대표 작가들이기도 하다. 보르헤스는 단편소설에만 전념했기에 붐소설 세대 작가들의 직접적인 스승으로 보기 어렵다. 그런 궁금증을 품고 있던 차에 마주한 ...

    1420호2021.03.19 1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