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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물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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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르물 전성시대]중국 우주굴기
    중국 우주굴기

    우주개발을 현실화한 국가에서 쓰인 과학소설과 그렇지 못한 나라의 과학소설에 차이가 있을까?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휴대폰조차 구경하기 힘든 나라에서 쓰인 사이버 펑크소설과 초등학생도 스마트폰을 주무르는 게 일상인 나라의 동종소설이 어찌 같은 눈높이의 독자를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까.중국유인우주국(CMSA)이 2029년까지 목성 탐사를 목표로 한단다. 그동안 추진해온 ‘우주굴기’를 보면 결코 허세가 아니다. 2019년 창어 4호가 사상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했고, 이듬해에는 창어 5호가 달 토양 샘플을 갖고 지구로 돌아왔다. 2021년 5월에는 중국탐사선이 미국에 이어 사상 2번째로 화성에 착륙했다. 지금은 거기서 나온 이동로봇 ‘주룽’이 미국의 큐리오시티나 퍼시비어런스처럼 화성 벌판을 돌아다니고 있다. 유인우주계획도 진행형이다. 올해 선저우 12호가 우주정거장 ‘텐허(天和)’와 도킹했고, 탑승했던...

    1444호2021.09.03 15:36

  • [장르물 전성시대]데프 보이스-청인은 알 수 없는 세계의 입구
    데프 보이스-청인은 알 수 없는 세계의 입구

    “본 작품이 많은 사람에게서 ‘들리지 않는 사람’과 ‘수화’를 이해하는 ‘입구’가 된다면 저자로서 기쁠 것이다.” 작가 마루야마 마사키는 데뷔작 <데프 보이스>에서 ‘작가의 말’을 빌려 자신의 바람을 이렇게 전했다. 그의 말대로 <데프 보이스>는 농인들의 문화와 고충, 그들의 내밀한 세계를 미스터리의 중심에 놓고 17년 간격으로 벌어진 두 살인사건의 진실을 좇는다. 농인 사회를 배경 삼아 면밀한 시선으로, 그것도 시시때때로 꽤 많은 정보를 동원하면서까지 전달하려는 것은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란 호칭이 아닌 ‘농인’과 ‘청인’이란 표현이 상징하는 바와도 정확히 맞닿는다. 농인이 스스로를 농인으로 일컫는 것은 들리진 않지만 말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에 대응하는 말로 단지 ‘들리는 사...

    1443호2021.08.30 11:04

  • [장르물 전성시대]멋진 신세계-첨단과학에 대한 맹신이 부른 비극
    멋진 신세계-첨단과학에 대한 맹신이 부른 비극

    과학기술의 발달은 정말 인류 전체에 복지를 가져올까? 산업혁명 이래 19세기 말까지 유럽의 이상주의자들은 그런 미래를 꿈꿨다. 하나 과학기술은 양차 세계대전과 미소냉전에서 보듯 살상력 높은 무기를 불필요하게 양산했을 뿐 아니라 일상까지 깊이 스며들어 빈부격차를 한층 벌려놓는다. 장은선의 장편 <밀레니얼 칠드런>에서처럼 처음부터 수재로 태어나도록 수정란 단계에서부터 유전자 조작이 가능해진다면 가정마다 부동산 구입 외에도 고액대출을 불사하는 항목이 하나 더 추가되리라.과학은 중립적이다. 다만 아무리 순수한 의도의 연구라도 이해관계자들의 탐욕과 이기심이 얼마든지 끼어들 수 있다. 원자에 대한 연구가 원자폭탄으로 귀결됐듯 지능 향상에 관한 연구가 계급사회의 영속화를 초래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2015년 영국 리즈대학 스티브 클랩코트 박사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알렉산더 맥거 박사의 공동연구팀은 실험용 쥐의 뇌에서 분비되는 PDE4B 효소의 활동을 약물로...

    1442호2021.08.20 14:41

  • [장르물 전성시대]단 하나의 이름도 잊히지 않게
    단 하나의 이름도 잊히지 않게

    옆 나라 일본은 전 세대에 걸쳐 다방면으로 미스터리를 즐기는, 말 그대로 ‘미스터리 왕국’이다. TV에선 수사극이나 추리 드라마, 미스터리 단막극이 끊이지 않고 방영된다. 세계 수위권 규모의 출판시장 안에서도 미스터리의 위상은 에두를 것 없이 주류 중의 주류로 통한다. 그에 비한다면 우리에게 미스터리는 대개 TV 시사프로그램이 도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한국 미스터리소설은 멀지 않은 우리의 현실과 완벽히 공명할 때 더욱 특별한 빛을 발하는 듯하다. 한국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작가 서미애, 송시우, 정해연의 미스터리 소설집 <단 하나의 이름도 잊히지 않게>는 그런 우리의 현실과 기시감을 한껏 파고드는 중편작 셋을 수록했다. 세 여성 작가가 펼치는 각각의 이야기는 책 제목 그대로 우리 사회 언저리에 자리한 사람과 사건을 조명한다. 분명 픽션이지만 생생하게 현실에 밀착한 덕에 여운은 쓰고도 오래 남는다.정해연 작가의 &ls...

    1441호2021.08.13 14:57

  • [장르물 전성시대]잠수함-고속성장사회의 고통 토해낸 SF
    잠수함-고속성장사회의 고통 토해낸 SF

    과학소설(SF)이 과학기술 발전으로 후폭풍을 겪는 세상을 그리는 건 기본이다. 과학소설은 시대의 아픔을 읽고 고통을 토해내기도 한다. 이 장르문학은 논문이나 기술설명서가 아니라 일종의 문학이니까. 빈부격차와 계급갈등이란 소재·주제는 과학소설에서도 뿌리 깊은 역사를 지녔다. 서구 SF의 뉴웨이브 정신을 중국과학소설 풍토에 맞게 접목한 작가라는 평을 받는 한쑹의 단편 ‘잠수함’을 살펴보자. 이 소설은 허블이 번역·출간한 영미 SF 단편집 <SFnal 2021>에 수록됐다.얼마 전 중국의 한 농민공이 도시에 나가 20년간 일하며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시골 고향에 돌아와 번듯한 집을 짓고 뿌듯해하는 해외뉴스를 보았다. 중국에선 월소득 1000위안(18만원)을 넘지 못하는 인구가 6억명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선 ‘탕핑’이란 말이 회자된다. 바닥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

    1440호2021.08.09 14:08

  • [장르물 전성시대]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짓말쟁이 너에게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짓말쟁이 너에게

    연애 소설, 로맨스 장르에서 가장 빛나는 장면은 두 사람 사이에 아무것도 아니었던 감정이 호감으로 변하는 기적 같은 순간일 것이다. 스크루볼 코미디처럼 결국 맺어질 게 분명한 커플이 티격태격하다 마침내 연인이 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사랑은 불시에 찾아와 마음속에 자리를 틀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덩치를 키워나간다. 그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다스리면서 다가가야 할 용기와 그러지 말아야 할 명분을 종일 저울질하는 풋내 나는 광경이야말로 가장 진실한 감정이 담긴, 연애 소설의 핵심 중 하나다. 이 과정을 통해 미숙한 청춘은 어느새 매력적인 캐릭터로 변모해 상대의 마음을 알지 못해 벌어지는 모든 순간에 독자를 동참케 한다. 그러니 이런 지레짐작을 미스터리로 해석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짓말쟁이 너에게>(사토 세이난)는 익숙한 클리셰를 앞세워 우선 연애 소설임을 한껏 ‘가장’하는 미스터리 소...

    1439호2021.08.02 11:26

  • [장르물 전성시대]블랙홀-블랙홀을 맨눈으로 보는 시대
    블랙홀-블랙홀을 맨눈으로 보는 시대

    블랙홀. 뭔지 잘 몰라도 곧잘 들어봤으리라. 블랙홀이 극적으로 등장한 소설을 꼽으라면 다나카 요시키의 장편연작 <은하영웅전설>이 뇌리를 스친다. 양 웬리의 자유행성동맹 우주함대는 수적으로 우세한 은하제국 우주함대에 맞서 블랙홀을 등지고 배수의 진을 친다. 그러고는 맹렬히 추격해오는 적을 피해 블랙홀로 달아난다. 자살행위를 자초하는 듯했던 양 웬리의 함선들은 돌연 양옆으로 갈라서며 뒤따라온 제국함선들을 맹렬하게 포격한다. 제국함선들은 엉겁결에 끝을 모르는 중력우물로 추락한다. SF에서 이보다 더 흔한 블랙홀의 용도는 지름길이다. 수백, 수천광년의 까마득한 거리를 단숨에 건너뛰거나 심지어 평행우주로 점프하게 해준다.블랙홀은 단지 상상 문학 속 천체가 아니다. 천문학자·이론물리학자들의 진지한 연구대상이다. 다만 빛까지 집어삼키는데다 아득히 멀리 있어 관측이 어렵다는 게 애로사항이다. 하나 과학이 머릿속 상상을 따라잡는 시대 아닌가.2017년 실...

    1438호2021.07.23 14:56

  • [장르물 전성시대]안녕, 드뷔시-음악의 힘과 미스터리의 묘한 만남
    안녕, 드뷔시-음악의 힘과 미스터리의 묘한 만남

    음악의 힘을 강조하는 건 더 이상 불필요할지 몰라도 때때로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음악에선 새삼 강력한 힘을 느낄 때가 있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문학은 영화처럼 시청각을 아우르는 종합예술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미각을 배제한 요리 만화가 특유의 표현기법을 앞세워 일군의 장르를 일군 것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소재로 한 소설 또한 충분히 가능하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데뷔작<안녕, 드뷔시>는 이를 증명하는 동시에 미스터리 소설의 매력 또한 음악과 더불어 실로 아름답게 펼쳐보인다.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소녀 하루카는 화재로 할아버지와 사촌을 잃고 자신 또한 큰 화상을 입은 채 겨우 목숨만 부지한다. 하지만 절망할 틈이 없다. 그를 수술한 성형의의 말마따나 하루카는 살아 있는 게 아니라 “살려져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피부의 3분의 1은 다른 사람에게 제공받는 등 많은 이의 도움으로 살아났으니 만약 사는 것을 비관이라도 하면 결코 용서...

    1437호2021.07.19 10:37

  • [장르물 전성시대]위안위안의 비눗방울
    위안위안의 비눗방울

    불의 발명 이래 인간은 늘 자연에 대한 통제를 꿈꿔왔다. 이러한 욕심의 끝판왕은 기후·기상조건의 인위적 조절이다. ‘비행기 인공강우’의 역사는 미국기업 GE 소속 빈센트 쉐퍼 박사의 1946년 실험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사상 최대의 인공강우는 2007년 중국 랴오닝성에서 시도됐다. 구름과 만나 비를 만들어낼 일종의 씨앗(먼지검댕이)들을 잔뜩 실은 로켓을 무려 2181발이나 발사한 끝에 약 8억t의 비가 쏟아졌다. 경기도 전역에 50㎜의 비가 내린 꼴이다. 국토가 넓어 가뭄에 시달리는 곳이 많은 중국에서 인공강우 연구는 반세기가 넘었는데, 류츠신의 단편 ‘위안위안의 비눗방울’은 이러한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이 짧은 소설은 어려서부터 성인이 돼서까지 비눗방울 놀이에 집착하는 딸과 중국 내륙 서북부에 건설된 계획도시가 만성 물 부족으로 유령도시가 될 위기를 막고자 백방으로 애쓰는 아빠의 삶을 대비시킨다. 이...

    1436호2021.07.12 15:15

  • [장르물 전성시대]스완-백조와 흑조로 나눌 수 없는 인간의 모순
    스완-백조와 흑조로 나눌 수 없는 인간의 모순

    범죄 미스터리에서 선과 악이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는 가치관은 가장 주요한 기조 중 하나다. 어떤 인간이든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선인과 악인을 양분하고 선의와 악의를 정확히 재단하려 한다. 그렇기에 범죄라는 반사회적 행위이자 비일상적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인간의 복잡다단한 면은 실로 극대화된다. 특히 진실을 유예하는 미스터리 장르의 특성상 이런 인간의 본질은 사건의 진실로 수렴되면서 곧 작품의 메시지와도 상통하게 마련이다.재일교포 3세 오승호(고 가쓰히로) 작가의 미스터리소설 <스완>은 대형 쇼핑몰 ‘스완’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과 그 이면의 이야기를 다룬다. 3D 프린터로 자체 제작한 권총을 들고 스완에 난입해 입장객에게 무차별 난사하던 2인조는 많은 사상자를 낸 후 곧바로 자살한다. 사망자 21명, 부상자 17명이라는 피해도 피해지만 범죄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탓에 처벌받은 이가 없어 살아남은 자들...

    1435호2021.07.02 1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