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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물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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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르물 전성시대]듄-이런 고전은 죽지 않는다. 더 빛날 뿐!
    듄-이런 고전은 죽지 않는다. 더 빛날 뿐!

    영화 <듄>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워너브러더스가 극장과 자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동시 개봉해도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점했고, 유럽 각국 흥행성적도 양호하다. 한국도 이미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속편 제작도 확정이다.이게 단지 제작진의 공일까? 무엇보다 원작의 시들지 않는 인기에 힘입은 바 크다. 프랭크 허버트의 <듄 시리즈>(1965~1985)는 방대한 분량과 복잡한 서사 탓에 극장용 영화로 옮기기 어렵다는 우려에도 1984년에 이어 2021년에도 영화화할 만큼 배후 수요가 두텁다.필자는 2015년 펴낸 졸저 <SF란 무엇인가?> 말미에 역대 영미권 과학소설 가운데 추리고 추린 ‘왕 중 왕’ 29편의 목록을 수록했다. 해외 유명 평론가들과 주요 출판관계자들, 기자들 그리고 국내외 열성 팬덤의 의견까지 두루 망라한 12종의 목록 중 무려 11군데에서 <듄>이 상위에 랭크됐다. &...

    1454호2021.11.22 13:41

  • [장르물 전성시대]열쇠 없는 꿈을 꾸다
    열쇠 없는 꿈을 꾸다

    한낮에 방영하는 사회부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치졸함과 사악함에 괜스레 치가 떨린다. 어린아이를 학대하고 여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예사다. 최근엔 초등학교 교장이란 작자가 여교사 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했다니 선한 가면 뒤에 숨기고 있을 추악한 욕망은 또 얼마나 많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이렇게나 범죄가 가까운 탓인지 때때로 뭇 사람들이 꾹꾹 눌러담고 있을 악의의 정체가 궁금해질 때가 있다. 평범한 사람들 속에 잔뜩 웅크리고 있을 음습한 광기. 지금은 잘 제어되고 있다지만 과연 영원히 터지지 않을 수 있을까.츠지무라 미즈키의 <열쇠 없는 꿈을 꾸다>는 이런 멀지 않은 범죄에 근접하거나 다다르고야 마는 5편의 단편소설을 수록한 작품집이다. 절도에서 시작해 각각 방화, 납치, 살인, 유괴 같은 강력범죄를 다루는데, 마치 포물선 그래프를 그리듯 배치돼 점점 더 깊은 절망을 안기다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뱉게 하는 기승전결 구조로도 읽힌다. 실제로 유년...

    1453호2021.11.12 12:02

  • [장르물 전성시대]가구야 공주 이야기
    가구야 공주 이야기

    다카하다 이사오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가구야 공주 이야기>(2013)는 일본 최초의 모노가타리이자 원형적 SF로 꼽히는 고대설화 <다케토리 이야기>가 원안이다. 원형적 SF는 현대 SF의 효시인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 등장하기 전까지 발표된 문학작품 가운데 원시적이지만 과학적 상상이 두드러진 예들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가구야 공주 이야기>에는 지구 이외 천체에 인간들처럼 지적 존재가 거주하는 사회가 나오며 여주인공 ‘가구야’는 달에서 온 외계인이다. 월인(月人)사회는 성간비행정을 타고 달과 지구 사이를 넘나들며 천황의 무장병력을 단번에 와해시킬 만큼 고도의 기술문명을 지녔으나 자기네끼리도 뜻이 안 맞으면 동족상잔을 벌이며 여주인공처럼 전쟁고아를 낳기도 한다는 점에서 중세 신학자 조르다노 브루노가 제창한 다원론적 우주관과 맞닿아 있다.애니메이션 버전은 원작을 갈고 다듬어 ‘남의 ...

    1452호2021.11.05 14:49

  • [장르물 전성시대]소문-‘기묘한’ 살인을 파헤치는 ‘현실적인’ 경찰
    소문-‘기묘한’ 살인을 파헤치는 ‘현실적인’ 경찰

    경찰을 배경으로 한 일본 작품에선 종종 형사들이 <태양을 향해 짖어라!>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태양을 향해 짖어라!>는 1972년부터 1986년까지 방영된 일본의 형사드라마로 재일 한국인 2세 마츠다 유사쿠가 청바지를 입은 반항적인 형사로 분해 큰 인기를 끌었다. 후대 형사들에 의해 이 드라마가 소환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 번째는 조직 내 세대 차이를 설명하기 위함이다. 일선에서 활약하는 젊은 경찰관들에겐 <춤추는 대수사선>이 더 익숙하고 심지어 이 드라마조차 이제는 낡은 것으로 치부됨으로써 여러 세대가 한데 어우러진 경찰조직을 설명하는 데 적절한 소재로 통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태양을 향해 짖어라!>가 대개 한탄조로 입에 오르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마츠다 유사쿠를 동경해 경찰이 됐으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현실은 온통 격무와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다는 자조와 냉소로 작중 경찰 업무에 재차 현실성을...

    1451호2021.10.29 14:27

  • [장르물 전성시대]시간여행, 이론상 가능하긴 할까?
    시간여행, 이론상 가능하긴 할까?

    시간여행은 우리나라 TV드라마에서도 수시로 접하는 흔한 설정이다. 너무 남용돼 이제 더 이상 특별할 것도 없는 소재랄까. SF팬 입장에서 이런 경향이 마냥 반갑진 않다. 시간여행 개념 자체가 시나리오 작가들에 의해 편의적으로 착취(?)당하는 인상을 받아서다. 타임머신 같은 가시적인 장치 없이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들어낸 특수효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타임슬립해서만은 아니다. 시간여행은 시간의 본질과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의 의미 그리고 양자의 관계를 새삼 되돌아보게 해주는 독창적인 플롯으로서 사변문학을 살찌우는 모티프지만, 텔레비전과 영화로 넘어오면서 그 잠재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예가 많지 않아서다.이런 결과는 시간여행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소재주의에만 매몰돼 뭔가 희한한 이야깃거리 같으니 일단 던져놓는, ‘아니면 말고’ 식의 심보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그럼 이런 반문이 나올 법하다. 시간여행이 과학적으로(적어도 이론적으로...

    1450호2021.10.22 14:41

  • [장르물 전성시대]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대부분의 시간여행 이야기는 ‘당위’에 초점을 맞추게 마련이다. 애초에 ‘여행’이라기보다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임무를 띠고 크고 작은 역사에 개입하는 구조가 가장 전형적이다. 그런 면에서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는 오묘하다. ‘에이전시’와 ‘가든’ 두 세력은 인류사 모든 시간선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오랫동안 ‘시간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는 여러 갈래의 시간 가닥을 따라가고 매듭짓고 새로운 실타래를 내어간다는 다분히 은유에 가까운 방식을 통해 양측의 요원들이 각 시간대 역사에 교묘히 관여하는 것으로 묘사된다.그래서 에이전시의 요원 ‘레드’와 가든의 요원 ‘블루’가 교차하는 곳은 몽골의 기마군대이기도 하며, 증기기관이 주요한 에너지원으로 등극한 스팀펑크 세계의 런던이기도 하다. 때로는...

    1449호2021.10.15 13:51

  • [장르물 전성시대]K박사의 연구
    K박사의 연구

    ‘신소설’ 1929년 12월호에 실린 김동인의 단편 ‘K박사의 연구’는 국내 SF 사료가 워낙 일천해 ‘최초의’ 창작과학소설이란 타이틀까지는 부여하기 어려워도 선구적 작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소설이 SF 장르의 개척자라니 의외라 여길 독자도 있을 법하다. 어째서 국내 연구자들이 ‘K박사의 연구’를 SF 역사의 계보에 올려놓는 것일까.우선 ‘K박사의 연구’는 과학소설의 본질인 ‘변화의 문학’을 지향한다. 과학적 발견·발명이 사회와 국가 그리고 지구촌 전역에 인식의 변화를 불러오는 이야기라면, SF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똥을 인간이 다시 먹을 수 있게 재가공하려는 한 과학자의 좌충우돌을 그린 이 코미디에서 그런 발상에 불을 지른 계기는 맬서스의 인구론이다. 사회과학이론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이 자연과학에서 대안을 찾아낸 것...

    1448호2021.10.08 14:51

  • [장르물 전성시대]인스티튜트-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갇혔다
    인스티튜트-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갇혔다

    음모론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허황된 공상 정도로 치부해야 마땅하다는 걸 잘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독특한 발상에 혹할 만큼 충분히 ‘그럴듯한 가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모든 음모론이 그럴듯한 망상에 그친 것도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MK울트라 프로젝트’로, 1950년대 미국 CIA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벌였다는 주장이다. 인간을 세뇌하고 조종하기 위해 정부기관이 피험자에게 마약을 투여하거나 고문하며 극비리에 실험을 벌였다는 이 음모론은 오랫동안 도시 전설처럼 회자되다가 마침내 관련 문서가 공개되면서 사실로 드러났다. 1995년 클린턴 행정부는 과거 정부를 대신해 공식 사과했지만, 그럼에도 너무나도 비인도적인 사안의 특성상 일각에서는 여전히 음모론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혹은 또 다른 진짜 목적을 숨기고 있다거나.이제는 음모론이라고 할 수 없는 이 ‘역사’는 그간 창작물에서...

    1447호2021.10.01 15:21

  • [장르물 전성시대]1984
    1984

    국정원 댓글 사건과 드루킹 댓글 사건은 이데올로기와 정파를 떠나 지배권력이나 권력을 추구하는 세력의 추악한 민낯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전직 국정원장과 현직 도지사가 법정 구속될 만큼 엄중했던 두 사안은 근거 없는 비방과 여론조작에 골몰하는 정치 프로파간다의 위험성을 잘 보여줄 뿐 아니라 우리가 여론이라 여기는 것이 정말 여론인지 의구심을 품게 한다.디스토피아문학이란 하위 갈래를 지닌 과학소설은 예로부터 이런 주제에 관해 전문적 식견을 넘어 정치철학적인 통찰을 제시해왔다. 그중에서도 여론조작을 통한 사상통제의 위력을 소름 끼치게 시연한 예로 이제는 고전의 반열에 든 조지 오웰의 <1984>를 빼놓을 수 없다. 국정원이건 드루킹이건 반복되는 온라인 댓글의 양적 공급을 통해 기대한 바는 사람들 머릿속에 자꾸만 거짓을 들여앉혀 끝내 생각을 바꾸고 여론을 움직이는 것이었으리라. <1984>의 대형(大兄)체제는 이보다 한술 더 뜬...

    1446호2021.09.24 14:58

  • [장르물 전성시대]그래서 죽일 수 없었다
    그래서 죽일 수 없었다

    최근 픽션에 등장하는 기자들 대부분은 언론의 순기능과 거리가 멀다. 부조리를 고발하는 감시자의 역할보다는 자기 잇속을 채우기 위해 거짓 기사는 물론 협박도 서슴지 않는 후안무치한 캐릭터나 거악에 협력하는 반동인물이 훨씬 더 익숙하다. 사회부 민완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 아닌 이상 기자를 향한 이러한 편향된 캐릭터성은 잠깐 지나치고 말 유행으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고착화됐다. 정말로 정의로운 기자가 등장한들 쉽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어 창작자의 의도와는 무관히 입체적인 캐릭터로 보이는 현상 또한 이를 방증할 만하다. 그러나 ‘기레기’라는 멸칭만큼이나 가깝고도 편리한 캐릭터를 동원하는 사이, 언론의 본질과 시장에서의 경쟁력까지 고민해야 하는 언론인의 딜레마를 이야기하는 작품은 그만큼 드물어졌다.잇폰기 도루의 <그래서 죽일 수 없었다>는 그런 희소해진 주제를 앞세운 보기 드문 미스터리 소설이다. 작가의 필명이자 이 작...

    1445호2021.09.10 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