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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물 전성시대
  • 전체 기사 229
  • [장르물 전성시대]드림 컬렉터
    드림 컬렉터

    이혜원의 장편 <드림 컬렉터>는 2015년 SF어워드 수상작이다. 심사위원의 한사람이었던 필자 또한 당시 수상을 적극 지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소설이 사이버펑크와 바이오펑크 그리고 스팀펑크에 이어 소위 ‘드림펑크’라 부를 만한 SF의 새로운 하위형식을 선보인 까닭이다. 어떤 예술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과학소설계 또한 가장 으뜸으로 쳐주는 작품은 내용과 형식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이른바 ‘개념적 돌파(conceptual breakthrough)’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 <드림 컬렉터>는 꿈속 내용을 실재하게 물질화하거나 한사람의 꿈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증폭시켜주는 독특한 자연환경의 외계행성 ‘마야’를 무대로 사람들의 온갖 욕망과 그 심연을 헤집는다는 점에서 곧장 폴란드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의 고전 <솔라리스>(1961)를 떠올리게 한다. 외계행성 솔라리스...

    1474호2022.04.18 13:31

  • [장르물 전성시대]나쁜 아이들
    나쁜 아이들

    때때로 범죄극은 기꺼이 응원할 만한 범죄를 다룬다. 우선 대부분의 복수극이 그렇다. 법치국가라면 무조건 죄악시할 사적 단죄를 전제하고 있음에도 악랄한 상대에게 받은 수모와 고통을 갚는 서사에는 늘 인간적인 연민이 뒤따른다. 궁지에 몰린 누군가가 위법한 수단을 써 위기를 타개하는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이후 독자는 그가 공권력의 눈을 피해 무사히 사회에 스며들길 바란다. 더욱이 아무에게도 구원받을 수 없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벌이는 고군분투와 임기응변은 강력한 서스펜스마저 불러일으킨다. 이때 그 주체가 약자면 약자일수록 범죄는 마지못해 사용한 최후의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며 더욱 힘을 얻게 마련이다.중국의 인기 추리소설가 쯔진천의 <나쁜 아이들>은 제목의 의미를 역설적으로 활용한 범죄 드라마다. 데릴사위인 장둥성은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당하자 처가의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우선 장인과 장모부터 살해하기로 한다. 1년 가까이 장인·장모의 ...

    1473호2022.04.08 14:53

  • [장르물 전성시대]과학기술과 사회적 평등
    과학기술과 사회적 평등

    최근 급부상한 메타버스의 잠재력에 대한 비전과 정보처리능력이 월등히 뛰어난 인간을 선천적으로 태어나게 할 수 있는 유전공학이 한데 융합된다면 어찌 될까? 인공지능 개발을 터미네이터 탄생의 예고편쯤으로 보는 기우보다 훨씬 더 현실성 있는 악몽이 떠오른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아무리 빼어난 과학기술도 뜻대로 할 수 없다면 원자폭탄을 덥석 쥔 아이 꼴이고, 그로 인한 혜택을 온전히 나눌 수 없다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나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처럼 한 계급의 다른 계급에 대한 잔혹한 착취를 합리화하는 빌미만 제공할 뿐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과학기술은 보편적 복지와 동떨어져 기득권세력의 자기 정당화를 위한 선전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테드 창이 2019년 발표한 단편 ‘2059년에도 부유층 자녀들이 여전히 유리한 이유’는 바로 이에 대한 노골적 야유다. 소...

    1472호2022.04.01 14:19

  • [장르물 전성시대]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천혜의 절벽에 자리한 캉티뉴쓰 호텔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살자는 호텔 사장인 바이웨이둬. 절벽 아래 호수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에서 새벽 운동을 하던 중 총을 맞아 사망했다. 상황은 단순하지만 범인의 종적은 묘연하다. 산책로로 들어서는 길은 하나뿐인데 산책로 입구 CCTV에 찍힌 이는 피살자 외엔 아무도 없다. 맞은편 호수에서도 배는 일절 목격되지 않았다. 말하자면 살인 현장이 호수와 절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밀실인 셈이다. 마침 단짝 친구의 약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호텔에 투숙 중이던 푸얼타이 교수는 호텔 안 인물들이 숨긴 관계와 밀실의 비밀을 파헤친 다음 이내 범인을 지목한다.사전 정보 없이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을 읽는다면 기발한 구조보다는 우선 본격 미스터리의 전형적인 무대와 괴짜 탐정이 건네는 유쾌한 기운에 마음을 빼앗길 게 분명하다. 과거 여러차례 경찰수사에 협조하며 세간에 명탐정으로 알려진 푸얼타이는 명백히 셜록 ...

    1471호2022.03.28 11:38

  • [장르물 전성시대]소행성대를 소재로 한 과학소설들
    소행성대를 소재로 한 과학소설들

    과학자들은 소행성대를 인류가 우주에서 다양한 지하자원을 손쉽게 얻게 될 보급원으로 여긴다. 지구나 화성처럼 중력우물을 헤쳐 나오느라 천문학적인 연료를 쓰지 않아도 되고 화성과 목성 사이 고루 분포해 있어 보다 먼 외계로 나아가는 데 징검다리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제까지 알아낸 파편적인 정보만으로도 이 꼬맹이 천체에서 우주선 제작에 쓸 광물자원과 연료 그리고 물을 조달한다는 발상이 전혀 뜬금없지만은 않다. 2019년 미국 무인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소행성 ‘베누’에서 그리고 2020년 일본 무인탐사선 ‘하야부사2’가 소행성 ‘류구’에서 암석 파편과 흙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왔다. 2029년에는 소행성 ‘아포피스’가 지구에서 불과 3만1000㎞ 떨어진 곳까지 접근하기에 한국천문연구원 또한 탐사선을 띄울 예정이다.눈치 빠른 과학소설이 소행성들의 잠재가치를...

    1470호2022.03.18 14:03

  • [장르물 전성시대]백광-온갖 진실과 하나의 사실
    백광-온갖 진실과 하나의 사실

    최근 방영 중인 일본드라마 <미스터리라 하지 말지어다>에 꽤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다. 작중 형사가 반드시 범인을 체포하겠다며, 진실은 하나니 분명 도달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용의자로 몰린 주인공 토토노는 상투적이기까지 한 그의 다짐이 의아하다는 듯 이내 반박한다. 어떻게 진실이 하나밖에 없느냐고 말이다. 가령 A와 B가 계단을 오르내리다 부딪혀 B가 추락했다고 치자. B는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A가 계단에서 밀쳤다고 주장하는 반면, A는 B를 친한 친구로 여기고 있으며 엄연히 사고였다고 항변한다. 둘 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각자의 진실이 있을 뿐이다. 토토노의 말마따나 “진실은 사람의 수만큼 있다.” 그럼에도 ‘사실’은 하나다. 바로 B가 계단에서 떨어졌다는 사실. 그러니 “진실 같은 모호한 것에 잡혀 있으면 안 된다”는 그의 말은 어쩐지 진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장르의 핵심을 오조준함으로써 ...

    1469호2022.03.11 11:18

  • [장르물 전성시대]원수성역-원시사회로 돌아간 인류의 운명은
    원수성역-원시사회로 돌아간 인류의 운명은

    인류 존망의 기로를 그린 대재앙 이야기는 과학기술문명의 붕괴로 사람들이 의지할 데라곤 그저 맨주먹뿐인 상황을 곧잘 그린다. 래리 니븐과 제리 퍼넬의 장편 <루시퍼의 해머>를 보면, 혜성이 지구와 충돌한 뒤 살아남은 이들의 사람 평가기준이 180도 달라진다. 의사와 농부들을 여전히 선호하나 변호사와 방송다큐멘터리 연출자 따위는 더 이상 필요 없다. 폐허 위에 재건한 새로운 자급자족 사회에 요긴한 숙련기술이 없으면 누구든 허드렛일을 하는 육체 노동자로 전락한다. 이보다 여건이 열악해지면 쥐와 금붕어를 잡아먹고 심지어 인육까지 탐낸다. 이런 이야기의 화두는 ‘엊그제까지 상상조차 못 해본 생지옥으로 떠밀린 인간들이 과연 끝까지 인간성을 온전히 유지할까?’에 있다.더 깊은 질문을 하는 작품도 있다. ‘모든 기득권이 무의미해질 만큼 문명이 철저히 와해된다면 맨땅에서 새로 시작하는 이들은 어떤 선입견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자원을 나누...

    1468호2022.03.04 14:54

  • [장르물 전성시대]낙원은 탐정의 부재
    낙원은 탐정의 부재

    지난해 말 공개한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은 지옥의 사자가 사람들을 심판하는 초자연 현상에 의한 일대 혼란을 그려내며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천사에게 죽음을 고지받은 사람들이 사자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세계가 나온다. 신흥 종교단체 새진리회의 주장 그대로 이를 사람들이 신이 죄지은 이를 벌하기 위해 만들어낸 시스템으로 받아들이면서 작품 중반부터 세계는 새로운 법칙으로 재편된다. ‘죄를 지으면 죽는다’는 강력한 기제에 길든 세상은 초상현상(초능력이나 심령 현상 따위와 같이 일상 경험이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의 진실과 무관하게 위선으로 점철된 모습으로 나아가면서 쓴웃음을 자아낸다.샤센도 유키의 <낙원은 탐정의 부재>도 이와 비슷한 신세계를 무대로 삼는다. 어느 날 갑자기 날개를 펴고 강림한 천사들이 죄인들을 단죄하기 시작한다. <지옥>과 마찬가지로 그 연유는 알 수 없지만, <지옥>...

    1467호2022.02.25 15:00

  • [장르물 전성시대]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신화와 전래설화를 SF가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을까? 로저 젤라즈니의 장편 <빛의 왕>과 단편 ‘스테인레스강 흡혈귀’를 보면 불가능하진 않다. 환상적 소재라도 SF의 기본틀과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 상상을 초월하는 시너지가 생긴다. 외계 식민행성을 무대로 과학엘리트가 인도신화의 신들을 자처하면서 다수대중을 무지몽매한 상태로 방치해 신판 카스트제도를 공고히 하거나 인류가 멸망한 세상에서 고독에 울부짖는 로봇 흡혈귀를 다룬 이야기라니. 상상이나 해봤겠나.국내외 작가들의 신화전설SF선집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에 수록된 작품 대다수는 SF시각에서 아쉬움이 많다. 신화 전설과 SF 서사의 유기적 융합이나 과학소설다운 재해석의 독창성 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면의 한계상 몇 작품만 둘러보자.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던 홍지운(dcdc)의 ‘아흔아홉의 야수가 죽으면’은 제주도 &l...

    1466호2022.02.18 13:57

  • [장르물 전성시대]웨어하우스-택배 만능주의 세상의 비밀
    웨어하우스-택배 만능주의 세상의 비밀

    SF스릴러 <웨어하우스>가 그리는 가까운 미래는 택배 없이는 살 수 없게 된 우리의 현실과 흡사하다. <웨어하우스>의 택배 만능주의 세상은 블랙프라이데이에 벌어진 대참사와 지구 온난화로 말미암아 대다수가 실내 생활에 강제 적응한 것을 원인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여기 드론 택배가 가세해 극단적인 물류 시스템을 완성한다. 즉 거의 모든 물류가 드론 택배를 통해 이뤄지고, 일찌감치 드론시스템을 구축한 클라우드사는 단숨에 초거대기업으로 성장해 이를 거의 독점한다. 마치 세계는 클라우드의 드론 택배로 인해 구원받은 양 언급될 정도니 뭇사람들의 일상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실제로도 작품의 초점은 온전히 클라우드 내부에 맞춰져 모든 이들이 동경하는 기업의 불편한 진실을 향한다.미래 기업 클라우드가 사람들사이에 꿈의 직장으로 떠오른 이유는 거점 시설인 ‘마더클라우드’ 내부에 업무 공간은 물론 생활환경을 완비한 직원 복...

    1465호2022.02.11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