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섬유회사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화학자 데이비드 켈시에게는 한가지 비밀이 있다. 회사 근처 하숙집에서 숙식하는 그는 주말이면 늘 병환 중인 어머니를 돌보고자 요양원을 찾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시간을 보내는 곳은 평생의 반려로 점찍은 애나벨과 함께하고자 마련한 신혼집이다. 문제는 애나벨이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는 것. 그럼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윌리엄 뉴마이스터라는 가짜 신분으로 장만한 집에 틀어박혀 주말 내내 애나벨과 함께 생활한다는 달콤한 공상에 젖어 있다. 그간 애나벨에게 몇 번이나 편지로 절절한 사랑을 고백했다. 답장이 오지 않는 건 아마도 교활한 그의 남편이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1960년작 <이토록 달콤한 고통>은 평범을 가장한 인간이 집착과 광기로 스스로를 밀어붙이며 드러내는 감정의 파고를 무척이나 탁월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 데이비드 역시 사이코패스 <...
1494호2022.09.02 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