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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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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어느 대륙 어느 문명도 열등한 것은 없다’

    그들 나름의 자연적·사회적·종교적 삶의 복잡한 과정에서 저마다의 지혜와 풍습과 사유를 발전·지속시켜 왔다는 것이다. 지금은 상식 수준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는 주장이지만 이를 그는 80여년 전에 주창하였다.누군가를 만나러 시내의 어수선한 사무실로 찾아갔는데, 그의 책상 위에 가 놓여 있었다. 읽던 중일까? 이 책을? 이 두꺼운 책을 이 사람은 읽고 있던 중일까? 이런 호기심이 생겨서 그가 커피를 내온다고 탕비실로 갔을 때 건성으로 서문을 펼쳐보았다. 이 책은 따로 서문이 없고 1장으로 시작되지만, 바로 그 1장이 ‘나는 왜 이 책을 쓰는가’에 해당하는 실질적인 서문이다. 서문 중의 서문이라고 할 만한 1장을 한두 페이지 정도 눈으로 어루만져 보았다.책 읽는 사람들의 버릇이다. 누군가의 연구실이나 서재를 찾아갔을 때 한순간에 그의 책장에 기립해 있는 책들과 책상에 놓여 있는 책들을 일별하면서, 아 이 사람은 요즘 이런 책을 읽는구나, 아니 이 양반 책들은 왜 이렇게 저자별...

    1244호2017.09.12 10:04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마르크스의 -마르크스 사상이 집약된 ‘정치학 나침반’
    마르크스의 <브뤼메르 18일>-마르크스 사상이 집약된 ‘정치학 나침반’

    오늘날의 모든 사회운동과 노동운동 등 모든 실천이 자칫 교조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반드시 준칙해야 할 마르크스의 인용문은 다음과 같다. “이곳이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절반쯤 농담을 섞어서 하는 얘긴데, 마르크스의 책을 완독하는 것보다 마르크스주의자가 되는 게 훨씬 더 쉽다. 같은 책을 펼쳤다 접었다 하면서 결국은 완독하지 못했음에도, 어찌되었든 그 사상의 20세기적 파장 안에서 사회적 참여를 한 사람이 부지기수 아닌가. 이런 생각을 베를린의 미군 검문소, 즉 체크포인트 찰리에서도 해보았고, 체코 프라하의 어느 작은 만물상 가게에서도 해보았다.심야의 체크포인트 찰리. 2차 대전 직후 미 군정기 시절의 잔영과 동서독 분단 이후의 갖가지 역사적 상흔이 배어 있는 그곳은 어느덧 통일독일 30년이 가까워진 지금에는 일종의 ‘다크 투어리즘’ 코스가 되어 있었다. 현대사의 잔혹하거나 비장했던 장소가 여러 의미에서 관광코스가 되고 사람들이 일부러 그러한 곳을 찾아다니는 현...

    1243호2017.09.04 17:43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벤야민의 -베를린, 역사의 결을 거슬러 보기 위하여
    벤야민의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베를린, 역사의 결을 거슬러 보기 위하여

    20세기 초엽의 베를린, 그 도시의 카페 프린체스. 커피와 술과 노래만이 아니라 벤야민의 기록처럼 고급 매춘부도 있었던 그 카페에서, 벤야민은 저녁마다 재즈 악단의 연주를 들으면서 을 썼다.늘 베를린의 날들은 짧았다. 길어야 3박 4일, 이번에는 1박 2일. 마르크스가 말했다던가. “베를린을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이 격렬한 도시를 다룬 여러 다큐멘터리에서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하긴 실제 역사가 그러했다. 프로이센의 군주 프리드리히 2세를 시작으로 독일제국의 비스마르크, 제3제국의 히틀러, 오늘날의 메르켈 총리까지 어쨌거나 베를린 운더덴린덴 거리를 장악하고자 하였고, 그것을 성취했을 때 순방향이든 역방향이든 역사의 운전대를 쥘 수 있었다.여러 번 보았던 것을 두려운 마음으로 다시 보고, 아차 하고 놓쳤던 것을 잠시라도 멈춰서서 보고, 그밖의 이유로 생략했던 장소들에 10분이라도 더 머물러 있고자 하였다. 그랬더니, 19세기 건축가 프리...

    1242호2017.08.28 18:41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알베르트 슈페어의 회고록 -히틀러에게 영혼을 판 독일 지식인의 운명
    알베르트 슈페어의 회고록 <기억-제3제국의 중심에서>-히틀러에게 영혼을 판 독일 지식인의 운명

    슈페어는 히틀러의 건축가가 되었다. 한 때 화가를 꿈꿨던 히틀러는 슈페어라는 붓을 통하여 자신의 정치적 미학, 즉 파괴적인 정념의 스펙터클을 보여주고자 했다.나는 지금 동부독일의 여러 도시를 돌아보고 있다. 뮌헨에서 뉘른베르크로, 거기서 바이로이트를 거쳐 바이마르, 라이프치히로 이어지는 여정이다. 최종의 목표는 베를린과 드레스덴이다. 그 중에서도 뉘른베르크!아무래도 나는 70·80년대에 자아가 형성되고 세상을 보는 감수성이 버무려진 세대다. 독일에 오면 전쟁과 그 기억, 분단과 그 후유증부터 생각하는 낡은 세대인 듯하다. 그러니까 필기구 애호가들에게 뉘른베르크 하면 파버카스텔의 도시다.그렇기는 해도 나는 오늘의 뉘른베르크가 아니라 이 도시의 과거, 그러니까 2차 세계대전 전후의 뉘른베르크를 찾는다. 아닌 게 아니라, 뉘른베르크 구도심지의 건물들은 대체로 잿빛으로 어두웠고, 자신들의 기나긴 역사를 담은 박물관으로 가는 입구에는 흰색 기둥이 도열해 있으며, 기둥마다...

    1241호2017.08.21 16:56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양파껍질을 벗기며 마침내 ‘불명예’ 고백
    양파껍질을 벗기며 마침내 ‘불명예’ 고백

    을 포함한 여러 작품에서, 그리고 독일과 유럽의 각종 사안들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대문호 그라스가 친위대원으로 복무했었다는 사실, 그것도 팔순이 되어서야 고백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독일 귄터 그라스의 자전적 기록 는 그가 다중 화자 기법으로 20세기의 역사를 재구성한 일종의 집단 초상화다. 엄밀하게 자서전이라고 할 만한 작품은 따로 있다. 2006년에 출간되어 독일은 물론 유럽을 뜨겁게 달군 작품으로 국내에는 2015년에 번역 소개된 가 그것이다.평생을 따라온 부끄러움에 대한 기록양파껍질을 벗긴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을 탐문하기 위해 자기 삶의 껍질을 하나씩 다 벗기는 것이다. 자기만 침묵하면 아무도 모를 일을 고심 끝에 벗기다 보면 그 자신이 가장 먼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양파껍질을 벗기다 보면 눈물이 나게 마련이다. 깊은 참회와 고통을 감내하며 양파껍질을 벗기고 나면 세상의 반응은 찬반의 격렬한 극단으로 나뉘고 만...

    1240호2017.08.14 16:17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무릇 예술가란 황석영 같아야 한다
    무릇 예술가란 황석영 같아야 한다

    황석영은 자신의 생애를 회고한 책 에서 등장인물들의 몸짓과 목소리를 3D 영화처럼 재현시킨다. 그래서 김일성이나 문익환이나 백기완 같은 사람들이 바로 눈앞에 환영처럼 서 있는 듯하다.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문화사가인 아르놀트 하우저는 예술가를 술집 여자에 빗댄 적이 있다. 술집 여자는 매상을 올리기 위해서 손님들과 얘기도 하고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른다. 얼핏 보기에는 술을 아주 잘 마시고 노래도 즐거워서 부르는 듯하다. 손님들은 안주도 더 시키고 비싼 술도 시킨다. 술집 여자는 한편으로는 즐겁게 술을 마시고 노래도 부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자리의 매상을 계속 생각한다.중요한 것은 이 아슬아슬한 균형이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에잇 까짓 거 오늘 같은 날 마시고 놀아요 하는 듯싶지만, 속으로는 냉정하게 계산을 해야 한다. 예술가란 모름지기 그와 같다는 게 하우저의 생각이다.이름난 무당을 예로 들 수도 있다. 이를테면 전남 진도의 김대례, ...

    1239호2017.08.08 1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