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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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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일본의 문호 다자이 오사무는 왜 자살했나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일본의 문호 다자이 오사무는 왜 자살했나

    아오모리의 대부호 집에서 태어난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는 극단적인 자기 모멸 끝에 자살을 선택한 사람이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가와바다 야스나리, 그리고 미시마 유키오가 그랬듯이.이 그랬듯이, 오래전의 헌책방에서 나는 도 훑어봤고 도 읽어봤고, 도저히 끝을 알 수 없는 마쓰모도 세이초 같은 비정파 추리소설도 읽어봤다. 평범한 독서인으로서 읽은 것에 지나지 않지만, 조금은 머리가 여물어지면서 이런 소설들이 지닌 일본 근대성의 복합성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러다 보면 정치사상가 마루야마 마사오나 미학자 가라타니 고진을 또한 제목이라도 일별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일본의 근대는 무섭도록 알 수 없는 세계가 되었다. 그래서 공부 삼아 다시 일본의 모더니티를 증거하는 무서운 소설과 사상서들, 그 뜨거운 ‘서문’이라도 이번 기회에 살펴볼 생각인데, 가령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인 의 다음과 같은 ‘서문’은 애증과 공포를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이 기이한 소설의 서문은 ...

    1254호2017.11.27 17:47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싸나이라면 ‘대망’을 한 번은 읽어야지”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싸나이라면 ‘대망’을 한 번은 읽어야지”

    감옥 안에서 을 읽고 있는 전직 대통령의 그로테스크한 상태를. 그 바싹 마른 상태를. 그 날카로운 시간을. 그 점에서 은 소설 자체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게, 기이하고도 무서운 ‘힘’을 가진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웬만한 엽기적인 정치 흑막 드라마를 초월하는 국정농단으로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일본 대하소설 (야마오카 소하치 저)을 읽고 있다는 보도를 보았다. 참으로 기묘하면서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조합이다.“옳거니, 싸나이라면 을 언제고 한 번은 읽기는 읽어야지.”이런 얘기를 고등학교 1학년 때 들었다. 헌책방에서. 헌책방이란 무엇인가. 추억과 낭만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퇴락하여 쓸쓸히 사라지던 공간인데, 그 퇴락의 공간을 채우던 분위기는 대체로 무기력감이었다.고작 고등학교 1학년에 불과했던 어린 시절의 내 눈에도 비친 동네 헌책방들의 저녁 공기는 침울했다. 헌책방 주인이 어느 아저씨와 말을 하다가, 그 무렵의 헌책방 어디에나 쌓여 있...

    1253호2017.11.21 11:51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조정권 시집 「산정묘지」-얼음과 만년설과 벼랑이 펼쳐지는 시
    조정권 시집 「산정묘지」-얼음과 만년설과 벼랑이 펼쳐지는 시

    시집이므로 달리 서문은 없지만, 맨 앞에 ‘自序(자서·서문)를 대신하여’라는 부제가 딸린 ‘獨樂堂(독락당)’이 실려 있으니 서문에 해당한다. 시집이 ‘시의 집’이라면 이 시의 제목 ‘獨樂堂’은 이 시집의 당호인 셈이다.나는 높은 산을 무서워하지만, 그 산 오르는 사람을 더 무서워한다. 높은 산에 오르고 깊은 산에 스며드는 사람들, 강자들이다. 그런 사람들하고는 말을 잘 못하겠다. 그런 사람들 따라서 설악산에 갔었는데 무거운 침묵이 견디기 어려웠다. 그런 사람들 따라서 소백산에 갔었는데, 가파른 계곡 따라 오르느라 하마터면 그 산의 능선이 그토록 부드럽지 않았다면 실종됐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 따라서 지리산에 갔었는데, 쉬는 틈마다 지리산의 형세와 역사를 아주 서사시풍으로 읊는 바람에 힘들었다. 강자들이다. 나는 그저 동네 공원에서 자전거 타는 사람, 천변을 산책하는 사람, 작은 운동장에서 동네 꼬마들하고 ‘뽈’ 차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게 내가 감당할 만한 크기다....

    1252호2017.11.14 15:37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최인훈의 「광장」-최인훈은 왜 작품을 고집스럽게 고쳤을까
    최인훈의 「광장」-최인훈은 왜 작품을 고집스럽게 고쳤을까

    1976년 문학과지성사에서 발행한 최인훈 전집판으로 이 작품을 낼 때는 거의 ‘개작’ 수준의 대대적인 교정을 보았다고 한다. 지난 2010년에도 194쪽 분량 중에서 14쪽가량을 삭제하고 이를 대체하는 부분을 새로 썼다.한국 현대문학의 영원한 고전이 된 최인훈의 은 작가에 의하여 수차례 개정되어 왔다. 따라서 그 개정의 경우마다 ‘서문’이 늘 새로 쓰여졌다. 오늘은 그 얘기다. 최인훈은 25세 되던 해인 1960년 11월 에 원고지 600장 분량의 중편으로 ‘광장’을 전작 발표한다. 당대의 문학계와 지성계에 충격파를 던진 이 소설은 이듬해 단행본으로 출간되는데, 작가의 집중적인 수정 가필에 의하여 원고지 800장 정도의 이 된다.그 이후 은 여러 차례 개작되어 여러 형태의 개정판으로 발간된다. 1967년 신구문화사 간행 ‘현대한국문학전집’에 이 작품을 실으면서 작가는 중요 부분을 교정했고, 1973년 민음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하면서는 원래 작품의 한자어를 대부분 한...

    1251호2017.11.06 18:34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브루스 커밍스의 -한국 학자보다 더 한국전쟁을 분석해 내다
    브루스 커밍스의 <미국 패권의 역사>-한국 학자보다 더 한국전쟁을 분석해 내다

    커밍스의 ‘한국어판 서문’은 무려 7페이지나 되며 깊은 공감과 이해의 문장으로 인하여, 뜨겁다. 이 서문에서 그가 김동노, 임종명, 박진빈 등 국내 교수를 언급할 때는 단순한 네트워크를 넘어 뭉클한 지적 동반자의 느낌을 준다.움베르토 에코의 은 세계 최고 수준의 ‘독설’이다. 이들의 독설에 비하면 국내의 이른바 논객이니 독설가니 하는 사람들은 온순한 편이다. 위의 책에서 에코는 현대문명의 허위와 현대적 일상의 기이한 순간들을 날카롭게 포착하여 그 이면을 동시에 드러낸다.그 중 하나가 책 속에 실린 ‘서문을 쓰는 방법’이다. 1987년에 쓴 에세이로 이 짧은 글에서 에코는 책의 서문들이 하나마나한 공치사와 무의미한 인사말로 채워져 있음을 풍자한다. 예컨대 에코는 가상의 서문을 쓰면서 자기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감사 인사를 한다.한국 학계와 사회계에 상당한 영향 끼쳐“우리 아이들에게 고마워할 것이 또 있다. 그들과 가장 친하게 어울려 다니는 녀석들의 머...

    1250호2017.10.31 16:44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사이드의 -서구는 문명이고 비서구는 미개한가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서구는 문명이고 비서구는 미개한가

    수 세기에 걸쳐 서구가 생성하여 교육하고 전파해온 인류의 집단적 착각, 즉 ‘서구는 계몽적이고 도덕적이며 현대화된 우월한 문명이고, 비서구는 야만이거나 미개하거나 심지어 부도덕하다’는 거대한 사고체계를 뒤집어버린 책이다.2002년 10월, 스페인 북부의 고도 오비에도 캄포 아모르 극장. 말쑥하게 차려입은 두 명의 저명인사가 수많은 인파의 박수를 받으며 들어섰다. 그들은 스페인 왕실이 수여하는 아스투리아스 왕자상을 수상하러 온 것이다.노벨상의 여러 수상자들과 그 명단이 겹치는 이 상은 스페인 펠리페 왕세자의 공식 칭호인 ‘아스투리아스’를 따서 1981년부터 시상하는 것으로 사회운동, 문화예술, 사회과학, 스포츠 등 8개 분야에서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사람들에게 수여해 왔다. 노벨상에는 없는 스포츠 분야가 특징인데 육상의 칼 루이스(미국·1996년), f1 그랑프리의 미하엘 슈마허(독일·2007년),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스페인·2008년) 등이 수상했다. 러시아의 높...

    1249호2017.10.23 18:25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알렉시예비치의 -여성들, 그들에게 전쟁이란 무엇인가
    알렉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여성들, 그들에게 전쟁이란 무엇인가

    전쟁은 기본적으로 남성들의 격전장이다. 그들이 선전포고하고 그들이 돌격하고 그들이 총을 쏜다. 그러나 남성들이 전투 개시한 전쟁에 여성들이 가장 처절하게 희생을 당한다. 모든 전쟁의 최후의 패배자는 여성이다.수많은 전쟁 뉴스와 영화들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전쟁 무기와 호전적인 돌격 의지와 가슴 뭉클한 전우애를 강조하면서, 전쟁을 상당히 볼 만한 구경거리로 묘사한다. 전쟁을 멀리서 보면, 스펙터클 화면으로 보면, 대단한 광경이다. 저마다의 가슴속에 도사린 음험한 파괴의 욕망이 스펙터클의 대장관으로 펼쳐진다. 당장이라도 전쟁을 해도 좋을 것만 같다. 그러한 스펙터클은 위험하다.‘미국이 전쟁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2000년대 들어서서 제작된 강제규 감독의 , 강우석 감독의 , 장훈 감독의 등은 전쟁의 본질이나 그 속에서 벌어지는 지극히 당대적인 갈등이나 고통이 아니라 하나의 ‘장르 영화’로서 전쟁을 다룬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형제애나 전우...

    1248호2017.10.16 19:25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도스토옙스키의 -도스토옙스키가 소설의 맨 앞에 쓴 문구
    도스토옙스키의 <가난한 사람들>-도스토옙스키가 소설의 맨 앞에 쓴 문구

    도스토옙스키는 매번 그러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소설 앞에 제사를 곧잘 붙였다. 대개는 성경 구절인데, 어떤 경우는 해당 소설이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대번에 느끼게 하는 시를 써넣기도 했다.이 연재는 시간의 압력을 견뎌낸 위엄 있는 책들의 ‘서문’을 소개하는 게 목적이다. 두툼할 뿐더러 어렵기까지 한 책을 여간해서는 다 읽어내기가 어려우니 우선 그 ‘서문’이라도 탐독하여 서권기를 느껴보자는 의도인데,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저자들은 ‘서문’을 공들여 쓰지만 그 앞에 ‘헌사’(獻詞)나 ‘제사’(題詞)를 더하기도 한다.헌사는 힘겨운 집필과정 동안 물심양면으로 후원해준 사람을 기억하거나 그 책을 누군가에게 존중의 마음으로 바치는 행위다. 근대 이전의 저자들은 주로 왕이나 귀족에게 헌사를 바쳤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 책을 메디치 가문의 학정과 수도승 사보나롤라의 도덕정치의 파탄 그 이후 전개된 피비린내 나는 르네상스 피렌체 권력투쟁이 어느 정도...

    1247호2017.10.10 16:37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신영복의 -왜, 21세기에도 동양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신영복의 <강의>-왜, 21세기에도 동양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

    그 복잡한 질문을 여러 사유의 경로를 훑어가면서 담담하게 적은 것이다. 이를 서문 삼아 다시 읽어보니 금세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있다. 이런 문장들이 두툼한 책의 도처에 있어서, 늘 다시 보게 되는 책이 신영복의 다.2013년 2월 초 겨울. 매서운 바람이 불던 날. 나는 같은 학교의 어느 교수와 함께 선생님을 모시고 목동의 댁으로 운전하고 있었다. 한 달쯤 전에 박근혜 후보가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곧 취임을 앞둔 때였다. 굳이 안 해도 될 얘기라면 일부러 하지는 않는다는 생활관습을 지닌 두 분이 뒷좌석에 동승했기 때문에 차 안은 적조한 기운마저 들 정도였다. 목동에 접어들면서 허튼 기침소리처럼 한마디 여쭤보았다.“선생님. 저어 이번에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는데, 기분이 좀 어떠세요.”선생님은 별말 없이 있으시다가 내 차가 아파트 단지에 들어설 무렵, 잊었다는 듯이 나지막이 한마디하셨다.“…치가 떨려요. 치가 떨려서 밤에 잠이 안 오지.”...

    1246호2017.09.25 18:32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과학책 ‘종의 기원’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과학책 ‘종의 기원’

    재미없는 가장 큰 이유는 눈으로 읽는 글이 머릿속에서 그림으로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독일 유학 시절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아니, 넌 어떻게 생화학을 한다는 놈이 도 안 읽었니? 당장 읽어 와!’라고 불호령을 치셨다.내가 아는 사람 중에 이정모라는 분이 있다. 독일에서 생화학을 공부했고 귀국해서는 학교 교수로 있다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으로, 또 거기서 자리를 옮겨 올해 초 신립개관한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으로 일하는 분이다. 이 사람, 흥미롭다. 과학자인가 싶은데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이야기꾼이란 오래된 이야기든, 생소한 이야기든, 일상의 자잘한 일이든, 역사 속의 명장면이든 그것을 자신만의 사유와 지식으로 재구성하고 이를 독창적인 내러티브로 전개해나가는 사람을 말한다. 그래서 나는 ‘스토리텔링’이라든가 ‘스토리텔러’라는 말을 싫어한다. 재주꾼 같은 느낌? 아니면 뭔가 돈이 되고 이문이 남는 ‘문화산업 종사자’처럼 들린다.반면 이야기꾼이라는 낡고 닳은 호명은 그 사람이 ...

    1245호2017.09.18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