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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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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에릭 더닝의 와 한스 굼브레히티의 -썰매 종목, 봅슬레이와 루지와 스켈레톤
    에릭 더닝의 <스포츠의 문명화>와 한스 굼브레히티의 <매혹과 열광>-썰매 종목, 봅슬레이와 루지와 스켈레톤

    이 셋 중 무엇이 가장 무서울까. 나로서는 스켈레톤이 가장 두렵게 느껴진다. 시속 140km로 얼굴로 들이밀면서 내려가야 한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동시에, 그런 세계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수많은 선수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2010년 5월, 산악인 오은선이 히말라야 칸첸중가봉을 마지막으로 하여 여성 산악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완등한 일이 있었다. 1997년 가셔브롬 2봉을 시작으로 한 등정이 이렇게 마무리되었는데, 아다시피 산악계와 일부 언론의 ‘등정 실패 의혹 제기’에 대해 오은선은 제대로 항변하지 못한 채 사안이 일단락되었다. 기억하건대, 과연 칸첸중가의 정상을 제대로 밟기는 했느냐 하는 사실 그 자체의 확인도 중요한 사안이었지만 히말라야 고봉 14좌를 경쟁하듯이 ‘누구보다 빠르게’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한국 산악계의 일부 경향에 대한 비판도 크게 일었었다.그 무렵 나는 오은선은 물론이고...

    1264호2018.02.06 10:28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권헌익·장병호 공저 -북한은 왜 평창올림픽에 전격 참가하나
    권헌익·장병호 공저 <극장국가 북한>-북한은 왜 평창올림픽에 전격 참가하나

    저자들은 1994년 김일성의 사망 이후 전개된 북한의 대규모 문화 행사(아리랑축전 등)나 스펙터클 건축조형물 등은 “인위적이고 과장된 대중 동원의 예술정치로 무장한 극장국가로 변모해가기 위해 스스로를 몰아쳐갔다”고 말한다.작년 말까지 한반도는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트럼프가 벌이는 호전적인 발언에 꽁꽁 얼어붙었다. 그랬는데, 신년에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음에도 적어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둘러싼 남북관계에는 훈풍이 불고 있다. 김정은은 신년 초에 예의 호승적인 분위기는 유지하면서도 전격적으로 평창올림픽 참가를 선언하였고, 그 이후 적어도 현재까지는 다각적인 남북대화 및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팀의 단일팀이라는 드라마가 작성되고 있다.이 드라마가 예기치 못한 일들로 갑작스런 비극으로 끝날지, 아니면 겨울 삭풍을 이겨내고 따스한 춘풍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더 모두의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질문 하나는 더 커진다...

    1263호2018.01.29 17:01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으라고 청소년에게 권하려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데미안’을 읽으라고 청소년에게 권하려면

    이 책을 청소년들에게 권할 때는 최소한 이 책을 읽어보고 권하면 안 될까. 읽다 보면 이 책이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같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한 문명의 쇠퇴와 몰락, 젊은 지식인의 고뇌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해방 이후 한국의 교양교육과 독서문화에서 항상 맨 윗자리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필독서다. 왜?우선 이 작품이 성장소설의 전형적인 양식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데미안>의 주인공인 싱클레어는 이 소설에서 열 살 꼬마였다가 사춘기 소년이었다가 대학생으로 성장해간다. 그 10여년 성장과정의 두려움과 방황이 이 작품만큼 밀도 있게 그려진 경우는 별로 없다. 누구나 청소년기에 책을 읽게 되고 또 그 무렵에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과 불투명한 미래 사이에서 고뇌하게 마련인데, 딱 그런 사람들의 정서적 혼란과 지적 모색의 전형적인 모습이 싱클레어에게 압축되어 있다.다음으로 짐...

    1262호2018.01.23 09:46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가라타니 고진의 -아베 정부의 심리적 기저는 무엇일까
    가라타니 고진의 <일본 근대문학의 기원>-아베 정부의 심리적 기저는 무엇일까

    “일본의 식민지주의는 주관적으로는 피통치자를 ‘잠재적 일본인’으로 간주하는 것이었으며, 이는 이른바 ‘신세계’ 개념에 기반을 둔 이념이었다. 그것이 후에 팔굉일우(八紘一宇·대동아공영권)의 이데올로기로까지 연결되고 있다.”강릉행 KTX를 타고 설국을 다녀왔다. 서울역에서 출발하여 청량리, 상봉을 지나 양평을 거쳐 가는 KTX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풍경. 서울과 수도권의 어수선한 난개발의 풍경이고, KTX도 그리 빨리 달리지 않는다. 양평 다음부터 풍경이 바뀌고, 열차는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며 만종, 평창, 진부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처럼 스쳐지나가면서, 순식간에 강릉이다.일본 근대문학의 거두 소세끼를 평하다예전에는 열차로 강릉 한 번 가려면 청량리발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원주에서 경북 영주로, 거기서 철암, 묵호로 하여 강릉까지 6시간 걸렸다. 말이 6시간이지 심야에 출발하여 새벽에 ...

    1261호2018.01.15 17:40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가르시아 로르카의 -쓸쓸하고 매혹적인 스페인 순례 가이드북
    가르시아 로르카의 <인상과 풍경>-쓸쓸하고 매혹적인 스페인 순례 가이드북

    만약 지금 순례하는 마음으로 스페인 어딘가로 떠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비록 1918년, 정확히 100년 전에 출간된 책이긴 해도, 당장 로르카의 여행 산문집 <인상과 풍경>을 읽기 바란다.“독자들이여, 볼품없는 이 책이 지금 그대들의 손에 놓여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 서문까지만 읽기를!”야심만만하다. 이렇게 단호하게 쓰는 서문도 달리 찾기 어렵다. 어디 한 번 보자, 하는 결연함마저 느껴진다. 과연 이 책을 덮고 말 것인가, 정녕?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단호한 서문을 쓴 자, 그가 겨우 스무 살 청년이라는 점이다. 스페인 남부, 푸엔테 바케로스에서 1898년에 태어난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그가 1918년에 쓴 여행 산문집 <인상과 풍경>의 서문이다.스무 살 청년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서문까지만’ 읽으라고 했지만, 도저히 그렇게 할 수...

    1260호2018.01.08 17:09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보들레르의 산문시집 -채찍질당하는 나귀의 신세가 된 도시인들
    보들레르의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채찍질당하는 나귀의 신세가 된 도시인들

    은 ‘부단한 동요와 항구적 불안’에 시달리는 현대인들, ‘더 이상 새로운 힘을 축적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이리저리 혹사’당한 현대인들,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겪는 현대인들의 우울한 집단 초상화인 것이다.“무수한 사륜마차가 가로지르고, 장난감과 봉봉과자가 번쩍거리고, 탐욕과 절망이 들끓는 진흙과 눈의 혼돈, 가장 완강한 고독자의 뇌수마저 어지럽히려고 마련된 대도시의 공인된 착란.”‘탐욕이 들끓는’ 현대 도시인의 운명이게 무슨 일인가. 보들레르가 1862년에 쓴 산문시 ‘장난꾸러기’의 한 구절이다. 나귀 한 마리가 채찍으로 무장한 무뢰한에게 시달리고 갑자기 그 누추한 짐승 앞에 멋쟁이 신사 하나가 나타나서 정중하게 절을 하면서 ‘아름답고 복된 새해를 기원합니다!’ 하고 말한다. 이 광경을 보면서 ‘나’, 즉 보들레르는 ‘측량할 수 없는 분노에 돌연 사로잡혔다’고 산문시 ‘장난꾸러기’는 기록한다.새해 정초부터 조금은 불길한 책을 소개하고 있는 셈인데,...

    1259호2018.01.02 17:36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수전 손택의 … 전쟁의 고통을 스펙터클로 소비하는 사회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전쟁의 고통을 스펙터클로 소비하는 사회

    전쟁의 고통마저도 월드컵 축구경기나 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스펙터클(구경거리)로 소비만 하게 될 뿐이다. 우리 사회야말로 ‘타인의 고통’을 스펙터클로 소비하는 대표적인 곳이라는 판단이 든다.2017년 3월 27일,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날, JTBC ‘뉴스룸’의 손석희는 앵커 브리핑 코너에서 “기억은 일종의 윤리적 행위이자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가슴 시리고도 유일한 관계”라고 말했다. 수전 손택의 의 한 구절이다.손택은 1933년 뉴욕 모피 거래상 집안에서 태어났다. 15살에 버클리대에 입학했고, 1년 후에는 시카고대학으로 옮겼으며, 17살 때 결혼을 했다가 8년 만에 이혼을 했는데, 그러는 중에 25살에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그 지적 여정의 희망봉은 문학이었다. 2003년 10월, 독일 출판협회가 제55회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을 통해 수전 손택에게 “거짓 이미지와 뒤틀린 진실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1258호2017.12.26 18:58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너새니얼 호손의 -소설가 호손을 만든 세일럼과 청교도 집안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글자>-소설가 호손을 만든 세일럼과 청교도 집안

    호손은 집안의 기록들과 세일럼 지방의 중요한 기록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는 중에 성장기 이후 자신을 괴롭혀 온 심각한 우울이 무엇인지를 하나씩 확인하게 된다. 바로 그 세일럼의 마녀 재판의 판사가 고조부였던 것이다.1966년 6월, 임종국은 장차 한국 문학계는 물론 사회역사계에도 커다란 충격파가 될 을 출간하면서, ‘자화상’이라는 부제가 달린 서문에 “이 책을 쓴 임종국이는 친일을 안 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며 유년시절의 짤막한 체험을 적는다. 임종국은 1929년생. 그러니까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식민지 교육의 막바지를 체험한 세대다. ‘조선 놈의 종자’라느니 ‘조선 놈과 명태는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맛이 좋아진다’느니 하는 모멸의 소리를 들으면서 성장한 세대다. 역사적으로나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구체적인 친일행위를 할 나이는 아니었다 해도 그런 식민지 교육과 언어에 의하여 자신의 관념이 철저히 왜곡되었음을 임종국은 부정하지 않는다. 어느덧 해방이 되고, 임종국은 친구와 함께...

    1257호2017.12.19 15:01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스티븐 킹의 -스티븐 킹은 왜 가상의 작가를 만들어 냈나
    스티븐 킹의 <돌로레스 클레이본>-스티븐 킹은 왜 가상의 작가를 만들어 냈나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것은 물론 곧바로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공포 소설 작가 스티븐 킹이다. 그가 리처드 바크먼이라는 가상의 작가를 만들어 장난을 한 판 벌인 것이다.이번에도 악덕 속에서 미덕을 찾고 시궁창에서 진주를 발견하고 산산히 부서진 삶에서 한 조각 반짝거리는 상처 입은 희망을 발견하는 ‘대중적인’ 작가를 소개한다. 대중적이라는 말에 일부러 ‘ ’를 달았다. 아마 당사자는 그런 표현을 싫어할지 모른다. 자신의 작품이 굳이 ‘대중적’이라는 범주에 들어갈 이유는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진지한 독자로서 나 또한 그의 넓고도 깊은 세계를 이런 따옴표에 가두기는 싫다.그러나 어쨌든 그는 공포 장르의 대가이고 이렇게 특정 장르 그 자체의 문법적 특징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경향을 일컬어 일종의 ‘대중소설’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으므로 일단 이렇게 따옴표로 그를 특정해 본다. 상대적으로 이러한 소설에 대해 매우 너그럽고...

    1256호2017.12.12 11:13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내 주위의 세계가 세트와 같은 가짜였다”
    “내 주위의 세계가 세트와 같은 가짜였다”

    이 ‘신비 체험’ 이야기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요셉 보이스의 ‘타타르 펠트’처럼 예술가의 ‘위악스런 거짓말’일 수도 있다. 아무튼 등 몇 작품만 떠올려봐도 필립 K. 딕만의 세계를 알 수 있다.미국의 현대소설은 유럽의 같은 시대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시니컬한 매력이 있다. 무심한 듯 툭 툭 던지는 한마디에 묵직한 쾌감이 실려 있다. 이를테면 레이먼드 챈들러가 빚어낸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의 최고 캐릭터 필립 말로. 그는 33살에 미혼으로 키가 183㎝다. 이 정도 키가 미국에서 장신에 속하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 탐정을 소설 에 등장시키면서 챈들러는 특유의 시니컬한 대사를 맡겼다. 어딘가 어두운 비밀이 가득찬 얼굴을 한 여인이 찾아와서 의심스러운 사건을 맡긴다. 필립 말로는 그 음모의 세계가 풍기는 기묘한 분위기에 빠져 자석에 이끌리듯 사건을 수임한다. 여인이 한마디 한다.“키가 크시군요.”2차 대전 전후의 냉혹하고 비정한 미국 사회를 칙칙한 트렌치 코트에...

    1255호2017.12.04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