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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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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김명호의  천하제일 이야기꾼의 장강대하 이야기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 천하제일 이야기꾼의 장강대하 이야기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는 일단 재미있다. 며칠 둘러보고 여행기까지 써내는 요즘 시대에 40년 공부와 교류와 추억을 종횡으로 비벼내는 문장은 얼핏 보기에 슬렁슬렁 쓴 듯 보이지만, 그 속은 꽉 차 있다.우리는 중국과 중국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삼국지>나 <수호지>는 ‘이야기’의 어떤 원형이었다. 신영복은 <강의>에서 중학교 시절의 추억을 들려준다. <삼국지>의 결정적인 장면을 친구들과 읽고 있었는데 마침 어머님 심부름이 있었다. 까까머리 신영복은 뛰고 또 뛰었다. 그런데 심부름을 마치고 와보니 친구들이 책을 읽지 않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관운장이 죽었다!’는 것이었다. 인용컨대 “관운장이 죽자 더 이상 읽지 못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세상에 관운장이 죽다니! 어린 우리는 참으로 슬펐습니다.”나도 엇비슷한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

    1274호2018.04.23 14:40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속물의 시대’ 를 자학하고 힐난한 김수영
    ‘속물의 시대’ 를 자학하고 힐난한 김수영

    5·16 이후 혁명은 되지 않고 방만 바꾸어 살아야 했으며 세상의 거악에는 팔뚝질 못하고 설렁탕에 왜 고기가 이거뿐이냐고 심술이나 부리며 사는 소시민의 속물성, 그 자체를 거침없이 자학하고 힐난하는 글이 바로 ‘이 거룩한 속물들’이다.“부르도자는 고독하다.”캬하! 역시 인디 다큐멘터리에서 뛰는 감독들의 작명 방식은 독특하단 말이야, 이렇게 생각했다. 마치 인디밴드 ‘연신내 휘발유’ 같은 느낌 말이다. 어떤 일로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를 찾아보다가 발견한, 현재 제작 진행 중인 선호빈 감독의 다큐 제목이다. 한국 및 아시아 지역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원하는 펀딩 플랫폼이 인천 다큐멘터리 포트다. 2017년, 지원 선정과정에서 선호빈 감독이 ‘부르도자는 고독하다’는 제목의 작품 기획을 설명했다. ‘불도저 시장’이라 불리는 14대 서...

    1273호2018.04.16 14:45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진실을 위해 죽음을 받아들인 자
    진실을 위해 죽음을 받아들인 자

    전후 프랑스 사회의 혼돈, 여러 지식인들의 복잡한 행동양태와 그에 따른 논쟁들, 그 논쟁의 중심에 선 카뮈는 자신의 사상과 작품에 대한 논란을 어느 정도는 해명하고 완화하기 위해 서문을 썼다.“나의 삶이 송두리째 존재와 무 사이에서 전율하는 이 끔찍한 순간에 내가 창피해 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지나간 시절이 미래의 캄캄한 심연을 번갯불처럼 비추고, 내 주위의 모든 것이 가라앉고, 나와 더불어 이 세계도 무너져 내리는 이 끔찍한 순간에.”이런 참담한 독백 끝에 젊은 베르테르는 자신의 삶을 최종적인 종막을 향해 무섭게 몰아간다. 이런 궁극적 선택, 더 이상의 여지가 손톱만큼도 남지 않을 결정에 이르는 인물을 보게 되면, 나는 궁금하다. 왜? 무엇 때문에? 그러한 결정을 하게 되었는가? 오래전에 읽을 때는 여러 해설들을 참조하여 ‘그래서 그랬나 보다’ 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왜 그들이 극단의 선택을 했는지 오히려 종잡을 수 없다...

    1272호2018.04.09 16:50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녹색평론·사상계·창비는 왜 창간되었나
    녹색평론·사상계·창비는 왜 창간되었나

    <사상계>와 장준하는 1953년 4월, 그 유명한 ‘사상계 헌장’에서 이렇게 썼다. 단지 표기법만이 아니라 그 암담하고 혼탁한 시절을 순식간에 떠올리게 하는 웅혼한 문장과 숨가쁜 호흡으로….당대의 문제를 당대의 언어로 깊이 있게 다루는 잡지들은 늘 그들의 창간호에서 마치 저자가 서문에서 나름 중요한 의도와 포부를 밝히듯이, 중차대한 문제에 대응하는 지식과 성찰의 의의를 밝혀 왔다. 이 연재가 좁게는 단행본의 서문을 통해 그 책과 저자의 세계를 살펴보는 것이지만, 잡지의 창간사 역시 같은 맥락으로 충분히 살펴볼 만한 세계들이다.이를테면 해방과 분단, 전쟁과 휴전의 긴박한 상황 속에서 출범한 <사상계>와 장준하는 1953년 4월, 그 유명한 ‘사상계 헌장’에서 이렇게 썼다. 단지 표기법만이 아니라 그 암담하고 혼탁한 시절을 순식간에 떠올리게 하는 웅혼한 문장과 숨가쁜 호흡이다.&ld...

    1271호2018.04.02 15:18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문익환의 「히브리 민중사」
    문익환의 「히브리 민중사」

    김현으로서는 문익환 목사의 혁신적인 성경 이해와 그에 따른 가파른 삶과 염원의 시들에서 이 한반도의 기독교와 문학의 관계 맺음을 지속적으로 생각하였을 것이다.심심하면 들춰보는 책이 몇 권 있다. 연구실에 큰 책상과 그보다는 더 크고 긴, 2m50㎝쯤 되는 테이블이 있는데, 그 위에 장정일 선생의 표현대로 ‘빌린 책, 산 책, 버린(릴) 책’들이 늘 어수선하게 늘어져 있다.이 책들 중에 서가로 올라가서 제 자리를 차지할 책은 별로 되지 않는다. 그런 책더미들 위에 그곳이 자기 자리인 양 차지하고 있는 책 몇 권이 있는데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한두 권과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키워드>와 사진책과 그림들, 그리고 늘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가 있다.<행복한 책읽기>는 문학평론가 김현이 너무 일찍 찾아온 그의 생의 마지막(그는 오십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몇 년 동안 읽은 책에 대한 기록, 혹은 독서로 다듬...

    1270호2018.03.26 17:04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스티븐 호킹의
    스티븐 호킹의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시간의 역사>가 거둔 성공은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근원적인 물음에 폭넓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주가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개가 텔레비전에 출연한다. 자주 있는 일이다. 그런데 예능이나 교양이 아니라 정식 뉴스 프로에, 그것도 인터뷰를 하러 출연한다? 좀처럼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가능하다.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2015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영국의 BBC 방송은 정규 뉴스 시간에 개 두 마리를 인터뷰했다. ‘개가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취지의 뉴스였다. 개의 이름은 다니엘과 바운스. 화면에는 개이름과 견종이 자막으로 붙었다. 마치 사람 이름에 직함이나 직업을 붙이는 것처럼.영국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일종의 영국식 유머! 다른 나라들이라고 해서 왜 유머가 없겠는가. 그러나 ‘영국식 유머’라...

    1269호2018.03.19 14:44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노명우의
    노명우의 <인생극장>

    조금이라도 책을 읽어온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는 중에, 아니 서문을 읽는 중에, 아 이 책의 저자가 이 대목은 울면서 썼구나, 울다가 잠깐 멈췄다가, 다시 쓰다가, 또 울다가, 그렇게 쓴 책이구나 하고 금세 알아볼 수 있다.박노자는 지난 2015년 5월에 영화 <국제시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썼다.“<국제시장>은 단순히 보수적 입장에서 만들어진 한국 현대사 서사라기보다는 ‘국익’과 ‘가족’의 신성한 이름으로 합리화되는 경제적 ‘성취’를 무조건 우선시하는 만큼 개인의 독립적 개성이나 인권을 소거시켜버리는 극우적 사고방식을 현대적으로 포장하여 다시 유포시키려는 하나의 시도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 영화는 또 박근혜 시대의 퇴행적 지배층이 선호하는 국가관이나 개인관, 인간관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아닌 게 아니라 박노자의 ‘예지...

    1268호2018.03.12 16:40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전성원의  - ‘삼중당문고’를 기억하는 사람을 만나면
    전성원의 <길 위의 독서> - ‘삼중당문고’를 기억하는 사람을 만나면

    “글과 글 사이 그리고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수많은 웜홀이 있다. 이 책에 담긴 글이 여러분의 어느 곳에 스며들었다가 어느 곳으로 빠져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들 사이에 함께 공감하고 공명할 수 있는 것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엇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의학적 기호, 그러니까 A형, B형, AB형 같은 유전자 말고 생애주기의 문화적 체험이 엇비슷한 유전자 말이다. 엇비슷한 시기에 엇비슷한 음악을 듣고 엇비슷한 책을 읽고, 그래서 엇비슷한 감수성을 형성한 사람이라면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할 텐데, 그 문화적 체험이 단순히 시간 많고 경제적 여유도 있어서 여가 취미로 한 것이라면 모르되, 학연이든 지연이든 뭐 하나 없이 허기 들린 듯 온갖 문화를 섭취하지 않으면 스스로 ‘단독자’가 될 수 없는 자가 내면을 독하게 담금질하는 과정이라면, 그런 동류의 사람들은 ‘만나면 어색한...

    1267호2018.03.05 16:35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D H 로런스의  “백쪽이나 잘라 내더라도 출판해 주시오”
    D H 로런스의 <아들과 연인> “백쪽이나 잘라 내더라도 출판해 주시오”

    민음사판 번역본 맨 앞에 실린 바론 부부의 ‘서문’에 따르면 로런스는 “100쪽이나 잘라 내더라도 개의치 않겠어! 어쨌든 이 책은 팔려야 하고 난 살아야 돼”라고 쓸 정도로 그는 궁핍했다.<채털리 부인의 연인>으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 D H 로런스의 또 다른 걸작 중에 <아들과 연인>이 있다. 두 작품 모두 인간의 육체와 성을 세부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 묘사를 통하여 인간 내면 깊은 곳에 침전되어 있는 마지막 한 방울의 어떤 욕망(삶의 욕망이든 성적 욕망이든 그밖의 무엇이든)까지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나는 <아들과 연인>을 좀 더 애착한다.<채털리 부인의 연인>이 그랬듯이 이 소설도 집필과 출판 과정에서 시련을 겪었다. 로런스는 1910년 가을에 <폴 모렐>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한두 번 정도 쓰기를 중단하다가 1912년 6월에 마무리하여 하이네만 ...

    1266호2018.02.26 18:35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수지 린필드의  ‘고통의 기록’ 사진, 사색에 관한 7개의 질문
    수지 린필드의 <무정한 빛> ‘고통의 기록’ 사진, 사색에 관한 7개의 질문

    린필드는 재난과 폭력의 현장을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다루는 과정들(사진과 미디어와 수용자)에 대하여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면서도, 그러나 바로 그 현장에서 사진이 하는, 아니 해야만 하는 기본적인 가치와 그것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는다.텔레비전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자동차 블랙박스에 담긴 영상을 보여주면서 안전운전을 당부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놀란 것은 일단 텔레비전으로 전송되는 자동차사고의 끔찍한 장면들이었지만 더 전율스러운 것은 내 마음속이었다. 내 마음속에 무슨 괴물이 도사리고 있는지, 그 화면을 보면서 좀 더 강한 충격과 좀 더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원하고 있었다. 다행히 급정거를 해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은 화면을 볼 때, 나는 겉으로 안도하면서 속으로는 뭔가 중요한 장면을 놓치기라도 한 듯 아쉬워하는 것이었다.그것이 정녕 충격이었다. 나는, 그리고 저 프로그램은, 저 프로그램의 제작자와 진행자들은 진실로 도로교통 안전을 위하여 서로 만들고 보고 있는 것일까...

    1265호2018.02.12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