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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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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에릭 홉스봄의  대한문 앞 수문장 교대식은 전통인가?
    에릭 홉스봄의 <만들어진 전통> 대한문 앞 수문장 교대식은 전통인가?

    수문장 교대식은 그 의례와 복식과 절차의 근거가 희박하여, 어렵게 현재의 이벤트 양식으로 구성할 수밖에 없었는데, 정작 그 행사의 원형이 된 영국 비킹엄궁의 수문장 교대식도 19세기 ‘대영제국’이 ‘만들어낸 전통’이었다.김부식의 <삼국사기>에는 ‘소서노의 큰아들 비류는 마침내 아우와 함께 무리를 이끌고 패수와 대수 두 강을 건너 미추홀에 와서 살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뿐이다. 이 기록만으로도 시나리오 작가, 게임 제작자, 영화감독, 웹툰 작가 등은 얼마든지 상상력의 극한을 추구하여 흥미진진한 드라마나 영화나 만화를 만들 수 있다.우리는 디즈니랜드에 가서도 놀고, <스타워즈>라는 영화도 보고, <반지의 제왕> 같은 거대한 허구의 세계에도 몰입한다. 그러니 <삼국사기>의 단 한 줄을 가지고 드라마와 뮤지컬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문화 콘텐츠 상상력의 측면에서 볼 때 얼...

    1284호2018.07.02 15:05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축구는 전쟁과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축구는 전쟁과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축구의 발자취를 찾아나선 여행’에서 쿠퍼는, 9개월 동안 22개국을 취재하면서 “축구는 결코 그냥 축구가 아니다. 축구는 전쟁과 혁명의 도화선이 되기도 하고 마피아와 독재들마저도 매혹시킨다고” 말한다.2012년 9월 25일,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 앞에는 충격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동상이 세워졌다. 누가 보더라도 한눈에 어떤 ‘사건’을 소재로 한 것인지 알 수 있는 동상, 그것은 지네딘 지단의 ‘박치기’였다. 2006년 독일월드컵 결승전 때 이탈리아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가 끈질기게 달라붙으면서 신경전을 벌이자 그만 지네딘 지단이 박치기로 가슴팍을 들이받은 것이다. 지단은 곧바로 퇴장당했고 마테라치의 ‘희생’ 덕분에 이탈리아는 우승했다.6년 후, 알제리 출신의 미술가 아델 압데세메드가 바로 그 충격의 장면을 5m 크기의 거대한 동상으로 재현한 것이다. 퐁...

    1283호2018.06.25 15:53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 피에르 노라의
    피에르 노라의 <기억의 장소>

    아, 다행히도 이번 6·13 지방 선거에서 세월호 추모 공원에 대해, 그 상처 입은 기억들에 대해, 참으로 고약하기 이를 데 없는 말들을 함부로 내뱉은 안산 지역의 보수야당 후보들은 대부분 낙선했다. 그나마 다행이다.“우리 아이들이 이 나라를 바꿨다면서요. 장한 일한 아이들한테 겨우 200평도 못 내줘요?”유경근 4·16 세월호 참사 유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의 토로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 안산지역의 보수야당 출마자들이 ‘416 생명안전공원‘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공약집에 버젓이 내세우기도 했기 때문이다. 추모공원을 ‘납골당’이라고 부르는가 하면 ‘집안에 강아지가 죽어도 마당에는 묻지 않는다’고 공약집에 써넣은 후보도 있었다.어쩌다 말 실수를 한 게 아니라 아예 선거 공보물에 써넣는다는 것은 그 일그러진 생각을 강력...

    1282호2018.06.19 15:39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버지니아 울프의  “전쟁이 없다면 남성은 타락할 겁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3기니> “전쟁이 없다면 남성은 타락할 겁니다”

    <3기니>는 유럽이 전쟁을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을 때 쓰인 평화 선전문이다. 울프는 평화와 정의를 위해 일했다. 울프는 전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입장을, 말하자면 가부장적 가족에서 조국의 파시즘과 싸우는 입장을 옹호했다.버지니아 울프의 목소리를 들은 적 있는가? 글쎄, 막스 리히터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또 유튜브가 아니었다면 나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우리에게 버지니아 울프는 꽤 오랫동안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에 나오는 그 울프였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는 감상적인, 지극히 감상적인 시 말이다. 김수영은 박인환의 이러한 시들에 대해 ‘코스튬’만 있다고, 그러니까 실체는 없고, 어디서 근사한 이미지를 가져와서 그럴 듯한 포즈만 취한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믿는다면, 박인환이 이 유명한...

    1281호2018.06.11 15:44

  • 마르크스의 <자본론> “학문의 가파른 오솔길에 지름길은 없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썼다 “첫 몇 장은 읽기가 대단히 힘들다.” 그러면서도 격려한다. “학문에는 지름길이 없다. 오직 피로를 두려워하지 않고 학문의 가파른 오솔길을 기어 올라가는 사람만이 학문의 빛나는 절정에 도달할 수 있다.”서양의 근대 음악, 흔히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음악으로 학교에서나 학교 밖에서 오래 강의를 해왔다. 하다 보면 여러 질문을 받게 되는데,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질문이 있으니 “선생님은 서양 음악 말고 우리 음악은 안 들으세요?”이다.위 질문에서 ‘우리 음악’이라는 뜻은 무엇일까? 흔한 말로, 그 내포와 외연은 무엇일까? 대중음악? 트로트나 발라드나 요즘 젊은 친구들의 힙합? 그런데 아무래도 전통 국악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판소리나 정악이나 민요 말이다.이제 답을 하자면, 당연히 다 듣는다. 공부 삼아 듣기도 하고 진심으로 몰입하여 듣기도 한다. 연구적 차원...

    1280호2018.06.04 15:44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애덤 스미스의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국가간 폭력과 사회 내의 증폭되는 갈등 속에서 개인의 자유와 그 내면세계의 가치를 확보하려 했던 스미스로서도 오늘날 탐욕적 자본주의의 이론적 근원이 ‘보이지 않는 손’임을 안다면 그 개념을 폐기할지도 모르겠다.지금으로부터 300여년 전, 잉글랜드 사람들에게 주택이란 ‘동일한 지붕 밑에 있는 모든’ 곳이었다.런던 상인들은 장사를 하려고 점포라도 구하려면 건물 전체를 임대해야 했다. 점포는 1층에 있고 가족은 맨 위층에 산다. 2층이나 3층은 하숙을 칠 수밖에 없다. 이 하숙비로 건물 임대료의 일부를 충당한다. 하숙비로 건물 전체 임대료나 생활비를 다 충당할 수는 없어서 이 상인은 자기 사업에 몰두하게 된다.반면 프랑스의 파리나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사람은 건물 전체가 아니라 특정한 층만 임대하게 되는데, 1층에 점포를 따로 마련하지 않기 때문에 하숙을 쳐서 얻는 수입으로 생활한다. 하숙비로 해당 층의 임대료뿐만 아니...

    1279호2018.05.28 14:02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갈레아노의
    갈레아노의 <축구, 그 빛과 그림자>

    “그의 에세이 솜씨는 움베르트 에코보다 앞선다. 그런 그가 축구에 대해 152개의 에세이를 썼다. 자유, 평등, 박애, 아름다움, 다양성이 넘쳐흐르는 축구 공화제로 이르는 베토벤의 영웅교향곡처럼 말이다.”월드컵 때마다 비운의 선수로 콜롬비아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 선수가 자주 거론된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때, 콜롬비아는 약체로 꼽히던 개최국 미국에 1:2로 졌는데 그만 에스코바르가 자책골을 넣은 것이다. A조 최하위로 귀국길에 오른 콜롬비아 국가대표팀은 숱한 비난에 시달렸고, 특히 남미 최대 마약조직의 하나인 메데인 카르텔이 선수단에 협박까지 했다.1969년 남미 ‘축구 전쟁’의 진실결국 비극이 발생했다. 에스코바르는 여자친구와 술집에 갔다가 괴한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 사건 이후에 국내에서는 남미 사람들과 콜롬비아 국민들,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사람까지 죽였다는 식으로 운운한 적이 있다. 설...

    1278호2018.05.21 16:08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칼 쇼르스케의
    칼 쇼르스케의 <세기말 빈>

    칼 쇼르스케의 <세기말 빈>은 내가 오랫동안 ‘필청’해 온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나침반이었다. 쇼르스케는 책 <세기말 빈>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사회적·정치적 해체의 진동이 날카롭게 느껴지던 세기말의 빈은 무역사적인 우리 세기의 문화를 싹 틔운 가장 비옥한 온상 가운데 하나였다. 그 위대한 지적 혁신자들은 모두 자신이 양육된 19세기 자유주의 문화의 핵심을 이루는 역사관에 연결되어 있던 자신들의 연대를 어느 정도는 고의적으로 끊었다.”그렇게 ‘고의적으로 끊’어버린 문화사의 새로운 장에 문학의 아르투어 슈니츨러와 후고 폰 호프만슈탈, 건축의 카밀로 지테와 오토 바그너, 학계의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미술의 구스타프 클림트와 오스카 코코슈카, 음악의 구스타프 말러와 그 제자인 아르놀트 쇤베르크 등이 일순간 빈에 등장...

    1277호2018.05.14 13:53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이문구의  “두만강 눈송이를 바라보며 한없이 울었다”
    이문구의 <관촌수필> “두만강 눈송이를 바라보며 한없이 울었다”

    “차가 두만강 철교를 근너가는디… 오! 두만강… 오 두만강! 내 눈에는 무엇이 보였겄네? 눈! 그저 그 눈! 쌓인 눈, 쌓이는 눈… 아무것두 안 보이구 눈 천지더라. 그 눈을 쳐다보는 내 마음은 워땠겄네? 이 내 심정이 워땠겄어?”이문구의 <관촌수필>, 그 중 한 편인 ‘공산토월’은 한국문학사의 독보적이고 위엄 있는 단편으로 1973년에 발표되었다. 그 시절의 문단 풍습대로 늘 갑작스레 손님이 찾아들고, 늘 밥 대신 술국을 말아먹고, 그러다가 밤을 함께 보내게 되고, 또 아침이면 해장술을 하던 풍경이 그려진다. 대전의 시인 박용래가 서울의 친우 이문구를 만나러 온 것이다. 이문구는 박용래를 ‘정과 한에 어혈이 든 눈물의 시인’이라고 묘사한다. 그 눈물의 시인과 함께 아침 9시부터 ‘난로가 후끈한 중국집 식탁에 늘어붙어 창밖에 쏟아지는 함박눈을 내다보며 고...

    1276호2018.05.08 10:18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박완서의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이 먹을수록 지난 시간을 공유한 가족이나 친구들하고 과거를 더듬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같이 겪은 일에 대한 기억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에 놀라면서 기억이라는 것도 결국은 각자의 상상력일 따름이다”대가의 작품은 그 이야기 구성이 복잡하고 그 담은 내용이 난해한 경우가 많지만, 꼭 그렇지 않은 수도 있다. 보통 수준의 상식과 교양과 문장 해독력을 지닌 사람들도 다 읽을 수 있고 조금 일찍 문리가 트인 중·고생도 어지간하면 읽어낼 수 있는 작품들 중에서 불멸성을 획득한 대가의 작품들도 적지 않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나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이 그렇다. 전문가는 전문가의 수준에서, 중·고생이나 일반적인 독자로서는 또 저마다의 교양 수준이나 감각으로 얼마든지 읽을 수 있다.국내의 경우 단연 박완서가 그런 인물이다. 장편소설 <휘청거리는 오후>나 <나목>...

    1275호2018.04.30 1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