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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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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9·12 테러 이후, 도시 재생의 형평성 문제
    9·12 테러 이후, 도시 재생의 형평성 문제

    비극은 비극이고 슬픈 일은 슬픈 것이지만 주민의 일상은 또 다른 결이 있었다. 늘 테러의 잔해와 추모시설을 보면서 살아야 하는 ‘시각적 불편함’ 말이다.2001년 9월 11일, 오사마 빈 라덴과 무장조직 알 카에다의 자폭 테러로 워싱턴의 펜타곤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공격을 받았다. 그 이후 무슨 일이 있었던가.미국은 테러 9일 만에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다. 탈레반은 산으로 올라가 게릴라전을 펼쳤고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는 파키스탄 접경지역으로 숨었다. 이어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를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그렇다면 뉴욕은? 도시사회학자 그레고리 스미스사이먼은 <9·12>를 썼다. 테러 이후 도시는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 정부와 시 당국, 그리고 주민들은 어떻게 서로의 입장에서 격렬한 논의를 했는가. 이를 살피는 ...

    1314호2019.02.11 15:56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쉼보르스카의 서평집
    쉼보르스카의 서평집 <읽거나 말거나>

    “사랑하는 돌고래들아, 친애하는 돌고래들아! 너희는 나름대로 완벽한 존재들이야. 자연은 너희에게 관대한 예외를 허용했어. 그 증거로 너희는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여생을 보내지 않아도 되지.”책상 위에 ‘읽는 책, 읽을 책, 읽다가 말 책’들이 어수선하게 쌓여 있다. 시집도 있다. 팔을 뻗으면 바로 닿을 만한 곳에. 시는 문학적 무게와는 별도로 일단 가볍고 얇아서 ‘오늘도 또 한 권 읽었다’는 속물적 욕망의 표적이다. 그러나 조금 무겁게 말한다면, 다른 책들이 수많은 언술과 문장으로 꽉 들어차 있음에 비해 그야말로 텅 빈 종이에 한 획을 긋는 듯한 서늘하고 날카로운 언어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삶의 비밀을 보여준다. 한순간에 일상의 틈을 갈라버린다.아무렇게나 펼쳐보는 셰이머스 히니 전집의 한 구절 ‘그녀는 커다란 창 그 자체처럼 늘 고정된 상태였다’, 또, 짚이...

    1313호2019.01.28 14:43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악셀 호네트의
    악셀 호네트의 <인정투쟁>

    이 책은 지금 당장 우리 사회 도처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투쟁들, 그야말로 ‘죽음의 공포에 의해 파멸에 직면한’ 수많은 힘없는 생명들이 스스로의 생명을 걸고 벌이는 투쟁의 의미를 깊이 있게 이해하게 해준다.“예속된 의식이 안고 있는 불안은 단지 우발적으로 나타난 어떤 것에 관한 불안도 그리고 특정한 순간에 닥치는 불안도 아닌, 그야말로 자기의 존재에 흠뻑 닥쳐오는 불안으로서 무한정한 힘을 지닌 주인에게서 닥쳐오는 죽음의 공포라는 것이다. 이러한 공포 속에서 내면으로부터의 파멸에 직면한 노예는 걷잡을 수 없는 전율을 느끼면서 그를 지탱해왔던 모든 것이 동요를 일으킨다.”헤겔이 <정신현상학> 중 ‘자기확신의 진리’에 대해 쓴 문장이다. 물론 이런 식의 인용은 위험하다. 지금 당장의 일을 설명하기 위해 위대한 사상가의 복잡한 책에서 문장 몇 개를 뽑아 인용하는 것은 편리한대로 코끼리의 꼬리를 스...

    1312호2019.01.21 14:54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카이저의
    카이저의 <그로테스크>

    “흙냄새가 진동하고 갓도 씌우지 않은 전구로 조명을 밝혀놓은 동굴 같은 통로”를 따라 삼백여 개의 방들이 있는데 “경이로운 볼거리가 가득”했다. “복도는 새와 꽃, 복잡하게 반복되는 무늬 그림으로 장식”돼 있었다.이언 매큐언은 언제든지 스웨덴 한림원의 전화를 받을 만한 영국의 소설가다. 악마가 도사리고 있는 이 거대 도시의 불안한 일상을 면도칼로 도려내는 이 작가의 작품들은 그 흔한 분류대로 이른바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서 곧잘 영화로도 만들어진다. 영화 <어톤먼트>(속죄)가 대표적이다.매큐언의 비교적 짧은 소설 중에 <토요일>이 있다. 이 역시 나른하지만 왠지 불안하고 평범하지만 무슨 까닭인지 멀미가 나는, 현대 일상의 몇날 며칠을 다루고 있는데, 결론은 파국의 연속이다.그 파국의 와중에 주인공인 외과의사 ...

    1311호2019.01.14 12:55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김찬호의  ‘지금처럼 웃음이 절실한 시대는 없었다’
    김찬호의 <유머니즘> ‘지금처럼 웃음이 절실한 시대는 없었다’

    “유머는 인간이 발휘하는 독특한 정신적 능력이다. 경험이나 상황을 새로운 각도에서 포착하는 직관, 그 의미를 더 높은 차원으로 변화시키는 창조성이 거기에 깃들어 있다.”톱스타 김태희는 오래전 토크쇼에 출연해 처음 만나서 4~5초 만에 생기는 감정, 즉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으로는 유머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배우 천우희는 어려운 일이 있어도 위트 있게 넘어갈 수 있는 유머 있는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했고, <한끼줍쇼>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잃을 것’이 있는 사람이 좋다고 ‘독특한’ 말을 한 정려원도 덧붙이기를 유머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원도 2015년 6월 <두시탈출 컬투쇼>에 출연해서 “유머가 1번, 요리가 2번, 자상함이 3번”이라고 말했다.여기까지만 읽고서 ‘웃기는 얘기는 내가 제일인데’ ...

    1310호2019.01.07 15:16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정수복의
    정수복의 <파리의 장소들>

    노트르담 사원, 루브르 박물관, 퐁피두센터 같은 장소들과 달리 이 탑은 “그 안에 보여줄 것이 거의 없으면서도, 다른 어떤 장소보다도 많은 것을 보여주는 비어 있는 박물관”이다.대학원의 ‘현대 도시 문화’ 수업을 마치면서, 기말 과제로 ‘나의 도시 이야기’를 쓰라고 했다. 현대 도시에 관한 복잡한 이론을 출제하려 했으나 이미 수업 내내 피드백이 된 사안이라, 기말 리포트는 자기기술적인 이야기였으면 했다. 다음은 리포트의 일부다.“김포로 가는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길이 마치 배를 타고 바닷가를 건너는 길처럼 느껴졌다. 시로 승격하기 위해 급하게 인구를 늘리던 김포에는 아파트만 한가득 만들어졌고 주변에는 도시의 생활이라고 할 만한 시설을 찾아보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마치 서울에서 아주 먼 곳으로 떠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타벅스가 들어왔다. ‘드넓은 황금벌판 김포&r...

    1309호2018.12.31 12:58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이안 보스트리치의
    이안 보스트리치의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괴테·횔덜린·바이런 등이 곳곳에서 출몰하는 이 24곡의 가사를 일일이 해제하고, 그 노랫말과 멜로디에 담긴 독일 문화사의 유구한 문맥을 짚어내면서, 결국 보스트리치는 진실로 마음을 뒤흔들어버리는 <겨울 나그네>를 그려낸다.어렸을 때 최인호·박범신·한수산 등의 ‘연재소설’을 많이 읽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송곳 같은 질문으로 이 작가들의 작품을 해부하면 이른바 ‘문학성’이라는 측량법에 조금은 미달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당대의 일상과 문화와 정서를 살펴본다는 관점에서 볼 때, 이 작가들의 연재소설만큼이나 그 당시의 풍속을 일별해주는 작품도 드물다. 도시 풍속화의 대가인 최인호, 탈향 시대의 청춘들의 허기를 그린 박범신, 그리고 감성적인 문체로 안갯속 도시 풍속을 그린 한수산은 도시 문화사의 관점에서 엄밀히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그 중에서도 한수산의 작품은 지극히...

    1308호2018.12.24 14:11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제인 제이콥스의
    제인 제이콥스의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1950년대에 <건축포럼>의 편집장을 맡으면서, 랜드마크와 간선도로 건설로 인하여 파괴되어 가는 뉴욕의 ‘작은 삶’을 지켜낸 제이콥스. 그는 랜드마크 개발토건 영향력에 맞서 참다운 도시를 제대로 가꾸기를 희망했다.빌바오가 ‘문제’다. 어디서나 빌바오다. 정확히 말하자면, 스페인 북부 도시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 얘기다. 얼마 전, 전찬기 인천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스페인의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 분점을 유치한 후, 그 건물을 티타늄으로 배 모양과 꽃봉오리 모양으로 만들어 스페인의 대표 관광도시로 거듭났다”고 하면서 “그 결과 건물 하나로 도시 전체가 살아난다는 ‘빌바오 효과’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말했다.전혀 틀린 얘기는 아니다. 지속 가능한 도시 재생이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예를 든 것이므로 크게 논박할 것도 없다...

    1307호2018.12.17 14:53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하워드 아일랜드, 마이클 제닝스의
    하워드 아일랜드, 마이클 제닝스의 <발터 벤야민 평전>

    벤야민이 ‘고학력 무직자’로 집필과 강연만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활동력과 통찰력 및 유능한 경영자 역할을 감당”해낸 아내 도라 덕분이었다. 아름답고 우아한 여성 도라는 ‘유능한 활동력’으로 생계를 담당했다.평전은 단순한 전기가 아니라 그 생애와 사상 혹은 작품세계를 평(評)하면서 쓰는 일대기다. 김윤식이 일제강점기의 문제적 인간 이광수에 관한 평전을 시작하면서, 우선 그 가족관계와 학창시절의 학적부 같은 기록부터 제시한 것은 모름지기 ‘평전’이라고 한다면 해당 인물의 객관적 사실 자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실증적 자세 때문이다.그러나 그것으로 그쳐서는 평전이라고 할 수 없다. 논평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자주 세평(細評)을 요구한다. 바늘 끝만한 작은 사실이 그 인물의 유년기를 지배한 정서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을 발견했다면 그것을 논평해야 한다. 그 시대의 집합적...

    1306호2018.12.10 15:37

  • [정윤수의 ‘서문이라도 읽자’]로널드 프레이저의
    로널드 프레이저의 <1968년의 목소리>

    저자는 ‘서문’에서 “선구자들의 기억을 통해서 우리는 그러한 사건들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는 거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그 사건이 가지는 의미를 재생하려고 하였다”고 말하고 있다.우리의 현대사, 그 분기점마다 핏자국이 서려 있어서, 남의 나라 현대사 특히 유럽이 겪은 ‘현대의 홍역’에 대해 조금은 인색했었다. 비틀즈나 우드스톡 페스티벌 같은 60년대 팝문화도 어렸을 때는 그저 잘사는 나라 젊은이들의 치기 어린 자유주의 정도로 여겼다. 그랬는데 꽤 많은 자료들과 기록들이 끝없이 나를 일깨워주었다.여기 1935년에 태어난 유럽인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독일이든 프랑스든 벨기에든 상관없다. 1935년이면 파시즘이 발호하던 시기이고 열 살 때쯤에는 2차 대전으로 그 모든 나라가 화염에 휩싸였을 것이다.문제는 전후 상황이다. 그가 스무 살이면 1955년쯤 되는데, 이때 유럽은 최악의 냉전구도로 재편된...

    1305호2018.12.03 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