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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로 본 세상]문밖의 사람들-메탄올 중독 실명 피해자들의 절규
    문밖의 사람들-메탄올 중독 실명 피해자들의 절규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청년 노동자가 사망했다. 사람들은 ‘구의역 김군’이 죽어간 스크린도어에 포스트잇을 붙여 그를 애도했다. 아니, 애도만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더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있었다. 다짐의 발신인은 ‘메탄올 중독 실명 피해자’. 김군처럼 산업재해로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은 청년들이다. 반도체 노동자들의 피해를 만화로 그렸던 김성희·김수박 작가는 이 청년들을 ‘문밖의 사람들’로 명명한다. ‘안전과 연대의 문’ 밖에 있는 파견노동자 청년들, <문밖의 사람들>은 그들에 대한 만화다.2016년 2월 전후로 발생한 메탄올 중독 사고로 실명하거나 시력에 심한 손상을 입은 피해자들이 <문밖의 사람들>의 주인공이다. 특히 네 번째 피해자 이진희씨는 만 사흘 반의 파견노...

    1413호2021.01.22 15:39

  • [만화로 본 세상]지옥과 이키가미
    지옥과 이키가미

    누구나 죽는다. 이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누가 언제 죽을지는 알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젊은 시절은 영원히 살 것처럼 일하고, 내일과 그다음 날을 기대하며 잠을 청한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죽음의 정확한 시간을 알려준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까? 이런 생각을 담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작품이 있다. 영화 <부산행>을 만든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송곳>의 최규석 작가가 그린 <지옥>과 시사성 있는 작품들을 주로 그려온 작가 마세 모토로우의 <이키가미>가 그것이다.<지옥>에서는 천사라고 불리는 초월적인 존재가 나타나 3일에서 20년 정도 후의 죽는 날과 시간을 고지한다. 예고된 시간이 오면 대상은 알 수 없는 존재들로 인해 굉장히 잔인한 방식으로 죽어 무기체가 되어 버린다. 그러자 그들은 죄를 지어 신의 심판을 받은 것이니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이가 나타난다. 죽음의 ...

    1412호2021.01.18 10:52

  • [만화로 본 세상]자리-청년 예술노동자의 험난한 여정
    자리-청년 예술노동자의 험난한 여정

    지하주차장에 컨테이너가 2개 놓여 있다. 한 젊은 여성이 그 앞에 서서 컨테이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자리>(김소희·만만한책방)의 표지다. 표지 속 여성은 뒷모습뿐이라 표정을 알 수 없다. 만화를 읽기 전에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이지만, 다 읽고 난 후에 다시 보면 소름이 돋는다. 이건 정말 무서운 이야기다.<자리>는 자전적 이야기다. 이 책의 주인공 송이와 순이는 김소희 작가와 고정순 작가를 모델로 했다. 두 사람은 만화가로, 그림책 작가로 살고 있다. 책 속에서 송이와 순이는 미대를 졸업하고 독립생활을 시작했다. 작업실을 구해 창작에 몰두하기 위해서다. 두 사람은 그림을 그리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매달린다. ‘작가’가 아닌 ‘작가 지망생’으로 불리는 시간이다.집에서 경제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두 사람이 주머니를 탈탈 털어 만든 돈은 300만원. 보증...

    1411호2021.01.08 15:38

  • [만화로 본 세상]셧업앤댄스-성취 대신 연대를, 목표 대신 사랑을
    셧업앤댄스-성취 대신 연대를, 목표 대신 사랑을

    지금으로부터 십수년 전, 영화잡지 ‘씨네21’에는 한국 영화의 소년성과 관련한 논란이 불붙듯 일어났다.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공동경비구역 JSA> 등 영화 속의 남성들은 주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며 자신의 남성성을 깨닫고, 동시에 아버지의 세계에 진입하려 시도한다. 허문영 영화평론가는 이들의 모습을 “공동체가 방출되는 기압에 휘청대면서도 공동체 바깥에 자의식의 뿌리를 내렸다”고 평하며, “소년들은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거나 고뇌하지 않았다”고 썼다.여성을 욕망의 대상으로 삼으며 혼자만의 고뇌 속에 빠져드는 남성들의 성장 문법은 어딘가 익숙하다. 마치 성장은 오로지 개인의 것이라는 듯, 주변에 성장통을 가득 흩뿌리면서 소년들은 혼자 무언가를 이뤄내려 한다. 힘에 대한 갈망과 이룰 수 없는 사랑은 소년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데, 이 과정에서 그들은 주먹을 휘두르고 ...

    1410호2021.01.04 15:34

  • [만화로 본 세상]코로나 사회서 우린 어떻게 연결되나
    코로나 사회서 우린 어떻게 연결되나

    코로나19가 여전한 연말, 사회적 거리 두기도 지속되고 있다. 바이러스 전파의 매개가 될 수 있는 몸과 몸 사이에 거리를 두자는 뜻이고 당연히 지켜야 할 방역지침이지만, 말만 따져보면 이상하다. 그게 왜 ‘사회적’ 거리 두기일까? 몸과 몸의 만남을 제한하는 데 쓰인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말은 가까운 거리, 오프라인만을 사회로 직결하는 착시를 만든다. 사회란 게 고작 그런 것일까? 몸과 몸이 만나지 않는 사회, 멀지만 여전히 연결된 사회는 왜 간과되는가?그 착시에 속지 않고 온·오프라인이 통합된 사회를 살아가는 ‘스마아트’한 노인들이 있다. “우리가 가까이 사니까 방심하는 순간들이 있단 말이여.” 1949년생 방덕수 영감은 그 방심으로 인해 자신의 건물에 셋방 살던 사진관 박 사장의 고독사를 뒤늦게 발견하고 만다. 이후 방덕수는 가까운 동네 노인들이 순번대로 전화 안부를...

    1409호2020.12.28 11:33

  • [만화로 본 세상]약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
    약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

    얼마 전 서울 잠실의 한 대형마트가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출입하는 것을 거부해 공분을 샀다. 이 안내견은 정식으로 훈련을 받기 전 1년간 퍼피 워크라는 사회화 과정을 거치는 중이었는데, 마트의 매니저가 이를 비시각장애인과 왔기에 안내견이 아니라는 해석을 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매니저의 고성에 주눅이 든 안내견의 사진과 사연이 올라와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결국 마트 본사에서 사과문을 올렸고, 구청은 과태료를 부과했다.이 사건에는 분명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있으며,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매니저의 태도야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단지 한사람 혹은 해당 마트 혹은 그 기업만의 문제일까.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에게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라고 한다. 그들은 식당을 찾을 때마다 여러 차례 거절을 당하고 안내견이라는 해명을 해보지만 별 효과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장애인을 대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

    1408호2020.12.18 14:58

  • [만화로 본 세상]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아픈 기억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아픈 기억들

    12월 8일,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의 2주기 추모 전시회가 문을 열었다. 나에게 첫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전시장을 지키는 역할이 주어졌다. 코로나19 확산 때문이었을까. 관람객은 단 2명뿐이었다. 덕분에 작은 전시장 안을 혼자서 아주 느리게 걸었다.나무판으로 세운 4개의 가벽 중 2개에는 김용균의 사진이 걸렸다. 늘어선 사진들의 제일 오른쪽 윗자리에는 우리가 아주 잘 아는 사진이 자리했다. 안전모를 쓰고 마스크를 한 채 문재인 대통령에게 만남을 청하는 손팻말을 든 김용균 말이다. 거기서부터 하나, 둘 알지 못했던 김용균의 얼굴을 더듬어간다. 말간 웃음을 짓는 순한 얼굴의 청년을 지나 세상에 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을 무렵의 아기 용균이를 만난다. 그는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얼굴이 된 엄마 김미숙의 품에 안겨 있다. 잠시 숨이 멈춘다.한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2400명이 넘는 사람들 모두 이처럼 고유한 얼굴을 가졌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숫자로 ...

    1407호2020.12.11 14:11

  • [만화로 본 세상]직장인 감자
    직장인 감자

    확실히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곳곳을 바꿔놨다. 모두가 밥 약속을 기약 없이 미루고, 마스크를 쓴 채 조심히 대화한다. 그렇지만 이런 광경도 잠시, 텔레비전을 켜면 그 안에선 2020년 이전의 익숙한 모습이 펼쳐진다. 프로그램 전후로 삽입되는 자막 한줄만이 팬데믹 상황을 넌지시 알린다. ‘이 프로그램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촬영되었습니다.’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서는 50명 이상의 집합을 금지한다는데 스태프만 수십명이 넘는 방송 프로그램은 어떻게 이어지는 걸까? 밤샘 촬영이 ‘기본값’인 방송현장에서 노동자들은 아플 때 쉬어가며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걸까.최근 완결된 웹툰 가운데 방송계 노동을 조명한 작품이 있다. 웹툰 <직장인 감자>(만화경 연재, 감자 작가)다.<직장인 감자>는 생활툰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작중 ‘감자’는 ‘생활&rsq...

    1406호2020.12.04 14:23

  • [만화로 본 세상]엄마를 ‘죽은 채로’ 살게 하는 사회
    엄마를 ‘죽은 채로’ 살게 하는 사회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이 임팩트 있게 8회 만에 막을 내렸다. 짧고 굵게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담론을 버무려낸 이 이야기에 내 주변 여성 지인들이 호평을 쏟아냈다. 나도 무척 재미있게 보며, 웹툰 <아기 낳는 만화>(쇼쇼, 네이버웹툰) 같은 출산을 다룬 만화를 떠올렸다. 세레니티 조리원 엄마들에게 이후 이어질 육아의 삶을 <나는 엄마다>(순두부, 다음웹툰)나 <어쿠스틱 라이프>(난다, 다음웹툰)와 함께 상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격정 출산 느와르’에 이어질 가장 적절한 장르는 역시 ‘삐그덕 육아 호러’가 아닐까. 박소림 작가의 <좀비 마더>가 바로 그 장르의 유일무이한 작품이다.‘해진 엄마’는 어느 날 갑자기 좀비가 되었다. 번개 치는 밤, 꾸벅꾸벅 졸며 돌이 갓 지난 해진에게 줄 분유를 준비하다 몸이 이상하게 삐걱대는 걸 느꼈다. 너무 놀랐...

    1405호2020.11.27 15:51

  • [만화로 본 세상]‘관심’과 ‘인기’라는 대중의 집단 스토킹
    ‘관심’과 ‘인기’라는 대중의 집단 스토킹

    퇴근 후 회식이 사라지고, 업무시간 외 연락이 금지되는 등 우리는 조금 더 사생활을 존중하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섣부른 의견이나 충고는 간섭이 될 수 있으며,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함부로 프라이버시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 누군가는 이것에 정이 없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시대는 변화하는 것이라 조심조심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최근 <아이돌 드렁크>(미야바 야지로 원저, 사키시마 에노키 글·그림)라는 만화를 보았다. 이 작품은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 중인 멤버들이 휴식 시간에 술을 즐긴다는 설정이었다. 그들은 실제로는 성인이지만 대외적으로 활동하는 나이가 대부분 미성년자이며 이미지 관리를 위해 대중에게 들키면 안 된다. 그런데도 멤버들이 하나둘 합세해 스릴 있게 술을 마신다는 이야기였다. 만화는 들킬 뻔했다는 식의 가벼운 에피소드로 흘러가지만, 이런 상황에 기시감이 들어 그저 웃을 수만은 없었다.대중...

    1404호2020.11.20 1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