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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로 본 세상]아사 이야기!
    아사 이야기!

    2020년 일본 도쿄는 불바다가 되고, 긴급대피령이 발령된다. 사람들은 거대한 괴물로부터 도망치며 걱정한다. ‘이대로 있으면 신 국립경기장이… 도쿄올림픽이….’ 존경받는 만화가 중 한명인 우라사와 나오키의 신작 ‘연속 만화소설 3’ <아사 이야기!> 중 첫 장면이다. 작가는 2018년에 이 장면을 그리면서 현실로 재현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 괴물이 바이러스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거대한 재난 앞에서 사람들이 올림픽 걱정을 하게 되리라고는.이런 재난 상황에서도 올림픽은 지켜져야 하는 숭고한 무엇일까, 아니면 그저 비즈니스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자신이 어떤 입장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내가 만약 일본 관료라면 국민 안전과 경제적 손실을 저울에 올리고 열심히 가늠했을 것이다. 취소한다면 무조건 타격이 있겠지만, ‘강행한다고 해서 반드시 잘못될 리는...

    1434호2021.06.25 16:20

  • [만화로 본 세상]D.P 개의 날
    D.P 개의 날

    얼마 전 공군 여중사 한명이 자살했다. 그는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였고, 이를 신고했지만 군 내에서는 덮기 바빴다고 한다. 설상가상 그는 옮긴 부대에서도 ‘관심 간부’ 취급을 받았다. 피해자가 괴로움에 시달리는 동안 정작 가해자는 태연하게 군대를 오갔다.직업군인이든 의무 사병이든, 그들에게 군대는 강제력을 지닌 하나의 견고한 세계다. 나라를 지킨다는 소명 아래 모인 이들은 자신이 가진 거의 모든 것을 군대에 종속시켜야 한다. 집도, 동료도, 경력도, 미래도 군대 안에 있다. 그러나 가진 것들을 헌납하고 입대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군대는 이들을 지켜주지 않는다. 오히려 군 기강 정립이라는 손쉬운 말로 이 안에서 일어나는 온갖 폭력을 정당화시킨다. 공군 여중사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조직은 코로나19로 회식이 금지된 시기였음에도 회식을 감행한 사실이 들통날까 두려워 소속 부대원의 성폭력 사건을 덮으려 했다. 군대는 개인의 철저한 희생을 강요...

    1433호2021.06.18 15:20

  • [만화로 본 세상]사춘기-과거의 여성상을 파괴한 순정만화
    사춘기-과거의 여성상을 파괴한 순정만화

    1990년대는 만화잡지의 전성기였다. 1990년대 전반부는 중·고등학교에서, 후반부는 대학에서 보낸 “나를 키운 건 8할이” 만화잡지라고 할 수 있다. 소년만화도 많이 보았지만, 내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친 건 역시 순정만화다. 이 장르는 ‘소녀 취향의 사랑 이야기’라며 폄하됐지만, 소녀들의 세계가 얼마나 흥미진진한지 모르는 사람이나 하는 이야기다. 어린 시절 위인전집과 백과사전에는 왜 여성이 많지 않은가를 두고 고민하던 내게 순정만화는 별세계였다. 한때 순정만화의 대명사로 불렸던 <캔디캔디>만 보아도 소녀들은 모험과 욕망의 주체였다. 1980년대를 풍미한 순정대하서사물은 시공간을 초월한 다양한 무대 속에 놓인 여성의 삶을 상상하게 했다. 물론 순정만화는 전통적 성역할과 이성애로맨스 각본을 학습하는 장이기도 했지만, 어차피 그런 이야기는 만화가 아니라도 계속 듣고 있었다. 그보다는 세상에서 듣지 못한 이...

    1432호2021.06.11 14:40

  • [만화로 본 세상]아인-인간이란 비인간에게 어떤 존재인가?
    아인-인간이란 비인간에게 어떤 존재인가?

    <기생수>의 작가 이와아키 히토시는 “인간에게서 멀리 떠나 보면 반대로 인간이라는 것을 잘 볼 수 있게” 된다며, 주인공이란 “보통 인간이 흔히 갈 수 없는 곳을 여행하는 여행자”라 말한 적이 있다. 오른손을 차지한 기생생물과 한 몸으로 산 신이치처럼 인간과 그 적 사이에 끼인 존재의 삶 그 자체가 여행인 셈이다. 그런 맥락에서 <기생수> 신이치의 계보를 잇는 여행자들이 수두룩하게 배출돼왔다. 최근 17권으로 완결된 <아인>에서도 그런 여행자를 만나볼 수 있다.<아인>은 장래희망이 의사였던 주인공 나가이가 트럭에 치어 죽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교통사고에 이은 이세계(異世界) 이동식의 흔한 클리셰는 아니다. 나가이는 죽은 그 순간 되살아나며 스스로가 인간의 규격을 벗어난 존재 ‘아인’임을 알게 된다.나가이 이전, 일본에서는 공식적으로 2체의 아인이 발견됐다....

    1431호2021.06.04 15:42

  • [만화로 본 세상]베르세르크
    베르세르크

    얼마 전 만화 <베르세르크>의 작가 미우라 켄타로의 부고가 올라왔다. 만화라는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이 겨우 5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독자들은 놀라기보다 유보해 왔던 어떤 현실을 마주한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작가의 건강은 평소에도 좋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그리고 <베르세르크>를 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그것이 작품과 무관하지 않음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그는 이 작품을 위해 30년 이상을 오롯이 바쳤다. 작품을 연재한 잡지에 남긴 그동안의 코멘트를 보면 이런 일이 이미 예고된 것임을 알 수 있다. 1993년에는 40도의 고열에도 1년에 이틀만 쉬었고, 몸무게가 갑자기 줄어든다는 소식을 남겼다. 겨우 스물여섯일 때였다. 세기가 바뀌어도 똑같았다. 작가생활 13년 만에 첫 한 주를 쉬었고, 한달에 외출이 겨우 2시간인 생활을 했다. 2002년에는 2년간 한 번도 울리지 않은 휴대전화를 해지했다고 알렸다. 20대 후반부터...

    1430호2021.05.28 11:31

  • [만화로 본 세상]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

    지난 5월 16일, 팔레스타인평화연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살아온 14세 소년 ‘함자’의 부고를 알렸다. 함자는 8층 건물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함자에게는 엄마와 아빠와 형과 동생이 있었다. 그들은 함자가 죽기 전 모두 세상에서 사라졌다. 2009년에는 동생이, 2012년에는 형이, 2014년에는 아빠가, 그리고 2021년에는 엄마가 살해당했다. 범인은 이스라엘군이었다. 도미노가 쓰러지듯 가족이 죽어나는 모습을 보며 함자는 깊은 분노와 공포와 절망을 느꼈을 것이다. 함자의 비극은 가자지구에서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없다.서울의 60%쯤 되는 가자지구에는 200만명가량이 산다. 비인간적 봉쇄조치와 잦은 공습 때문에 80%가 사회적 지원이나 국제단체의 구호품에 의존한다. 2007년 6월부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완전히 고립시켰다. 육지는 물론 바닷길도 막혀 가자지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감옥이란 말로 불린다. 지난 10일부터 가자...

    1429호2021.05.21 13:34

  • [만화로 본 세상]문밖의 사람들-메탄올 중독으로 시력 잃은 노동자들
    문밖의 사람들-메탄올 중독으로 시력 잃은 노동자들

    지난 4월 2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노동 안전과 건강을 위한 날’이었다. 그로부터 고작 6일 전인 4월 22일, 경기도 평택항 부두에서 작업하던 스물세 살 이선호 씨가 일터에서 사망했다. 위험천만한 현장에는 안전관리자가 없었고, 규정에 정해져 있던 안전장치도 없었다. 심지어 사고가 일어난 이후 원청의 관리인은 바로 구급차를 부르지 않았다. 사내 보고 절차를 거치며, 그를 방치했다고 한다.왜 관리인은 눈앞에 쓰러져 있는 사람을 두고 내부 보고를 선택한 걸까? 놀라고 당혹스러운 마음은 짐작한다 하더라도, 무엇이 그를 그렇게 하게 했을지 추측하기 어려웠다. 눈앞에 꺼져가는 생명은 단지 ‘현장 사고 1건 발생, 하청노동자 부상’으로만 보고됐을까.이 사고를 접하고 곧장 떠오른 만화가 있다. 휴대폰 공장에서 일어난 산업재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그린 만화 <문밖의 사람들>(김성희, 김수박·보리출판사)이다....

    1428호2021.05.17 15:06

  • [만화로 본 세상]도롱이-선과 악이 공존하는 개성적인 캐릭터
    도롱이-선과 악이 공존하는 개성적인 캐릭터

    네이버웹툰 <도롱이>(사이사 지음)가 72화로 완결됐다. 최종화에 달린 댓글 대부분이 일관된 만듦새에 대한, 또한 이야기의 깊이와 생각거리에 대한 찬사다. “용두용미”, “짙은 여운”과 같은 독자들의 표현에 진심으로 동의한다. 나도 할 수만 있다면 <도롱이>에 온갖 상을 다 안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마음을 이 글에서 풀어본다.먼저 각본상과 연출상. 만화지만, 아카데미 영화상처럼 분야를 분할해 상을 줄 수 있다면 이 두 상은 꼭 주고 싶다. 재미와 의미가 더할 나위 없이 어우러진 이야기다. 논쟁적인 생각거리와 만화적 해답이 과정과 결과 모두를 통해 제시된다. 이런 깊은 이야기를 한장면 한장면 와닿도록 표현한 연출도 상찬해야 한다. 선과 악이 한 인물에 공존하고 있음을 그려낸 흑과 백의 연출을 비롯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오롯이 담아낸 연출이 가득하다.이어서 인간주연상은 권삼복, 동물주연상은...

    1427호2021.05.07 11:19

  • [만화로 본 세상]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

    오자와 카오루라는 필명의 만화가 키쿠치 마리코는 특이한 취재로 이름을 알렸다. 편집자와 함께 폐허를 탐방하거나 자살로 유명한 숲을 직접 찾아나서고, 전생 치료와 악령 퇴치 같은 체험을 만화로 옮긴 <수상한 취재를 다녀왔습니다>가 국내에도 소개됐다. 제법 재미있게 읽었기에 그가 본명을 걸고 자신의 우울한 성장기를 되짚어 내놓은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는 조금 놀라운 전개였다.이 만화는 작가의 유년기부터 아버지가 병환으로 별세하기까지의 시기를 담았다. 그동안 그가 받은 고통은 만화의 제목에서부터 이미 예상 가능하다. 키쿠치 마리코의 아버지는 습관성 음주로 항상 취해 있었고, 그것을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신흥종교에 빠졌다가 결국 본인 스스로 세상과의 이별을 택했다. 당시 겨우 중학생이었던 작가는 아직도 자신이 과거를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후회하고 있다.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은 이어졌다. 아니 갈수록 아버지의 상태는 심해졌다. 음...

    1426호2021.04.30 11:27

  • [만화로 본 세상]붉고 푸른 눈-위험을 본 사람에게 주어진 의무
    붉고 푸른 눈-위험을 본 사람에게 주어진 의무

    “이 세계는 모든 사람에게 마법이 있다.”김민희의 만화 ‘붉고 푸른 눈’은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사람에게 마법이 있지만, 모두가 똑같은 크기의 마법을 가지진 않았다. 큰 마법을 가진 사람은 마법사가 된다. 마법사들은 공직에 나서 공동체를 이롭게 하기도 하고, 개인의 영달에만 골몰하기도 한다. 마법사가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마법구’를 해체하는 것이다. 이 세계 하늘 곳곳에는 ‘마법구’가 떠 있다. 인간이 마법을 쓸 때, 흩어진 에너지 부스러기들이 떠돌다 뭉친 것이다. 인간이 마법을 많이 쓸수록 마법구도 늘어나고 커진다. 문제는 이 마법구가 터져 지진과 화재, 홍수 같은 재해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이 세계에서 ‘자연재해’는 명백히 ‘인적재해’다.그렇다면 모두가 힘을 합쳐 마법구를 해체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마법구가 내 곁에서 ...

    1425호2021.04.23 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