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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본 세상
  • 전체 기사 383
  • [만화로 본 세상]웹툰
    웹툰 <악플과 함께하지 않게>

    “말했잖아 언젠가 이런 날이 온다면 난 널 혼자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고.” 지난 7월 말 발표된 악동뮤지션의 신곡 ‘낙하’의 한 소절이다. 이 노래에서 ‘너’는 사방이 낭떠러지인 곳에 있다. ‘나’는 그런 ‘너’에게 손을 내밀며, 어차피 죄다 낭떠러지라면 “내 손을 잡”고 함께 “눈 딱 감고 낙하”하자고 제안한다. 소중한 사람들을 믿고 자신을 괴롭게 하는 것 한복판으로 낙하할 때, 그건 ‘하늘을 나는 듯한’ 비상이 되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이 노래를 여러 번 반복해 들으면서 낭떠러지에 있는 ‘너’보다 “널 혼자 내버려 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나’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졌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면 얼마나 아플지 알고 있는 이...

    1444호2021.09.03 15:36

  • [만화로 본 세상]총좌의 우르나-소속감에 홀린 인간, ‘괴물’을 만들다
    총좌의 우르나-소속감에 홀린 인간, ‘괴물’을 만들다

    패권국가 레즈모어의 섬 리즐에 자리 잡은 케니티 기지. 보급대와 함께 그곳에 막 당도한 레즈모어 신병 우르나는 소총의 명사수다. 그가 맡은 임무는 야만족 즈드의 ‘만약(蠻躍)’을 저지하는 것. 우르나의 배속 첫날부터 즈드는 만약을 시도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내는데, 우르나의 눈에 비친 즈드는 인간의 치아가 알알이 박힌 잇몸 모양의 괴생물이었다. 그리고 만약이란 스키점프대 모양의 유적 ‘치르모의 날개’를 미끄러져 도약해 날아오르는 행위였다. 즈드는 보급대원들을 모두 처참하게 죽여 고기방패로 삼는 양동 작전을 펼치며 한 개체의 만약을 시도한다. 날아오른 새와 같은 즈드의 만약을 향해 우르나는 총을 쏘고, 두 번째 총알로 만약을 저지하는 데 성공한다.2019년 7권으로 완결된 이즈 토오루의 <총좌의 우르나> 1권은 이렇게 시작했다. 개성적이고 유려한 작화로 묘사된, 턱이 접힌 현실적 외모의 여주인공이 우선 낯설지만 곧이어 ...

    1442호2021.08.30 11:04

  • [만화로 본 세상]전원 옥쇄하라!
    전원 옥쇄하라!

    광복절에 맞춰 한편의 만화가 출판됐다. 그것도 일본 작가가 그린 태평양전쟁에 관한 작품이다. 일본만화의 거장 미즈키 시게루의 <전원 옥쇄하라!>로 작가 자신이 참전했던 당시의 경험을 옮겨놓은 만화이다. 유명한 작품이지만, 첫 출판이 1973년인 만화이고 일제강점기의 일본군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한국에 정식으로 소개되기에는 정서적인 문제도 있었다. 그런데도 뒤늦게, 그것도 광복절에 이 만화가 소개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작가 미즈키 시게루는 1922년생으로 아톰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보다 나이가 많은 일본만화계의 원로다. 그러면서도 2015년 93세로 세상을 떠나는 그해까지 만화를 그렸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으로 징집돼 남태평양 지역에 배치됐는데, 당시 미군의 폭격에 맞아 왼쪽 팔을 잃었다. 고향에 돌아와서도 형편은 좋지 않았다. 여러차례 직업을 옮겼으나 가난을 벗어나긴 힘들었고, 그림에 뜻이 있었지만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러나 전쟁 경험...

    1442호2021.08.20 14:40

  • [만화로 본 세상]스포츠의 본질은 ‘함께하는 것’
    스포츠의 본질은 ‘함께하는 것’

    “도쿄 비장애인 올림픽 중계방송을 여기서 마칩니다.”지난 8월 8일, KBS 이재후 아나운서는 도쿄올림픽 폐막식 중계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해 주목받았다. 8월 24일부터 9월 5일까지 진행될 도쿄 패럴림픽을 환기하며 쓴 말이다. 패럴림픽은 신체장애인 선수들이 참여하는 올림픽으로 출발했고, 올림픽은 ‘비장애인’ 중심이 맞다.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주목받은 건 이 사회가 철저히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인간의 기본값으로 놓고 사는 일이 너무 익숙해 이렇게 콕 집어 한 번 불리기만 해도 비장애인들은 깜짝 놀란다.패럴림픽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부상으로 장애를 얻은 퇴역 군인과 시민을 위한 재활프로그램에서 출발했다. 패럴림픽이라는 이름도 하반신 마비를 뜻하는 ‘paraplegic’과 ‘Olympic’의 합성어다. 시간이 흐르면서 참여하는 장애인의 스펙트럼...

    1441호2021.08.13 14:57

  • [만화로 본 세상]더 복서-승패 이상의 그 무엇
    더 복서-승패 이상의 그 무엇

    이번 올림픽은 특별했다.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도 대단했지만, 무엇보다 승패를 뛰어넘는 다양한 서사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양궁으로 출전한 김우진 선수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내가 준비해온 것들을 전부 펼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기분은 좋다”라고 답변했다. 마지막 세트에 8점을 쏜 것에 대해서도 “내가 쏜 거다, 8점을. 누군가가 쏜 게 아니다. 활시위를 당겨 내가 쏜 화살이고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잘못 쏜 거다”라며 냉정히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높이뛰기에 출전해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한국신기록을 세운 우상혁 선수는 “진짜 이거는 후회 없는 경기가 맞고요. 진짜 저는 행복합니다”라고 인터뷰했다.경기를 시작하면 한쪽은 지고, 또 한쪽은 이기고야 만다. 스포츠는 승부를 알 수 없고, 선수들의 뒤에는 엄청난 노력이 뒷받침돼 있으며, 노력하더라도 운과 컨디션에 좌우되기도 한다. ...

    1440호2021.08.09 14:08

  • [만화로 본 세상] 등
    <롯폰기 클라쓰> 등

    “신슌고등학교 3학년 타니카와 레이나는 여신급 미모를 자랑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화장 덕분이다. 그런데 가족 외에는 누구도 모르는 이 비밀을 전학생 칸다 슌에게 들키고 마는데….” 무척 낯익은 줄거리인데 뭔가 이상하다. “대형 요식업체의 회장 부자로 인해 아버지를 잃고 수감 생활까지 해야 했던 미야베 아라타는 출소 후 원양어선을 타며 모은 돈으로 롯폰기에 이자카야를 연다.” 역시 마찬가지다.눈치챘겠지만, 전자는 네이버웹툰 <여신강림>의 일본어판(라인망가)이고, 후자는 <이태원 클라쓰>의 일본어판 <롯폰기 클라쓰>(픽코마)이다. 새봄고 임주경과 이수호가 신슌고 타니카와 레이나와 칸다 슌이 됐고, 이태원 포차 ‘꿀밤’의 사장 박새로이가 롯폰기 이자카야 ‘벌꿀더나이트’의 사장 미야베 아라타가 됐다. 웹툰이 세계 곳곳에서 읽히고 만화왕국 일...

    1439호2021.08.02 11:26

  • [만화로 본 세상]카페 알파
    카페 알파

    세상이 물에 조금씩 잠기면서 인류의 마지막이 다가온다. 하지만 요코하마 인근의 작은 마을 사람들은 절박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처럼 남은 날들도 일상을 즐기며 지낸다. 그중에는 카페를 운영하는 ‘알파’도 있다. 알파는 자신의 이름과 같은 ‘카페 알파’의 유일한 직원이며 혼자 모든 일을 도맡아 한다. 이는 아시나노 히토시 작가가 12년간 연재한 만화 <카페 알파>(원제 요코하마 매물 기행)의 이야기다. <카페 알파>는 치유계의 대표적인 작품인데 커다란 서사를 따르기보다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편안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품을 뜻한다. 힐링물이라고도 부른다.그런데 하필 이런 시기에 <카페 알파>를 읽은 자영업자에게는 전혀 힐링이 되지 않았다. 인류를 멸종시키려 높아지는 수위가 코로나19 유행처럼 보였다. 그 부근에서는 꽤 유명하다고 스스로 자부하지만, 손님이라고는 단골...

    1438호2021.07.23 14:56

  • [만화로 본 세상]겨드랑이가 가렵다
    겨드랑이가 가렵다

    “70~80년대엔 장애인이 주인공인 작품은 출판사에서 거절했다.”1970년대에 데뷔해 여전히 활동 중인 한 여성만화가의 인터뷰를 읽다 눈을 크게 떴다. ‘아, 그런 시절도 있었구나.’ 이 어처구니없는 말이 까마득한 오래전 이야기로 느껴졌기에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 지금은 그때와 얼마나 달라졌을까?최소한 장애인이 주인공인 작품을 찾을 수 없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웹툰을 살펴보면 <ho!>,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사랑해>, <다정한 겨울>과 같이 장애인이 주인공인 로맨스물도 여러편 찾을 수 있고, <나는 귀머거리다>와 같이 장애인 당사자가 청각장애인에게 사용된 비하적 이름을 재전유해 자기 이야기를 하는 일상툰도 있다. 최근 완결된 웹툰 <도롱이>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여성 장애인 캐릭터를 그려냈다. 극중에서 이 캐릭터는 여성 장애인에 대...

    1437호2021.07.19 10:37

  • [만화로 본 세상]여자력-평범하고도 비범한 여성들의 능력
    여자력-평범하고도 비범한 여성들의 능력

    ‘여자력(女子力)’은 일본에서 통용되는 단어로, 여자로서 자신을 꾸밀 줄 아는 능력 등을 뜻한다. SNS에 번역돼 공유되는 ‘여자력 테스트’에는 ‘손톱이 예쁘다’, ‘1만원 이상의 좋은 샴푸를 쓴다’, ‘요리가 특기’와 같은 문항들이 포함돼 있다. 반대로 ‘여자력이 없는 테스트’에는 노브라로 외출한다거나 입술이 건조하고, 무뚝뚝한 표정을 짓는다는 항목이 빼곡히 쓰여 있다. 특정한 성향을 여성 고유의 성품으로 치환한다는 점에서 ‘여자력’은 성차별적 혐의를 지닌 용어다.그러나 최근 출간된 <여자력(女自力)>은 이 단어를 통째로 뒤집어엎는다. 다섯명의 여성 창작자가 그려낸 단편 만화집 <여자력>은 ‘초능력자’를 주제로 한 다섯편의 단편만화를 실었다. 이 작품들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 키...

    1436호2021.07.12 15:14

  • [만화로 본 세상]각자의 디데이
    각자의 디데이

    만화와 사회의 관계는 일방적이지 않다. 만화 작품 속에는 저자와 독자가 공유하는 사회가 녹아 있다. 그렇다고 만화가 사회를 반영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만화는 사회에 대해 ‘내부자’로서 발언한다.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때로는 비판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깨우침의 기회가 된다.만화와 사회의 복잡한 관계는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한국 만화에는 한국사회의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도 담겨 있다고. 우선 작가가 살아간 사회의 지금, 즉 역사적 과거가 켜켜이 쌓인 현재가 담겼다. 한편 미래(未來)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말이건만, 그것은 상상에 의해, 혹은 기대와 욕망에 끌려 작품 속에 담긴다. 그래서 성소수자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존재였고, GL(Girls Love)이나 백합이란 장르도 없던 1970년대에 <하얀 돛배>(민애니·2021년 복간) 같은 두 소녀의 사랑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만...

    1435호2021.07.02 1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