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밥보다 빵을 더 좋아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때, 식사로 빵을 참 많이 먹었다. 간편하기도 했고, 맛있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생활이 익숙해졌을 때, 이상하게 밥을 더 많이 찾게 됐다. 돌이켜 보면, 빵에 대한 나의 애정은 자라면서 수없이 들었던 ‘빵은 식사의 대용이 될 수 없다’는 한국식 전통의 계승과 ‘빵은 선진 서양인들의 음식’이라는 사대주의적 발상이 뒤섞여 만들어진 마음속 트라우마에 대한 짧은 반항이었을 뿐이다. 당시 워낙 많이 먹었던 탓인지 지금은 빵집에 들를 때마다 과연 이게 내가 정말 추구하는 것인지 자신을 의심하는 편이다.누구나 어떤 음식과 특별한 기억이 겹쳐지는 장면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인생의 무언가를 처음 겪을 때, 나를 위로해준 음식은 더욱 잊기 힘들지 모르겠다. 앵두 작가의 <초년의 맛>은 그런 이야기를 스물넷이나 담았다. 누구나 처음은 서투르다. 첫 만남과 첫...
1454호2021.11.22 1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