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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로 본 세상]르상티망
    르상티망

    <아이 앰 어 히어로>와 <보이즈 온 더 런>의 작가 하나자와 켄고의 놀라운 데뷔작 <르상티망>은 가상현실과 온라인을 주제로 한 SF 만화다. 연애하고 싶지만, 자신을 낙오자로 여기는 주인공 타쿠로가 가상현실 게임을 통해 처음으로 이성을 만나고, 그 뒤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에 휘말린다는 이야기다. 마치 <공각기동대>와 <전영소녀>를 섞어 만든 것 같은 작품이다.‘모태솔로 남성이 퀸카의 마음을 얻는다!’와 같은 남성판 신데렐라 이야기는 이미 흔하지만 <르상티망>의 그것은 어딘가 다르다. 타쿠로는 숨겨진 매력 대신 반쯤 벗어진 머리와 볼록하게 나온 뱃살을 가진 (겨우 서른인데 중년으로 묘사되는) 평범한 인쇄소 직원이고, 그에게 호감을 보이는 여성은 게임에 등장하는 가상의 캐릭터, 그러니까 그렇게 프로그래밍한 소프트웨어 츠키코다.알고 보니 츠키코의 존재는 거대한 가상현실 세계...

    1474호2022.04.18 13:31

  • [만화로 본 세상]도토리의 집-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도토리의 집-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만화 <도토리의 집>의 시대적 배경은 1960~1970년대, 일본 사이타마현이다. 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시대에 청각장애와 다른 장애를 중복으로 가지고 태어난 자녀를 돌보는 부모들의 이야기다. 총 7권으로 구성된 만화의 초반부는 낯선 세계와 조우한 부모들의 곤란을 전한다. 케이코는 웃지도 않고 ‘짐승처럼’ 소리 내며 날뛴다. 키요시 역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돌멩이에 집착한다. 이웃 사람들은 수군거리거나 겁에 질린다. 비극으로만 치닫던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 반전이 일어나는 건 비장애인 부모가 자신의 언어와 세계관으로는 이해할 수 없던 존재에게도 ‘말과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다.시설로 키요시를 보내게 된 엄마는 노을 지는 다리 위에 멈춰 서서 죽음을 고민한다. 키요시는 늘 그렇듯 홀로 딴 나라에 있는 듯 보인다. 난간 위에 돌멩이를 하나씩 줄지어 올리는 ‘의미 없는...

    1473호2022.04.08 14:53

  • [만화로 본 세상]열무와 알타리
    열무와 알타리

    “전장연의 시위로 인해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최근 지하철에서 있었던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두고 서울교통공사가 송출한 안내방송이다. 안내 문구만 듣자면 마치 수십명의 장애인이 시위를 위해 몰려온 것 같지만, 실제 이 지하철 시위에 휠체어를 타고 참여하는 인원은 5명 안팎이다. 수백명이 탑승할 수 있는 지하철에 고작 3~6명의 장애인이 목에 피켓을 걸고 타는 행위가 정말 안내방송까지 송출할 일일까?전장연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줄임말로, 장애인의 권리를 위해 장애인들이 직접 결성한 단체의 이름이다. 이들은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며 꾸준히 지하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할머니 임종을 못 보면 책임질 거냐”는 시민의 말에 휠체어에 탄 전장연 활동가가 “버스 타고 가세요”라고 답한 영상이 한창 인터넷을 떠돌았지만, 그 영상에서 편집된 활동가의 말은 더 처연하고 절박하...

    1472호2022.04.01 14:19

  • [만화로 본 세상]키스우드와 노루
    키스우드와 노루

    산불. 대선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커다란 뉴스에 골몰해 있던 기간에도 ‘산불 뉴스’는 계속 터져나왔다. 경남 합천과 경북 고령에서, 강원 강릉에서, 또 경북 울진에서 연이어 산불이 일었다. 그중 마지막이자 최대인 울진 산불은 3월 13일에야 진화됐다. 열흘 동안 약 2만헥타르의 숲이 피해를 입었다. 타버린 나무가 몇그루인지 셈조차 어렵다. 너무 큰 피해에 망연자실해 있다 문득 생각했다. 죽어간 이 나무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무에게도 저승이나 사후세계가 있는 걸까?황당한 질문이지만 유래나 근거가 없지는 않다. 아마도 <키스우드>일 것이다. <키스우드>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유려한 작화로 담아낸 판타지다. 독특하게도 <키스우드>의 아포칼립스는 인간의 기준에서 도래한 종말이 아니다. 식물이 사라져가는 세계, 식물에 닥친 종말에 관한 이야기다.꽃과 나무가 사라진 회색의 세계. 당연히 사라지는 ...

    1471호2022.03.28 11:38

  • [만화로 본 세상]낯선 행성-어제보다 더 나은 단어를 위해
    낯선 행성-어제보다 더 나은 단어를 위해

    어느 날 갑자기 ‘키예프’가 ‘키이우’가 됐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결국 비극이 찾아왔다. 얼마 후 삼일절.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한국에서 쓰는 우크라이나의 지명 표기가 러시아식이며 이것이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매우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다. 언론과 여론은 곧바로 그들의 요청에 응했다. 우리 역시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기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는 해외언론에 화를 냈고, 일제강점기의 일본어 잔재를 없애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대한민국은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대부분의 매체는 곧바로 이 같은 표기를 바로 잡는다고 발표했고, 지난 3월 14일 국립국어원은 심의를 거쳐 우크라이나 지명의 한글 표기를 확정했다. 마침내 키예프로 표기하던 우크라이나의 수도는 키이우라는 제 이름을 되찾았다.무심코 사용하는 단어 하나에도 역사와 고민이 있다. 우리가 평소에 어떤 단어를 쓰느냐가 시...

    1470호2022.03.18 14:03

  • [만화로 본 세상]안녕 커뮤니티-이 사회가 안녕한지를 묻다
    안녕 커뮤니티-이 사회가 안녕한지를 묻다

    2018년 초, 나는 세월호 유가족이 진행자로 나선 팟캐스트의 작가로 활동했다. 다양한 재난과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이 세상의 슬픔과 고통을 줄일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는 방송이었다. 4회 때 지금은 고인이 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를 모셨다. 당시는 ‘촛불광장’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문재인 대통령을 새로 선출한 지 8개월쯤 된 무렵이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는데 그런 분위기가 유가족들에게 꼭 좋지만은 않았다.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워졌다. 투쟁은 잠시 소강 국면에 들어갔다.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답답함이 퍼져갔다. 그때 방송에서 배은심 여사가 이런 조언을 건넸다.“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해서 모든 일이 돌아가는 건 아니더라고요. 사람들이 안 바뀌면 안 되는 거라는 걸 저희는 여러 번 봤습니다.”...

    1469호2022.03.11 11:18

  • [만화로 본 세상]플루토-전쟁 트라우마로 아파하는 로봇들
    플루토-전쟁 트라우마로 아파하는 로봇들

    “아무것도 없는데, 트라키아 합중국은 전쟁을 시작했다.”만화 <플루토(PLUTO)> 대사다. <플루토>는 익히 알려진 <철완 아톰> 시리즈 중 ‘지상 최강의 로봇’편을 우라사와 나오키의 방식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인공지능 로봇들이 인간과 함께 어울려 생활하는 세계관을 지닌 만화 <플루토>는 전쟁 이후의 일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전쟁이 끝나 평화로운 듯 보이지만, 전쟁에 참여한 로봇들은 저마다 깊은 상흔을 품고 있다. 인공지능이기에 오히려 더 생생하게 기억하는 전쟁의 참혹한 모습이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는 까닭이다. 전쟁에 참여한 로봇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전쟁을 속죄한다. 전쟁고아를 위해 보육원에서 봉사하고, 부모 잃은 아이들을 입양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한다.지시에 따라 전쟁에 참여했지만 지독한 전쟁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 로봇은 강력한 힘과 발달한 인공두뇌로 인해 &lsqu...

    1468호2022.03.04 14:53

  • [만화로 본 세상]스터디그룹-공부하기 위해 싸우는 학생들
    스터디그룹-공부하기 위해 싸우는 학생들

    학원액션물은 무척 문제적인 장르다. 그 속에서 학교는 싸움터로, 학생은 싸움꾼이나 일진으로 그려진다. 학교 밖은 더 심한 무법지대로, 학생이 아닌 청소년은 범죄자로 묘사한다. 액션이 주가 되면서 다른 모든 것들이 부가 된다.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폭력으로 폭력을 비판하는 일은 결국 자가당착에 빠지기 십상이다. 이런 점 때문에 학원액션물을 추천하기란 정말 어렵다. 그래도 학원액션물 없이는 못 살겠다는 이들에게는 이은재의 작품들 아니면 <스터디그룹> 정도를 내놓는다. 특히 후자는 장르적 한계가 여전하지만, 그래도 학원액션물계의 ‘논어’라 할 만하다.<스터디그룹>의 줄거리와 설정은 단순 명쾌하다. 주인공의 결핍과 욕망에 대비되는 환경을 구성해 그것을 돌파하고 극복하는 주인공의 여정을 그리는 기본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주인공 윤가민의 오랜 결핍은 성적, 따라서 욕망은 좋은 성적이다. 하지만 그가 속한 유성고등학교는 공부가 불가능에 가깝...

    1467호2022.02.25 15:00

  • [만화로 본 세상]자리-가난한 청춘들의 ‘자리’를 찾아서
    자리-가난한 청춘들의 ‘자리’를 찾아서

    한국의 서사물에서 부동산은 빠지지 않는 소재다. 아니 부동산을 빼고는 이야기가 성립되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영화 <기생충>은 주거의 격차에 대한 우화이고, 가장 유명한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대단지 아파트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의 골목 문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지난해 개봉한 <싱크홀>은 대출이 부족해 아파트 대신 연립주택을 구매한 주인공의 집이 싱크홀로 사라지는 내용이었고, <소공녀>처럼 지난 몇 년간 주목받은 독립영화들의 상당수도 주거 불안이 이야기의 중심이었다.김소희 작가의 만화 <자리> 역시 한국의 주거 문제에 관한 처절한 현실 에세이다. 작품은 그림 그리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은 20대의 송이와 순이가 제한된 보증금과 저렴한 월세를 조건으로 이곳저곳 작업실 겸 주거공간을 옮겨다니는 자전적 이야기다.첫 작업실은 고층 아파트가 ‘내려다’보이는 동네, 목욕탕으로 쓰...

    1466호2022.02.18 13:56

  • [만화로 본 세상]계절, 하루-식물을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
    계절, 하루-식물을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 사회에서 음식은 복잡한 의미를 가진다. 사람은 누구나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지만, 모두가 양질의 음식을 먹는 건 아니다. 음식은 천차만별이고, 입맛도 가지각색이다. 대충 때우는 끼니가 있는가 하면 정성스럽게 차린 밥상도 있고, 다른 존재에 폭력이 되는 음식이 있다면 모든 생명체와 공존하려는 음식도 있다. 음식마다 수만가지 의미와 사연을 담고 있는 만큼 웹툰에도 다양한 음식 웹툰이 존재한다. 음식을 먹고 향유하는 웹툰, 사람들에게 저마다 사연에 맞는 음식을 배달해주는 작품, 상황에 맞는 음식을 요리해주는 만화 등. 인사말조차 “밥 먹었어?”인 우리 사회에서 음식 이야기는 웹툰이 다양한 독자를 만날 수 있는 훌륭한 재료다.음식을 다룬 여러 웹툰 중에서 최근 가장 편안하게 즐긴 작품은 웹툰 <계절, 하루>(권경진·만화경 연재)다. <계절, 하루>는 팍팍한 도시 속 사랑을 다룬 웹툰 <낭만도시>의 후속작이다...

    1465호2022.02.11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