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를 여행하던 친구가 ‘망향의 동산’을 알려준 적이 있다. 횡성 망향의 동산은 횡성호 아래에 잠긴 마을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 전시관에는 물레, 피아노, 텔레비전 등 마을의 한구석을 담당해왔을, 오래된 물건들이 적막하게 놓여 있다.횡성호를 담고 있는 횡성댐은 강원도 내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건설됐다. 서울을 위해 만든 건 팔당댐이다. 팔당호 아래에도 물에 잠긴 마을인 우천리가 있다. 팔당호도, 횡성호도 처음부터 호수는 아니었다. 이미 아는 내용인데도 물 아래에 마을이 있었다는 사실을 종종 잊고 만다. 물론 망각 역시 특권이다. 자신이 살던 생활 터전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호수는 사무치는 장소다. 망향의 동산을 돌아보던 친구는 전시물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북받쳐 그만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한다. 마치 고장 난 수도꼭지에서 콸콸 쏟아지는 물처럼.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그런 내게 지역의 서사는 무지 속에 잠긴 이야기를 하나둘...
1484호2022.06.24 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