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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로 본 세상]학교 폭력으로 시작한 웹툰 두 편의 차이
    학교 폭력으로 시작한 웹툰 두 편의 차이

    여기 학교 폭력 장면을 담은 두 웹툰이 있다. 하나는 <외모지상주의>(박태준, 2014~), 다른 하나는 <연의 편지>(조현아, 2018)다. 모두 첫 화에서 학교 폭력 장면을 그렸다. 주인공이 학교 폭력을 뒤로하고 새 학교로 전학 간다는 점까지 닮은 두 작품은, 하지만 너무나 다르다.<외모지상주의>는 폭력 행위 묘사가 주를 이룬다. 가해자의 위압감을 강조하고 가해 행동을 액션 영화처럼 시원하게 연출하며, 피해자는 희화화해 비참하고 못나게 묘사한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혐오의 언어도 시시때때로 발화된다. 그 안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존중과 이해도,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도 찾기 어렵다.<연의 편지>는 직접적 가해행위를 거의 묘사하지 않는다. 물리적 폭력은 구타의 순간 주인공 소리가 말리는 장면으로 갈음되고, 그 후 소리로 방향을 튼 폭력은 싸늘한 시선과 책상 위 낙서로 압축되어 표현된다. 가해행위 묘사를 최소화한 반면 그것이...

    1393호2020.08.28 14:21

  • [만화로 본 세상]알바고양이 유키뽕-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는 서글픈 현실
    알바고양이 유키뽕-살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는 서글픈 현실

    ‘알바’를 뛰는 고양이가 있다. 과외부터 물류창고 그리고 건설 현장과 식당 서빙까지 종목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하는 ‘유키뽕’이라는 녀석이다. 아즈마 카즈히로가 1998년부터 15년간 연재한 만화 <알바고양이 유키뽕>의 주인공인 그는 프리터족(취업 대신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이들) 주인을 만나, 대신 월세를 벌어오기도 하고 이별의 순간 위로도 건네며 술주정도 받아주는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마치 우리의 모습처럼 말이다.유키뽕은 매번 다양한 일자리를 찾아 특유의 사교성으로 다양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주인과 함께 카페면접을 보러 간 자리에서는 여러 지원자와 경쟁했는데, 누군가는 이런 멋진 카페에서 일하는 것이 평생의 꿈이었다고 말하고, 아이를 업고 온 한 아버지는 정리해고를 당하고 아내도 도망쳐서 여기가 자신의 마지막 희망이라 애원했다. 또 누군가는 자신이 웨이트리스가 되는 것이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의 ...

    1392호2020.08.21 15:20

  • [만화로 본 세상]랑또 작가의
    랑또 작가의 <가담항설>

    <가담항설>이 얼마 전 완결되었다. 2016년 1월 연재를 시작해 4년 반 동안, 매 화마다 가슴 졸이며 기다리게 할 만큼 훌륭한 작품이었다. 가상의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박진감 있는 이야기를 통해 저항과 연대, 나를 알고 세상을 바꾼다는 것의 의미를 깊이 있게 성찰해냈다. 2018년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했고, 독자 댓글난은 늘 감동과 경탄이 넘쳤다. 그런데 독자라면 누구나 기다려 마지않던 마지막 화의 댓글난 분위기는 평소와 사뭇 달랐다. 감사와 격려의 말 사이사이, 실망과 의문의 목소리가 눈에 띄었다. 풀어내어야 할 이야기가 많은데, 갑작스레 끝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2시간짜리를 2분으로 압축한 느낌이었다.성글고 급한 마무리의 이유는 작가의 ‘건강’ 문제였다. 숟가락도 쥐기 어려울 정도로 손과 팔이 망가졌다는 것이다. 소식을 알게 된 독자들은 차라리 휴재하고 회복한 뒤 제대로 된 마무리를 하는 게 좋지 않았겠냐는 의견을 댓글에...

    1391호2020.08.14 14:22

  • [만화로 본 세상]유부녀 킬러 - 범죄자를 찾아가 단죄하는 ‘법 위의 심판자’
    유부녀 킬러 - 범죄자를 찾아가 단죄하는 ‘법 위의 심판자’

    다음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웹툰 <유부녀 킬러>는 제목 때문에 첫 화부터 불륜 로맨스로 독자에게 오해를 받았지만, 이를 기세 좋게 뒤집은 킬러물 만화다. 주인공 유보나는 지금 만 3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육아휴직을 마치고 얼마 전 회사에 복직했다. 복직한 회사에서 ‘에이스’로 칭송받는 보나는 위에서 지령받은 이들을 암살하는 스나이퍼로, 별칭은 ‘킹피셔’다. 보나가 죽이는 대상들은 지은 죄에 비해 형량을 가볍게 받아 제대로 죗값을 치르지 않고 출소한 범죄자다. 보나는 일부러 떠들썩하게 상대를 암살해 언론과 경찰의 관심을 주목시키는 역할을 한다. 보나에게 수사망이 옮겨졌을 때를 틈타 다른 팀원들은 소리소문없이 표적을 처리하는 게 이들의 방식이다.그중에서도 보나와 보나의 팀이 가장 신속하게 대응하는 건 아동·청소년 성범죄자다. 다른 범죄자들은 출소한 이후 최대 1년까지 시기를 보다가 죽이곤 하지만, ...

    1390호2020.08.07 15:24

  • [만화로 본 세상]생활툰은 어떻게 창작되고 어떻게 읽혀야 하나
    생활툰은 어떻게 창작되고 어떻게 읽혀야 하나

    “생각을 해봤어. 왜 수많은 생활툰 작가들이 주변 인물로 자기 가족이나 애인, 절친부터 등장시키는지.” ‘미쳐 날뛰는 생활툰’ 속의 아마추어 만화가 김닭은 동명의 생활툰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갔지만, 그 생활툰이 ‘날조’로 가득 찼다는 폭로로 인해 큰 타격을 입고 만다. 주변 인물들을 자기중심적으로 나쁘게 묘사한다거나, 주인공의 인생에 실제와는 다른 요소를 가미한다는 폭로 이후로 만화가 김닭이 했다는 생각은 다음처럼 결론지어진다. “걔네는 무슨 짓을 해도 절대 자기를 배신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인 거야.”작중 작가 김닭은 생활툰에 등장시킨 주변 인물의 ‘배신’이 작품에 대한 가장 큰 위해요소라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부터 딱 울타리를 쳐 놓고, 나한테 안전한 캐릭터만 푸는 거지.” 작가의 실제 삶과 생활툰 속의 삶 사이에 있는 균열&m...

    1389호2020.07.31 15:53

  • [만화로 본 세상]아저씨와 고양이-인간과 반려동물이 서로에게 반응하는 모습
    아저씨와 고양이-인간과 반려동물이 서로에게 반응하는 모습

    사진으로 일상을 공유하게 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등장한 이후, 아마 이 바닥 최고의 스타는 고양이가 아닐까 한다. 관련 해시태그는 온라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 중 하나이고, 인스타그램에 고양이 사진을 공유하는 한 계정은 벨기에 전체의 인구보다 많은 구독자를 가지고 있다. 이 현상을 관찰한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도 나왔다. 현재 우리에게 고양이는 점점 더 친숙한 대상이 되고 있다.많은 사람의 입에 고양이가 언급된다는 것은 그 아이템이 돈이 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고양이와 관련된 뉴스를 검색해봤다. 고양이 분양 전문업체가 24시간 상담을 한다거나 합리적인 분양가로 프리미엄 고양이를 분양한다는 기사가 보인다. 이게 왜 신문기사의 형태로 올라오는지는 모르겠으나. 여기에 동물병원 진료비가 부르는 게 값이라 스케일링을 받았더니 100만원이 나와 커뮤니티에서 논란이라는 소식도 있다. 역시나 돈이 문제다.무언가가 사랑을 받고 인기를 얻으면 그것에 대해 반감을 표현...

    1388호2020.07.24 16:01

  • [만화로 본 세상]위험한 접속
    위험한 접속

    직장 내 성희롱에 관한 자료를 찾다 흥미로운 텍스트를 발견했다. 1999년에 발간된 <위험한 접속>이라는 만화다. 단행본으로 정식 발간된 이 만화는 삼성생명 교육팀에서 당대 유명 만화가 중 한 사람인 강철수씨에게 제작을 의뢰해 만들어졌다.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읽으면서 여러 번 놀라게 된다.우선 직장 내 성희롱의 주요 개념들을 제법 잘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놀란다. 그 개념을 설명하는 주체가 ‘김달수’라는 점에서 또 놀란다. 김달수는 강씨가 스포츠신문에 연재했던 ‘발바리’ 시리즈의 주인공이다. ‘발바리’ 시리즈는 한 남성의 ‘성과 사랑’을 다룬다. 무수히 많은 여성이 김달수를 거쳐간다. 그런 김달수가 직장 내 성희롱을 한 여성에게 ‘맨스플레인’하는 구조다. 맙소사. 리액션이 주어진 역할의 전부인 여성은 직장 내 성희롱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보고...

    1387호2020.07.17 15:45

  • [만화로 본 세상]나의 비거니즘 만화
    나의 비거니즘 만화

    고등학교 시절부터 커피우유를 달고 살았던 나는 직장인이 돼서는 부드러운 우유 거품을 한가득 얹은 카페라테에 푹 빠져 살았다. 스트레스로 단것이 먹고 싶을 때, 혹은 무언가에 집중해야 할 땐 어김없이 달달한 우유를 찾았다. 우유만큼은 내 인생의 낙이라 불러도 좋았지만, 지금은 우유를 잘 먹지 않는다. 대신 아몬드유와 두유를 마신다. 비건인 친구들의 영향을 받아서다.사람들은 종종 누군가 자신을 ‘비건’이라고 밝히고 나면, 마치 그가 자신을 공격하기라도 한 것처럼 자신을 방어하며 상대에게 비아냥대기 시작한다. “식물도 고통을 느끼지 않아?”, “한 끼 안 먹는다고 그게 도움이 돼?” 등.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신념을 밝힌다는 건, 비판이나 저항이 아니라 비아냥과 조롱을 각오해야 하는 일인 걸까.그런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 만화 <나의 비거니즘 만화>다. 우유 대신 두유를 먹...

    1386호2020.07.10 15:00

  • [만화로 본 세상]환절기-사회적으로 ‘일반적’ ‘보편적’ 조건이 전부일까
    환절기-사회적으로 ‘일반적’ ‘보편적’ 조건이 전부일까

    당연하지만, 이야기는 사람을 둘러싼 조건에 기대어 만들어진다. 생로병사라는 조건, 국가와 법이라는 조건, 사회와 도덕이라는 조건 등이 이야기의 기반이 된다. 조건 중에는 죽음처럼 불변하며 제어 불가능한 것이 있는가 하면, 가족처럼 기준과 형태가 변하며 제어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도 있다. 어떤 조건은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새로 생겨나 큰 영향을 미치고 곧 이야기에 담기기도 한다. 물론 더 이상 사람을 둘러싼 삶의 조건이 아니게 되어 이야기에서 자취를 감추는 것도 있다.그렇다고 이야기가 그저 조건을 반영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때로 이야기가 어떤 삶의 조건을 의문에 부친다는 데 있다. “이게 정말 삶의 조건이어야 하는 것인가?” “왜 이것은 삶의 조건이 아니란 말인가?”라고 묻는 이야기들이 종종 있다. 해리엇 비처 스토의 소설 <톰 아저씨의 오두막>은 노예제라는 조건에 대해 물음표를 던졌다. 분단의 역사...

    1385호2020.07.03 17:22

  • [만화로 본 세상]우리 이만 헤어져요
    우리 이만 헤어져요

    결혼하는 혹은 결혼한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 한 권 나왔다. 이혼소송 전문인 최유나 변호사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이야기를 쓰고 남편인 김현원 작가가 그림을 그린 <우리 이만 헤어져요>다(웹툰 <메리지 레드>에 내용을 보충하고 에세이를 추가했다). 이혼에 대한 책을 선물하다니 제정신인가 싶겠지만, 책을 읽고 나면 모두 동의할 것이다. 이 책은 이혼을 독려하는 내용이 아니다. 이혼하지 않고 잘 살아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타인의 실수를 들여다볼 뿐이다.이혼은 누구에게나 무거운 주제다. 내 주변에도 이혼을 경험한 친구와 지인들이 있는데, 어떤 자리에서도 이 주제에 대해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이 겪었을 고민의 결과 깊이를 충분히 알지 못했기에 입을 떼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우리 이만 헤어져요>는 그들이 차마 언어로 내뱉지 못한 감정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이혼 변호사를 찾아왔다고 모든 의뢰인이 이혼하는...

    1384호2020.06.26 1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