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연재

만화로 본 세상
  • 전체 기사 383
  • 지구를 움직이려는 자들의 여정

    우리는 때로 사고방식 등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을 때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는 말을 쓴다. 이는 우주의 중심이 지구가 아니라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지동설’을 주장한 폴란드의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독일 철학자 칸트가 자신의 중요한 업적을 표현하는 데 처음 사용한 후 지금까지 흔히 쓰일 만큼 이 발상의 전환은 인류와 과학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다. 21세기에 사는 현재의 우리는 당연한 사실이라 놀라지 않겠지만, 이 변화를 직접 겪은 당시 사람들의 기분은 어떠했을까. 우오토의 만화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이하 지.)는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으로 그린 작품이다.작가는 <지.>의 배경을 15세기 P왕국으로, 극중 주인공들과 대립하는 악역을 C종교라고 설정한다. 모티브가 무엇인지 알기 쉽지만, 그럼에도 이것은 가상의 이야기임을 확실...

    1494호2022.09.02 11:30

  • ‘혼자’ 아프다는 것은

    ‘혼자 살면 아플 때 서러워.’ 돌볼 사람이 없으니 서럽다는 뜻이다. 결혼하지 않겠다고 공언해본 여성은 숱하게 들었을 말이다. 아플 때는 타인의 손길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라면 서럽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질병이나 사고로 몸이 아프게 된다는 건 어떤 경험일까. 다드래기의 만화 <혼자 입원했습니다>는 30대 비혼여성이 어느 날 갑자기 난소에 큰 혹이 생겨 수술하게 되면서 겪는 일을 담았다.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만화는 개인적인 투병기를 넘어 질병을 겪는 여성이 처한 사회적 문제를 조명한다.콜센터에서 일하는 조기순은 지독한 변비와 복통으로 고생한 지 오래다. 병원을 찾기로 하고는 당연히 대장질환을 먼저 떠올렸다. 부인과로 갈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내가 서른 넘도록 상식이라고 믿었던 게 전부 똥”이었다고 알아버린 친구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대장내시경을 받으러 갔을 ...

    1493호2022.08.26 15:05

  • [만화로 본 세상]반지하셋방-반지하가 그렇게 나쁜가?
    반지하셋방-반지하가 그렇게 나쁜가?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던 밤, 서울 관악구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지난 8월 11일에는 이들의 죽음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렸다. 사람들이 밝힌 촛불 하나하나 모두 무겁고 비통했다. 고인 중 1명은 일터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부루벨코리아지부 간부였다. 추모사를 읽던 동료는 “직장에서 천사라 불렸는데, 정말로 천사가 돼버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언론은 고인에게 비슷한 이름표를 붙였다. 도시빈곤층, 취약계층… 동료들의 말은 달랐다. 명랑하고 밝은 사람, 남을 돕는 사람, 가족과 행복했던 사람. 주거지가 반지하 공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호도된 이미지와 치열하게 분투하는 언어였다.사고에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는 놀라웠다. 119에 여러차례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아 제때 구조되지 못한 이들의 사고현장을 목전에 두고 대통령은 왜 미리 대피하지 못했는지 물었다. 오세훈 시장은 한술 더 떠 앞으로 서울에서 반지하주택...

    1492호2022.08.19 11:58

  • [만화로 본 세상]이것이 ‘오늘의 웹툰’의 현실이다
    이것이 ‘오늘의 웹툰’의 현실이다

    일본 만화 <중쇄를 찍자>를 원작으로 한 한국 드라마 <오늘의 웹툰>(SBS)이 시작했다. 원작은 물론 일본 드라마도 즐겁게 본 터라 궁금하던 참이었다. 배경과 인물을 모두 한국으로 옮기고 출판만화를 웹툰으로 바꾼 큰 차이를 어떻게 소화했을까 특히 궁금했다(스포일러가 있습니다).4화까지 보니 <오늘의 웹툰>은 일본의 출판만화 연재에서나 있을 법한 에피소드를 무리하게 ‘웹툰화’하고 ‘한국화’했다. 그러다 보니 출판만화 편집부도 웹툰 서비스팀도 아닌, 편집자도 웹툰 PD도 아닌 어중간한 모양새가 자주 연출된다. 3화의 ‘재작업’ 에피소드가 특히 그렇다.원작에는 주인공인 편집자 코코로가 작가에게 콘티 재작업을 요청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콘티란 최종 작화를 제외한 모든 대사와 연출이 담긴 러프(rough)한 원고다. 완성본의 청사진이라 할 콘티는 만화 제작의 필수 단...

    1491호2022.08.12 13:31

  • [만화로 본 세상]소원을 이뤄주는 서랍, 그런데…
    소원을 이뤄주는 서랍, 그런데…

    랑또 작가의 <니나의 마법서랍>은 널리 알려진 <천일야화> 에피소드 중 ‘알라딘의 요술램프’의 현대적 각색이다. 카드에 쓰기만 하면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서랍이 주인공 니나의 손에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사건과 사고 그리고 당연하게 러브스토리가 담겨 있다. 예상하다시피 소원을 빈다고 모든 것이 원활하게 돌아가지는 않는다.<니나의 마법서랍>의 탁월함은 설정에서 시작한다. 이 마법서랍은 램프의 지니와는 다르게 현실세계의 어떤 것을 바꿔주지는 않는다. ‘취업하게 해줘’라고 쓰면 현실에서 복제한 서랍 속 세계의 회사에 취업하는 식이다. 회사 밖을 나서면 아무것도 없다. 결국 마지막 카드 한장은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게 해줘’가 되는데, 서랍 속의 세상은 현실보다 두 배 빠르게 시간이 흐른다. 이런 페널티가 <니나의 마법서랍>을 꿈꾸는 독자에게 깊은 고민을 요구한...

    1490호2022.08.05 14:37

  • [만화로 본 세상]어머니도 딸도 아닌 너와 나
    어머니도 딸도 아닌 너와 나

    <해오와 사라>는 세계와 불화하는 소녀들의 성장 이야기다. 1947년 우도에서 물질하며 살아가는 해오는 어느 날 말도 없이 떠나버린 엄마로 인해 상처 입은 열다섯 살 소녀다. 해오는 엄마를 미워하고 그리워한다. 어느 날 바닷가로 떠밀려온 비슷한 나이의 인어(人魚) 사라를 만나면서 세상의 비밀을 조금씩 알아간다. 사라 또한 엄마를 잃은 소녀다. 인간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반쪽이’라는 소문에 시달리는 인어다. 사라가 제주 바다로 온 것은 이곳이 해녀의 바다이면서 인어의 바다이기도 해서다. 인어사회를 유지할 어린 인어가 태어나는 곳. 새로운 인어와 함께 귀환할 중차대한 임무를 맡고 파견된 인어들 속에 사라가 있다. 사라는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인어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기를 꿈꾼다. 두 소녀는 세계의 법칙에 몸을 맞추려 애쓰다가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깨닫고 위험을 무릅쓴 이주를 결행한다.세계를 넘나드는 해오와 사라의 이야기는 세계를 넘...

    1489호2022.07.29 14:16

  • [만화로 본 세상]거짓말들-그게 정말 거짓말이었을까
    거짓말들-그게 정말 거짓말이었을까

    최근 장안의 화제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거짓말에 관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변호사 우영우는 상대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의 행동을 관찰한다. 코를 자꾸 긁거나, 손을 감추거나 허벅지를 쓸어내리는 제스처들. 거짓말을 할 때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을 몸으로 드러낸다.거짓말을 하는 이들이 모두 같은 목적을 가진 건 아니다. 남을 속여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한 거짓말이 있는가 하면, 순전히 타인을 위해 하는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 혹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일 때도. 미깡 작가의 단편 만화집 <거짓말들>에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여러 종류의 거짓말이 등장한다. <거짓말들>의 에피소드는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거짓말과 진실이 반쯤 섞인 밀회의 밤, 사기인 줄 알면서도 오히려 흔쾌히 속아 넘어가 준 일화, 직장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자녀를 위한 거짓말. 이 거짓말에는 제각기의 사연과 이유...

    1488호2022.07.22 11:15

  • [만화로 본 세상]정년이-‘왕자가 사라진 시대의 왕자’란?
    정년이-‘왕자가 사라진 시대의 왕자’란?

    “여성국극. 연기로 승부를 거는 연극과 다르고, 한사람이 모든 배역을 도맡는 판소리와도 다르다. 춘향이부터 향단이까지, 다시 방자부터 이몽룡까지. 배우는 전원 여자다. 소리, 춤, 연기. 모두 빠질 것 없는 최고의 여성들만이 국극 무대에 오를 자격을 갖는다.”웹툰 <정년이>에 서술된 여성국극에 대한 요약이다. 여성국극은 1948년 시작된 한국의 극예술 장르로, 1950년대에 최전성기를 구가했다. 극중 1956년부터 시작된 <정년이>는 137화에 걸친 이야기 속에 최전성기 여성국극과 배우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담아냈다. 기점을 기준으로 1956년을 2019년에 담았으니 그 시차가 60년이 넘는데, 이만한 시차를 둔 두 시대의 만남이 흥미롭다. 여성국극의 남역(男役) 주인공을 두고 <정년이>는 ‘왕자가 사라진 시대의 왕자’라 칭한다. 두 시대를 잇는 핵심어도 이것이다. ‘왕자가 사라진 시...

    1487호2022.07.15 14:29

  • [만화로 본 세상]살기 위해 택한 여장이 가져온 것
    살기 위해 택한 여장이 가져온 것

    이쯤에서 만화 <여장 남자와 살인자>를 다시 꺼내보는 것이 적절해보인다. 프랑스 작가 클로에 크뤼쇼데의 이 그래픽 노블은 전쟁의 참상과 다양한 젠더 이슈가 뒤죽박죽 섞여 있는, 화려한 수상 이력의 작품이다. 우리는 지금 세계질서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전쟁을 겪으며, 가까이에서는 젠더 갈등을 수없이 목격하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배경인 작품 속 인물들의 생각과 2020년대를 사는 지금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다를지 아니면 여전히 (당시의 사람들처럼) 고집스러울지 궁금하다.폴과 루이즈는 파리의 연인이다. 그들은 이내 결혼하지만,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에 제1차 세계대전을 맞이한다. 남편 폴은 징집돼 전쟁터로 보내지고 루이즈는 기약 없는 기다림을 시작한다. 폴은 자신감에 차 있는 군인이었다. 자신의 눈앞에서 동료의 얼굴이 폭탄에 날아가는 순간 그의 용기는 모두 가짜가 됐다. 그는 자기 손가락을 자르고 전투 중 다친 것처럼 연기한다. 커다란 부상에도 다시 ...

    1486호2022.07.08 14:23

  • [만화로 본 세상]‘식알못’이었던 그가 ‘식물광’이 된 사연
    ‘식알못’이었던 그가 ‘식물광’이 된 사연

    <크레이지 가드너>는 식물을 키우는 일에 관한 만화다. 화분을 선물 받는 족족 죽게 만드는 ‘식알못’이 200개의 다채로운 식물과 함께 살아가는 ‘식물에 미친’ 사람이 돼버린 후의 이야기다. 다양한 몸을 가진 식물은 서로 다른 생육환경을 요구한다. 까다로운 조건에 맞춰 식물을 키우는 기쁨과 고난, 어렵게 길어 올린 노하우를 마일로 작가 특유의 유머가 담긴 화법으로 전달한다. 그렇다 보니 식물을 돌보는 독자들이 작가와 주고받는 다양한 고민 상담이 쏟아졌고, 그 이야기들이 본편만큼이나 흥미를 자아냈다.누구라도 <크레이지 가드너>의 대열에 동참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힘이 있는 이 만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식물을 의인화한 표현이다. 식물이 상황에 따라 인간의 표정과 몸으로 표현되면서 독자는 식물을 보다 ‘친근하게’ 느끼게 된다. 인간은 무심결에 ‘얼굴 없는’ ...

    1485호2022.07.01 14: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