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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석구석 과학사](30)신기한 한자로 가득 찬 중국의 주기율표
    (30)신기한 한자로 가득 찬 중국의 주기율표

    중국의 원소 주기율표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처음 보는 신기한 한자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원소들이 딱 한 글자의 한자로 표시되어 있다. 일본이나 한국의 원소 이름과는 사뭇 다르다.스트론튬, 베릴륨, 이리듐…. 화학 원소 이름은 낯설고 입에 잘 붙지 않는다. 다른 한국어 낱말들과는 너무 이질적이어서 끝말잇기에서도 일종의 반칙으로 친다. 더욱이 그나마 수십 년 동안 써오던 원소와 화합물의 이름을 최근에는 미국식으로 한 번 더 바꿔서 나트륨과 소듐, 칼륨과 포타슘 등 옛 용어와 새 용어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되기도 한다(여기에 대해서는 지난 2017년 7월 11일 이 연재 10회에서 한 번 다루기도 했다).이유 있는 중국의 주기율표원소나 화합물의 이름이 생소한 것은 그것이 기본적으로 우리가 감각하는 세계를 뛰어넘는 생각들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금, 은, 구리, 철, 수은 등 먼 옛날부터 분리된 원소 상태가 알...

    1274호2018.04.23 14:41

  • [구석구석 과학사](29)최초로 한국인 치료하고 가르친 한국인 의사
    (29)최초로 한국인 치료하고 가르친 한국인 의사

    김익남은 1899년 도쿄지케이의원의학교를 졸업하여 한국인 최초로 일본에서 교육 받은 의사가 되었다. 또 김익남은 대한제국의 ‘의학교’ 교관(교수)으로 복무하며 한국인 학생들을 가르쳐 우리나라 의사의 첫 세대로 길러냈다.2018년 4월 5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구내에 새로운 동상 하나가 섰다. 한국 근대의학의 선구자 김익남(1870∼1937)의 동상이다.한국 출신으로 최초의 서양식 의사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서재필(1864∼1951)이다. 그는 1884년 갑신정변에 가담했다가 미국으로 망명하여 1892년 워싱턴 DC의 컬럼비안대학교(오늘날의 조지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893년 정식 의사면허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계를 위해 의과대학 강사와 개업의로 일했던 몇 년을 빼면 서재필은 의사로서보다는 정치가 또는 사회운동가로서 살았다.한편 한국인 최초의 여성 의사는 김점동(1876∼1910)이다. 본명보...

    1272호2018.04.09 16:50

  • [구석구석 과학사](28)4차 산업혁명,  번역 속에서 길을 잃다
    (28)4차 산업혁명, 번역 속에서 길을 잃다

    제4차 산업혁명의 ‘제4차’와 4차 산업의 ‘4차’는 각각 영어로는 fourth와 quaternary라는 분명히 다른 단어다. 하지만 한국어로는 둘 다 ‘4차’라고 옮기는 바람에 같은 말인 양 헷갈리게 되는 것이다.지난 2017년 유행한 낱말 중 가장 강한 생명력을 얻은 것이 ‘4차 산업혁명’일 것이다. 전·현직 대통령부터 동네 학원에 이르기까지 너나할 것 없이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며 서둘러 여기에 대비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져 큰 낭패를 볼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대전시는 대덕연구단지가 자리 잡은 이점을 살려 ‘4차 산업혁명 특별시’를 자처하고 나섰다. 사설학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나 관공서의 공식 문서에서도 ‘4차 산업 전문가 양성과정’ 같은 문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4차 혁명’...

    1270호2018.03.26 17:04

  • [구석구석 과학사](27)딸기에게도 조국이 있는가?
    (27)딸기에게도 조국이 있는가?

    자연에서 태어난 식물에 대해 특정한 국가나 개인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가?있다면 그 근거는 무엇이며 정확히 무엇에 대한 권리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가?평창올림픽이 낳은 화젯거리 가운데 여자 컬링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대표팀과 명승부를 펼쳤던 일본 대표팀도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 선수가 시합 도중 간식으로 먹었던 한국 딸기의 맛을 칭찬하자 일본 농림수산상이 “일본 품종이 유출된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이것이 한·일 양국에서 뉴스가 될 정도였다.일본 쪽 주장은 이미 국내의 여러 매체에서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밝혔다. 일본 딸기 품종이 한국에 도입된 것은 한국이 품종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하는 국제협약에 가입하기 전의 일이었고, 현재 한국에서 널리 재배되는 딸기 품종은 과거 도입한 품종을 모태로 한국에서 개량한 것이므로 엄연한 한국 품종이다.‘재산’으로 보호 받는 새로운 식물...

    1268호2018.03.12 16:40

  • [구석구석 과학사](26)또 하나의 올림픽, 기능올림픽을 아세요
    (26)또 하나의 올림픽, 기능올림픽을 아세요

    1977년 제23회 대회에서 한국이 처음으로 종합우승을 달성하자 성대한 환영행사가 열렸다. 돌아온 선수단은 김포공항에서 무개차를 타고 서울시청까지 행진을 했고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치사를 받았다.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 13개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 대한체육회는 예정에 없던 서울 시내 거리 퍼레이드를 벌였다. 그런데 개선행사를 부랴부랴 준비하다 보니 선수들의 귀국 일정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등의 문제가 일어났다. 도심 교통을 통제하고 ‘국위 선양’을 한 운동선수들이 행진하는 것도 시대에 맞지 않고, 군사정권 시절을 방불케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한국 사회는 참 빨리 변한다. 20여년 전만 해도 이런 식의 퍼레이드는 열띤 호응을 받았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양정모 선수가 첫 금메달을 딴 뒤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과 1988년 서울올림픽 등 이어진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은 영웅 대접을 받았다. (198...

    1266호2018.02.26 18:36

  • [구석구석 과학사](25) 누군가에겐 추억, 누군가에겐 현실 ‘연탄’
    (25) 누군가에겐 추억, 누군가에겐 현실 ‘연탄’

    공기가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을 많이 만들어서 연소가 활발해지고 화력이 높아지며 완전연소에 가까워지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원통형의 연탄은 이 단점을 개량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의 시 ‘너에게 묻는다’의 전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시를 기억하는 것은 간결하면서도 주제가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주제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많은 한국인들이 연탄재와 그것을 발로 차는 행위가 어떤 것인지 설명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집에서 연탄을 때던 기억이 남아있는 세대는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것 같은 연탄의 검은 표면을, 추운데 밖으로 나가 연탄을 갈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아궁이를 열 때 확 풍겨오는 가스냄새를, 의외로 쓰임새가 많던 연탄집게를 기억한다. 또 겨울에 골목길이 얼면 연탄재를 부숴 흩...

    1264호2018.02.06 10:22

  • [구석구석 과학사](24) 세계 과학계 선두에 있던 ‘세종시대 조선’
    (24) 세계 과학계 선두에 있던 ‘세종시대 조선’

    전상운은 한국과학사의 실질적인 제1세대로서, 장영실이라는 인물을 알렸을 뿐 아니라 한국 과학기술사의 중요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도 큰 업적을 남겼다. 그는 1966년 기념비적인 통사 <한국 과학기술사>를 펴냈다.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은 사극의 단골 소재로 사랑 받아 왔다. 대략 10년에 한 번꼴로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제작됐는데 이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적지 않다. 촬영이나 제작기법이 발전할 뿐만 아니라 역사학계가 쌓아 올린 연구 성과가 반영돼 내용도 풍성해지곤 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만든 작품일수록 등장인물이 많아지고 역할도 다양해진다. 여기에는 가상의 인물도 있지만 역사가들이 새롭게 발굴한 인물들이 많다. 인물에 대한 해석도 선인과 악인이 대립하는 단순한 구도를 벗어나 점점 입체적으로 되어 왔다.‘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세종최근에 세종을 다룬 드라마의 특징 중 하나는 극중에서 과학기술의 비중이 점점 높아...

    1262호2018.01.23 09:37

  • [구석구석 과학사](23) 올해는 ‘황금개’가 아니고 ‘누렁개’의 해다
    (23) 올해는 ‘황금개’가 아니고 ‘누렁개’의 해다

    이렇게 정색을 하고 나서면 “어차피 오행 같은 것은 미신일 뿐인데 그리 까다롭게 따지고 들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을 이도 있을 것이다. 사실 속신의 세계에서는 오행도 결국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해줄 핑곗거리일 뿐이다.양력으로는 2018년 새해가 왔지만 음력으로는 정유년이 끝나지 않았다. 음력으로는 아직 섣달도 아니고 동짓달이건만, ‘황금개띠해’니 하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간지를 따지면 새해는 무술(戊戌)년이므로 ‘누런 개의 해’는 맞다. 십간에서 무(戊)와 기(己)는 노랑색에 해당하며, 십이지에서 술(戌)은 개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와 ‘기’가 노란색인 것은 이들이 오행 가운데 토(土)와 대응하기 때문이다. (열 천간 중 갑과 을, 병과 정, 무와 기, 경과 신, 임과 계가 각각 오행 중 목, 화, 토, 금, 수에 대응한다.) ‘...

    1260호2018.01.08 16:05

  • [구석구석 과학사](22) 한 해의 시작 1월 1일, 천문학적으로 특별한가
    (22) 한 해의 시작 1월 1일, 천문학적으로 특별한가

    태양과 지구의 위치만 고려하면 모든 것이 새로 시작하는 동지를 한 해의 시작으로 잡는 것이 합리적일 듯도 한데 어째서 우리는 천문학적으로는 별반 특별할 것 없는 날 새해를 시작할까?동지,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이며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낮은 날이다. 실제 날씨는 1월이나 2월에 더 춥게 느끼기는 하지만, 천문학적으로는 겨울이 그 끝에 다다른 날이어서 ‘동지(冬至)’라고 부른다.반복되는 운동에서 한쪽 방향으로 끝에 다다르면 그 순간 반대방향으로 운동을 시작한다. 동지는 겨울의 절정이자 동시에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여정의 시작이다.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낮은 날이므로 그 다음날부터는 날마다 태양의 고도가 높아지고 낮도 점점 길어진다.이런 특징 때문에 여러 문명권에서 동지는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태양의 남중고도가 가장 높아지는 하지도 중요하지만, 따뜻한 여름의 절정인 하지는 동지만큼 절실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동지는 새로운 희망의...

    1258호2017.12.26 18:59

  • [구석구석 과학사](21) 사시사철 과일·채소, 지속가능 농업인가
    (21) 사시사철 과일·채소, 지속가능 농업인가

    온실재배 기술은 비닐이나 농약 등 각종 자재의 공급을 화석연료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취약점을 안고 있다.전래동화 중에 못된 원님이 아전을 골탕 먹이려고 한겨울에 딸기를 구해 오라는 영을 내리는 이야기가 있다. 아전이 집에 돌아와 머리를 싸매자 아들이 원님을 찾아가 “아버지가 딸기를 따다가 뱀에 물려 제가 대신 왔습니다”라고 아뢰고, “겨울에 뱀이 어디 있느냐”고 호통을 치는 원님에게 “그러면 겨울에 딸기는 어디 있습니까”라고 대꾸하여 말문을 막았다는 것이다.이렇게 ‘한겨울에 딸기’라고 하면 약 100년 전(전래동화가 문자로 기록된 것은 20세기 초의 일이다)까지만 해도 있을 수 없는 물건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한겨울이라도 집 근처 작은 가게에서도 알 굵고 당도 높은 딸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딸기만이 아니다. 한국인이 먹는 과일과 채소 대부분이 사시사철 생산되고 있다. 가정의 김장 규모가 줄어든 것은 가족의...

    1256호2017.12.12 1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