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각기병이 비타민B1(티아민)의 결핍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당시 사람들은 이를 알지 못했다. 아니, 각기병에 대한 연구가 비타민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감염병은 오랫동안 인류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였다. 한 집단의 사람들이 남녀노소, 선한 이 악한 이, 건강한 이 병약한 이를 가리지 않고 줄줄이 쓰러지고 목숨을 잃는 광경은 그야말로 죽음의 신이 낫을 휘두르고 다니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옛날 사람들은 감염병이 독한 기운이나 오염된 공기 같은 것이 특정한 장소에 퍼져 일어나는 것이라고 믿었다.감염병의 원인이 아주 작은 다른 생명체라는 건 1880년대가 되어서야 알려졌다. 독일의 로베르트 코흐(1843~1910)는 콜레라와 결핵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분리해냈고, 이 병원체가 몸속에 들어가야만 병에 걸린다는 것을 실험으로 보여주었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1822~1895)는 미생물과의 접촉을 막으면 유기물의 부패도 일어...
1294호2018.09.10 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