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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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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석구석 과학사](40)각기병을 연구하다 비타민을 찾아내다
    (40)각기병을 연구하다 비타민을 찾아내다

    오늘날 우리는 각기병이 비타민B1(티아민)의 결핍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당시 사람들은 이를 알지 못했다. 아니, 각기병에 대한 연구가 비타민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감염병은 오랫동안 인류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였다. 한 집단의 사람들이 남녀노소, 선한 이 악한 이, 건강한 이 병약한 이를 가리지 않고 줄줄이 쓰러지고 목숨을 잃는 광경은 그야말로 죽음의 신이 낫을 휘두르고 다니는 것처럼 보였으리라. 옛날 사람들은 감염병이 독한 기운이나 오염된 공기 같은 것이 특정한 장소에 퍼져 일어나는 것이라고 믿었다.감염병의 원인이 아주 작은 다른 생명체라는 건 1880년대가 되어서야 알려졌다. 독일의 로베르트 코흐(1843~1910)는 콜레라와 결핵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분리해냈고, 이 병원체가 몸속에 들어가야만 병에 걸린다는 것을 실험으로 보여주었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1822~1895)는 미생물과의 접촉을 막으면 유기물의 부패도 일어...

    1294호2018.09.10 15:23

  • [구석구석 과학사]적기 공습과 비타민A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적기 공습과 비타민A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비타민A를 충분히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거리가 3000m까지 더 길어지므로, 비타민A의 공급이 적기의 공습을 미리 알아차리고 방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요지였다.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기관지였던 <매일신보> 1944년 3월 4일자에는 ‘방공(防空)과 비타민의 관계’라는 기사가 실렸다. 비타민A를 충분히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물을 식별할 수 있는 거리가 3000m까지 더 길어지므로, 비타민A의 공급이 적기의 공습을 미리 알아차리고 방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요지였다. 매일신보는 심지어 일본이 “방공 비타민 전쟁에 있어서도 적 미국과 영국을 훨씬 압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근해에서 잡은 대구 간유의 품질이 세계적으로 뛰어날뿐더러 전쟁 중 새로 점령한 동남아시아에서 들여온 팜유를 섞어 비타민 보충제를 만들기 때문에 비타민A와 카로틴 등이 풍부하다는...

    1292호2018.08.27 14:49

  • [구석구석 과학사]자연의 숫자, 인간의 숫자
    자연의 숫자, 인간의 숫자

    열역학이 확립된 다음, 섭씨 영하 273.15도는 ‘절대 0도(K)’로 새롭게 정의되었다. 이에 따르면 1기압에서 물이 어는 점은 절대온도 273.15도이며, 끓는 점은 373.15도이다.북반구 전체가 더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그 더위를 언어로 표현하는 감각은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한국 사람들은 “오늘도 35도를 넘었습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후끈한 더운 바람을 상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35도’라고 하면 초겨울의 쌀쌀한 바람을 떠올릴 것이고, ‘100도’쯤 되어야 무더위라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중국서 칭한 ‘섭이수사=섭씨, 화륜해특=화씨’이는 한국과 미국이 사용하는 온도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35도는 섭씨 35도(35℃)이고, 미국 사람들이 말하는 35도는 화씨 35도(35℉)다. 화씨 35도는 섭씨...

    1290호2018.08.13 14:51

  • [구석구석 과학사]운동이 열로, 열이 운동으로 ‘열역학 법칙’
    운동이 열로, 열이 운동으로 ‘열역학 법칙’

    열을 운동에너지로 바꾸는 기술과 함께 증기기관과 가솔린기관 등이 발전했다면, 운동에너지나 화학적에너지를 이용하여 열을 옮기는 기술 덕택에 탄생한 것이 냉장고와 에어컨이다.뜨겁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열이란, 그리고 온도란 무엇인가? 우리는 왜, 어떻게 뜨거움을 느끼는가? 불꽃은 뜨거움 그 자체인가, 아니면 그 원인인가, 그 결과인가?불은 과연 ‘물질’일까 아닐까불은 인류가 다른 동물들과 달리 문명을 일구도록 해준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였다. 인간에게 필수적인 여러 가지 물리·화학적 반응도 불 덕분에 일어난다. 따라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불이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 물질 중 하나라고 믿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은 세계를 이루는 근본물질이 무엇인지 궁리하는 데 골몰했다. 르네상스 시대까지 명맥을 유지한 ‘4원소설’은 물·공기&m...

    1288호2018.07.30 15:02

  • [구석구석 과학사](36)이슬람과 중국의 천문학을 아우른
    (36)이슬람과 중국의 천문학을 아우른 <칠정산>

    세종 시대의 천문학자들은 당시 세계 천문학의 두 최고봉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었으니, 그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서기 610년, 아라비아반도 메카의 상인 무함마드는 하느님의 계시를 들었다면서 유일신 신앙에 바탕을 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설파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메카의 지배층들은 처음에는 무함마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상대하지 않았지만 그와 추종자들의 세력이 점점 커지자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서기 622년, 박해에 시달리던 무함마드는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지역 세력들 사이의 반목으로 몸살을 앓던 이웃 도시 메디나에서 그에게 갈등을 중재할 지도자 역할을 의뢰한 것이다. 무함마드는 추종자들과 함께 메디나로 이주하여 새로 터전을 잡았고, 거기서 힘을 길러 결국 메카를 점령하고 나아가 아라비아 반도 전역을 장악했다. 유일신에게 ‘복종한다’는 뜻의 아랍어 ‘이슬람’은 무함마드...

    1286호2018.07.16 16:31

  • [구석구석 과학사](35)백야의 라마단에는 언제 식사를 할까?
    (35)백야의 라마단에는 언제 식사를 할까?

    이슬람 법학자들은 “해가 지지 않는 지역에서 라마단을 맞은 무슬림들은 메카의 시간을 따르거나 주변에서 가장 가까운 해가 지는 지역의 시간을 따라 단식을 풀어도 좋다”고 유권해석을 내려 두었다.지난 6월 21일은 올해 낮이 가장 긴 날, 하지(夏至)였다. 북반구에서 태양이 가장 높이 남중하는 날이기도 하다. 현대인들은 계절의 감각을 잊고 살기 쉽지만 하지와 동지는 계절의 전환점이 되는 중요한 날이다. 특히 위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햇빛이 비스듬히 들어오고 여름과 겨울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곳에 살아온 사람들은 하지와 동지에도 더 많이 신경을 썼고 그 절기들을 기념하는 풍속을 발전시켜 왔다.현대사회에서는 과거에 예상치 못했던 흥미로운 일들이 생기곤 한다. 이슬람의 성스러운 달인 ‘라마단’에는 건강상 보호 받아야 하는 이들을 빼고는 모든 무슬림들이 엄격한 단식의 의무를 진다. 한 달 동안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물 한 모...

    1284호2018.07.02 15:05

  • [구석구석 과학사] (34)20세기 과학을 상징하는 원자 궤도 모형
    (34)20세기 과학을 상징하는 원자 궤도 모형

    20세기 과학기술을 상징하는 도상을 꼽는다면 빠지지 않고 들어갈 한 가지는 원자 모형일 것이다. 원자와 그 내부를 이해하는 데서부터 오늘날의 전자공학과 전자산업이 태동했기 때문이다.국가나 기관의 휘장에 담긴 그림들은 실제의 대상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라기보다는 대개 특정한 가치나 주장을 상징하는 것이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시대에 만든 휘장들은 산업과 기술의 상징을 그려 넣은 경우가 많다. 이것은 산업과 기술이 가져올 물질적 풍요를 상징하는 것을 넘어서, 근대의 진보를 상징하는 핵심 사상으로서 과학기술을 중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때로는 추상적인 사상 그 자체가 휘장에 등장하기도 한다. 1889년 공화국 수립과 함께 제정한 브라질 국기에는 ‘질서와 진보(Ordem e Progresso)’라는 모토가 적혀 있는데, 이는 과학기술을 통한 인류의 진보를 낙관했던 계몽사상가 오귀스트 콩트의 모토 ‘사랑을 원리로, 질서를 기반으로, 진보를 목표...

    1282호2018.06.19 15:39

  • [구석구석 과학사](33)국장에 담긴 사회주의 국가들의 ‘풍요의 꿈’
    (33)국장에 담긴 사회주의 국가들의 ‘풍요의 꿈’

    사회주의 국가들은 봉건시대의 유산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유물론 철학의 가르침에 충실하게 새로운 시대의 국장을 만들고자 했다.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별과 혁명적 구호들, 그리고 농업과 공업의 상징들로 채워진 이유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5월 초 중국 다롄(大連)을 방문할 때 전용기 ‘참매1호’를 언론에 공개했다. 북한 지도자들은 우방국을 방문할 때에도 비행기를 타는 일이 드물었기에, 이렇게 최고지도자가 전용기로 해외를 찾은 모습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북한이 ‘정상국가’로의 전환을 꾀한다는 신호로 해석되었다.특히 전용기 외면에 북한의 국장(國章)을 그려 넣은 것이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북한의 국장은 관련 전문가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들은 볼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장의 모습도 흥미롭다. 남한 국장이 태극기와 무궁화만 담겨 있는 추상적이고 절제된 모습인 데 비해 북한 국장은 백두산, 벼, 댐...

    1280호2018.06.04 15:45

  • [구석구석 과학사](32)희토류는 통일 한국의 노다지가 될 것인가?
    (32)희토류는 통일 한국의 노다지가 될 것인가?

    희토류가 포함된 광석에는 대개 우라늄이나 토륨 같은 방사성 원소도 함께 들어 있으므로, 이를 채굴하고 정련하는 과정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나오고 이것이 주변의 흙과 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지난 4월 27일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남북관계에 대한 각종 장밋빛 기대가 난무하는 가운데 ‘희토류’라는 생소한 낱말이 여러 군데 오르내렸다. 북한에 희토류 광물이 많이 묻혀 있어 앞으로 큰 개발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보도도 줄을 이었고, 심지어 ‘북한 희토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희토류 개발 기술을 보유한 ○○○회사의 주가가 올랐다’는 홍보성 글이 주식정보지에 등장하기도 했다.희토류 원소(希土類元素·rare earth elements), 또는 희토류 금속이란 원소주기율표 아래쪽에 자리 잡은 란타넘족(Lanthanide) 원소 열다섯 개와 그에 인접한 스칸듐(Sc)과 이트륨(Y) 등 모두 열...

    1278호2018.05.21 16:08

  • [구석구석 과학사](31)전쟁 중 헤어진 아들, 새의 인식표로 찾다
    (31)전쟁 중 헤어진 아들, 새의 인식표로 찾다

    원병오가 조류학 연구자로 성장한 뒤였다. 북방쇠찌르레기를 연구하던 원병오는 새들에게 일본에서 구해 온 인식표를 달아주었고, 그 가운데 1963년에 포획했던 한 마리가 1965년 평양에서 아버지 원홍구의 눈에 띈 것이다1965년 여름, 북한의 원로 조류학자 원홍구(元洪九·1888~1970)는 평양 만수대 근처에서 철새인 북방쇠찌르레기 한 마리를 잡았다. 그는 새를 관찰하다가 다리에 추적용 알루미늄 가락지(인식표)가 채워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누군가 다른 연구자가 그보다 앞서 이 새를 잡았다가 인식표를 채우고 놓아주었다는 것을 뜻했다. 철새의 이동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흔히 이용하는 연구방법이다.그런데 원홍구는 가락지에 ‘農林省 JAPAN C7655’라는 일본 표지가 새겨져 있다는 데 주목했다. 북방쇠찌르레기가 일본에서 서식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의 조류학계에 이 인식표의 내력에 대해 묻는 편지를 보냈다....

    1276호2018.05.08 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