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터법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세상을 바라보고 만족했던 프랑스 계몽주의자들은 시간도 십이진법에서 십진법으로 재편하고자 했다. 하루를 10시간으로, 1시간을 100분으로, 1분을 100초로 새로 정하자는 것이었다.숫자는 인간이 만든 것이다. 동물들도 간단한 수를 헤아릴 수 있지만, 숫자라는 기호와 그것을 토대로 쌓아올린 수학이라는 체계는 인간이 서로 약속하여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숫자와 수학으로 표현되는 자연현상은 엄연히 실재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규칙과 과정은 인간의 문명 안에 존재한다.그래서 숫자를 다루는 규칙은 문명에 따라 나름대로 특색있게 발전해 왔다. 인간의 손가락이 열 개여서인지 대부분의 문명이 십진법을 바탕으로 삼기는 했지만, 숫자를 세는 이름 등을 살펴보면 미묘한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십’ 다음에 ‘십일’과 ‘십이’가 이어지는 식으로 십진법 체계가 일관되게 숫자 이...
1340호2019.08.09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