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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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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석구석 과학사](60) 왜 시간에서는 60이라는 숫자를 쓸까
    (60) 왜 시간에서는 60이라는 숫자를 쓸까

    미터법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세상을 바라보고 만족했던 프랑스 계몽주의자들은 시간도 십이진법에서 십진법으로 재편하고자 했다. 하루를 10시간으로, 1시간을 100분으로, 1분을 100초로 새로 정하자는 것이었다.숫자는 인간이 만든 것이다. 동물들도 간단한 수를 헤아릴 수 있지만, 숫자라는 기호와 그것을 토대로 쌓아올린 수학이라는 체계는 인간이 서로 약속하여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숫자와 수학으로 표현되는 자연현상은 엄연히 실재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규칙과 과정은 인간의 문명 안에 존재한다.그래서 숫자를 다루는 규칙은 문명에 따라 나름대로 특색있게 발전해 왔다. 인간의 손가락이 열 개여서인지 대부분의 문명이 십진법을 바탕으로 삼기는 했지만, 숫자를 세는 이름 등을 살펴보면 미묘한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십’ 다음에 ‘십일’과 ‘십이’가 이어지는 식으로 십진법 체계가 일관되게 숫자 이...

    1340호2019.08.09 14:40

  • [구석구석 과학사](59)근대 동아시아인, 튼튼한 장을 소망하다
    (59)근대 동아시아인, 튼튼한 장을 소망하다

    고기와 우유를 권장하면 국민들이 키가 쑥쑥 커져서 서양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리라는 정치지도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하루아침에 식단을 바꾼 동아시아의 민중들은 소화불량과 배탈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호소하기 시작했다.지금은 보기 어렵게 된 풍속 가운데 ‘우량아 선발대회’라는 행사가 있다. 분유회사가 후원하던 대회였는데, 덩치 큰 유아들을 선발해 상품을 주고, 아이들을 자기 회사 분유의 모델로 쓰기도 했다. 뒷날 모유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되고 아이나 어른이나 덩치가 큰 것보다는 균형 잡힌 몸매를 선호하게 되면서 이 대회도 슬그머니 사라져 갔지만 고도성장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거나 아이를 키웠던 이들은 많이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서양인의 몸, 서양인의 음식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에서 근대로 접어들면서 큰 신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단순히 키가 큰 사람이 인기가 많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한 명 한 명의 신체가 ...

    1338호2019.07.26 17:55

  • [구석구석 과학사](58)인간이 고안한 ‘칼로리’, 인간을 지배하다
    (58)인간이 고안한 ‘칼로리’, 인간을 지배하다

    에너지 개념을 적용하면, 우리의 몸은 기계와 다를 것이 없다. 대단히 복잡하고 정교하지만, 결국은 땔감(영양소)을 공급받아 그것을 운동 또는 열의 형태로 변환하여 각 기관에서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다.인간은 먹어야 산다. 하지만 왜, 어떻게 그런가? 우리가 먹은 음식은 어떻게 우리 몸을 지탱하고 힘을 주는가? 이 당연해 보이는 일을 아귀가 잘 맞게 설명하기 위해 예로부터 수많은 현인들이 여러 가지 궁리를 했다. 고대 그리스의 갈레노스는 인간이 먹은 음식물이 정맥을 따라 간에서 ‘자연의 영’으로 바뀌고, 이것이 심장에서 깨끗한 공기와 만나 ‘생명의 영’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맥을 따라 뇌로 간 생명의 영은 다시 정화되어 ‘운동의 영’이 되고, 신경계를 따라 흐르며 우리 몸 각 부분에 명령을 내려준다는 것이다.열과 에너지, 그리고 영양한편 동아시아 전통의학에서는 인간이 음식을 먹으면 그 안에 담...

    1334호2019.06.28 15:28

  • [구석구석 과학사](57)인도에서 발명한 ‘영(0)’ 문명을 바꾸다
    (57)인도에서 발명한 ‘영(0)’ 문명을 바꾸다

    모든 문명이 숫자를 만들어 냈지만, 오늘날 전세계 대부분의 사람은 인도-아라비아 숫자를 쓰고 있다. 이 숫자 체계의 가장 큰 장점은 인도에서 발명한 ‘영(0)’이라는 기호다.수를 세는 것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인 활동이다. 동물도 수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많고 적음을 비교할 수 있다. 침팬지를 비롯한 영장류는 덧셈과 뺄셈도 이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눈앞의 사물의 개수를 세는 것을 넘어 곱셈과 나눗셈 같은 추상적 조작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학이라는 거대한 추상의 세계를 쌓아올리는 것은 인간만 할 수 있는 일이다.수학을 일종의 인공 언어라고 한다면 숫자는 그 언어의 기초가 되는 문자라고 할 수 있다. 숫자를 발명한 덕에 인간은 손가락·발가락으로 셀 수 없는 큰 수도 헤아릴 수 있게 되었고, 정수로 똑 떨어지지 않는 값도 표기하고 계산할 수 있게 되었으며, 나아가 복소수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까지 창안했다. 인간은...

    1332호2019.06.17 10:22

  • [구석구석 과학사](56)대도시 골목길, 서민의 짐 날라주던 리어카
    (56)대도시 골목길, 서민의 짐 날라주던 리어카

    연탄이, 이삿짐이, 김장용 배추가, 쓰레기와 고물이, 적혈구 백혈구가 모세혈관을 타고 몸속 구석구석까지 돌 듯, 리어카를 타고 자동차도 다니기 어려운 골목 사이사이를 드나들었다.1만원권 지폐 뒷면에는 한국 과학기술의 과거와 현재를 상징하는 세 가지 물건이 조금씩 그려져 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국보 제228호), 혼천시계(국보 제230호), 보현산 천문대의 1.8m 천체망원경이다. 이 가운데 혼천시계는 조선 현종 때(1669년) 홍문관 천문학자 송이영이 만든 것으로 밝혀져 있는데 서양의 정교한 자명종 기술을 소화하여 동아시아 식으로 시간과 천체 운행을 표시하도록 만든 독특한 기계다.이 혼천시계는 지금은 국보가 되어 고려대학교 박물관에 보존되어 있지만 광복 전후까지만 해도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물건이었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던 이 물건이 1930년대에 어떻게 궁 밖으로 흘러나왔을까. 고물장수가 리어카에 싣고 가던 것을 인촌 김성수가 인사동 거리에서 우연히 보...

    1330호2019.05.31 15:06

  • [구석구석 과학사](55)부처님 생일은 음력 4월 8일이 맞을까
    (55)부처님 생일은 음력 4월 8일이 맞을까

    ‘부처님이 4월에 태어나셨다’는 믿음은 하나이더라도 실제로 언제 그것을 기리게 되는지는 나라마다 나뉜다. 각 지역의 달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달력이 바뀌면서 축일과 기념일이 바뀌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올해 부처님 오신 날은 일요일(양력 5월 12일)이었다. 5월에 휴일 하나가 줄어든 셈이라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부처님 오신 날이 절묘하게 주말 앞이나 뒤에 걸려서 연휴가 되곤 했던 터라 빈자리가 더 커 보였던 것 같다.부처님 오신 날은 음력 4월 8일이어서 관습적으로 ‘사월초파일’이라고도 불렸다. 음력 4월 8일은 양력으로는 대체로 5월 초순 또는 그 언저리에 돌아오는데, 한국에서 양력 5월 초는 노동절과 어린이날 등 다른 휴일도 함께 끼어 있으므로 부처님 오신 날과 함께 연휴를 이룰 가능성이 꽤 높은 편이다.음력 4월 8일에 부처님의 탄생을 기리게 된 것은 동북아시아에 전해진 초...

    1328호2019.05.20 11:17

  • [구석구석 과학사](54)과학자가 찍은 블랙홀 사진은 진짜일까?
    (54)과학자가 찍은 블랙홀 사진은 진짜일까?

    우리가 교과서나 신문 등에서 자주 봐서 친숙하게 여기는 천체나 세포 등의 사진도 사실 대부분 거짓 색상 사진이다. 하지만 일정한 규칙에 따라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형태로 색상을 바꾸었을 뿐, 없는 것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지난 4월 10일 세계 100여개 기관이 협력해 2006년부터 추진한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 프로젝트가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마치 초점이 맞지 않은 도넛 사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 사진에 수십억의 사람들이 열광했다. 인류가 블랙홀의 존재를 처음으로 시각적으로 확인한 사진이었기 때문이다.편의상 다들 ‘블랙홀 사진’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이 사진에 보이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블랙홀은 아니다. 그림자를 보고 빛의 존재를 추론하듯이 빛조차 가두어 버리는 절대 어둠의 존재는 주변의 빛을 보고 확인할 수밖에 없다. 사진에 불그스름한 도넛처럼 보이는 고리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지 않은 채 주위...

    1326호2019.05.03 15:24

  • [구석구석 과학사](53)조선시대 ‘하늘을 나는 수레’는 정말 있었나
    (53)조선시대 ‘하늘을 나는 수레’는 정말 있었나

    “정평구가 하늘을 나는 수레를 타고 왜병에 포위된 성 안으로 들어가, 친구를 구하여 30리 바깥으로 날아 빠져나갔다”는 이야기를 근거로 오늘날까지도 비거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인간은 항상 하늘을 날고 싶어했다. 세계 어느 지역의 신화나 전설을 보아도 신들은 자유로이 하늘을 날고, 영웅들은 모험을 시작하면서 하늘을 날게 해주는 신물을 손에 넣곤 한다.그러나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는 멀었다. 그리스 신화 속의 이카루스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올라갔다가 날개가 녹아 추락했다고 하지만 애초에 인간이 새처럼 근육의 힘으로 날개를 움직여 날아보려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인간의 큰 몸체를 공중에 띄우는 데 필요한 양력을 만들어내려면 인간의 가슴근육으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이다. 날지 못하는 새인 닭의 가슴근육도 인간의 대흉근보다 훨씬 발달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하늘을 나는 데 필요한 근육의 양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

    1322호2019.04.08 15:22

  • [구석구석 과학사](52)‘과학 조선’의 대표자로 뜬 비행사 안창남
    (52)‘과학 조선’의 대표자로 뜬 비행사 안창남

    비행기 조종 자체가 과학은 아니라 해도, 비행기가 상징하는 것은 분명 과학이었다. 대중은 안창남이 세계 최초나 최고의 비행사가 아니었다 해도 비행기가 상징하는 새로운 세계, 새로운 시대에 열광한 것이다.몇 차례 다루었다시피 일제강점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뛰어난 한국인 과학자들이 없지 않았다. 리승기, 이태규, 우장춘, 김양하, 석주명 등 적잖은 과학자들이 세계 과학계가 주목할 만한 업적을 내놓았다. 이들의 소식은 한반도에도 널리 보도돼 사람들에게 ‘과학조선’의 희망을 안겨 주었다.그런데 이렇게 한국인 과학자들의 소식을 가끔씩이라도 신문을 통해 볼 수 있게 된 것은 대체로 1930년대 중반 이후의 일이었다. 그렇다면 그 전에는 한국인들이 과학에 대해 생각할 때 누구를, 무엇을 떠올렸을까? 이광수가 <무정>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려 “조선사람에게 무엇보다 먼저 과학을 주어야겠어요”라고 부르짖은 것이 1917년의 ...

    1320호2019.03.25 15:29

  • [구석구석 과학사](51)획기적인 철도, 공간·시간의 개념을 바꾸다
    (51)획기적인 철도, 공간·시간의 개념을 바꾸다

    철도 이전의 세계와 이후의 세계가 달라졌다는 것은 서구사회 바깥의 사람들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최남선은 1908년 지은 ‘경부철도가’에서 철도라는 신기술이 강제한(?) 평등의 광경을 묘사하고 있다.국내·외의 기대가 높았던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뜻밖에도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육로로 사흘 동안 이동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는데, 비행기로 반나절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굳이 사흘에 걸쳐 철도와 자동차로 가는 까닭에 대해 많은 이들이 여러 각도에서 분석했다.그런데 철도가 느린 교통수단이라는 것도 상대적인 생각이며, 우리가 21세기의 속도 관념에 길들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생각해 보면 철도의 발명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류의 인식을 바꿔놓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철도라는 교통의 혁신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

    1318호2019.03.11 14:49